아이스크림 메이커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지음, 임종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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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열대야가 지속되고 전국이 찜통 더위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런 때에 떠올리기만 해도 시원하고 달달한 것이 바로 '아이스크림'이다. 시, 아이스크림, 사랑…. 달콤한 것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았다. 북유럽 소설『아이스크림 메이커』를 읽으며 시와 아이스크림이 그리는 강렬한 삶의 연금술에 시선을 집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탈리아 최북단의 한 골짜기 마을, 베나스 디 카도레. 이곳 사람들은 몇 세대에 걸쳐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가업을 계승하며 살아간다. 이 책의 주인공 조반니 탈라미니의 가족도 매년 봄이면 집을 떠나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가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고 겨울에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장남 조반니는 가문의 전통과 절연하고 문학을 택한다. 형 대신 아이스크림 가게를 이끌어오던 동생 루카는 어느 날 형에게 아주 특별한 부탁을 하는데…. (책 뒷표지 中)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빨라진다.

 

 

뜨거운 여름날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아주 유쾌하고 거침없다

-「커커스 리뷰스

 

이 책의 저자는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1981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네덜란드 작가이다. 2010년에 발표한 소설『마마 탄두리』가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10만 부 넘게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다양한 유력 언론으로부터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이며 이색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비평적으로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아이스크림 메이커』는 2015년에 출간되자마자『슈피겔』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은 오랜 문학적 숙성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장 원숙한 문학성을 갖춘 소설이라고 평가받는다.

 

차례는 다음과 같다. 아버지는 어떻게 83킬로그램 해머던지기 선수에게 마음을 빼앗겼을까?, 1881년 증조할아버지가 아이스크림을 발견하다, 왜 주세페 탈라미니는 새로운 세계로 도주했을까?, "하나의 대상을 창조하는 정신", 아버지는 어떻게 양파 한 자루를 머리에 인 채 국가를 불렀을까?, 사기꾼 마르코 폴로와 아이스크림콘의 발명, 지난 날의 눈, 암스테르담에서, 소피아 로렌의 엉덩이처럼, 동생의 결혼과 아버지의 명금, 자쿠지 욕조와 다리미판, 동생의 씨, 몇 초쯤 허비하는 게 어때서?, 그날 밤, 동생은 그라파 아이스크림을 만들었고 나는 조카의 아버지가 됐다, "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숨", 베네치아의 주방에서, 시작 끝.

 

소설은 아버지가 여든 살 생일을 코앞에 두고 텔레비전에서 83킬로그램의 해머던지기 선수를 보고는 반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어머니는 제정신을 잃었다며 알츠하이머라고 걸린 모양이라고 말한다. 사실 아버지는 텔레비전에 나온 베티 하이들러라는 해머던지기 선수에게 푹 빠져서 사랑한다고 외친 것 뿐인데 그것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증조할아버지 주세페 탈라미니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냥 읽으면 단순하지만 이들은 대대로 아이스크림 장수를 해온 사람들이라고 알고 나서는 생각이 좀 달라진다. 몇 대에 걸친 가업과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리 살아보고 싶은 인생 사이에서, 삶에 순응하지 않고 자의식을 펼치며 살아가고자 하는 그 괴리감에서, 소설은 색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너, 인생을 시에 바칠래? 아니면 아이스크림 장수가 될래?" 나의 아버지는 아이스크림 장수고 할아버지도 아이스크림 장수였다. 증조할아버지는 처음 이 일을 일군 사람이다. 그들 모두 굳은살이 박인 강한 엄지손가락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첫 아이스크림을 네 살 때 만들었다. (94쪽)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어쩌면 사회적인 잣대로는 보기 싫은, 그런 이야기가 전개된다. 흔한 막장드라마 같으면서도 이들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개성이 흘러가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한다.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생각하거나 판단하려들지 말고 그냥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시간을 보냈다.  

창작이 일상 단어들을 조합하고 편집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일종의 언어 연금술이라면, 아이스크림 제조는 다양한 질료들을 배합해서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는 요리의 연금술이다. 그 처럼 두 세계는 교감 영역이 있기 때문에……. (뒷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되어 생략, 487쪽)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네덜란드 작가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가 오랜 문학적 숙성 끝에 이 작품을 발표했다고 한다. 소설을 읽으며 스토리에 집중하기도 하고 등장하는 배경에 설레기도 하며, 소재에 자극을 받기도 한다. 이 소설은 시와 아이스크림이 있기에 더욱 풍성하게 장식되어 이목을 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무더운 여름이라는 이 시기에 더욱 어울리는 '아이스크림'과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와 아이스크림이 그리는 강렬한 삶의 연금술에 시선을 집중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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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안종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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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잘사는 곳 같은 것은 애초에 없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욕망은 점점더 격차를 벌어지게 만드는 듯 보이니 말이다. 어찌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불평등한 현실을 맞닥뜨리는 일이 더 흔해진다. 이 책은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시는 혁신의 엔진인가, 계급을 만드는 불평등의 산실인가?' 이 책《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를 읽으며 세계적인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의 도시 진단 및 중산층 재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안을 들어본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이 시대 가장 뛰어난 도시경제학자다. 이 책은 정책 입안자부터 학생, 교육자, 모든 도시 거주자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플로리다는 미국의 도시 재생에 관하여 모두가 부유해질 수 있는 확실한 로드맵을 제공한다.

_에릭 가세티 (LA 시장)

 

 

이 책의 저자는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학교 로트먼경영대학원 마틴번영연구소 교수이자 도시 책임자이며, 뉴욕대학교 글로벌 연구 교수다. <디 애틀랜틱> 수석 편집자다.《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의 저자로서 도시 경제의 핵심으로 '창조계급'을 지목하며 세계적인 학자로 떠올랐다. 글로벌 트렌드, 도시학, 경쟁력과 성장이란 주제로 많은 연설과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새로운 도시 위기와 우리의 도시와 사회에 박힌 깊고 뚜렷한 모순을 해결하려는 나의 시도다. 이 책을 쓴 주요 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 도시 위기의 핵심 내용을 자세히 기술하는 것, 둘째, 이런 위기를 만드는 근본적인 힘을 찾는 것, 셋째, 새롭고 더 사회통합적인 도시화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개략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17쪽)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도시의 모순, 2장 '승자독식의 도시화', 3장 '엘리트의 도시', 4장 '젠트리피케이션', 5장 '도시 불평등', 6장 서열화 확대', 7장 '모자이크 대도시권', 8장 '교외지역 위기', 9장 '글로벌 도시화 위기', 10장 '모두를 위한 도시화'로 나뉜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진실일까? 낙관론자들이 격찬하듯이 도시는 혁신의 강력한 엔진이자 경제적, 사회적 진보의 모델일까? 아니면 비관론자들이 매도하듯이 엄청난 불평등과 계층 분열을 발생시키는 곳일까? 사실은, 이 두 가지 모두 맞다. 도시화는 낙관론자들이 말하듯이 어느 모로 보나 막강한 경제적 힘이며 동시에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듯이 고통스럽고 분열적이다.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도시화는 역설적이며 모순적이다. 오늘날의 도시 위기를 이해하려면 도시 비관론자의 관점과 도시 낙관론자의 관점을 진지하게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27~28쪽)

 

 

 

이 책은 현대 도시가 처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다른 나라의 도시, 즉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대도시라는 점에서 피부에 와닿지 않는 듯한 느낌은 든다. 하지만 도시라는 공간에 대해 지금껏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짚어보면서 문제인식을 한다.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까지 짚어준다. 지금까지 생각지 못했던 문제이기에 특히 도시경제학자가 짚어주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정책 입안자와 도시를 이끄는 리더라면 반드시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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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너였다 -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하태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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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너였다》는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 에서 미소의 마음을 움직인 영준의 고백 책이다. 이 책은 한 번에 읽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조금씩 야금야금 음미하면 더욱 맛이 나는 책이다. 특히 사랑하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더욱 확 와닿을 글귀가 가득 담겨있는 책이기에, 문득 읽다가 마음을 물들여버리는 글을 발견하고는 생각에 잠긴다.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책표지 中)

 

 

이 책의 저자는 하태완. 누군가에게는 사랑에 대한 응원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이별에 대한 위로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미래에 대한 따끔한 충고나 조언일 수도 있는, 지극히도 사실적이고 결코 작위적이지 않은 글을 진심을 담아 쓰고 있다.

저는 이 책을 읽게 될 모든 독자들이 저와 같은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저만의 모든 순간을 생각하며 글을 썼듯이, 각자 자신의 모든 순간이 된 사람을 떠올리며 책을 읽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꼭 사랑이 진행되고 있는 마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이별을 했더라도, 그 이별의 대상이 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순간까지 다 삼켜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10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모든 걱정은 잠시 내려놓기를', 2장 '둘만의 계절이 시작되던 순간', 3장 '따스한 위로가 필요한 너에게', 4장 '안녕-, 나의 모든 순간'으로 나뉜다. 모든 순간이 너 그 자체였음을, 자그마한 여유를 너에게, 당신 잘한 거예요, 혼자가 편한 척, 분명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 다 잘될 거야,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서툰 시작, 너와 함께하는 어둠이라면, 여행 가고 싶다, 따뜻한 색으로 채색된 마음, 이제는 잠깐 지나가는 설렘보다는 익숙함이 더 중요해, 지금 내 곁에 머무는 사람들이 과연 언제까지나 내 편이 되어줄지가 궁금해, 사계절을 모두 한 사람과 살아가고 싶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너였으면, 조심성 없는 사랑, 네가 좋아서 불안한 나야, 사랑을 하면 신기할 정도로 닮아간다, 상처받은 만큼 강해지기를, 상처에 의미를 부여하면 안돼,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나의 연인에게, 내가 그리운 건,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 텐데, 이제는 이별 없는 연애를 하고 싶다, 어쩌면 이별은 사랑의 과정일지도, 나 혼자만 사랑했지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슬슬 넘기다보면 어느 순간 확 와닿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책을 읽는 시간이나 장소,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이 들다가도 온 우주를 담아낸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문장을 발견할 것이다.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그림과 함께 해서 더욱 시선을 끈다. 문득, 이 느낌은 사랑할 때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가 전부가 되는 그런 의미 말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이 갖게 될 분위기는 저자 자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 책은 각자의 사연을 품고 읽게 될 모든 독자분들이 나름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거라고 말한다. 드라마에서, 우리 삶에서, 어느 순간 문득,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받는 글이 있다. 어쩌면 이렇게 잘 맞는지, 그런 생각이 든다. 6월 1일 발행본이 초판 114쇄라니 다시 한 번 놀란다. 드라마의 힘이 보태져서 더욱 빛을 발했을 것이다. 이 책은 일단 펼쳐들면 마음에 와닿는 글귀를 발견하게 되기에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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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취향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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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만의 취향이 확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민에 고민을 더해 고르고 나면 내 취향이 아닌 듯한데, 그렇다고 뚜렷한 취향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자신만의 취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 책《하루의 취향》은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갖는다.

좋아하는 음악, 책, 취미처럼 단편적인 것에서 시작해 사람 취향, 사랑 취향, 싫음에 대한 취향, '나'라는 사람에 대한 취향까지, 흔들림의 과정을 통해 선택한 가치들이 삶의 중심이 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책날개 中)

 

 

 

 

이 책의 저자는 김민철. 남자 이름 같지만 엄연히 여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취향'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고 앉아 오래도록 생각했다. 왜 그때 나는 저것이 아니라 이것에 마음이 끌렸을까? 이것은 또 나의 어떤 마음을 닮았을까? 이 취향은 얼마나 오래 나에게 머물게 될까? 하루하루의 취향이 모여 결국 나는 어떤 색깔의 사람이 되는 걸까? 그 고민 속에 만져진 수많은 마음의 결에 '하루의 취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내일 내 마음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는 이 취향 덕분에 나다울 수 있었으니까. 근사하지 않아도, 우아하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바로 그 취향이 오늘, 가장 나다운 하루를 살게 했으니까. (9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나도 한 번 라라랜드 원피스를, 어떤 선언, 안사람 바깥사람, 봄밤의 조르바, 멋진 언니 더 많이 원합니다, 관대한 사람, 동네 호프집의 가르침, No라고 말하는 방법에 관하여, 취향의 지도, 우리도 사랑일까, 대화불가능론자의 탄생, 서른아홉 살의 본 조르노, 제 전공은 짝사랑입니다, 연애의 고수, 파이팅 소이소스, 비굴하지 않게 초라하지 않게, 겨우 술 한 잔, 예쁘지 않은 팀장이 된다는 것, 두 번째입니다, 마음 한 톨도 아까우니까, 구례의 록 스피릿, 비관론자 납치사건, 이상한 셈법, 가족의 탄생, 끝까지 즐겁자, 빛이 되는 도시 빚이 되는 도시, 사소한 불운,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가로늦게 말하는 '가로늦게', 신기한 거울나라, 초짜 페미니스트, 연결과 분절, 팔레르모에서 등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가 여럿의 나를 데리고 산다. 나에겐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하는 내가 있고, 그런 나를 미치도록 한심해하는 나도 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내가 있고, 집 앞 슈퍼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불행하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내가 있다. 매일 점심 메뉴 결정을 세상에서 제일 힘들어하는 나도 있고, 회의를 하다가 단숨에 결정을 내려버리는 나도 있다. 낯선 사람 앞에서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는 나를 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에겐 낯선 수백 명 앞에서 강의를 해도 아무렇지 않은 나도 있다. 그러니 나의 성향을 묻는 수많은 질문들 앞에 서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떤 나를 골라야 하지?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이지? 그 모든 나 사이에서 힘겹게 외줄타기를 하며 다들 겨우 '나'로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65쪽) 

 

차 한잔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방방 뜨면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상큼하며 톡 쏘는 느낌으로 각양각색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특히 영화 <봄날은 간다>와 <우리도 사랑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에서는 완전 공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다각도로 세상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앞에서 내 취향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과 그 감상 속에서 나와의 교차점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꽤나 기분 좋게 읽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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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 오늘부터 행복해지는 내려놓기의 기술
우석훈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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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는 경제학자 우석훈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궁금해져 읽어보게 되었다. '인생 뭐 있어?'와 '이왕 사는 인생 열심히 살아보자'며 발버둥치는 것을 번갈아하다보니 시간은 훌쩍 흘러버렸다. 특히 요즘은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는 권학문주자훈의 글귀가 서럽기까지 하다.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시간도 부족하고 머리도 따라가지 못하니 말이다. 그런데 오십이란다. 빛의 속도로 쉰이 되었다고 하는 말에 아찔해진다. 정신없이 달려갔지만 이제 한 템포 쉬면서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 시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지기로 했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서, 나중에는 마침내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언젠가 있을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행복도 연습이고 습관이다. 행복을 미루다보면 행복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50대, 더 이상 미룰 시간도 없다. 지금 행복해야 한다. 나는 행복에 대해서 생가해보고 싶어졌다. (53쪽)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는 지난 2년 동안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과 나에게 벌어진 작은 변화들에 관한 이야기다. (8쪽)

 

이 책의 저자는 우석훈.《88만원 세대》를 쓴 경제학자이다. 

50대가 되어서도 최선을 다하고자 스스로 '내 인생 파이팅!"이라고 외친다. 이 길이 맞는지 잠시 갈등에 빠지다가도 다시금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하려 한다. 이게 한국의 50대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방법일 것이다. 나도 그 세계에서 살았다. 치열한 어깨싸움에서 나도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서로를 밀어댔던 것 같다. (7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빛의 속도로 쉰이 되었다', 2장 '21세기, 꼰대들의 잔치는 끝났다', 3장 '내려놓기의 기술', 4장 '매운 인생, 이제는 달달하게'로 나뉜다. 아홉수와 경차, 센치멘탈 블루스와 궁상의 미학,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워라밸과 소확행의 임시대피소, 어디 가서 100만 원만 벌어와, 일생의 과업 따위를 믿는 바보들에게, 아직은 낯선 선진국, 다운사이징 50대, 명함의 복수, 다같이 떠나는 신나는 직업지도 여행, 운동화보다 편한 구두는 없다, 병신과 머저리의 시대는 가라, 달달한 50대, 오늘의 고생이 내일의 행복은 아니다, 적당주의와 뻔뻐니즘, 더욱 격렬하게 천천히 걷는 방법, 성숙한 50대가 되기 위한 몸부림, 이건 그냥 나의 꿈일 뿐이다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으하하 박장대소 웃으면서 읽어나가니 주변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책을 읽는데 그렇게 재미있게 읽느냐고 궁금해한다.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웃기기만 한 책은 아니다. 우리의 현실, 썩소가 번지는 일상, 온갖 맛이 어우러지는 우리네 인생이 담겨있다. 행복이라는 것을 이론적이거나 형이상학적으로 생각하는 것 말고, 현실 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과연 어떤 것이 행복인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라고 할까.

행복은 복리로 이자가 붙는 정기예금과 완전 반대의 금융상품이다. 지금 바로 꺼내써야 한다. 행복은 연습이고, 훈련과 같다. 그리고 기술이기도 하다. 기술도 자꾸 써봐야 느는 것처럼, 행복도 쓸수록 늘어난다. 행복의 기술은 점점 더 늘어나고, 행복의 크기도 점점 더 커진다. (179쪽)

 

일단 읽기 시작하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50대, 그 나잇대의 사람들이라면 더욱 공감할 내용이겠지만, 다른 세대가 읽어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저자가 풀어내는 웃기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제목과 표지 그림으로 생각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책이지만 오히려 신선하게 읽어나갈 수 있어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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