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자발적 방콕주의를 선택했다
박소진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6월
평점 :
제목을 보며 왜 지금껏 나는 당당하게 방콕주의를 선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활동적인 사람에게는 찬사를, 그냥 집에만 있는 사람에게는 게으르다는 반응을 보여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도 악착같이 쉬는 날에도
밖에 나가려고 애썼고, 열심히 여행을 다니려고도 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 사색을 하고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제는 당당하게 살기로 한다. 『나는 자발적 방콕주의를 선택했다』는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위안하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박소진. 심리학 박사, 현재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협) 대표다.
평범하지만 스스로 마이너리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이 자신을 긍정하고 건강한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심리학자 박소진이 전하는 위로의 한 마디
"괜찮아요 당신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만하면
충분합니다." (책날개 中)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1장 '결정 장애는 장애가 아니다', 2장 '정리정돈에 목숨 걸지
말라', 3장 '여행, 억지로 가지 마라!', 4장 '쇼핑은 각자 스타일대로 하는 걸로', 5장 '구석자리만 찾는 사람들', 6장 '말은 서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7장 '사랑은 '삶'이다', 8장 '결혼은 해도 안 해도 후회하는 모험이다'로 나뉜다. 오늘 점심은 뭐 먹지?, 다른
사람들은 쉽게 결정하는데 왜 나는 그렇지 못한가, 나는 귀차니스트다, 정리 정돈은 필요하다, 적당히 너저분하게 살기, 여행은 필수 소비품이
아니다, 소비의 차별화를 거부하는 자발적 방콕주의자, 여행 가기 싫은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여행 가기 싫은 심리적 이유, 무계획이
의지를 만들어낸다, 나는 쇼핑이 싫다,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 건네기가 두렵다, 눌변이 때론 매력적일 수 있다,
비혼을 꿈꾸다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결정 장애는 장애가 아니다. 여행도 쇼핑도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구석 자리만 찾는 사람들….
어쩜 이렇게 내 성향과 비슷한지 읽으면서 안도감이 생긴다. '맞아, 이게 어때서?'라는 생각을 하며 하나씩 읽어나간다. 여행은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면 힘이 나지 않는다. 여행 가는 곳에서 자유여행을 즐기며 내 맘대로 스케줄을 짜니 문제가 없었지만, 쇼핑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니다.
하기싫으면 하지 않으면 되는 것. 특별히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 더이상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말고, 세상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맞서며 나의 취향을 존중해야겠다.


내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나는 히키코모리나 은둔형
외톨이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과의 관게를 불편하게 여기는 극단적 내성주의자다. 외출하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사람이 많은 장소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점점 힘들게 느껴지고 부질없단 생각마저 든다. 젊을 때는 이런 나의 성향을
잘 파악하지 못해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빈번한 사회적 접촉이 나를 지치게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지금은 거의
홀로 작업하며 상당부분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직업적, 사회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다. 관심 분야가 있으면
한동안은 그것에 몰입하기도 하지만, 현실감각을 잃어버리진 않는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제하도 나의 성향을 알고 그에 맞는 일을 찾아 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208-209쪽, 닫는 글 中)
어쩌면 비슷한 성향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공감하지 않을까. 이렇게 살면 안될 것 같고,
남들처럼 활동 영역을 넓혀야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부질없고 부담스러운 것을 내 탓으로만 돌렸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집중해서 읽었다. 부담없이 술술 읽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공감과 안도감, 편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특히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라면 남 얘기 같지 않은 느낌으로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다. 외향적이고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이 애써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일단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이 책이 나다움을 잃지 않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