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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평점 :
류시화의 책, 우화…. 이런 조합이라는 것만으로도 끌리는 책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다른 이유
없이 꼭 읽어보고 싶어서 이 책『인생 우화』를 읽어보게 되었다.
천사의 실수로 세상의 바보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살게 되었다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이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 책의 저자는 류시화. 하지만 그는 이 책의 표지에 저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동시에 엮은이이고 번역자라고 작가의 말에 밝힌다. 친구 레나타 체칼스카가 없었다면 이 책의 탄생은 불가능했다며, 그녀는 헤움에서 멀지
않은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에 있는 야기엘로니안대학교에서 힌디어 문학과 우르두어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라고 한다. 어느 날 그녀가 헤움
사람들의 짧은 이야기를 한 편 보내준 것을 시작으로 거기에 내용과 구성을 덧보태 저자의 방식으로 다시 써내려가 이 우화집이 완성된 것이다.
일러두기에 보면, 이 우화집은 폴란드의 작은 마을 헤움을 배경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에서 소재를 빌려와 새로 쓴 우화들과, 그 이야기들에
영감을 얻어 작가가 창작한 우화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45편의 우화가 수록되어 있다.
경전, 철학서와 함께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책 중 하나가 우화집이다. 우화가 인간 삶의 허구를 꿰뚫으며 진실과 교훈을 던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헤움
마을의 주인공들을 따라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문득 우리가 사는 세상이
헤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혹은 우리의 공동체가 그렇게 할 때, 헤움 사람들의 문제 해결
방식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된다. (344쪽_작가의 말 中)
신은 천사에게 지시했다. "지상에 있는 어리석은 영혼들을 모두 자루에 담아 데려오라. 내가 그들을
지혜로운 영혼으로 바로잡아 다시 세상에 내려보내리라." 천사는 힘겹게 설득하며 어리석은 영혼들을 자루에 넣었는데 이들은 몹시 저항하며
발버둥치고, 그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천사는 자루의 무게 때문에 날개의 통제력을 잃고 휘청거렸고, 키 큰 소나무의 뾰족한 솔잎에 찔려
자루 밑이 찢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 자루 안에 있던 영혼들이 일제히 쏟아져 산 아래 마을로 굴러떨어졌다. 영혼들이 우연히 굴러떨어진 곳은
폴란드의 헤움이라는 평화로운 마을이었으니…….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바보들이 모여사는 헤움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이라고 믿는 '바보들의 마을, 헤움'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은 것이다.
(11쪽)
제발 내가 나라는 증거를 말해 주세요, 자기 집으로 여행을 떠난 남자, 하늘에서 내리는 나무,
해시계를 해에게 보여 주지 않는 이유, 정의를 구합니다, 아무리 사실이라 해도 말해선 안 되는 것, 전염병 미해결 사건, 대신 걱정해 주는
사람, 시인의 마을, 누구를 살릴까요?, 단추 한 개, 진실을 말할 때 우리가 하는 거짓말, 천국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모두가 교수인 마을, 내
입장이 돼 봐, 아흔 마리 비둘기와 동거 중인 남자, 메시아를 기다리며, 병원에서 살아남기, 바보들의 인생 수업, 이번 생에는 빈자 다음 생에는
부자, 햇빛 옮기기, 진실은 구리다, 고독한 천사에 관한 우화, 세상의 참견쟁이들, 바보도 아는 질문 천재도 모르는 답, 완벽한 결혼식에 빠진
것, 부탁을 하러 온 게 아닙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이야기 등의 우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알겠다. 내가 우화를 많이, 그것도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큭큭 거리며 읽어나가며 생각에 잠긴다. 단편으로 엮인 책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고 그 안에서 교훈을 찾는다. 이 책을 읽으며 바보 마을
헤움이 우리 세상과 별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보 같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우리 삶 속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고, 남 이야기같지
않은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프롤로그부터 첫 번째 우화부터 시선을 끌어들여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마음에 드는 책을 읽었을 때의 뿌듯함,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었다. 기분 좋게 읽으면서
책장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읽으면서 우리네 인생을 생각할 수 있기에 독서의 시간이 의미로 채워진다. 책 제목에 있는 단어 '인생'과
'우화' 모두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어쩌다 한 권씩 보는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건넬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