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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평점 :
이 책은 일본 장편소설『고독한 늑대의 피』이다. 치밀한 구성,
탁월한 리얼리티, 예측불허의 결말, 각종 수상 이력까지 화려한 이 소설을 읽으며 음지의 정의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유즈키 유코. 2007년 야마가타신문에서 주최하는
'야마신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2008년『임상 진리』로 제7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하면서 마흔 살의 나이에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검사 출신의 민완 변호사 사카타 사다토가 사건의 진상을 좇는『최후의 증인』,『검사의 숙원』,『검사의 사명』은 2015년 TV
아사히에서 스페셜 드라마로 제작된 이후 시리즈화되어 방영하기도 했으며, 이 가운데『검사의 숙원』은 2013년 제15회 오야부하루히코상을
안겨주었다. 2015년 발표한 이 소설은 1988년 폭력단 대책법 성립 이전의 혼란한 히로시마를 배경으로 경찰과 폭력단 간의 격렬한 투쟁을 그린
소설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치밀한 구성, 탁월한 리얼리티, 예기치 못한 결말의 정통 하드보일드", "일본 미스터리사에 남을 금세기
최고의 경찰 소설"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내며 제6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았다.
진정한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집요하게 탐구해온 유즈키 유코는 그동안 주로 법조계의 실상을 통해 양지에 있는 정의를 그렀다면, 이번 소설을 통해서는 사회 뒷면에 자리한 음지의
정의를 그리려 했다고 한다. (책날개 中)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 인물이 매력적이면 금세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마련이다. 이 책에서는 오가미
쇼고가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가미 쇼고. 구레하라 동부서 수사 2과 주임으로 폭력단계 반장이다. 악명 높은 독종 형사, 때로는 야쿠자보다
더 야쿠자 같은 형사다. 새로 부임한 히오카는 오래된 커피숍 코스모스로 향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구레하라 동부서에 부임한……."
이름을 말하려다가 오가미에게 멱살을 잡히고 말았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신원을 밝히는 멍청이가 어디 있어? 상대가 나였으니 망정이지 수배
중인 피의자였다면 어쩔 뻔했어? 약에 취한 야쿠자한테 그랬다간 칼침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신참 형사 히오카는 오가미와 재미와 감동의 케미를
일으키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이 책은 에필로그를 시작으로, 1장부터 13장까지 이어지며, 에필로그로 마무리 된다. 1장부터
13장까지는 각장의 제목이나 소개 없이 'OO장'이라고만 시작된다. 단, 각 장의 시작은 '일지'로 되어 있는데, 삭제된 행이 있어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왜 삭제가 되었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력을 자극하며 읽어나간다.
도대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읽어나가다가 마음에 와닿는 한 마디 말에 딱 멈춰서게
된다.
"체포 방침이 결정된 날 종적을 감추다니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지 않습니까?"
"뭐, 어딘가에 개가 있다는
얘기지."
가코무라구미에 수사 정보를 흘린 내통자가 도이
반에 있다는 말일까? 오가미는 가코무라구미에 내부 정보를 흘린 경찰을 개라고 불렀다. 그러나 만약 오다니구미 조직원에 대한 체포 영장이었다면
오가미는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오가미 또한 이치노세에게 정보를 흘리지 않았을까?
히오카는 주먹을 꽉 쥐었다.
-검은 개도 흰 개도 모두 개다.
(167~168쪽)


"히오카, 자네는 2과 형사의 임무가 뭐라고 생각하나?"
오가미의 질문에 히오카는
즉답했다.
"폭력단을 괴멸시키는
겁니다."
쿡쿡하고 오가미가 웃었다.
"자신의 밥줄을 완전히 끊어버리겠다고?
폭력단이 사라지면 우리 밥줄도 끊겨."
억지 논리다. 히오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오가미는 담배를 피우면서 말을
이었다.
"폭력단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인간은
말이지, 밥을 먹으면 똥을 눠야 해. 밑을 닦을 휴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폭력단은 화장실 휴지 같은 거야."
"우리의 임무는 야쿠자가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이야. 나머지는 도를 넘는 녀석들을 없애기만 하면 돼." (213쪽)
이 작품은
<흉악><암고양이들> 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시라이시 가즈야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얼마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도 초청되었다. 소설 자체도 한 편의 영화처럼 박진감 넘친다. 경찰과 야쿠자 그리고 야쿠자 간의 대결이라는 강렬한 소재,
속도감 있는 전개, 정교한 미스터리 구성이 어우러져 독자를 사정없이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446쪽_옮긴이의
말)
소재 자체의 강렬함, 등장 인물의 매력, 정교한 미스터리 구성 등 조금만 읽다보면 금세 등장
인물들과 사건이 눈 앞에 그려지는 소설이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에 계속 읽어나가다가 결말에 가서는 마음이 아프다고 해야하나, 속상하다고
해야하나, 쿵 하고 커다란 자국을 남긴다. 아무래도 오가미라는 등장 인물에 내 감정을 많이 실으며 읽어나갔나보다. 경찰, 야쿠자… 그런 세계에
대한 작품은 한 걸음 밖에서 남 이야기기 보듯 바라보았는데, 이 책은 그동안의 취향과 다르게 한 걸음 다가가서 읽어나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