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50 -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지만
김혜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마음에 훅 치고 들어왔다. '눈 떠보니 50'이라고? 어느 순간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기분이 묘해진다. 박웅현, 정혜신, 정재찬, 문유석, 송호근…….  먼저 그 나이에 접어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눈 떠보니 50』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혜민. 현재 YTN 라디오에서 <생생경제>를 제작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라디오 세상에서 보고 듣고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선배들은 대부분 YTN 라디오 프로그램 <당신의 전성기, 오늘>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존경받을 만한 커리어를 쌓아온 그들은 일, 건강, 인간관계, 사회적 책임, 성, 자아실현 등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100세까지 산다면 50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재출발이니 중요한 시점이고, 100세 이전에 죽는다면 50이라는 나이는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속에서 귀중한 순간이다. 이렇게 중요한 50을 아무 준비 없이 맞아서는 안 된다. 나는 지금부터 이 책에 담긴 선배들의 조언대로 각 분야에서 내 나이 50을 연습할 생각이다. 배우자, 자녀, 부모, 친구와의 관계에서, 회사 속에서, 사회 공동체 안에서 행복을 연습할 것이다. (274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바로 '지금'이 그대의 전성기', 2장 ''나'는 여전히 청년입니다', 3장 ''너'와 내가 함께하기 위해서', 4장 '50대,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 5장 ''우리'의 불꽃은 꺼지지 않는다'로 나뉜다. 사소함을 발견해야 하는 나이, 부모님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준비해야 할 나이, 죽음에 대해 절절하게 생각해야 할 나이, 두근거림을 회복할 나이, 직책이 아닌 나로서 살아가야 할 나이, 자기 치유법이 필요한 나이, 세상에 어떻게 쓰일지 고민해야 할 나이, 도전으로 이후의 인생을 살아갈 동력을 얻을 나이, 남을 돕기 가장 좋은 나이, 나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하는 나이 50이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그만큼 다양한 색깔이 묻어난다. 나이 오십 부근이 인생에서 어떤 점을 깊이 생각해야할지 이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가슴 뭉클하기도 하고 철렁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격하게 공감하며 읽어나간다. 적지 않은, 하지만 많지도 않은 나이 50, 그 나이대에 짚어보아야 할 것들을 하나씩 들려준다.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와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를 담은 책이다. 그렇기에 이야기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 선배들이 3040에게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
강철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는 만화가 강철수의 에세이다. 한국인은 누구나 조금은 일본에 대한 응어리를 안고 산다면서 특히 저자의 세대는 거의 평생을 반일, 극일 속에 살아왔다고 말한다. 일본에 대해 발로 뛰고 기록한 책이라는 점에서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일부 역사 책은 영웅담이 가득 찬 '승자의 기록' 같아 믿음이 안 갔고, 인터넷도 현지에 가보면 오류투성이였다고 하니, 직접 두 눈, 두 발로 일본 열도 곳곳을 현미경처럼 살펴나가고 정리했다는 점에서 믿음이 갔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시선을 집중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강철수. 만화가다. 1960년 데뷔해서 지금도 현역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내 고집과 땀으로 쓴 '스토리가 있는 조선, 일본 보고서'다.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의미 있는 흔적들을 돋보기로 살핀, 글로 쓴 동영상이기도 하다. (13쪽)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괜한 울분이 끓어오르는 것일까. 건드리지 않아도 될 것을 건드리는 느낌도 들고, 이해못할 세대차를 통감하는 듯하기도 하다. 꺼내들기 힘든 속마음을 보는 듯, 보이기 민망한 민낯을 들킨 듯, 약간은 불편한 심정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일본에 대한 사람들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 일단 수긍하면서 말이다.

일본에 한이 많다는 노인들이 유독 많이 간다. 위안부 할머니 연배거나 조금 아래 세대들이다. 동남아나 중국보다 일본이 끌리는가 물어보면 "가기는 가지만 만감이 교차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시 간다. 한국에도 좋은 온천이 많은데 벳푸, 홋카이도를 가야 가슴속 응어리가 풀리는 걸까. 응어리 같은 것은 모르고 그저 잠시 쉬러 간다는 그룹이 의외로 많다. (16쪽)

 

가볍게 집어들었다. 술술 읽었다. 게다가 일본과 일본인을 접한 저자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기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 마음이 불편한게, 무언가가 묵직하게 속을 짓누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불편하고 더부룩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특별히 버겁거나 무겁게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은 아닌데 이상했다. 당연히 유쾌하지 않은 소재이기에 마음이 편할리 없을 것이다. 불편하지만 짚어보아야 할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만화가 강철수가 들려주는 '스토리가 있는' 한일 관계 보고서이다. '스토리'가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어나가면 어느 순간에는 '이런 일도 있었구나!' 생각하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답답해서 속이 터지는 듯하기도 하는데 없었던 일이 아니니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직접 발로 뛰고 쓴 글이라는 것을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고, 세대간의 이해를 넓혀주리라는 생각도 드니,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삶을 고치는 암 의사입니다
이병욱 지음 / 비타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하는 시간도 증가했다. 누구나 언젠가는 한 번 죽는다지만, 암 환자로서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정말 막막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보이는 부분과 함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치유할 때 암은 진정 나을 수 있다고 말이다. 15년은 외과 의사로 몸을 고치고, 그 후 15년은 보완통합의학으로 삶을 고친 이병욱 박사의 행복한 암치료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서 이 책『나는 삶을 고치는 암 의사입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병욱. 현재 대암의원 원장으로 있으며, 보완통합의학의 권위자로서 웃음치료, 눈물치료, 가족치료 등 다양한 통합요법을 바탕으로 한 개별 맞춤 치료를 하며 암 환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저의 모든 경험과 수많은 의학적 견해, 신체적, 정신적 치료법과 신앙까지 총망라해서 한 권에 집대성했습니다. 저와 함께 암을 지혜롭게 극복한 환자 분들의 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암치료의 원칙과 원리, 환자의 고민과 마음관리, 웃음치료, 눈물치료, 가족치료, 환자와 보호자의 자세와 대화, 의료진이 신경을 써야 하는 것들, 면역력을 키우는 원칙과 방법, 식사, 기호식품, 수면, 운동, 수술 후에 야기되는 문제 해결 등 상세한 것까지 언급했습니다. 암 진단을 받고 앞이 깜깜하기만 한 분들, 암을 한 번은 극복했지만 재발이 된 분들, 더 이상 치료할 길이 없다는 선고를 받은 분들, 그리고 그 가족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위안과 도움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8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암에 걸렸는데 왜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을까요?', 2장 '몸만 고쳐서는 안 됩니다', 3장 '마음이 무너지면 몸 전체가 무너집니다', 4장 '세상에서 가장 부작용이 없는 약, 가족치료', 5장 '당신이 한 입이라도 더 먹으면 좋겠습니다', 6장 '진짜 치료는 포기하지 않는 힘입니다'로 나뉜다. 모든 사람은 암 작동 스위치를 안고 산다, 수술은 완벽했는데 재발하는 이유, 무엇이 환자를 살렸을까?, 빨리 치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불편하지 않다면 암과 함께 살아도 좋다, 30년간 암을 고치며 깨달은 것, 암 특효약의 진실, 5년 완치 판정이란 없다, 고쳐야 할 것은 마음의 암이었다, 암을 잊고 사는 법, 그 음식이 암에 좋다던데, 처음 간절했던 그 마음을 잊지 마세요, 가족력이 있어도 암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 사랑으로 인내할 때 암은 축복이 된다 등의 내용을 볼 수 있다.

 

저자는 모든 사람들은 몸속에 암 작동 스위치를 안고 산다고 말한다. 4명 중 3명은 작동되지 않지만 1명은 어느 순간 눌러진다고. 그 스위치를 작동하는 것은 바로 '습관'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부터 살던 것과 반대로 살아보십시오." 라고 권한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암에 걸리면 몸과 마음을 정비해야할지 저자의 말을 들으며 하나씩 점검해본다. "암을 고치는 길에 왕도는 없으나 정석은 있습니다."라고 하니 말이다.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람이 몇 년을 살고, 몇 년을 산다는 사람이 몇 달도 채 못 사는 이유! 그것은 인체의 방어막을 제대로 유지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나는 15년간 들었던 메스를 놓았다. 메스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게 아니라, 메스가 만능이 아님을 인정해서였다. 그리고 보완통합의학, 면역항암요법의 길에 들어섰다. 이 분야는 현대의학과 암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다르다. 암세포를 죽이기위해 결사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기존의 의학적 치료를 통해 암의 활동을 최대한 억제하고, 동시에 환자의 면역력을 높여 지속적으로 암을 견뎌내며 암과 함께 살아가게 한다. (30쪽)
저자는 15년은 외과 의사로, 그 후 15년은 보완통합의학에 몸담아왔다. 보완통합의학은 현대의학이 풀지 못하는 숙제를 풀어내는데 최근에는 국내 여러 대학병원에서도 보완통합의학을 받아들여 치료하고 있다고 한다. 암 환자는 영과 육을 함께 강건히 해야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인간은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인 치료 이상으로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은데, 저자는 그동안의 임상 경험과 자신의 생각을 이 책에 잘 풀어나갔다. 특히 목차의 제목을 보며 궁금한 생각이 드는 경우에 그 부분부터 찾아보아도 좋다. 사실 '30년 간 암을 고치며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얼른 해당 페이지를 먼저 찾아보기는 했다.



암치료에 공식이 없으니 왕도가 있을 리 없습니다. 다만 환자는 육체와 정신과 영혼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병만 바라보며 처치하는 게 아니라 '전인적 치료'를 통해 살아내기, '삶의 질 높이기'가 우선입니다. 암치료의 목적이자 본질은 눈에 보이는 암세포 박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환자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260쪽)

병원에 입원해보면 하루아침에 환자가 되어버리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루이틀 견디기도 힘든데 언제 끝날지 모를 긴 기간동안 환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일까. 아픈 것도 힘든데. 그래서 '병만 바라보며 처치하는 게 아니라 전인적 치료를 통해 살아내기, 삶의 질 높이기가 우선'이라는 이야기에 동의한다. 지속적으로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답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할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 암환자를 어떻게 대할지, 암치료와 암 관리법을 전반적으로 알아두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어의 줄다리기 -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신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무심코 쓰는 단어에서 엄청난 차별적 표현이 있었다면.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짚어준다. 일단 표지의 글만 보아도 왜 이책을 읽으며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하는지 알 수 있다.

대통령이라는 단어에는 '국민을 주권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아직 죽지 않은 죄인'이라는 뜻의 '미망인'이나 '부족한 사람이 된 부인' 쯤으로 해석되는 '과부' 역시 극단적으로 여성을 폄훼하는 모멸적인 언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는 '차별과 비민주적인 표현'은 도처에 널려 있다. (표지 中)

적어도 나부터라도 이데올로기 표현이 숨어있는 단어를 쓰는 것을 자제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언어의 줄다리기』를 펼쳐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신지영. 일명 언어탐험가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언어의 탐험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 하는 인문학자다.

지금부터 우리는 우리 언어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줄다리기 경기를 관전하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보게 될 줄다리기 경기는 단순한 언어 표현들을 두고 벌이는 사소한 말싸움이 아니다. 언어 표현들 뒤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 사이의 거대하고 치열한 대결이다.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는 해설자가 있을 때 경기의 관전은 더 흥미로워진다. 이제 이 책이 짚어주는 관전 포인트를 참고하며 언어의 줄다리기 경기를 관전해보기 바란다. (19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대통령 각하'와 '대통령님'의 줄다리기', 2장 ''대통령'은 지금 줄다리기를 기다리는 중', 3장 '관점과 관점 사이의 줄다리기', 4장 '미혼과 비혼의 줄다리기', 5장 '미망인과 유가족의 줄다리기', 6장 '여교사와 여성 교사의 줄다리기', 7장 '청년과 젊은이의 줄다리기', 8장 ''요즘 애들'과 '요즘어른들'의 줄다리기', 9장 '자장면과 짜장면의 줄다리기', 10장 ''용천'과 '룡천'의 줄다리기'로 나뉜다. 각 장은 '경기장'으로 표현되고, 언어 표현들 사이의 거대한 줄다리기 경기가 펼쳐진다.

 

가장 먼저 대통령 '각하'라는 표현에 대한 글이 나온다. 이런 논란이 있었구나, 이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구나……. 갖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러면서 문제에 대한 인식조차 잘 하지 못하던 나에게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아무래도 책은 누군가 들려주는 고민의 산물이 집약된 것인가보다. 일단 펼쳐들면, 고민스러운 부분부터, 함께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 같은 문제들까지, 알차게 담겨있다. 나 혼자는 생각해내지 못해도 누군가 먼저 문제를 지적했을 때에 따를 수는 있다는, 소심하지만 작은 힘을 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날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를 꿈꾼 사람들은 어떻게 그 시대에 그런 꿈을 꿀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꿈꾸고 실현시킨 사람들이 가진 인간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희망에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43쪽)

 

 

 

언어는 대개 그 사회의 현재 권력을 유지토록 설계된다. 언어를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를 둘러싼 권력관계를 재조정할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말 속의 권력구조를 찾아내는 이 책의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_김헌태 (한림국제대학원대학 교수)

 

쓰레기 분리수거, 장애인, 미혼과 기혼, 여교사, 청년 등등 현실에서도 언어 표현들이 충돌하며 벌이는 다양한 줄다리기 경기를 관전하고 보니, 우리의 언어생활에 들어있는 이데올로기의 힘을 보게 된다. 언어를 언어로만 바라보던 기존의 관점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 사회와 그 안에서 권력과 차별을 살펴보게 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해왔던 표현들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고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게 된다. 그런 생각들이 싹트고 모이기 시작할 때 우리 사회는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단 펼쳐들면 기대 이상의 책이 될 것이니, 이 책을 읽으며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를 톺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보면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것이 내 문제가 되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상도 못하다가 어느새 나의 문제, 혹은 가족의 문제가 되어있을 경우 그 당혹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치매'라는 질병이 바로 그럴 것이다. 자신의 문제가 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 아닐까. 예전에『스틸 앨리스』(개정 전『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치매 환자 본인의 입장이 아닌, 주변인으로서의 고통만을 생각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작품은 소설이었지만, 이번에는 에세이다.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이 직접 써내려간 글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꼭 읽어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읽고 싶다는 생각 이상으로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 책『내가 알던 그 사람』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었으며 웬디 미첼과 아나 와튼의 합작품이다. 웬디 미첼은 영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의료지원팀장으로 20년간 근무하던 중 2014년 7월에 초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 사회와 진료기관 모두 치매 질환을 잘 모르는 데 충격을 받은 웬디 미첼은, 치매를 알리고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삶이 있음을 전파하는 데 여생을 바치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알츠하이머 협회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아나 와튼은 <더 타임스>와 <가디언>의 기자로 20년간 일했고, 여러 편의 논픽션을 썼다. 어느 날 우연히 웬디 미첼의 동영상을 본 아나 와튼은 역시 치매로 고생한 자기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뒤 런던의 지하철역에서 웬디를 처음으로 만났으며, 치매 진단을 받은 지 3년이 지난 웬디와 서로 유쾌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그때 웬디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는 데 찬성했다.

 

영국 요크 시에 사는 58세 여성 웬디 미첼은 NHS(영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으로 간호사의 근무 일정을 작성하는 팀의 노련한 팀장이다. 웬디는 싱글맘으로 두 딸을 키웠고, 이혼 후 청소부였지만 뛰어난 기억력과 일처리 능력 덕분에 현식에 이르러 은퇴를 몇 년 앞두고 있다. 그런 어느 날 머릿속이 뿌예지고, 언어 구사력이 떨어지고, 달리다가 넘어지는 일을 겪는다. 과로와 노화 때문으로 여기지만, 그때부터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삶이 시작된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 장기간의 관찰 후 진단이 내려지는 과정, 진단 후 병을 안고 직장 생활을 하는 모습, 병에 대해 공부하고 같은 병을 앓는 이들과 만나면서 사람들에게 질병을 알리고 치매 치료제 개발 연구에 참여하며 삶을 가꾸어가는 여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그려진다. (317쪽_옮기고 나서 中)

 

부모가 아프면 자식에게 숨기려고 하다가 일을 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자식 마음에도 대못을 박는다는 것을 모르고, 안 아픈 척 하는 것이 자식 걱정 덜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무조건 괜찮다고만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그래서 웬디 미첼의 딸 새러가 엄마에게 하는 말을 보며 격한 공감을 했다. "엄마가 저한테 의지해도 된다는 걸 아시면 좋겠어요." 특히 치매는 주변인의 도움이 절실한 질병이니 몸과 마음의 준비가 더욱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보통 그 입장이 되면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해내고 싶은 생각에 안간힘을 쓰게 되나보다. 기억을 잃을 수록 당혹스럽고 처절한 경험이 늘어나고, 당연하던 일상이 낯선 일이 되어버려 집 안에서도 길을 잃는다. 이런 경험들을 1인칭 시점으로 무덤덤하게 써내려갔다.

 

치매라는 질병을 직접 겪는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나 자신과 주변 사람, 특히 치매에 걸린 사람의 생각에 한 걸음 다가가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한꺼번에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점점 약해지고 무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 어떨지, 아주 조금은 알 듯하다. 그때가 오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혹시나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할 문제들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미리 만나보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갖는다.

암에 걸렸다면 선택지가 더 많겠지만- 단순히 치료 거부만으로도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 치매를 앓으니 뇌가 버티는 한 고통이 계속된다. 난 무력하다. 무력해서 원하는 삶을 못 사니, 통제력을 최대한 발휘해도 지는 싸움을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 정말 그렇다. 그런데 무력해서 죽지도 못한다. 스위스에 가고 싶다. 그런데 두 딸이 저희끼리 돌아와야 되니 그럴 수가 없다. 영국에서 자살을 돕는 게 합법이라면, 내 안락사를 도운 후 딸들이 곤경에 처하지 않는다면 난 맨 먼저 그러고 싶다. 유일한 문제는 시기일 텐데, 지금 생사의 중간 지대에서 산다. 계속 살아 점점 절벽 끝에 다가서는 나 자신을 보고 싶을까? 이만하면 충분히 멀리 왔다고 말할 때가 언제일까? 확실히 알 때는 - 절벽 끝이 코앞이라서 아래 허공이 보일 때 - 너무 늦어서 그 말을 못할까? (300쪽)

 

 

 

우리는 누구나 노화의 과정을 거치며, 예전의 모습이 유지되지는 않는 삶을 살아간다. 지긋지긋하던 과거를 결국 미화시키는 것은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내가 알던 그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 중간중간에 웬디 미첼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얘들아, 너희가 방에 들어왔는데 내가 못 알아보는 날이 올 거야. 그렇게 되더라도 너희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말아줘."라는 띠지 말의 깊이와 감동을 느끼며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고 마음의 대비를 해놓아야 할 질병인 치매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기에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