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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하는 시간 - "삶이 힘드냐고 일상이 물었다."
김혜련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7월
평점 :
"잘 살고 있나요? 당신" 이 책은 질문을 한다. 무엇이 잘 사는 걸까 생각해본다. 문득 평범한 일상의 무게에 대해 고민이 된다. 이 정도면 족한 건지,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건지…. 이 책은 '여자가 쓰는 집, 밥, 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며 이 책『밥 하는 시간』을 읽어나간다.
이 책은 똑같은 일상이 빛이 되어가는 과정. 그 소중하고 절실한 세계를 만나 가꾸며 닮아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일상에 도달하기까지의 나의 절망과 방황은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이 시대 많은 이들이 '함께' 겪는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삶은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책 뒷표지 中)


이 책의 저자는 김혜련. 이십여 년간 국어 교사로 살았고 삼십 대에 여성학을 만났다. '또 하나의 문화'와 '한국여성민우회'에서 활동하고, <여성신문> 등에 글을 썼다. 마흔 후반에 교사 생활을 접고 수행하러 입산했다. 오십에 경주 남산마을에서 백 년 된 집을 가꾸고, 텃밭을 일구며 사는 일상을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연재했다. 현재는 경주보다 자연이 더 깊은 곳으로 옮겨와 잘 늙어 가는 일을 공부하고 있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한 끼의 밥'을 시작으로, 1장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2장 '집을 짓다', 3장 '몸을 읽는 시간', 4장 '밥하는 시간', 5장 '하루하루 집의 시간', 6장 '삶은 어쩌다 햇살', 7장 '관계를 맺는 시간'으로 나뉜다. 다시 집으로, 집의 기억, 천 년의 시간을 품은 마을, 삶의 흔적을 새긴 집, 백 년 된 집, 집을 고치다, 몸의 발견,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걷기의 재발견, 밥의 발견, 밥의 기억, 부엌의 시학, 초승달과 아궁이, 마당 예찬, 봄은 소란하다, 느티나무의 시간우리가 공부하는 시간, 따로 또 같이, 오래된 것들은 아름답다, 농사 일기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저자는 어찌보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집과 밥, 그리고 몸 이야기를 언어로 꾸미고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풀어낸 것이다. 글을 쓰고 책으로 엮어 낼 때까지 망설이고 가다듬고 추려내는 과정에서 주춤거린 모습도 보인다.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자기를 온전히 드러내야 하는 것이니 얼마나 부담스러웠겠는가. 글을 읽으며 저자의 마음을 가늠해본다.
나에게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평생 그리워했으나 부재했던 따스함, 버려지거나 내쳐지는 것이 아닌 받아들여짐의 상징으로서의 공간, 세상으로부터 나를 온전히 지켜주고 품어주어 숨어들 수 있는 장소다. 갓 태어난 아기같이 천진한 잠을 잘 수 있는 깊고 원초적인 공간이다. 집은 부재했던 모성이며 나의 몸 자체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는 우주이며, 끝없이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재생의 공간이다. (17쪽)

이 이야기는 자기 탐험의 끝에서 '일상'에 도달한 사람의 이야기다. 집을 가꾸고 밥을 해 먹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평생의 방황과 추구 끝에서야 가능해진, 한 여자의 이야기다.
숨 쉬고, 몸을 눕히고, 밥을 먹는 일.
비가 오고, 햇빛이 비치고, 바람이 부는 일.
평생 했지만 피해 가려고만 했던 것.
항상 곁에 있었지만 그 의미를 물어보지 않은 것.
이 글은 비로소 처음으로 본, 그 '아무것도 아닌' 세계에 대한 기록이다. (312쪽)
이 책은 스르륵 넘겨볼 것이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 꾹꾹 눌러 읽어야 진한 맛이 우러나는 책이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글에 드러나 있지만, 책 날개에 있는 글을 읽으며 그의 인생을 가늠해보고 읽기 시작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순히 '밥' 이야기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낸 고백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수많은 고뇌가 빼곡히 담긴, 일상을 살아낸 이야기이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어서 한없이 가볍게, 어쩌면 온 우주를 담아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글의 힘이 느껴지는 책이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하는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