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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애
HELENA 지음 / 보름달데이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민트 색깔의 표지 속에는 꽃 두 송이가 그려져 있다. 누가 보아도 화려한 꽃을 피운 날이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순간이지만, 조금만 더 본다면 아름다움 이면의 현실이 보인다. 떨어지는 꽃잎은 잡지 못하고 꽃술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마음은 어긋나며 분주하게 사랑을 구하는 가보다. 정중동.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만 회상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괴롭고 힘든 마음까지도 겪어내야 하는 법. 그런 마음이 이 책에 담겨 있다. Helena 에세이『구애』를 읽으며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은 오직 단 한사람에게 보여주고자 써내려가기 시작한 글이었으나 쓰면서 제가 스스로 위로받은 글들의 모음집입니다. 어쩌면 삶이라는 건 타인과 스스로에게 구애하고 구애받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가 위로를 받았듯,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책 속에서)
이 책은 4부로 구성된다. 1부 'p에 대하여', 2부 '연애라는 낙서', 3부 '어른의 성장통', 4부 '나랑 아니면'으로 나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첫사랑, 감정론, 멈칫하던 순간, 짝사랑의 다편, 그러니 그대, 너와 나의 거리, 몇 번의 사계, 보고 싶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아는 것, 추억, 내가 술을 먹는 건데, 시간이 약이라면,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방식, 한계, 합리적 의심, 사랑이 변하니, 헤어지는 중입니다, 잘못된 만남, 타이밍, 애정결핍의 진짜 의미, 연애 고자의 변명, 외면하고 싶은 것들의 배반, 타인의 삶, 잡세이, 너에게 가고 싶은 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랬으면 좋겠어, 당신이라는 거짓, 그랬단 말이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사랑에 빠진 순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그 당시의 솔직한 내 마음… 지나고 보면 문득 그때의 감정이 다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글로 써두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단 한사람에게 보여주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작은 단순히 그런 마음이었을지라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인 이야기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스스로의 역사와 사랑의 기억들이 글 속에 살아있는 것이다. 스쳐지나가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이다. 그때의 그 감성.

어쩌면 사랑은 착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네가 나를 착각했으면 좋겠다. 내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나는 변함없이 너를 사랑할 거라고. 내 착각들이 결국 진짜였던 것처럼 너의 착각이 진짜임을 증명해 보일 준비가 나는 언제나 되어 있으니까. (186쪽)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을 엿보는 것이다. 글을 읽으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생각해본다. 잊고 있던 감성을 끌어올려본다. '어쩌면 삶이라는 건 타인과 스스로에게 구애하고 구애받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며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추억 여행을 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을 읽으면 그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