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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TV쇼닥터에게 속고 있다
이태호 지음 / 오픈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생각해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서 그것을 먹지 않으면 큰일날 듯한 느낌이 드는 건강식품이 있다. 그동안 유행을 타며 새로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던 것들을 떠올려본다. 사실 어떤 건강식품이 유행을 탈 때, 정말로 방송에서 보는 엄청난 효과가 있는 건지, 누가 그 실체를 밝혀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좋다는 것을 나만 안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원하던 내용이 책으로 출간되니 반가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책은 '몸에 좋다던 건강식품의 배신'에 대해 다룬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우리는 TV쇼닥터에게 속고 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태호.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며, 국립보건원 및 식약처 심의위원,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및 한국미생물학회 이사 등을 지냈고, 현재『중앙일보』에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를 연재 중이다.
필자는 십수 년 동안 이런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여러 언론매체에 250개가 넘는 주제로 엉터리 유사과학과 쇼닥터들의 주장에 반박 글을 써왔다. 그리고 현재 연재 중인『중앙일보』의 지면을 통해서 출판사와 연이 닿아 그 글들을 간추리고 묶어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더 이상 소비자들이 쇼닥터의 농간에 속지 않고 올바른 건강 상식을 가지는 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13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건강식품의 배신', 2장 '그거 진짜 몸에 좋은 거 맞아?', 3장 '건강상식, 제대로 알기', 4장 '뉴스 속 건강 핫이슈'로 나뉜다. 유산균에 대한 환상, 요즘 브라질너트 안 먹는 사람 있나?, 콜라겐을 먹어서 보충하라니!, 항산화제의 거품, 자작나무에는 자일리톨이 없다, 체내 지방 녹인다는 석류즙과 크릴오일 믿을 수 있나?, 식초 예찬에 초 치기, 현미가 그렇게 좋다면서요, 하루에 물 몇 잔이나 드시나요?, 변비는 있어도 숙변은 없다, 설탕의 오명을 벗기다, 밀가루는 몹쓸 식품인가?, 활성산소가 그렇게 무서운가?,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이라는 이상한 구분, 소식하면 오래 살 수 있을까?, 바외선과 피부암 선탠과 비타민 D, 비만은 오로지 과식 탓일까?, 매연은 발암물질인데 연기 쏘인 훈연식품은 괜찮을까?, 항암식품은 없다, 음이온에 대한 맹신이 불러온 라돈 사태, 살균제 몸에 나쁘지 않은 게 없다, 커피의 두 얼굴, 방부제는 억울하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텔레비전을 틀면 의사, 한의사, 식품영양학자 등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어떠한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해결책으로 건강식품을 언급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방송을 보다보면 그들의 입담에 조금씩 설득이 되고, 어느 순간 그것을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방송이 끝나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해당 건강식품을 판매하고 있어서 한 번더 마음이 흔들리고, 시장에 가면 몸에 좋다는 그 식재료를 선전 문구와 함께 진열해놓고 팔기도 한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보면 종편이 생기고 나서 '쇼닥터'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고 한다. 의사 신분으로 방송 매체에 출연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일부 의사를 쇼닥터라고 한다는 것이다. 가끔 방송을 보아도 솔깃하며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데, 이런저런 거품을 빼고 납득할 만한 정보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유용한 정보를 중립적으로 제공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산균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온다. 사실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다가 내 몸을 위해서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에 텔레비전을 틀면 여기저기 나오는 정보에 솔깃하며 얼마 전에 복용을 시작했다. 사실 좋아지는 건 기분이다.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뿌듯함과 몸이 좋아지는 듯한 기분 말고는 잘 모르겠는데,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교수팀은 프로바이오틱스가 건강한 성인에게는 아무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글을 읽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좀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당장 안 먹으면 큰일날 것 처럼 호들갑 떨며 선전하는 목소리 톤을 한 단계 낮추며 생각할 시간을 주는 듯한 느낌이다.
유산균은 건강식품 중 변원 처방이 자주 나오는 거의 유일한 제품이다. 건강식품은 약이 아니다.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먹어도, 먹지 않아도 상관없다. 결론적으로 병원 처방을 받아야 할 정도로 장 건강이 나쁜 사람만 먹으면 되고, 건강 보조의 목적으로 일부러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20쪽)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하루에 서너잔 커피를 마시며 건강을 위해서는 끊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글을 보며 한시름 놓는다. 부정적인 생각을 덜어놓는 의미이다.
여담으로 어떤 책에서 읽었던 역사 속 이야기를 적어본다.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3세는 한창 인기가 있던 커피의 유해성을 두고 논란이 일자 커피의 독성을 증명하고자 했다. 18세기 한 살인범에게 죽을 때까지 날마다 커피를 마시도록 하고, 다른 살인범은 차를 마시도록 했다. 누가 먼저 죽나 비교해 커피의 독성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감독하기 위해 두 명의 의사가 임명되었는데 이 긴 실험 동안 가장 먼저 죽은 사람은 두 의사였다. 다음으로는 1792년 왕이 암살되었고, 그 뒤 수년이 지나 두 살인범 중 한 사람이 먼저 죽었다. 83세였는데 차를 마셔온 쪽이었다. 필자도 위의 새로운 주장 탓에 커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엷어져 이제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시는 것이 습관화됐다. 다소 중독성을 의식하고 또 느끼면서. (288쪽)

물을 8잔 이상 마셔야 한다? 숙변을 제거해야 한다? 그런거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짚어본다. 현미에 대해서도 중립적인 의견이다. 설탕중독, 탄수화물중독이란 말을 통상적으로 사용하지만 이 말은 유사과학이 낳은 신조어(110쪽)라고 하니 반가운 느낌이다. 우리가 수천 년 동안 늘 먹어온 음식에 마약에나 쓰는 단어를 붙이면 되겠냐며 강조하는데, 그동안 방송이나 책을 읽으며 조절하지 못하는 나만 죄인이 되는 느낌이어서 주눅들었는데 이 글에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껏 건강상식이라고 알려진 것이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함께 짚어보는 마음으로 들여다본다.
건강에 대한 상식은 언제 뒤바뀔지 모르는 것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해도 나중에 보면 어이 없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 책도 정답을 찾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중립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한 걸음의 노력이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좋을 것이다. 지금껏 한쪽 의견만 보며 찬사만 보내고 먹지 않으면 불안한 심리가 있었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저자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 녹아 있어서 웃어가며 샅샅이 살펴보게 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궁금했던 건강식품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집중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지금껏 쇼닥터에게만 건강 정보를 듣고 믿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볼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