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보수 가짜 보수 - 정치 혐오 시대, 보수의 품격을 다시 세우는 길
송희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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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진짜 보수 가짜 보수』이다. 표지에 보면 "우리는 가짜 보수주의 횡포에 수십 년을 시달렸다"는 말이 있다. 과연 보수란 무엇일까.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온갖 의문이 생겼다. 그런 와중에 '정치 혐오 시대, 보수의 품격을 다시 세우는 길'을 담은 책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진짜 보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송희영. 조선일보에서 38년 동안 기자로 활동하며 도쿄특파원, 워싱턴지국장, 경제과학부장, 출판국장, 편집국장, 주필 겸 편집인을 지냈다.

이명박-박근혜 시대를 통과할 때나 진보 정권 시절의 무기력한 보수를 볼 때마다 보수주의의 역사와 원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보수주의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인가,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행동 방식은 어떤 것인가. 한국에는 어떤 얼굴을 가진 보수주의가 바람직한 것일까. 그런 체험과 관찰, 고민의 출산물이 이 책이다. (6쪽_서문 中)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무엇이 정치 혐오를 불러왔는가'를 시작으로, 1장 '가짜 보수의 탄생과 몰락', 2장 '한국 정치 궤멸의 주역들: 가짜 보수의 5적', 3장 '왜, 어떻게 무너졌는가: 가짜 보수의 10대 실패', 4장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보수의 조건', 5장 '다음 세대를 위한 보수 재건축의 기회'로 이어진다. 대한민국 '정치 신데렐라'의 비극, 닮은 듯 닮지 않은 한국형 보수와 진보, 가짜 보수들의 자기 파괴적 역사, '1등 국민'과 '2등 국민'으로 양극화를 부추기다, 보수주의 인간관과 국가관에 충실하라, 진영 대결의 성격 변화에 주목하라, 30년 장기 플랜을 세우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정치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세상이 상식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너무 이기적이고 과한 것일까. 개개인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어떻게까지 흘러가는지 우리는 역사의 산증인으로 정치를 바라보고 있다. '정치적 자폐증을 앓은 정치 신데렐라' 등 뒷골이 당기는 내용을 먼저 보아야 하는 것이 우리 나라 정치의 현실이긴 하다. '보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런 것이긴 하다. 하지만 사실 '보수'라는 것이 그런 뜻은 아니지 않은가.

"보수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미지의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시도된 적이 없는 것보다는 시도해본 것을, 신비로운 것보다는 사실을, 무한한 것보다는 제한된 것을, 멀리 있는 것보다는 가까이 있는 것을, 유토피아적 축복보다는 현재의 웃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영국 보수주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오크숏의 유명한 말이다. (27쪽)

 



우리 국민은 가짜 보수주의 횡포에 수십 년을 시달렸다. 가짜 보수의 독선과 전횡에 고통스럽게 살았다. 보수주의의 착한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보수 진영은 보수주의의 선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지지자를 확보할 수 없게 됐다. (364쪽)

이 책을 읽으며 보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진짜 보수와 가짜 보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의미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껏 잘못 접한 보수를 '보수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생각했던 것을 바꿔보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특히 요즘에도 어이 없는 뉴스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그동안 우리 국민이 겪은 오만하고 거들먹거리는 가짜 보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보수에 대해 큰 틀에서 생각해보며 전체를 살펴볼 수 있기에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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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명수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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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읽고 싶은 명작 중 하나가 바로『어린왕자』다. 학창시절에 읽었던 기억도 있는 데다가 성인이 되어서 읽어도 손색이 없다. 잊을 만한 때 쯤에 다시 한 번씩 읽고 나면 항상 나에게 무언가를 선물처럼 건네는 책이다. 몇 년 전부터는 해마다 다른 출판사의 어린왕자를 읽어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모모북스 출판사의 어린왕자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어린왕자』를 읽어보며 오랜만에 어린왕자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본다.


 

 


책과의 만남도 여러 색깔을 지닌다. 처음 만나는 것이어서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하면서 읽기도 하고, 이미 나에게 검증된 책이어서 설레며 읽게 되는 책도 있다. 어린왕자는 나에게 겨울 무렵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을 때는 쌀랑한 날씨지만 커피 한 잔 마셔가면서 소리내어 책을 읽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양장본에 컬러 그림까지, 겉모습도 신경을 쓴 어린왕자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본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오랜만에 읽는 이 책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그림부터 양 한 마리 그려달라고 나타나는 어린왕자, 어린왕자의 별 이야기 등등 또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그리고 어린왕자가 만나는 사람들, 완전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어른들을 바라본다. 예전에는 정말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런 어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특히 가로등지기를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어떻게 그 시절에 이렇게 핵심적인 것을 잘 담아내어 글을 썼을까. 지금의 우리가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오래 남는 명작인가보다. 이번에는 여우가 전해주는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 마음에 담아본다. 사람들과의 만남에도 일종의 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들어 더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을 느끼다가 4시쯤 되면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되겠지!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나는 몇 시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결코 알 수가 없어. 그러니 의식이 필요한거야. (103쪽)

 


이 책의 마지막에는 '생텍쥐페리의 생애와 작품 세계', '작품 줄거리 및 작품 해설'이 담겨 있다. 그는 1944년인 44세 때 프랑스 본토로 정찰을 떠난 후 독일 전투기에 격추되어 사망했다고 한다. 짧은 삶이지만 오래토록 수많은 나라의 언어로, 작품으로, 살아 숨쉬는 듯하다.  


올해에도 어린왕자를 만났다. 한참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 꺼내들어 읽어도 여전히 내 마음을 흔들어놓는 나만의 명작이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어린왕자를 만날지 기대된다. 나와 일종의 의식처럼 겨울에 만나게 된다. 다음 겨울에 또다시 커피를 마시며 어린왕자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이왕이면 이 책을 어린 시절부터 만나서 주기적으로 만나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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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편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 시대의 知性들이 답한다
시사저널 편집부 엮음 / 시사저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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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시끄럽고 복잡해서 외면하고 싶지만, 문득문득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때 즈음,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표지 사진은 조정래 작가다. 그밖에 박찬종, 백기완, 손숙, 이문열, 이어령, 임권택 등의 이름도 눈에 띈다. 이런 때에 시대의 지성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다른 이들의 생각은 어떤한지, 이 책《어느 편이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어느 편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시대의 지성들이 답한다》는 창간 30주년을 맞은《시사저널》이 연중 기획으로 진행한 인터뷰 모음집입니다. 시대의 지성으로 불릴만한 분들로부터 이 갈등의 시대, 격동의 시대를 헤쳐 나갈 지혜를 들었습니다. 국회의장을 지낸 정치인은 물론 경제부총리를 지낸 경제인에서 법조인, 학자, 관료, 문화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원로들을 만났습니다. 파란만장한 일생을 드라마처럼 돌아보며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주옥같은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이들 중에는 진보로 분류되는 분도 있고, 보수로 분류되는 분도 있습니다. 지금 같은 시대에 서로 다른 이념적 성향을 가진 분들을 한 매체가 인터뷰 해 보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공감대를 이룬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이분들의 주장이 서로 부딪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또한 대판민국의 현재를 반영한다고 봅니다.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런 목소리도 들어보라고, 외면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책을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발간사 中_시사저널 대표이사 권대우)


제일 싸우기 좋은 것이 정치와 종교라고 한다. 특히 명절에 이런 이야기가 나올 즈음이면 고성이 오가기도 하니, 언급하지 말아야 속이 편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맨 정신으로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본다.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지금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인터뷰가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어느 편'이라는 것 이전에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며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 편 저 편 오가며 혼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한 사람씩 인터뷰 한 것을 담은 책인데, 역시 사람은 다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부분은 '어떻게 이런 말을' 이란 생각도 들고 뒷골이 당기기도 하며, 그러다보니 내가 너무 내 시야 속에서만 살아왔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일단 귀 기울이는 것, 그 시작으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세대간의 갈등 속에 서로에게 눈과 귀를 닫는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 이런 책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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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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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야마시로 아사코의 단편 소설 모음집『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이다. 이 책에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곤드레만드레 SF', '이불 속의 우주', '아이의 얼굴', '무전기',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아이들아, 잘 자요' 등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별 생각없이 집어들었다가 기대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옮긴이의 말에 보면 '야마시로 아사코는 공포를 중시하는 호러와 괴담을 쓰면서도 결코 이야기를 공포로 가득 채우려 들지 않는다. 공포의 여백을 메우는 것은 애틋하고 아련한 감성이다.(261쪽)'고 쓰여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말이 딱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다양한 감정이 어우러지는데, 그래서 더욱 마음을 사로잡나보다.  


 

 


이 책의 저자는 야마시로 아사코. 2005년 괴담 전문지《유》에「긴 여행의 시작」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기담 전문 작가로, 그의 소설들은 설화적 모티프와 현대적 공포 감성에 이르는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끔찍하거나 오싹한 느낌의 호러라기보다는 오래 잔잔히 맴도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상실'과 '재상'을 테마로 한 여덟 편의 이야기를 통해 몽환적인 서정 호러의 미학을 빚어낸다. 슬픔을 기조로 호러 요소를 가미한 가운데, 미스터리, 공포, SF, 기담 등 각 장르의 특색을 담아 담담한 문체와 애잔한 스토리로 전개하고 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공존하는, 죽은 자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와도 같은 작품집이다.  


첫 작품「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을 읽으며 이 소설집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오, 이거 참신한데' 소설을 읽을 때에 처음부터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때에는 그 소설을 선택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읽다보면 괜찮겠지'라며 읽어나갈 때면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치곤 한다. 푹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찾아서, 이왕이면 처음부터 나를 휘어잡는 소설을 만나기를 기대하며 책을 집어든다. 그런데 이 책, 바로 이 책이 그런 느낌이다. 뿌듯하다.


'호러'라는 단어로 만들어진 선입견 때문에 안 읽었다면 아쉬웠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의 상황은 어느 부부에게 중년 남자의 귀신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어느날 갑자기 귀신이 보인다면, 그것도 계속 같은 사람이 보인다면 그가 누구인지 찾아보고 싶어질까? 현실에서 있을 법한 소재인데다가 나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나도 이들과 다르지 않을 듯한 느낌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계속 집중해서 읽어나간다.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은 뭔지 모르게 울컥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은 소설을 읽다보면, 그 의미가 더욱 애잔하다. 정상이라면 좋겠다는 게 아니라, 정상이라면 불행하다는 것이다. 눈 앞에서 전 남편과 딸아이가 트럭에 치여 숨지는 것을 본 주인공은 정신질환에 시달린다. 딸 유코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정상이라면 실제로 여자아이가 목소리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니까, 내가 정상일까 봐 우려해야 한다니 얄궂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주인공의 머리에서 날조한 환청이 아니라 공기를 타고 퍼져나가는 전파라면? 예상 밖의 전개에 화들짝 놀라 멈출 수 없이 읽어나갔다.


사람들에게는 취향이 있는 법. 하지만 그것은 때에 따라 달라진다. 그동안 당연하다는 듯이 '나는 호러 별로야'라고 생각해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함부로 그런 말을 내뱉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 만큼은 매료되어 빠져들어 읽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이런 거 완전 좋아' 라는 느낌으로 읽어나갔으니, 취향까지 바꿔버리는 매력덩어리 소설이다. 여운이 꽤 오래 남는 소설이기에 '호러'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는 사람이라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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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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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제주』에서였다. 지금 시대에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총망라해놓은 느낌이 들었고, 누군가 역사의 한 점을 찍어야하는데 저자가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정일 작가의 신간이 나오자마자 이 책을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이다. 한국의 사찰을 직접 답사하는 기분으로 이 책『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를 읽어나간다.  


"깊은 산 속에 들어앉은 고찰

꽃, 나무, 깊숙한 곳의 선방

모든 시끄러움, 이곳에서는 모두 사라지네."

_당나라 때의 시인 고적의 <고상시집>에 실린 시 (책속에서) 


 

 


이 책의 저자는 신정일.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하여 금강, 한강,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5대 강과 압록강, 두만강, 대동강 기슭을 걸었고,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했으며, 400여 곳의 산을 올랐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는 화암사, 태안사, 청량사, 관룡사, 용문사, 상원사, 사나사, 미황사, 청량사, 장곡사, 삼화사, 청평사, 천관사, 운주사, 남장사, 북장사, 수종사, 고달사, 신륵사, 동학사, 갑사, 봉서사, 송광사, 위봉사, 회암사, 무위사, 도갑사, 청룡사, 석남사 등의 우리 나라 사찰 답사기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처음에는 원효와 의상이 수행했던 신라 명찰 화엄사가 나온다. 원효와 퇴계, 공민왕의 흔적이 서린 영남 사찰의 대명사 청량사에도 가보고,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호남 불교문화유산인 전라남도 해남 미황사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본다. 속세의 번뇌를 씻겨주는 동해의 산사 수행처인 삼화사에는 정말 언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찜해놓는다. 정약용 가문의 순교의 상흔이 서려있는 마재와 천진암 이야기도 새롭다. 이 책을 읽으며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며 지식을 충족시키며, 방 안에서 한국 사찰들을 답사하는 듯한 흥미로운 시간을 보낸다.

 


옛날이야기를 듣는 어린 아이가 된 것 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 책에 담긴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직접 여행은 하지 못하더라도 크게 아쉬울 것 없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이 책에 담긴 그곳의 사진을 보며 각종 자료에서 뽑아낸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지적 호기심이 충족된다. 전국 방방곡곡의 사찰 답사를 떠난 듯하다. 그동안 들러본 사찰 몇 군데는 별다른 지식이 없어서 그냥 '사찰이네'라는 생각으로 바라보기만 했는데, 이 책이 사찰 가이드를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장소든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그곳에 숨결을 불어넣는 듯 생생해진다. 그 시절의 그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그 장소에 담아놓았는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면 흥미롭게 듣게 되고 그곳이 달리보인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 혼자 그곳에 가더라도 절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한 권의 책을 통해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으로 접하는 것이다. 그곳에 얽힌 이야기, 전설, 가는 길의 배경 등을 이 책을 읽으며 눈 앞에 그려본다. 이야기가 잘 녹아든 사찰 답사기여서 이 책을 읽고 우리 사찰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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