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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 -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보 로토의 ‘다르게 보기’의 과학
보 로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9년 12월
평점 :
이 책의 머리말을 읽다보면 단박에 이 책만의 특별함을 느끼며, 구체적인 내용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눈을 떴을 때,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습은 실제 모습 그대로일까? 우리는 과연 실재를 볼까?'라는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왔지만, 이번에는 신경과학이 그 답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못하는데, 우리 뇌가 그렇게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역설이다. 뇌는 우리가 지각하는 것이 객관적 실재라는 인상을 주지만, 지각을 가능케하는 감각 과정은 실제로는 우리를 실재에 직접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다. 사실, 신경 연결의 수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 뇌가 사용하는 정보 중 눈에서 오는 것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뇌의 다른 부분들에서 오는데, 이 나머지 90%가 바로 이 책에서 주로 살펴보려고 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지각신경과학을 사용해 우리가 왜 실재를 제대로 지각하지 못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9~10쪽)
신경과학이 알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보 로토. 영국 런던 대학교 신경과학 교수이다. 세계 최초의 신경-디자인 스튜디오인 부적응자 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이 실험 스튜디오는 인간-학문-제도 사이의 경계를 잇는 독특한 관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신경을 쏟고 있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머리말 '부적응자 연구소'를 시작으로, 1장 '색과 착시', 2장 '정보는 무의미하다', 3장 '감각 이해하기', 4장 '착각에 대한 착각', 5장 '왕자가 되길 꿈꿨던 개구리', 6장 '가정의 생리학', 7장 '미래 과거 바꾸기', 8장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다', 9장 '의심을 찬미하라', 10장 '혁신의 생태계'로 이어지며, 새로운 시작' 왜 일탈해야 하는가?'로 마무리 된다.

이 책을 읽고자 펼쳐들면 이런 글이 있다.
유일한 진짜 발견 여행은……
다른 눈을 가지는 것,
다른 이의 눈을 통해 우주를 바라보는 것.
_마르셀 프루스트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두꺼운 과학책이라면 난해하리라는 편견이 조금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반부터 그 생각부터 깨며 시작된다.
저자는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총동원해서 이 책을 전위적으로 읽어나가게 만든다. 다양한 예시와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가 다르게 볼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준다. 두꺼운 과학책이어서 혹시나 이 책을 읽을지 말지 망설인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읽어보기를 권한다. 재미있을 것 같지만 어려울 것도 같아서 약간 고민했지만 읽어보니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듯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다르게 보기의 과학을 제대로 흥미롭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관점을 바꾸고 생각을 달리하는 것 자체가 마음을 새롭게 하고 설레게 만든다. 예를들면 이런 문장을 보았을 때 드는 생각이다.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답을 들으면 여러분은 깜짝 놀랄지 모르겠다.) 그 답은 바로 우리는 망상에 자주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167쪽)
망상의 힘은 우리에게 상상을 하게 만들고, 정말로 놀라운 것은 상상을 통해 우리가 실제로 자신의 신경세포(그리고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고, 따라서 지각적 행동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지금껏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묘하게 설득되다가 어느 순간 동의하며 푹 빠져들어 읽어가게 되는 책이다. 차근히 생각에 잠기며 읽다보면 내가 보던 우주가 달라진 느낌이다. 참신하다.
결국, 우리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바꾸는 것을 통해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_올라퍼 엘리아슨, 조각가이자 공간 연구자
이 책은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보 로토가 들려주는 '다르게 보기'의 과학을 담은 책이다. 기대 이상의 책이었고, '세계적인 신경과학자'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책이다. 여전히 내 뇌 속에서는 약간의 혼란과 방황, 호기심이 꿈틀대고 있고, 저자의 말처럼 처음에 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덜 알게 만드는 데에 성공했지만, 이런 경험을 혼자만 하지 않고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