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산에 산다
최성현 지음 / 시루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는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을 동경했지만, 내가 생각하던 '자연'은 문명의 혜택을 받아야만 하는 정돈된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기나 벌레도 없어야 하고, 여름에는 에어컨과 제습기로 습기도 줄여야 하니, 사실은 현대 문명이 닿지 않는다면 나는 감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산에 산다는 이야기는 나의 동경과 호기심을 한몸에 받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그래서 산에 산다》 개정판이다. 표지에 보면 '인디언-법정-데이비드 소로-니어링 부부-후쿠오카 마사노부-야마오 산세이-리틀 포레스트를 잇는, 같으면서도 다른 바보 이반 최성현의 세계!'라는 글이 있으니 더욱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며 한국판 자연인 체험기를 엿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최성현. 산에서 살고 있다. 자급 규모의 논밭 농사를 자연농법으로 짓고 있다. 자연농법의 철학과 실제를 탐구하는 작은 모임 지구학교를 열고 있다.

'조화로운 삶'이라는 출판사에서 2006년에 '산에서 살다'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책이다. 그 책을 '가디언'에서 다시 낸다. 몇 편은 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글을 새로 썼다. 글의 차례도 바꿨다. 이렇게 더 나은 모습으로 그 산에서 살며 겪은 이야기를 다시 소개할 수 있도록 해준 가디언 출판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10쪽, 개정판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산에 사는 바보', 2장 '밭에는 흙, 얼굴에는 미소', 3장 '땅이 웃는 날', 4장 '친구들', 5장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뉜다. 서울에 온 주름조개풀, 콩 여섯 알, 벼농사를 짓는 기쁨, 가을 잔치, 어디까지 내 집인가? 별이 키우는 풀, 자급자족, 산이 차리는 밥상, 여행하는 새의 가르침, 농사와 경전, 햇살 거두어들이기, 불을 피우며, 땅이 웃는 날, 밤을 까 주는 청설모, 집쥐와 지혜 겨루기, 말벌과의 싸움과 화해, 1일1엽서, 하이쿠 열다섯 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는 산으로 둘러싸인 외딴 오두막에서 20년을 살았다고 한다. 서른둘이었던 1988년 3월에 그곳에 갔고, 그곳을 떠나온 건 2008년 11월이었으니, 20년 5개월을 산 것이다. 지금은 강원도에 살고 있고, 여전히 산에 살고 있다고 한다. 변함없이 자연농법을 바탕으로 자급 규모의 논밭 농사를 지으면서 말이다.



사실 나도 귀촌을 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자급자족할 밭 정도는 내 힘으로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오일장에서 호미를 사려고 하니, "그냥 사 드시지?"라는 이야기로 김을 빼기도 했고, 씨앗을 심었더니 동네 새들이 아침부터 거하게 짹짹거리며 잔치를 벌여 다 먹어버린 적이 있다. 큰맘 먹고 모종을 사서 심었는데, 약 안쓰고 키우려다가 벌레들에게 죄다 강탈 당한 경험도 있다. 방치하면 안 되는 건데 알아서 클 거라는 생각이 나의 첫 농사를 대실패로 장식하게 만들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올레길을 걸으며 보았던 질서정연한 밭의 풍경을 보며 예전에는 '아름답다!'고 감탄하면서 풍경만 보았는데, 이제는 그렇게 만들어나간 사람들의 땀과 노고, 그들의 시간이 함께 보인다. 수시로 잡초도 뽑아주고 발소리 말소리 다 들려주어야 하니, 그쪽으로는 한없이 게으른 나는 '농사'라는 것을 그해로 그냥 포기해버렸다.

그래서 자연농법을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쫑긋한 마음으로 집중한다.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 사람들이 바람직한 농업을 이야기할 때 자주 써먹는 유명한 말이 있다.

콩 세 알을 심는다.

한 알은 새를 위해.

한 알은 벌레를 위해.

나머지 한 알은 사람을 위해.

사람의 몫은 세 알 가운데 한 알이다. 대단한 양보다. 그렇게만 된다면 사람만이 아니라 새와 벌레까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가진 것을 나누며 사이좋게 사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리라. (33쪽)

아, 이 이야기를 그때 알았더라면, 나는 조금이라도 내가 먹을 분량이 나왔다는 것에 고마워하며 계속 농사의 경험을 쌓아갔을까? 아니다. 계속 읽다보면 포기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100평쯤 옥수수 심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새가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렸던 일화를 들려주었고, 한 해는 콩으로 같은 일을 당했다며, 새들이 잔치를 하고 쥐들이 먹어치운 일화도 들려준다. '맞아, 맞아' 웃으면서 읽어나간 것은 비슷한 경험에서 오는 공감에서일 것이다.

이렇게 저자의 이야기와 내 경험에서 나온 생각에 교차점을 느끼니 더욱 활력을 얻으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글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더욱 적극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었다.



처음 책장을 넘길 때에는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흥미롭게 읽어나갈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제목과 소재, 표지에 보이는 사진에서 오는 느낌, 그 모든 것보다 기대 이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무언가 특이한 사람이거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나 대신 대리경험을 한 자연 이야기를 내 눈높이에서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신선한 자극이 되는 에세이다. 읽고 공감하고 생각에 잠기며 이 책과 함께 보낸 시간이 한참 동안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장마철도 지나고 가을비라고 여겨지는 비도 한 차례 내렸으니 이제 본격적인 가을날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우중충함이 느껴진다. 조금만, 조금만 하는데 언제까지 버텨야 하나. 그래도 태풍에, 코로나에, 사람도 환경도 내 편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 오뚝이처럼 정신 차리고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인간의 회복탄력성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오늘도 이렇게 버틴다.

'가와이 간지' 하면 신선한 느낌의 매력적인 추리소설 『단델라이언』이 생각난다. 제목은 생소했지만 '민들레'라는 뜻으로 사자의 이빨 또는 송곳니라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며 '그렇게 귀여운 꽃에 이토록 사납기 그지없는 이름이 붙어 있다니'라는 띠지의 글에 호기심이 마구마구 생겼던 것을 기억한다. 허를 찌르는 상상력과 살인 사건의 결합으로 여름밤을 하얗게 지새웠던 그때를 떠올리며 '가와이 간지'의 소설이라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와이 간지는 2012년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미스터리대상에서 『데드맨』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수상 당시 평단으로부터 "데뷔작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작품은 『스노우 엔젤』이다. 이 책은 마약과 도박을 이용해 이 세상에 '쾌락의 천국'을 건설하려는 자들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어떤 범죄든 마다하지 않는 추락한 자들 간의 암투를 그린 범죄소설이다.



이번 작품 『스노우 엔젤』은 이미 소개된 『데블 인 헤븐』의 속편이자 전일담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작이 2020년 도쿄 올림픽-실상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연기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지만-을 기점으로 하여 다가올 미래의 이야기를 그려냈다면, 『스노우 엔젤』은 2017년 무렵의 현재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401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먼저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스노우 엔젤'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무엇이 떠오르는가? 순수하고 환상적인 아름다운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실상 이 소설은 범죄소설이다. '스노우 엔젤'이 순수한 천사님을 의미하고 아름답고 착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면. 이 책은 아무런 매력이 없을 것이다. 정반대의 의미를 담으며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내보여준다는 점에서 그것부터 반전매력을 뿜어낸다.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바로 '스노우 엔젤'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스노우 엔젤이 무엇인지 여기에 적었다가 지워버렸다. 만약 내가 그것을 알고 이 책을 읽어나갔다면 긴장감이 반 이상 떨어져나갔을 것이다. 혹시라도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스톱!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나. 정반대의 격렬한 이미지 앞에서 불꽃튀는 마음속 전쟁은 이미 시작이다. 눈앞의 이미지에 자극을 받으며 자연스레 이 소설에 집중하게 된다.

…평생을 걸고 찾아 헤맨 끝에 마침내 손에 넣은 궁극의 은총. 그 손짓은 한없이 다정하고, 치유는 끝이 없으며, 아낌없이 주기만 할 뿐 앗아가는 법이 없다. 그것은 마치…. 깨끗하고 순수한 눈옷을 걸친, 천사와도 같은……. (13쪽)



도입부를 읽다보면 머릿속에 장면이 떠오른다. 마치 영화 첫 장면을 보는 듯하다. 속도감 있게 일련의 사건들이 다다닥 펼쳐지고, 그 다음으로 한 박자 가다듬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 말이다. 도입부의 매력이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는 데에 추진력을 준다면, 그 다음은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내 마음을 얼마나 잡아끄느냐에 달려있다.





소설은 몰입감이 뛰어난 것이 중요하다.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달 후에 처리해야 할 일까지 생각난다는 것은 그 책을 읽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책은 당장 해야할 일도 잊고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게 만든다. 일단 펼쳐들면 그렇게 될 것이다. 게다가 속도감 있게 전개하면서도 심리묘사는 놓치지 않는 가와이 간지만의 스타일이 시선을 잡아끌어 끝까지 몰고 간다.

그렇게 백미터 달리기를 하듯 마지막까지 몰아치며 단숨에 읽어나가는 것도 괜찮다. 이 소설은 눈앞에서 영화속 장면이 펼쳐지듯 속도감 있게 몰아치니 말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여운과 함께 작가의 다른 책들도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럴 때에는 책 뒤쪽 날개를 보면 '작가정신 가와이 간지 미스터리 걸작선' 소개가 되어 있으니 그 중에서 골라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권의 정석 - 위치 하나로 월 매출 10배 차이 나는 상권의 정석 1
정양주 지음 / 라온북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한 권으로 끝내는 상권 분석 교과서 『위치 하나로 월 매출 10배 차이 나는 상권의 정석』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상권분석 안 하고 장사하세요?" 내게 맞는 대박 상권과 대박 입지는 따로 있다는데……. 창업을 하기 위해 상권 분석을 어떻게 해야할지 전문가의 시선으로 짚어주는 것이다.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상권의 정석'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정양주(상점도사). 상점컨설팅 대표이다. 상권분석, 점포개발, 상가투자에 대한 강의 및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 책은 18년째 점포 관련 업무를 하며 보고 겪은 일들을 망라한 결과물이다. 예비 창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상권분석에 대해 알고 창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9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장사의 8할은 상권이 결정한다'를 시작으로, 1장 '안 망하려면 상권분석부터 하라', 2장 '아이템에 맞는 대박 상권을 찾아라', 3장 '사람이 모이는 대박 입지를 찾아라', 4장 '예상 매출액을 바탕으로 사업타당성을 분석하라', 5장 '업종별로 입지 전략이 달라진다', 6장 '무료로 활용하는 빅데이터 상권분석시스템'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로 마무리 된다.



창업을 생각한다면 안전하게 프랜차이즈 중에 골라보거나 막연히 음식 장사 중에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검색이나 설명회 등의 방법으로 정보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상권과 입지 분석은 방법을 모르니 생각지도 못하고 보장되지 않는 핑크빛 미래에 기대어 무조건 고~를 외치며 달려갈 것이다. 정말 위험한 일이다. 특히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 말려야만 할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거나, 스스로가 앞만 보고 무작정 전진 중이라면, 일단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꼭 짚어보아야 할 부분을 야무지게 체크해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니 말이다. 특히 다양한 예시를 통해서 조목조목 알려주니, 다른 일을 진행하기 이전에 이 책부터 읽으라고 하고 싶다.





저자는 뛰어난 입지 발굴과 남다른 상권분석 능력으로 성과 창출에 큰 역할을 수행했던 개발 전문가다. 대한민국 유통업계 1위, 롯데쇼핑의 상권분석과 점포 개발 노하우가 이 책에 잘 투영되어 있다. 특히 예상매출액에 기반한 사업 타당성 분석은 출점 전에 거쳐야 할 기본이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도 과학적이고 고도화된 개발기법을 잘 활용한다면 좋은 입지 창업뿐 아니라 대내외적인 환경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점포를 창업할 수 있을 것이다. 힘든 불황의 시대에 좋은 입지에 출점하기 위한 지침서로 추천한다.

_롯데쇼핑(주) 슈퍼사업부 상무 나종갑

정신없고 바쁘다고 해도 곳곳에 박스로 된 '핵심 정리'가 있으니 하나씩 짚고 넘어가며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어쨌든 창업을 한다면 일단 상권분석을 해야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 책이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사업에 대한 의욕이나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니 창업을 하고자 한다면 이 책부터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희곡 『심판』이다. 이번에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름 만으로 선택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소설이든 희곡이든 베르베르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독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죽음, 전생을 소재로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다. 『심판』은 베르베르가 『인간』 이후 다시 한번 시도한 희곡이며, 천국에 있는 법정을 배경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이 펼치는 이야기라는 정도의 스토리만 기억하고, 이 책을 얼른 펼쳐들었다.



『심판』은 베르베르가 『인간』 에 이어 다시 한번 시도한 희곡으로, 천국에 있는 법정을 배경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이 펼치는 설전을 그렸다. 주인공이자 피고인은 폐암 수술 중 사망한 아나톨. 그는 자신이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이자 가장, 좋은 직업인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검사는 생각지도 못한 죄를 들추어낸다. 프랑스에서만 4만 부 이상 판매된 『심판』은 희곡이면서도 마치 소설처럼 읽히며,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가 빛나는 작품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3막으로 구성된다. 1막 '천국 도착', 2막 '지난 생의 대차 대조표', 3막 '다음 생을 위한 준비'로 이어진다. 등장인물은 피고인 아나톨 피숑, 피고인 측 변호사 카롤린, 검사 베르트랑, 재판장 가브리엘이다.

폐암 환자 아나톨 피숑의 수술 장면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체계로 가게 된 아나톨. 거기서부터 펼쳐지는 이야기가 희곡으로 담겨 있다. 물론 형식은 희곡이지만 소설처럼 읽힌다. 눈앞에서 연극처럼 펼쳐지는 장면이 상상되면서 말이다.

지난 생을 돌아보고 다음 생을 결정짓는 심판,

천생연분을 몰라본 죄, 재능을 낭비한 죄……

피고인은 자신의 죄를 인정합니까?

(책 뒷표지 중에서)




 

사실 이번에도 죽음과 전생, 환생 이야기를 소재로 하니 참신함은 솔직히 떨어졌다. 하지만 대화로 이루어진 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생생함과 생동감이 느껴져서 유쾌하게 술술 읽어나간다. 분명 죽음이라는 소재는 어둡고 무겁다고 생각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의해 구성된 스토리는 얼렁뚱땅 좌충우돌의 느낌이어서 소재에서 오는 무게감을 빼고 가볍게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가볍게 읽어나가다가 문득 훅 마음에 들어오는 내용 앞에서 멈춰선다.

베르트랑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그걸 여기서는 아주 좋지 않게 보죠!

아나톨 그때는 소심했거든요.

베르트랑 그건 변명이 될 수 없어요. 두 사람은 완벽히 조화로운 커플을 이루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죠! (132쪽)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도 죄라면 더 열심히 살아보아야겠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그 법정에 서는 날, 나에게는 어떤 죄목이 있고, 다음 생은 어떻게 결정될까? 상상을 펼치는 시간을 갖는다.





 

1,2,3막을 거쳐 이 책을 읽어나가며, 우리가 태어나서 죽는 것까지, 그리고 죽음 후의 다음 생까지 생각하게 된다. 죽은 후 심판이 벌어진다면 어떤 상황일까? 태어나고 싶은지, 태어나기 싫은지, 그 사람의 과업에 따라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생과 사에 대해 생각해본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살아 있는 캐릭터가 작품을 한결 더 몰입해서 읽도록 만든다. 일단 집어들면 단숨에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앉은 자리에서 읽어나가게 된다.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다. 희곡으로 표현된 글도 느낌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립생활보다 시간독립부터 먼저 하셔야겠습니다 - 일과 삶의 밸런스를 위한 ‘시간독립 프로젝트!’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제목을 보며 무언가 쿵 하니 마음에 와닿는 느낌을 받는다. 독립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여기저기 끌려다니고 내 시간을 온전히 쓰지 못하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하루가 너무 짧다고 투덜거릴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그런 필요성에 의해 이 책 『독립생활보다 시간독립부터 먼저 하셔야겠습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1시간 60분, 1일 24시, 1년 365일,

시간은 공평하다.

그런데

똑같은 자산을 가지고 사용하지만

결과는 다르다!

나와 같은 선상에 있었떤 사람들을

오랜 시간이 지나

만나게 될 때,

우리는 시간이 만들어놓은

다른 결과를 보게 된다!

책 속에서

하루 관리가 잘되는 사람이 1년도 잘 관리한다. 잘 관리된 1년들이 모여, 평생이 된다. 자기 시간에 단호한 사람이 훨씬 여유로운 삶을 산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여러분이 가져야 할 '1순위 습관'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돈을 아끼는 짠돌이만큼, 시간을 아끼는 시간 자린고비들이 많다. 돈도 있는 사람이 더한다는 말처럼 시간을 아껴본 사람이 시간의 소중함을 안다. 그래서 그들은 똑같이 주어진 물리적인 시간을 자신만의 주관적인 시간으로 소중하게 쓴다. 이 책을 통해 시간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우쳤으면 한다. 그래서 새로운 각오로 출발할 수 잇는 작은 계기가 된다면, 필자로서는 영광일 것이다. (9쪽,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은 INSIGHT, ATTITUDE, STRATEGY, ACTION 등 총 4부로 구성된다. 물리적 시간 vs 주관적 시간, 시간독립, 몰입, 고민거리, 단순함, 즐거움, 재충전, 시간 도구, 미루기 병, 생활 패턴, 의사 결정, 매몰비용, 습관, 정리 정돈, 생애 설계, 계획, 희망사항, 목표, 시간 낭비, 자투리 시간, 새벽 시간, 스타트, 타이밍, 행동, 데드라인, 프레젠테이션, 설득, 회의 등 28가지 이야기를 펼친다.



시간관리에 관한 내용이 집약되어 있는 책이니, 이 책에 있는 내용을 모두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한다고 하더라도 이 중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나 깨달음이 있는 부분을 선택해서 삶에 적용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도요타 방식의 정리정돈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도요타에서는 "언젠가 필요할지 몰라."라며 버리지 않는 것을 '모든 악의 근원'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비용은 들어가는 거라고. 그래서 도요타맨은 '버리기 아까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요없는 것'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 훨씬 더 '아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시간독립을 위해서라도 정리는 필수다.

정리한다는 말은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필요 없는 것'은 버린다는 의미다. 정돈한다는 말은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꺼낼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정렬한다는 말은 '단순히 물건의 배치만 가지런히 바꾼다'는 뜻이다. (127쪽)



타임 푸어에서 벗어나는 길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일, 중요한 일과 긴급한 일, 쉬운 일과 어려운 일, 뜻밖의 일들로 항상 복잡하다. 그럴수록 우선순위를 잘 선택해야 한다. (30쪽)

일과 엄마로서의 역할 모두에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타임푸어가 된 기자이자 여성인 브리짓 슐트의 일화를 보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의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즉, 우선순위를 정해서 중요한 일에 몰두하고, 나머지 일들은 미루거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방법으로 시간 부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며 나의 일상을 조금은 다르게 재정비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관리를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책이니,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시간관리가 잘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