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 같이는 아니지만 가치 있게 사는
권미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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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어르신들의 잔소리가 음성지원되는 듯하다. 그래도 결혼은 해야한다는 둥, 아이는 낳아야 된다는 둥, 말도 안 된다며 화들짝 놀라실 듯한 모습이 상상된다. 그들은 당신 자식들뿐만 아니라 남의 자식들까지 결혼 문제에 신경쓰느라 바쁘시다. 그 시대에는 당연한 것이었고 자식 결혼을 못 시키면 조상님 뵐 낯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말씀하시며 그렇게 집착하신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부모들은 자녀가 고독사할까 걱정돼 결혼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는 하려고 애써보지만 어떨 때는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다른집 자식 이혼까지도 입방아에 오르내리면 왜들 그러시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혼가지고 다른 이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정말 아니지 않나. 그냥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며 넘어가곤 한다.

지금껏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당당하게 '비혼 여성'이라는 단어를 책 제목에 쓰면서 결혼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책을 읽은 적이 있던가. 곰곰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먼저 '비혼'을 내세우며 자신의 인생에 당당한 모습에 이끌렸다. 특히 '같이는 아니지만 가치 있게 사는 삶'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권미주. 개인심리상담가로 살아가고 있는 40대 비혼 여성이다. 여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자연스레 심리상담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비혼 여성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심리상담센터를 개소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곳에서 여성문제, 심리상담과 관련하여 강의를 하고 있다.

어느 순간, 결혼하지 않은 나 스스로가 나에 대해서 초라하게 느낄 때,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고 초조할 때가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싱글 여성들이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알았습니다. 그건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안고 가는 삶의 무게라는 걸.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아이가 있든 없든, 제일 중요한 건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당당할 수 있고,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랑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책에는 그런 이야기들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여섯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왜 우리는 더 이상 결혼을 꿈꾸지 않을까?', 챕터 2 '혼자인 삶, 나를 바라보는 나의 눈', 챕터 3 ''혼자'인 나의 시간 점검하기', 챕터 4 '혼자라서 더 이런가? 둘이 있어도 마찬가지', 챕터 5 '진짜로 독립한 삶을 살아가기', 챕터 6 '느슨하고 불안한, 그러나 함께여서 좋은 우리들의 연대'로 나뉜다. 1인 결혼식을 올리는 시대, 나만 싱글인 건 아냐, 가장 무책임한 말 :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우리 가족'이라는 신화, 멀쩡한 데 왜 싱글이래?, 굳이 나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둘이 있으나 혼자 있으나 인간은 외롭다, 가장 친밀한 대상이 꼭 남편일 필요는 없다, 혼자 아파도 119는 부를 수 있다, 싱글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등의 글이 담겨 있다.




 

'1인 결혼식'을 올리는 시대라는 글부터 시작된다. 솔로 웨딩이 전 세계적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일본 교토에는 독신 전문 여행 업체가 판매하는 이틀짜리 솔로 웨딩 패키지가 있다고 하고, 여기에는 웨딩드레스, 부케, 미용, 리무진 대여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는 이미 유럽, 미국 등에서 성행하고 있다는데 유별나게 왜들 이럴까 생각된다면 이 글을 읽어보면 어떨까.

비혼식을 한다는 건 내가 더 이상 '결혼'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치지 못한 미성숙한 어른으로 대접받지 않겠다는 나의 표현인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러한 의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비혼식(1인 결혼식)을 선택하는 이들을 이제 낯설고 희한한 삶의 방식을 표방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당당하고 자신 있는 자기 삶의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동의해야 하는 시대에 서 있다. (18쪽)



결혼에 대해 흔히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말하지만, 이제는 결혼생활의 고달픔을 드러내는 말 대신 '해도 행복, 안 해도 행복', 혹은 '해도 행복, 안 하면 더 행복'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게 아닐까(45쪽) 의견을 제시한다. '해도 행복, 안 해도 행복'이 마음에 든다. 인생사 자신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더 고달파지기도 하는 법이니, 이왕이면 좋은 방향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직접 목격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떠올라 울컥했다. 정치나 종교 소재의 이야기나 취업, 결혼 등의 여부를 묻는 이야기는 명절에도 금기어 삼아야 할 정도이다. 잘못 꺼냈다가는 뒷골 당기는 것은 물론 싸움이 일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저자의 어머니는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 "요새는 결혼 안 하는 사람도 많아. 자기 인생 산대." 등의 이야기를 하시며 변명을 일삼으실 거라는 현실적인 생각도 떠오른다. 그래서 더 이 책의 출간은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싱글로 살아가는 삶. 그건 특별하지도 특이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많은 삶의 형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그 삶을 살아가는 나를 대하는 나의 태도입니다. 그러니 부디 우리 자신을 반짝이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같은 삶의 형태를 가지고 함께 걸어가고픈 누군가를 이 책을 통해 만난다면, 그리고 함께한 이들의 삶을 기쁘게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결혼을 해서 가족을 이루는 것 외의 다양한 삶의 모습도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목소리를 들어본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니 보다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결혼을 하네 안 하네의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또한 삶의 한 형태로 보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며 비혼 여성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권한다.

이담북스 서포터즈로 제공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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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신 100법칙 - 이기는 투자의 백 가지 철칙
이시이 카츠토시 지음, 오시연 옮김 / 지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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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깝다. 위기감이 느껴졌을 때, 동학개미운동을 일으키기 전에 나도 살짝 주식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우물쭈물하다가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은 주식을 대하는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르면 올라서 걱정, 내리면 내려서 걱정이니, 도대체 언제 끼어들 것인가? 그것이 나도 알고 싶다.

일단은 책을 통해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주식 투자를 해온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 책은 주식 시장서 오랜 세월 이겨낸 투자자가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주식의 신 100법칙》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시이 카츠토시. 경제평론가. 1939년생이다. 단타 거래 대응 방식, 주식 차트를 보는 법, 5분봉 차트, 세력주에 관한 서적을 300권 이상 출간했다.

이 책은 '주식으로 수익을 내고' '자산을 만들기 위한' 100가지 법칙을 다룬다. 45년간의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열정을 담아 그 내용을 전한다.

솔직히 수없이 실패하고 넘어졌다.

그러나 그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실패를 극복하고 이 책에 쓴 100가지 법칙을 참고로 당신은 주식 투자의 승자가 되기를 바란다. (5쪽 서문 중)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 '이 시대 시장의 움직임 15가지 법칙', 2장 '시장을 움직이는 15가지 법칙', 3장 '매매 타이밍의 9가지 법칙', 4장 '기술적 기법의 15가지 법칙', 5장 '숫자의 신이 되는 6가지 법칙', 6장 '종목 선택의 9가지 법칙', 7장 '투자전략의 신이 되는 14가지 법칙', 8장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처하는 8가지 법칙', 9장 '주식 거래로 패배하는 9가지 법칙'으로 나누니다. 주식에 관한 총 100가지의 법칙을 살펴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100가지 법칙을 알려주고 있다. 100가지를 담기에는 책이 얇은 경향이 있다. 그만큼 핵심만 콕 짚어서 군더더기 없이 들려준다. 저자가 오랜 기간 주식 투자를 하면서 체득한 그 법칙들을 잘 다듬어서 핵심만 전달하는 것이니 읽어넘길 것이 아니라 하나씩 기억하고 새겨야할 것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주식 시장은 더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알 수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주식 초보라면 주식 좀 한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무조건 듣고 실행하거나 특히 요즘같은 경우에는 인터넷 정보도 조금만 찾아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는데, 인터넷상으로 유명 블로거나 인플루언서라는 사람들이 주식 정보를 유료 메일이나 문자, SNS로 흘려서 수십만 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과 고리로 서로를 직결된 블로거측이 수익을 낼 기회는 확실히 많을 텐데 그 이유는 그 메일을 기다리는 회원이 유력한 매수 세력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터넷에 떠도는 그럴듯한 정보에 낚이지 말라고 경고한다.

아무리 그럴듯해도 세력의 정보를 100% 믿지 마라.

세력은 중심 그룹이 확실하게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 '모든 정보와 인원'을 총동원한다. 그들의 먹이가 되고 싶지 않다면 항상 탐색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67쪽)



 

100가지 법칙을 짤막하게 살펴볼 수 있는데, 사실 쉽지 않다. 흔히 다들 아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면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생각은 들기 때문이다. 주식초보자라면 특히 이 정도는 파악하고 뛰어들어야 눈뜨고 코베이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법칙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며 마음에 담아보는 것이 먼저다. 특히 97번 법칙, '매일 주식 매매를 해야 한다면 당신은 매매 중독이다'라고 하는데, 매일 신경 쓰고 매매를 할 것이 아니라 요즘처럼 주식 거래를 해서 손실이 나는 날이 많다면 일단 거래를 쉬고 차분하게 전체 시장을 지켜보라고 한다. 매매 중독인 사람은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 개인으로서 45년 간의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투자에 관해 100가지 법칙을 알려준다. 누가 주식을 해서 얼마를 벌었다고 해도 결국에는 그 승리에 도취해서 합리적이지 못한 투자로 잃기도 하는 것이 주식 투자다.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주식이다.

물론 저자도 솔직히 수없이 실패하고 넘어졌다는 것을 고백한다. 성공만 해왔다면 오히려 믿음이 덜 가지만, 실패를 했고 거기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니, 그의 45년 시간과 투자 경험에서 뽑은 정수를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주식 투자를 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하고 신경 써야할지 큰 틀에서 짚어주니, 주식 초보자는물론, 어느 정도 투자 중인 사람도 45년 개인 투자 경력의 저자가 들려주는 조언에 귀 기울이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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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산문
장기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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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생각이 안난다. 분명 내가 산 책이 맞다. 알라딘 굿즈에 혹해서 쓸어담던 중에 이 책도 포함했었다. 가수 장기하의 책이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산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아무리 충동구매를 했어도, 책 저자나 제목만을 가지고 선택했어도 분명 이유가 있을텐데,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표지도 눈이 현란해서 정신 사나운 형광주황색인데 내가 왜 그랬지?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일단 나의 손에 들어왔으니 읽어보기로 했다. 그 '이유'는 읽으면서 차차 발견하기로 하고 장기하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제목, 왜 이리 공감되냐? 혹시 이 느낌 때문에 이 책을 골랐던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장기하. 스물한 살 이후로 음악 외엔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 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십 년 동안 이끈 후 마무리했다. 솔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나를 괴롭혀온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해서 간단히 극복하거나 잊어버릴 수 잇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 같은 것은 나는 모른다.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마치 한 단어를 반복해서 되뇌면 그 의미가 불확실해지는 기분이 들듯이,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을 죄다 끌어내 써보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의 힘이 좀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기대는 하고 있다. (11~12쪽)

이 책은 2부로 구성된다. '낮'과 '밤'이다. '낮'에는 안경과 왼손, 즐겁고 해로운 취미, 냉장고의 즐거움, 흰쌀밥과 기분, 아무것도 안 하기, 채식의 즐거움, 정리정돈의 강자, 인생 최고의 라면 등이, '밤'에는 <싸구려 커피>가 잃은 것, 라임의 함정, 시대를 앞서간 명곡, 사막에서 혼자, 만약 의견을 낼 수 있다면, 어떤 문화권에든, 다시 잡담을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보면 '내가 생각하는 '적당히'의 기준을 말하자면, 너무 초라해서도 안 되고 너무 화려해서도 안 된다. 한마디로 어떤 방향으로든 과도하게 특징적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38쪽)'라고 하며 '적당히'에 대해 언급하다. 이 책이 그 '적당히'에 적당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으면서, 그러니까 글에 너무 힘을 주거나 밋밋하지 않게 조절해서, 눈길을 놓치지 않게 이끌어가며 끝까지 읽게 만드는 '적당히'의 힘이 있다.

누군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할 때 독자로서 두 가지 반응이 일어난다. 첫째는 '내가 그걸 알아야 하나?'라며 별로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 둘째는 '그래서 그 다음은 어쨌는데?'하는 궁금한 생각이다. 이 책은 후자다. 묘하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장기하가 집에 냉장고를 들였는지, 2019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계획을 성공시켰는지, 어찌보면 별 것 아닌데도 궁금해져 읽어나가게 되었다.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한다. 빨래는 색깔 구분 없이 그냥 모조리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반드시 비슷한 색의 옷들과 함께 빨아야 한다든지 꼭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지 하는 까다로운 옷은 잘 사지 않는다. 인생에는 신경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옷까지 모시고 살고 싶지는 않다. (142쪽)

시시콜콜한 일상이나 사소한 생각을 읽어나가다가 문득 키득 웃거나 '맞아' 공감하는 문장이나 내용을 발견한다. 무언가 이야깃거리가 풍부하고 거창한 소재를 가진 사람만 글을 써야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힘을 빼고 툭툭 내뱉는 듯한 글을 읽는 느낌도 괜찮다. '나도 옷까지는 안 모시고 살지롱' 라며 가끔 동조하면서 말이다.



행복 앞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에서 결국 모두가 평등한 셈이므로 나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을 보며 부러워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남과 나 자신을 비교하여 주눅드는 일이 잘 없다…… 면 참 좋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남들보다 못났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쪼그라든다. (188쪽)

투박한 된장찌개 같은 느낌의 글이다.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예상치 못한 순간, 양파든 감자든 호박이든 커다란 건더기를 건져먹는 재미까지 있는 그런 된장찌개… 나에게는 와인 포함된 고급 코스요리보다는 훨씬 편안하고 정감 있는 그런 것 말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쓱 읽어나가다가 툭툭 걸리는 건더기를 건져먹는 재미를 느끼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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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 마음이 여기 있어요
강선희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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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새벽 시간은 감성적인 글을 읽기에 제격이다. 갑자기 우주를 덮치는 존재감으로 다가온다고 할까. 특히 읽는 시간에 따라 감상이 다르다고 생각되는 책이 사랑과 그리움을 이야기 하는 에세이다. 내일이면 오늘의 내 마음이 손발 오그라드는 민망함이라 생각되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진지하게 감정 속에 젖어들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이런 마음에 어울리는 에세이 『아무도 모를 마음이 여기 있어요』를 읽어보게 되었다.



나는 매번 느렸다.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나에게는 늘 진심을 편히 뱉어낼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매번 그렇듯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내가 항상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전하지 못한 말들을 편지 형식의 글로 버릇처럼 남겨두곤 했다. 못다 전한 말들을 그렇게라도 남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10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이렇게 남겨둔 마음', 두 번째 '비워지지 않는 것들', 세 번째 '짙어지는 말들', 네 번째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전부인', 다섯 번째 '모든 마음엔 다 이유가 있어'로 나뉜다. 첫 편지, 어느 날을 위한 기록, 거짓말, 향기로 남는 사람, 여름의 편지, 어려운 사람, 아무 것도, 고된 삶, 숨, 비워지지 않는 것들, 편지, 울보, 가둘 수 없는, 편해질거야, 나의 위로, 걷거나 달리거나, 살아있는 하루, 나만 아는 얼굴, 오늘 마침 비가 오네, 너에게만 해주고 싶던, 계절을 닮은 사람, 결국엔 진심, 모르고 모를 마음, 적막과 고요, 부를 수 없는 이름들, 인연, 영원한 편지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오늘은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선물받고

기분이 종일 이상하길래

'아, 나는 지금 살아있구나' 했던

하루였습니다. (80쪽)

맞다. 살아있다고 느끼던 순간이 언제인지 생각해보니, 누군가의 한마디 말에 힘을 얻고 용기를 내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물론 그 '문장'은 무조건적인 격려는 아니었다. 때로는 날카롭기도 하고, 때로는 나를 짓밟기도 했지만, 어쨌든 나의 생명력을 느끼던 순간이었으니, 글을 읽으며 문득 내 생각은 과거의 어느 순간을 달린다.



'아무도 나에게 힘을 내어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힘을 내려다가 부러지곤 하는 그런 날' (118쪽)

문장으로 표현해보지 못했던 그런 날이 이 책을 읽으며 규정되고 표현된다. '맞아, 그런 날' 이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읽어낙나다. 부러진 모습으로 버티고 버티던 날들을 떠올리며 울컥한다. 힘들고, 너무 힘들어서 누구의 위로를 받기보다는 그냥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그런 날,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감정의 깊숙이 숨어있던, 애써 덮어두었던 생채기를 꺼내들어 보듬어준다. 그런 날도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늘 '용기'란 강하고 단단한 것이라고만 여겼는데,

작가의 그것은 비정형이기도 하고 잎사귀 모양이기도 하다.

이토록 각양각색의 용기가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_일러스트레이터 손은경

이 책은 흔히 '에세이' 하면 떠오르는 글의 호흡보다는 짧다. 일기 같기도 하고 편지 같기도 하다. 어쨌든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 이 책을 읽어나간다. 충분히 감상적인 시간에 이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문득 마음의 주파수에 딱 맞아 떨어지는 글귀를 보며 화들짝 놀라게 될 것이다. 내 생각이 글로 인쇄되어 내 눈 앞에 나타난 것 같아서. 저자의 생각과 맞는 내 마음을 발견하고는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보낸다. 감성적인 글이 필요할 때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특히 밤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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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스케치 핸드북 : 태블릿 드로잉 어반 스케치 핸드북
우마 켈커 지음, 허보미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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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이다. 내가 보는 세상을 담아내는 또다른 도구이다.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 것 말고도 그림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더 깊이 바라보며 시간을 들여서 마음에 담는 것이다. 그러니 드로잉에도 관심을 가지고 비록 없는 실력이지만 나만의 기록을 남기고자 틈틈이 노력하고 있다.

요즘은 아날로그 방식이 아닌 태블릿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데에 관심이 생겼다. 나의 태블릿은 이미 단종된 예전 것이어서 손가락으로 그려야 하는데, 아이패드를 하나 장만할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태블릿 드로잉에 관한 책이 속속들이 출간되고 있다. 책을 통해 먼저 방법을 알아둔 후 아이패드가 새로 나오면 즉시 구매하고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어반 스케치 핸드북 태블릿 드로잉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어반 스케치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컬러와 채색법, 인물과 움직임, 원근법과 투시도, 101가지 스케치 팁 등 이미 시리즈로 출간되어서 전 세계의 많은 독자들에게 드로잉 비법과 팁을 전달하고 있다.

태블릿은 강력한 예술매체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기록하고 보여주는 방식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스케치가 스튜디오에서 대형 데스크탑과 값비싼 트랙패드를 이용해 드로잉하는 것을 의미하는 시대는 지난 것이죠. 하지만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면서 이제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두려움과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태블릿 드로잉도 한계점이 없지는 않지만, 숨겨진 기회와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스케치 방식을 제공합니다. 이 책은 태블릿 드로잉의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야외에서 드로잉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디지털 스케처들의 다양한 작업방식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 관하여 중에서

 



이 책을 통해 태블릿 드로잉의 매력을 느끼고 다른 이들의 스케치북을 들여다보며 아이디어를 얻는 듯한 시간을 보낸다. 그릴 것이 없다고? 이 책을 보다보면 그 어떤 것도 그림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들썩거릴 것이다. 어떤 각도로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어떤 색상을 써볼지, 두근거리는 느낌이다.

특히 물감을 사용하면 작업이 끝나면 치워야하지만, 태블릿 드로잉을 한다면 온갖 컬러를 사용하며 언제 어디서나 잠깐이라도 할 수 있으니, 정말 매력적인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왕 기다린 거 좀더 기다려서 새로운 아이패드를 장만하리라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이 책은 설명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로 완성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의 커닝페이퍼라고 할 수 있습니다. (22쪽)

카메라의 기종과 사용 방법보다는 어떤 사진을 찍을지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책처럼, 이 책도 태블릿 드로잉을 위한 어플 등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어떻게 태블릿 드로잉을 하고 채색을 해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지 수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얇지만 무궁무진한 태블릿 드로잉의 세계로 안내해주는 책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태블릿으로 디지털 드로잉을 하고 싶다면 이 책에 실린 작품들만 보아도 감이 잡히며 두근두근 설레고 직접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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