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입문 니체 아카이브
베르너 슈텍마이어 지음, 홍사현 옮김 / 책세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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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니체 입문》이다. '니체'에 대해 쉽게 풀어낸 책을 읽었을 때, 언제 한번 니체에 대해 깊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 처럼 '니체 입문' 같은 입문서로 말이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이번 기회에 니체 입문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물론 이 '입문'이라는 단어에 대한 내 느낌은 금세 달라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이 책의 저자는 베르너 슈텍마이어. 1946년 독일에서 태어나 그라이프스발트대학 철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국제적으로 이름난 니체 학술지 《니체 스튜디엔》(니체 연구)의 편집자이자 공동발행인이다. 니체, 데리다, 레비나스 등에 관한 수많은 책과 논문을 집필했다. (책날개 발췌)

니체의 글은 잘 읽힌다. 그럼에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니체의 텍스트는 오늘날까지도 우리를 사로잡고 놀라게 한다. 그의 글쓰기 스타일이 그렇고, 그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사유가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니체의 텍스트를 읽고 그 내용에 대해 궁극적으로 확고한 믿음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글은 독자에게 확신을 주기보다는 당혹함을 주기 때문이다. 니체가 원했던 것이 그런 것이었다. 니체는 철학의 모든 영역을 새로이 뒤흔들었고,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믿어왔던 모든 것을 뒤집고 파헤쳤다. 진리와 이성과 논리와 학문을, 도덕과 종교를, 실체와 주체를, 원인과 결과를, 의식을, 의지와 자유를, 자기 유지와 진보 등등을 다시 새롭게 사유했다. (9쪽_서문 중)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된다. 1장 '니체의 삶과 경험', 2장 '니체의 철학에서 삶의 경험이 지니는 의미', 3장 '니체가 받은 영향', 4장 '니체의 철학적 글쓰기 형식', 5장 '니체가 '양성의' 독자에게 기대한 것들', 6장 '니체의 철학적 과제와 그 토데가 되는 중요한 구별들', 7장 '환영적 방향 설정에 대한 니체의 비판', 8장 '자기비판적 방향 설정의 근거와 척도', 9장 '니체의 가치 전환 방식', 10장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타나는 니체의 가르침과 반가르침', 11장 '니체의 긍정', 12장 '니체의 미래?'로 이어진다. 부록 1 '학술적 니체 연구를 위한 문헌과 자료', 부록 2 '니체의 저작물'로 마무리 된다.



솔직히 살짝 당황했음을 고백한다. 입문서인데 난해하니 말이다. '입문'이라는 것을 다같이 생각하는 그 '입문'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읽으면, 약간 '아 뜨거' 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옮긴이 후기에 나오는 말이 나를 살짝 위로해준다.

이 책의 제목은 《니체 입문》이지만, 흔히 기대하는 '입문서'는 아니다. 사실 니체 입문서라는 말은 그 자체로 이상하게 들린다. 니체의 저서를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워서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떤 니체 입문서를 읽어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분명 니체의 입문서라고 할 수는 있다. 왜냐하면 니체의 저서는 계속 읽고 또 읽어도 입문서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그래서 이 책은 한 권의 니체 입문서이다. (331쪽)

두고두고 니체에 대한 글을 꺼내 읽기에는 좋겠다. 이 책을 한 권의 '니체 입문서'로 삼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짝 안심한다. 당연히 한 번에 읽어넘길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꺼내 읽을 책이다.



이 책으로 가장 논쟁적인 현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학술적인 느낌이 강한 책이다. 일반인에게 좀 난해할 수 있으나 이 책이면 니체에 대해 충분히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니체에 대해 더 알고 싶다거나 연구자 입장이라면 이 책을 필독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의 사유를 투명하게 직시한 독보적인 입문서'라는 설명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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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어 - 랩천재 영어천재 고등래퍼 하선호와 배우는
하선호 지음 / 길벗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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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하나하나 새롭고 신기한 영어 책을 만났다. 바로 이 책 『랩천재 영어천재 고등래퍼 하선호와 배우는 요즘 영어』다. 영어 공부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기는 좀 아까워서 그냥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다양한 책을 들춰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야말로 신세계를 만난 듯하다. 낯선 표현들이지만 알아두고 싶은 요즘 영어를 제대로 알려주니 말이다.

마치 이런 느낌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교과서로 열심히 한국어를 배웠지만 실제 생활에서 쓰는 말이 좀 달라서 당황할 것이다. 특히 실제 1020들과 만나서 찐 한국어를 배우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감이 좀 올 것이다. 우리끼리 알아듣는 교과서 속의 영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영어, 요즘 쓰는 영어다. 'How are you?'에 'Fine, thank you.' 하는 것 말고 그들이 진짜로 쓰는 영어를 배우고 싶지 않은가. 그 마음을 이 책이 채워줄 것이다.

외우지 않아도 머릿속에 맴도는 챈트 학습법으로 미국 1020이 지금 이 순간 쓰는 진짜 영어를 배운다. 이 책 『랩천재 영어천재 고등래퍼 하선호와 배우는 요즘 영어』로 말이다.



3주째 이 책 속의 표현을 하나씩 익히고 있다. 이번 주에도 재미있는 표현들을 익혀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주에도 역시 재미있는 표현들이 눈에 띄었는데, 특히 'Butterfingers'가 새로웠다.

'버터 손가락'이라니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손에 버터가 잔뜩 묻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미끌미끌해서 잡는 물건마다 떨어뜨리겠죠? butterfingers는 손에 버터를 바른 것처럼 잡는 것마다 떨어뜨리는 조심성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에요. (151쪽)

설명을 읽고 나니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그리고 다시는 잊지 않을 듯한 표현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요즘 영어 표현을 익혀가는 재미가 있다.



That attitude really burns me up!

저런 태도는 정말 날 화나게 해!

Burn은 '화나게 하다', '분통을 터지게 하다'라고 할때도 사용하며 아주 심하게 화가 났을 때는 burn up이라고 한다. 열받는다고 표현할 때의 감정 비슷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말은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살다보면 열받는 일이 많으니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Go with the flow 도 잘 활용할 듯한 말이니 기억해둔다.

flow는 '흐르다', '흐름'이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go with the flow 를 직역하면 '흐르는 대로 가다'라는 의미가 돼요. 이 표현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황의 흐름에 맡긴다는 뜻이에요. 쉽게 말해 대세를 따른다는 거죠. 예를 들어 남들이 커피를 마시니 나도 커피를 시키고, 회의 시간에 모두가 yes라고 하니 나도 yes라고 하는 것과 비슷해요. (187쪽)

유용한 표현들은 오디오 클립 듣기 QR코드로 들어가서 들어보며 익히기도 하고, 적어가며 암기해두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 책에는 미국 1020이 지금 이 순간 쓰는 진짜 영어가 담겨 있으니 더욱 흥미롭게 익힐 수 있다.



영어 공부는 다양한 표현을 부담없이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은 진정 그동안의 책들과는 달랐다. 공부라고 생각되지 않고 그냥 요즘 애들 쓰는 언어를 익히는 느낌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다가가보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정말 알차고 새롭게 배워가는 느낌이 좋다. 표현이 새로워서 잘 외워두면 한동안 잊지 않을 것이다.



오디오클립 <선호영어> QR코드를 통해 직접 들어가면 예문 mp3 파일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유튜브 영상과 요즘영어 샘플북 파일도 첨부하니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첨부파일
요즘영어_샘플북.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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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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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이 있다. 제목을 보았을 때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선택했는데, 읽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 말이다. 이 책이 그랬다. 사실 제목에서 '우주'는 궁금했으나 '물리학'이라는 단어가 발목을 잡아서,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고민했다. 하지만 띠지의 말 '과학자,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모두가 극찬한 책!'이라는 설명과 "물리학자의 시가 있는 과학 에세이"라는 점에서 내 마음은 이 책을 읽는 것으로 돌아섰다. 이 책 『우주를 만지다』를 읽으며, 읽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더한다.



천동설을 믿던 중세 사람들이 보던 세상과 현대 과학자들이 보는 세상은 엄청나게 다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는 세상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더구나 과학자들이 미시세계(원자)와 거시세계(우주)를 알아가면서 느끼는 그 놀라움과 감동이 일반인에게는 전혀 전달되고 있지 않다.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의 고향인 자연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무지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자연에 대해서, 우주에 대해서 현대 과학자들이 본 세상과 그들이 느낀 감동을 일반인들이 좀 더 보고 느꼈으면 한다. 아득히 멀게만 보이던 우주가 독자들에게 더 친근하고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다만 우주를 만지고 우주와 놀면서 여러분의 인생이 더 풍요롭고 더 즐거워졌으면 한다.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별 하나 나 하나', 2장 '원자들의 춤', 3장 '신의 주사위 놀이', 4장 '시간여행'으로 나뉜다. 별 하나 나 하나, 방랑자들, 과거를 보다, 별 헤아리기, 머나멀 별, 경계는 없다, 창백한 푸른 점, 삐딱한 지구, 일식을 보는 마음, 둥근 땅, 원자들의 춤, 필멸의 존재, 엔트로피, 암흑물질, 오직 생멸이 있을 뿐, 우주적 인연, 슈뢰딩거의 고양이, 신의 주사위 놀이, 체셔 고양이의 웃음, 숨겨진 차원, 메멘토 모리, 시간과 공간의 탄생, 동시성의 상대성, 이상한 나라, 시간여행, 여기가 4차원이다, 휘어진 공간, 블랙홀은 아주 검지는 않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여러분은 상상이 가는가? 하늘 저 멀리 아득히 수억 광년, 아니 수백억 광년에 걸쳐 있는 별들을 상상해보라. 우주는 얼마나 광활한가? 여러분은 우주가 어마어마하게 크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우주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어마어마한 것보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주여행?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이 감히 몇억 년의 여행을? 그래도 인간은 그 꿈을 꾸고 있다. (21쪽)

이 책을 읽으며 시야를 넓혀본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는 그 '어마어마한' 것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스케일이다. 사람들은 보이고 만져지는 세계만을 진정한 세계로 생각하는데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세계를 눈앞에 펼쳐준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약 4광년 떨어져 있다. 1광년이란 빛이 1년 동안 가야 하는 거리다. 빛은 1초에 지구 7바퀴 반이나 되는 거리를 갈 수 있고,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태양까지도 8분이면 갈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빛으로 한 시간도 아니고, 하루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고, 1년도 아니고 4년을 가야 한다니. 얼마나 멀리 있는가? 그래도 이것은 가장 가까운 별이고 대부분은 이보다 어마어마하게 더 멀리 있다. (19쪽)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에 대한 거리도 겨우 짐작만 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책은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잘 모르는 세계를 풀어주는 책을 만날 때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그리고 독자 스스로 상상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게해주어야 한다. 이 책은 그렇게 한다. 슬슬 질문도 던져주고 스스로 상상하는 시간을 마련해주는데 그 느낌이 신선하고 짜릿하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4년 전의 모습, 북극성은 400년 전의 모습, 안드로메다 은하는 230만 년 전의 모습(28쪽)… 하나씩 짚어가면서 내 마음은 설렌다.



철학에서 가장 큰 난제가 무無라면, 수학의 난제는 영(0)이고 과학에서 가장 큰 난제는 진공이다. 무無, 영零, 공空은 같은 근원을 갖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노자가 한 유명한 말, '도를 도라고 하면 이미 도가 아니다 道可道 非常道'라는 말이 있듯이 무를 무라고 하면 벌써 무가 아니다. '없는 것이 있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기 때문이다. (214쪽)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과학과 철학, 문학 등 그 모든 것을 아우르며 담아냈기 때문이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세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처음 3D 영화를 보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독일의 문호 프리드리히 실러는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같이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고정되어 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영원히 고정된 과거, 오지도 않은 미래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가? 시간여행은 공상하기에는 매력적이지만 현실이 될 수는 없다. 과거를 바꿀 수 없고, 미래를 어떻게 할 수 없으므로 단 한 번인 우리의 인생은 무엇보다 진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260쪽)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과학에 일가견이 있어도, 전혀 문외한이어도 상관 없다. 저자가 이끌어주는 대로 읽어나가다보면 내가 보는 우주가 풍성해진다. 시공을 초월하며 신비로운 세상에 초대받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우주에 대한 책을 제법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새로운 것을 맛볼 수 있었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우주책일 줄 미처 몰랐다. 어쩌면 이 책의 띠지가 아니었다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적어도 한 명의 독자는 놓쳤을 것이고, 내 입장에서도 이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니 책 제목처럼 우주를 만져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맛도 제대로 못 본 것을 맛본 느낌이라고 할까. "물리학자의 시가 있는 과학 에세이"라는 점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했지만, 읽고 나니 '과학자,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모두가 극찬한 책'이라는 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소장하고 두고두고 꺼내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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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새벽, 넌 무슨 생각 하니? -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전하는 마음
이현경 지음, 선미화 그림 / 책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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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는 라디오를 참 열심히 들었다. 몰래 듣기도 하고, 대놓고 듣기도 하며, 함께 웃고 울고 그 시절을 지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라디오를 일부러 찾지는 않았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그렇게 살다보니 이제는 까맣게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그 감성까지도 말이다.

사실 요즘은 음악도 잘 안 듣게 된다. 그러다보니 책으로 나오지 않으면 접할 기회조차 없어서 그런지 이 책이 무척 반가웠다.

매일 새벽 두 시부터 네 시까지

SBS 러브FM <이현경의 뮤직토피아> DJ 이현경이

잠 못 이루는 청취자들과 나눈 소소한 이야기

그 이야기들을 함께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일러두기

* 이 책은 매일 새벽 2시에서 4시까지 SBS 러브FM <이현경의 뮤직토피아>에 보내주신 청취자분들의 사연과 디제이의 목소리를 토대로 구성하였습니다.

* 이 책에 포함된 사연은 해당 청취자의 허락을 받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그 새벽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 2장 '괜찮은 게 괜찮지 않아서', 3장 '지금 이대로도 좋은 행복을 찾아', 4장 '나에게 익어가는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기', 5장 '오늘 너의 하루를 응원할게!'로 나뉜다. 마법 같은 시간 새벽 두 시, 감수성의 불씨를 틔우는 시간, 커피타임 15분, 행복의 속도만큼 흐르는 시간, 새벽에도 색깔이 있어요, 잠 못 이루는 까닭, 담백하지만 싱겁지 않은, 시간을 되돌리고픈 당신에게, 상처를 받는 지점은 각자 다릅니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나만의 시간, 하기 싫은 일부터 하지 않으려는 다짐, 생각 청소, 나에게 최고를 선물한 하루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어느새 살며시 다가와 귓가를 속삭이고 심장 한 켠을 아릿하게도 하는 이야기들을 글로 붙잡았어요.

작지만 소중한 새벽 마음들을 차곡차곡 담아낸 출판사 에디터와 자신의 서툰 위로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

무수히 많은 별들을 붓칠한 그림 작가와 함께 엮었어요. (# <뮤직토피아> 오프닝 중에서)



새벽 시간은 감수성이 최대한으로 올라가는 시간이니 감성적인 글이 제격이다. 이미 내 삶에서 라디오 방송에 귀 기울이는 감성은 사라졌으나, 책으로 만나보는 정도는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 가슴속에는 여전히 감수성이 남아있답니다. 감수성의 불씨가 살아있는데 생활에 쫓기다 보니 불씨를 키울만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을 뿐이지 그 불씨는 꺼지지 않고 계속 살아있어요. 버티고, 버티고 있을 겁니다. (17쪽)라고 말한다.

이 방송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글을 읽으면서 잔잔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음성지원되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의 글을 읽어나간다. 그리고 감수성에 살짝 불 붙여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기 좋은 시간이고 거기에 어울리는 글이니 말이다.



새벽에도 색깔이 있어요.

자정이 지나 시간이 깊어갈수록

여름을 지나 겨울로 계절이 옮아갈수록

농도는 진해지고 명도는 낮아지며

새벽은 짙어집니다.

여름 새벽이 어스름한 푸른 빛을 품고 있다면

겨울 새벽은 오래 갈아 벼루에 찐듯하게 남은 먹색이에요.

매일 똑같아 보이는 새벽도 시간마다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요.

매일 변함없어 보이는 일상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것처럼. (37~39쪽)

새벽의 색깔이라니! 매일 새벽을 만나고 겪으면서 새벽의 색깔을 알려주니 신선했다. 매일 똑같아보여도 조금씩 다른 새벽의 색깔을 인식한다. 그처럼 매일 같은 듯 다른 무언가를 떠올려보는 시간이다.



새벽 2시에서 4시.

흔히들 새벽 감성 조심해야 된다고 말하는 그 시간.

담담히 건네는 말들을 읽고 있으면 오히려 새벽 감성에 흠뻑 젖고 싶어진다.

그럴 듯한 말들이 아니라 그 말을 믿고 싶게 만드니까.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 어느새 책 모서리를 접거나 조용히 밑줄을 긋고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 누군가에게 전해봐야지 혹은 나에게라도.

_SBS 아나운서 주시은

새벽에 깨어있던 사람들의 사연과 DJ의 말소리가 조곤조곤 어우러져 이 책에 담겼다. 이 책은 감수성에 은근히 불을 지펴주며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정제된 언어에서 사람들의 고민과 시름이 스르르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새벽 라디오 방송의 감성을 담아낸 책이다. 새벽에 시름만 많아지거나 새벽 감성에 푹 빠져들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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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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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허지웅 에세이다.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읽기 싫었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방송에 나온 그의 이야기를 보며 한동안 많이 아팠고 이제는 회복한 그의 근황에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깊이 있는 글이 나왔으리라는 생각에서였고, 읽기 싫었던 것은 그만큼 어둡고 힘든 이야기가 깔려있으리라는 생각에 우울해질까봐 그랬다. 그래서 한동안 이 책이 내 책장에 자리잡고 있었음에도 과감하게 손을 뻗지 못했다.

하지만 때가 왔다. 내가 이 책을 꺼내들어 읽는 시간, 이 책을 읽기 적절한 시간을 만난 것이다. 문득 손에 집혀서 들춰보았다가 이 한 마디 말에 그냥 앉은자리에서 읽어나가버린 것이다.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 (책속에서)

준비운동없이,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이, 그의 투병 이야기부터 바로 훅 들어가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 2부 '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 3부 '다시 시작한다는 것'으로 나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론이 아니라 결심이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 천장과 바닥, 불행에 대처하는 방법, 믿지 않고 기대하지 않던 나의 셈은 틀렸다, 선한 자들이 거짓말을 할 때, 우리는 언제나 우리끼리 싸운다, 악마는 당신을 망치기 위해 피해의식을 발명했다, 스스로 구제할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 바꿀 수 있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평정, 가면을 벗어야 하냐는 질문, 순백의 피해자는 없다, 불행을 동기로 바꾼다는 것 등의 글이 담겨 있다.



글을 읽으며 버티고 견디고 살아낸 시간들을 공유한다. 그리고 예상대로 첫부분부터 이어지는 글이 나에게 무척이나 버겁다. 내 시간들도 겹쳐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만약에'를 생각하며 무한도돌이표를 찍었던 어느 순간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나를 괴롭혔다.

이걸 하지 않았으면 그걸 좀 제대로 해주었다면 저게 애초 없었다면, 따위의 말들이 문장부호 없이 어지럽게 뒤섞였다가 뭉개지기를 반복한다. 이 반복이 열 번 이상 계속되고 나면 이성의 소리가 들려온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주워 담을 수도 없이 이미 벌어져 끝난 일을 두고 왜 새롭게 고통받느냐는 생각이다. 머리를 흔들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어본다. 30초가 지나고 나면 나는 앞선 생각들을 처음부터 되풀이하고 있다. 불행한 일을 겪으면 사람의 머릿속은 그렇게 된다. 그리고 불행의 인과관계를 따져 변수를 하나씩 제거해보며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가장 그럴싸한 대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53~54쪽)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고 병원 보조침대 생활을 하며 하루아침에 병원 생활을 해야했던 나는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 이웃도, 나도, 친척도, 지인들도 다 싫었다. 나는 그야말로 가장 그럴싸한 대상을 추적하여 모든 것이 그것 때문이라며 원망을 퍼부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그랬던 내 마음을 발견하는 듯 마음을 뚫고 들어오는 문장 앞에서 움찔한다. 다른 곳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맞는 말이고 뜨끔해서 아프다. 그렇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다 지나간 과거의 시간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한 걸음 나아가 있으며, 그것이 꽤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컨대 불행의 인과관계를 선명하게 규명해보겠다는 집착에는 아무런 요점도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그건 그저 또 다른 고통에 불과하다. 아니 어쩌면 삶의 가장 큰 고통일 것이다. 그러한 집착은 애초 존재하지 않았던 인과관계를 창조한다.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고 반추해서 기어이 자기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낸다. 내가 가해자일 가능성은 철저하게 제거한다. (56쪽)

규정하지 못했던, 혹은 인식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인쇄된 글에서 만나니 느낌이 다르다.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엉뚱한 데에 집착하기도 한다. 무한반복되는 고통스런 생각을 끊어내는 데에 나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도움이 되었다. 지금 뭐하고 있냐는 그 말 한 마디,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은 지금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직언 말이다.



그의 전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저자는 아프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어쨌든 이 책만으로 보았을 때, 독자에게 다양한 감정을 끌어내는 재주가 있다. 평범하게 물 흐르듯 풀어내는 글, 격정적으로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오는 글, 생사의 경계까지 경험한 지극한 고통에서 느껴지는 진정성,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병문안 간 경험담, 다방면에 다양한 소재로 풀어나가는 글……. 이 책에는 골고루 담겨 있다.



에세이는 자신의 경험을 글에 녹여내어 풀어 써야 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별 관심 없는 이야기까지 시시콜콜하게 늘어놓으면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더 알고 싶은데 숨기면 약간 짜증이 나기도 한다. 저자는 그 적정선을 잘 지키며 글을 써내려갔다는 생각이 든다. 제발 '재발'은 없기를, 계속 글을 쓰며 버티는 삶을 이어가기를,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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