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하라다 마하.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출신 소설가다. 이 책에는 32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기적의 사과를 만나다, 아오모리의 뜨거운 볶음국수, 엉뚱한 쇼핑, 파리에서 만난 보 고스, 밤의 루브르, 바게트와 쌀밥, 어쩌다 보니 묘지에, 만두의 환생, 방랑가 마하, 수련을 독차지, 생일축제, 취재를 위한 여행, 세잔 순례, 화가의 원풍경, 고흐가 그린 카페, 눈보라가 몰아치는 후쿠오카, 나폴리에서 스파게티를, 운명을 바꾼 한 장의 그림, 방랑여행이여 영원하라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마치 목적지가 없는 것처럼. 장소를 정해도 사전 조사는 하지 않는다. 어떤 곳인지 모른 채 새로운 머리와 순수한 마음으로 방문한다. 이것이 여행 시 나의 이동 규칙이다.
라고 살짝 감상적으로 시작해봤으나 사실 별 대단할 것 없는, 단순한 '이동집착'이다. (10쪽)
여행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동집착'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다니, 오, 참신한데? 이 책의 첫인상이 특별했다. 저자가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출신 소설가라는 점도 독특했고, 글을 풀어나가는 모양새도 뻔하지 않아서 시작부터 마음에 든다.
나의 이동집착은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에 이미 탄로나 있었다. 하루는 남자후배에게 뜬금없이 "하라다 씨는 참치 같아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사내에서 으뜸가는 패셔니스타였던(내 입으로 말하고 다녔지만) 나는 최신상품에 기발한 복장을 좋아해 "M빌딩의 이멜다 여사" 또는 "패션으로 사람을 위협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으나, "참치 같다"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이 구찌 정장의 광택이 참치를 닮았나, 아니면 새빨간 부츠가 참치 붉은 살에 가까운가, 헌데 붉은 살은 참치 뱃살이 아닌가…… 같은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가 말했다. "멈추면 죽잖아요." 그때 태어나 처음으로, 참치가 살기 위해 끊임없이 헤엄치며 이동을 지속하는 종임을 알았다. (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