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샷 - 극한상황에서 더 크게 도약하는 로켓과학자의 9가지 생각법
오잔 바롤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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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애덤 그랜트의 추천사 한 마디에 올인하기로 하고 선택한 책이다. 때로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호기심이 생겨서 책을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사실 '로켓과학자'라는 저자의 직업은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지만 말이다.

"내가 꼽은 올해의 책 1위"

-애덤 그랜트

나에게도 이 책이 1위까지는 아니어도 의미 있는 책이 되기를 기대하며 이 책 《문샷》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오잔 바롤. 전직 로켓과학자이자 현직 법학자. 2003년 '화성표면탐사로버 프로젝트'에 참여해 2대의 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화성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업의 생태계를 뛰어넘어, 아이오와 로스쿨을 역사상 가장 높은 학점으로 수석 졸업했고, 2년간 변호사로 일하다 루이스앤클라크 로스쿨에서 법학 교수가 되었다. 비록 로켓과학과는 멀어졌지만 온갖 위기상황에서 가장 재빠르게, 가장 훌륭한 답을 찾아내야 하는 로켓과학자의 판단력과 사고방식이 법학자가 된 후에도 일과 삶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좀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웹사이트에 정기적으로 관련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 글들을 토대로 집필한 이번 책에서는 '로켓과학자의 생각법'을 '법학자의 논리'로 유려하게 풀어냈다. (책날개 발췌)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은 단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만 바꿔주지 않는다. 이 방법을 배운 당신에게는 세상을 바꿀 힘도 생겨날 것이라 장담한다. (29쪽, 들어가는 글 중에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발사'에는 1장 '불확실성과 춤출 시간: 의심이 지닌 초능력에 대하여', 2장 '제1원리에서 출발하라: 모든 위대한 혁신의 공통점', 3장 '마음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획기적인 돌파를 낳는 사고실험', 4장 '문샷 사고의 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전략', 2부 '가속화'에는 5장 '질문에 관한 질문: 질문의 틀 다시 짜는 비결', 6장 '자기를 반증하고 또 반증하고: 진실을 포착해 똑똑한 결정 내리기', 7장 '날면서 테스트하라: 신제품 출시 또는 취업면접 성공법', 3단계 '궤도 진입'에는 8장 '실패가 곧 성공이다: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하는 법', 9장 '성공이 곧 실패다: 성공이 큰 재앙을 낳는 이유'가 수록되어 있다.

문샷

본래는 '달탐사선의 발사'를 의미하지만,

달을 제대로 보기 위해 망원경을 제작하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달탐사선을 제작하기로 하는 식의

혁신적이고 통 큰 계획을 일컫는 말로 두루 사용된다.

이렇듯, 세상을 바꿀 창의적이고 대담한 발상을

'문샷 사고 Moonshot Thinking'라고 한다.

(책 속에서)

'나 로켓과학 잘 몰라. 관심없어'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쉬울 뻔했다. 로켓과학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문샷 사고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니 말이다. '문샷'이 무슨 뜻인지 알고 나니 '오, 참신한데?' 하는 생각으로 계속 읽어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들어가는 글'만 읽어보아도 이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1960년 대인 그 시점에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말은 8.5m나 떨어져 있는 복숭아에 다트를 던져 복숭아 속살은 조금도 건드리지 않고 껍질만 살짝 벗겨내겠다는 말과 같았다니, 그것도 그 복숭아(달)는 우주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데 말이다. 그 어려운 걸 그 당시에 해냈다고 생각하니 '로켓과학 관심없어'라는 생각을 하던 나도 솔깃해서는 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까지 생각을 뻗어나간다.

인간의 생애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룩된 이 거대한 도약에는 흔히 '기술의 승리'라는 칭송이 뒤따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로켓과학자들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사용하는 특정한 '사고과정'의 승리다. 과학자들이 초음속 우주선을 우주공간 너머 수백만 마일이나 떨어진 곳의 정확한 지점에 보냄으로써 행성과 행성 사이에서 수십 개의 홀인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사고 과정 덕분이다. 다른 행성을 정복하는 길로 인간을 점점 더 가깝게 데리고 간 것 역시 바로 이 사고과정이다. 그리고 우주여행을 저렴한 여행상품으로 만들어줄 것 역시 바로 이 사고과정이 될 것이다.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세상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말이다. (10쪽)



조지 버나드 쇼도 이런 유명한 발언을 했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추지만,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모든 발전은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몫이고 또 업적이다."

'비이성적인 사람이 돼라.' 이 말은 내가 당신에게 전하고자 하는 문샷이다. 획기적인 돌파의 업적은 나중에 뒤돌아볼 때에야 비로소 이성적이다. 항공우주 엔지니어로 최초의 민간우주선을 설계한 버트 루탄도 "중요한 획기적 발상도, 그게 중요하고 획기적임이 밝혀지기 하루 전만 해도 허무맹랑한 헛소리였다"고 말한다. 내가 가진 것에 비춰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범위 안에만 자신을 가둬둔다면 결코 탈출속도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며 또 흥분되는 미래를 만들어내지도 못할 것이다. 결국, 모든 문샷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당신이 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그 불가능은 가능으로 바뀐다. (203쪽)

이 책 무척이나 독특하고 흥미롭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신기한 시선으로 읽어나간다. 그러면서도 지금 우리에게 적용할 만한 법칙을 깨달으며 흥미진진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로켓과학자의 사고방식으로 무언가 단단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시간을 갖는다.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하자고 해서 로켓과학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재치 있는 문장과 통찰을 주는 조언, 생기 넘치는 여러 일화로 가득한 이 필독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을 바꾸어놓을 것이다. 아울러 당신에게 세상을 바꿀 힘을 줄 것이다."

_수전 케인 (《콰이어트》 저자)

처음에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읽는 것으로 마음을 돌리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식의 폭이 엄청 늘어나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흥미롭게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을 느꼈다. 쉬임없이 통통 튀며 이리저리 오가면서 이야기의 폭이 넓어지는데, 그러다가 툭 던져지는 메시지가 마음에 쿵 와닿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로켓과학자의 사고방식일 것이다. 특히 예측하기 힘든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코로나19 세상에서 그들의 사고방식은 꼭 필요한 일이니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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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2-2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정신과 의사의 서재 -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 책 읽기의 힘
하지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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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서재'라는 제목을 보고,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의 서재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가 정신과 의사 하지현 교수가 전하는 '일과 삶을 키우는 생산적인 독서의 기술'이라는 말에 배우고 적용할 점을 건져낼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정신과 의사의 서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하지현.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고 있다. 5년 동안 서평칼럼 <마음을 읽는 서가>를 연재했던 성실한 서평가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마음의 코어 근육을 기르기 위해 해온 독서라는 수련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 책을 읽고 정리하고 분류하고 관리하는 방법, 도서관과 책방을 순례하며 발견의 기쁨을 누린 기억, 책 속의 텍스트를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 독자가 아닌 저자로서 책을 쓰기 위한 능동적 독서법, 읽은 책을 리뷰하고 추천사를 쓰는 과정, 책을 많이 읽다보니 알게 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다룰 것이다. 마지막 장에는 그동안 내가 읽어온 책들 중에서 정신분석, 불안과 우울, 성숙, 일에 대한 태도 등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권하고 싶은 책들을 몇 권씩 추천해보았다. (12~13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마음의 코어 근육 만들기'를 시작으로, 1장 '정신과 의사의 책 읽기', 2장 '텍스트의 소유', 3장 '어쩌다 보니 작가', 4장 '많이 읽어보니 알게 된 것들', 5장 '이런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꾸준히 읽어가는 것뿐'과 '하지현이 읽은 책들', '추천의 글'로 마무리 된다.



 

저자의 프롤로그 글부터 마음에 들어왔다. '세상은 유동적이고, 내 사고의 틀도 언제든지 새로운 변화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11쪽)'는 것에도 동의하고, '백 퍼센트 완전한 객관이란 없고 주관은 상대적이라는 것이 여러 권의 책을 넓게 펼쳐 읽을수록 빨리 와 닿는다(12쪽)'는 점에도 공감하며 읽어나갔다.

이 책은 글자 하나 빼놓기 싫은 책이었다. 사실 독자로서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저자가 아무리 발췌독을 권하더라도 모두 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뒤로 넘어갔다가도 앞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마음에 담는 문장을 적어놓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롭다니, 시선을 떼지 못하고 이 책을 읽어나갔다.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다.

프랑스 말에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 있다. 해가 살짝 저물 때 저 멀리 보이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이 안 되는 그런 경계를 말한다. 낮도 아니고 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시간.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이 바로 개와 늑대의 시간에 서서 이게 개인지 늑대인지 구별하려고 노력해가는 것이다. 질병을 평가하기가 어렵듯이 얼마나 호전되었는지 판단하기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애매함을 안고 가는 것이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의 정체성이다. (23쪽)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이런 느닷없는 질문에 조금의 고민도 없이 "동네 만화방에서 라면을 먹으며 좋아하는 만화 시리즈를 1권부터 천천히 다시 읽겠습니다"라고 답을 할 정도로 나는 만화를 좋아한다.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슈퍼히어로 유전자는 1퍼센트도 없다. 정말로 내일이 인생의 끝이고 세상의 종말이라면, 순순히 받아들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서 남은 시간을 숨 쉬고 싶다. (42쪽)

정신과 의사라면 어려운 책만 읽을 것 같은 선입견을 깨주는 편안한 글이다.

또한 선물 중 제일 어려운 것이 책 선물이다.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이러이러한 책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선물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한 번은 어떤 모임에서 '이 사람은 이 책을 좋아하겠지'라는 짐작으로 책 꾸러미를 가지고 간 적이 있는데, 그들이 실제 고른 책은 나의 예상을 죄다 빗나갔다. 책을 좀 넉넉하게 가지고 가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자칫하면 서운한 사람이 생길 뻔했던 일이었다. 저자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자신이 재미있게 본 책을 선물했는데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시점인지 깨닫는 데에는 두세 번의 마땅찮은 반응으로 충분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 나보다 더 다양하고 깊은 생각을 풀어내고 있어서 나의 짧은 생각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누군가의 집에 가게 되면 서재를 보며 그 사람의 취향을 파악하곤 한다. '이런 책을 좋아하는 구나. 의외로 이런 책도 읽네? 이런 상반된 책을 소장하고 있다니?' 등등 생각이 많아진다. 반대로 나는 내 책장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내 마음을 들키는 것 같다고 할까. 저자도 이에 대해 이 책에서 언급했다.

《미식예찬》에서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라고 말했다. 나라면 "당신의 책장에 무슨 책을 남겼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03쪽)



나도 나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나는 축에도 못 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한 마디에 바로 자세를 낮춘다. 나는 어디가서 책에 빠져들었다는 이야기하기에 너무나도 가볍다.

이런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책에 너무 많은 돈을 쓰나', '너무 과하게 책에 빠져 지내나' 하는 의혹은 쑥 들어간다. 난 저들에 비하면 환자라 해도 경증에 불과하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으니, 혹시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해본 적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들을 보시기 바란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253쪽)

이 책은 첫 인상이 일단 합격이고, 막상 펼쳐보니 내용도 풍부해서 마음에 든다. 제목으로 주는 기대감에 부응하고, 그 이상으로 생각할 거리와 정보를 던져주는 책이다. 정말 책을 애정하는 모습이 글 속에 가득 담겨 있으니, 눈이 번쩍 뜨이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특히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할 기회가 되어 여운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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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 일상에 집중하는 공간 탐험 비법
해리어트 쾰러 지음, 이덕임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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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부터 시선을 끌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우리의 눈은 밖으로만 향했는데 지금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없으니 시선이 안으로 향해야할 때이다. 그러고 보니 내 공간에 눈길을 더 주고, 나의 일상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니 어느 때보다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모든 것과의 낯선 만남을 시작하다

집에 머물며 동네를 여행하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책 뒷표지 중에서)

이 책에서는 우리가 집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들려준다. 여행은 굳이 멀리 떠나야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만 있으면 어디에 있든 여행자로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내 공간에서 탐험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해리어트 쾰러. 휴가는 늘 타국에서 보낼 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탐험가로, 이번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행복하게 여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1977년 뮌헨에서 태어나 예술사를 전공한 후 독일 언론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외로운 행성에서'에서는 방랑벽이 타오르는 날에,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던 기억,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하여, 지구는 지금 아프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의미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의 의미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2부 '14일 일정으로 집에 체크인합니다'에는 14일 일정으로 내 공간에서 여행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여행을 하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을 파악해본다. 내 공간에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최대한 집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딴 휴가지에서 직장 일에 대해 걱정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머나먼 호텔의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스트레스 때문에 느긋하게 즐기지 못한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함께 보낸 첫 휴가의 고단함으로 인해 그토록 위대하게 여기던 사랑을 견디지 못한 연인이 왜 없겠는가?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왜 항상 여행만을 갈망할까? 그냥 집에서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25쪽)

특히 여행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 중 하나는 환경문제도 있다.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 생태계에 엄청난 재앙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얼마전, 유럽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기 순위에서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가 10위 자리에 올랐는데, 9위까지는 모두 석탄 화력 발전소가 차지했다.(그중 7개가 독일에 있다.) 그런데도 여행을 취소할 정도로 이러한 상황을 염려하지는 않는다. 기후 보호 단체인 아트모스페어는 2050년까지 지구의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려면 한 사람이 연간 생산하는 탄소의 양이 2.3톤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계산했다(독일의 경우 현재 국민 1인당 연평균 탄소 생산량은 11.63톤이다). (37쪽)

사실 이 문장에서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면 다음 문장은 어떨까. 좀더 구체적으로 다가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베를린에서 인도의 케랄라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면, 아유르베다(인도의 고대 의학 체계로 서구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휴양지에서 채식으로만 이루어진 아침 뷔페의 첫 스푼을 뜨기도 전에 당신은 비행기를 탄 것만으로도 이미 평균적인 인도인이 1년간 소비하는 양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셈이다. (39쪽)



지금껏 이렇게 발상의 전환을 해본 적이 없다. 여기가 여행지라고 생각하고 2주 동안 머물러본다고 생각하니 벌써 흥미롭다.

어느새 당신은 더는 먼 곳을 그리워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 그 자체로 충만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집에는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모든 것이 있으니까. 호텔에서 제공하는 베개가 아닌 내 몸에 딱 맞는 베개가 놓인 깨끗한 침대, 비가 오건 햇볕이 쨍쨍 내리쬐건 상관없이 필요한 옷이 모두 진열된 옷장,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깨끗한 물. 그리고 잘 열리고 잘 닫히며 열린 하늘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 많은 사람이 떠나고 텅 빈 여름, 도시에서 집에 머무는 사람들은 그동안 그리워하던 나의 공간을 오롯이 만날 수 있다. (66쪽)

2부에서는 '14일 일정으로 집에 체크인합니다'라는 내용으로 본격적으로 일일째부터 십사일째 할 일을 알려준다. 바쁘게 행군하는 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연도 있는 그대로 느끼며 하늘도 바라보고 방 안 구석구석 여행하는 것까지 하는 것이다. 힐링을 위한 여행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예를 들자면 굳이 템플스테이를 하러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명상을 할 수 있으니 그런 시간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할까.



이 책을 읽으며 어느새 집에서 여행하는 것조차 핑계를 대고 있는 나를 본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을 보니 아예 여행에 흥미를 잃었나보다. 어떻든 어디론가 훌쩍 2주간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하며 내 방에 체크인을 하는 것은 일상에 활력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 휴식이 필요할 때 문득 이 책을 떠올리며 내 방 여행을 감행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집에서 여행한다는 테마에 내 공간을 발견할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해주는 책이어서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머물며 동네를 여행하는 스테이케이션으로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것도 요즘 시대에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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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의 인문학 - 거대한 지식을 그림으로 잘게 썰어보기
권기복 지음 / 웨일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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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인문학이라니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팍팍 오지 않는가. 그런 느낌에 이 책을 읽어보았다. 부담없이 펼쳐들어 한 컷의 인문학을 공부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니 말이다. 특히 '거대한 지식을 그림으로 잘게 썰어보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 『한 컷의 인문학』을 읽으며 지식의 그림을 심어주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권기복. 현재는 읽고 쓰고 그리는 생활인문인이다. 인문학 콘텐츠 기획자로 일했다.

인문학 공부를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바는 하나의 자명한 진리나 결론이 아니다. 오히려 내 안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인문학적 명제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그간 정성스레 마련해둔 명제들을 주섬주섬 꺼내 대입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다. 더불어 우호적이거나 길항하는 명제들이 내 안에서 각축을 벌이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나만의 관점이 형성된다. 그 치열함이 흔적으로 남아 '지성'이 되는 것은 보너스다. 이 책에서 나는 평소 내가 궁금했던, 더불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민하면 좋을 주제와 이론을 정리해 소개했다. (5~6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인문학이라는 밥에 그림이라는 고명을 얹어서'를 시작으로, 1장 '지금 시대에 사랑은 가능한가', 2장 '지금 시대에 돈이란 무엇인가', 3장 '개인, 자유, 욕망의 발견 - 자유주의', 4장 '계급이라는 필터로 세상을 바라보기 - 마르크스주의', 5장 '공공의 것을 위하여 - 공화주의'로 나뉜다. 마지막에 참고문헌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설명도 되도록 쉽게 하려고 애를 쓰면서 그림까지 곁들이니 바쁜 현대인에게 부담없이 한 컷의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돈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앞서 이런 말을 건넨다. '어쩌면 탕수육 부먹, 찍먹을 고민할 동안에 한 입이라도 더 먹으라는 말처럼,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할 시간에 돈 한 푼 더 버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흔히 하는 말처럼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또 경제적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돈' 그 자체를 탐구해보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68~69쪽)' 이렇게 설명을 해나가니 시선을 고정하며 함께 생각을 이어간다.

독자에게 인문학적 사고를 할 여백을 준다고 할까. 그림과 함께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입문서 같이 부담을 덜어주고 편안하게 접근하도록 도움을 준다. 그야말로 책 뒷표지의 말처럼, "인문학의 드넓은 대지에 어떻게든 첫 삽을 뜨게 한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꽤 거창한 주제들이다. 거대해 보이기는 하나 살면서 한 번쯤은 마음먹고 파볼 만한 주제이기도 하다. 한 번에 깊게 파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첫 삽을 떠 놓으면 인생 어느 지점에서 반드시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 예전에 파 놓았던 것이 있었지?' 하며 두 번째 삽을 뜰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파 내려간 만큼 내 경험과 사유를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6쪽)

목차를 보면 다소 무게감 있는 주제들이어서 '이것을 쉽게?'라는 의구심이 살짝 생길 수 있는데, 막상 본문으로 들어가면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글자로만 구성된 것보다 그림이 함께 있으니 쉽게 접하면서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재를 이렇게도 접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면서 한 컷 한 컷 멈춰서 인문학적 사색에 잠겨본다. '한 컷의 인문학'이라는 제목에서 기대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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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행을 생각합니다
김홍재 지음 / 달꽃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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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생각하면 아련해진다. 언제든 여행을 할 수 있을 때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비행기티켓도 구매하지 못했으면서, 이제 막상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도 조심스러워지고 보니 과거의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을.

이런 때에 가장 바꾸기 쉬운 것은 '내 마음'이다. 저자의 말처럼 '지금은 즐거운 다음 여행을 상상하는 기분 좋은 시간'인 것이다. 이 책 『오늘도 여행을 생각합니다』를 읽으며, 마음으로나마 기분 좋게 세계여행을 떠나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김홍재. 마일리지 보너스로 지구 한 바퀴 여행의 꿈을 이룬 사람이며, 다음 여행과 다음 직업을 궁금해하며 사는 부산말 쓰는 서울 사람이라고 한다.

여행, 깊어져만 가는 마음의 병이 되었다. 일상으로 돌아갈 긴 기다림의 시간만이 치료제가 되는 불치병이 되었다. 깊어져 가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언젠가 다시 깜짝 놀랄 만한 여행을 바라는 독자님께, 이 책 『오늘도 여행을 생각합니다』가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15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여행, 깊어져 가는 마음의 병'을 시작으로, 1장 '답을 알고 있는 어려운 질문', 2장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3장 '소중한 먹방 여행만큼 중요한 것', 4장 '지구 정반대편 나라에는', 5장 '더 좋은 것을 알고 있다면'으로 나뉜다. 아르헨티나, 프랑스, 멕시코,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우루과이, 브라질, 뉴욕, 그리스, 스위스 등의 여행지와 여행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보면서 두 가지가 부러웠다. 저자가 출장이 잦은 직업이라 따박따박 마일리지를 모으며 지구 한 바퀴 항공권을 공짜로 제공받았다는 것과 '보너스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떠나는 지구 한 바퀴 신혼여행' 테마로 이 책을 출간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2019년에 떠난 지구 한 바퀴 여행이라면 그야말로 여행 막차에 잘 올라탄 것 아니겠는가. 여러모로 저자가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떠날 다음 여행에도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는 여행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결심하고 여행을 시작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깜짝 선물과 같은 순간일 것이다. 깜짝 선물은 또다시 '작고 사적인' 나만의 어떤 것이겠지만, 무엇일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여행이 여행자를 설레게 하는 이유이다. (32쪽)




 

저자는 사회 초년생 시절이던 10여 년 전 어느 날, 출장 가는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항공사 직원에게 들은 정보로 지구 한 바퀴 여행을 꿈꾸고 실행에 옮겼다. 10여 년 동안 마일리지를 모으고, 결국 지구 한 바퀴 여행을 허니문으로 해냈으며, 이렇게 책까지 출간했다. 어쩌면 마일리지나 결혼이 1년 늦어졌다면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었을 테니 아찔하고 아슬아슬해서 의미가 크다.

이 책을 읽으며 여행을 꿈꾼다. 일상을 부지런히 살면서 여행을 꿈꾸다가 어느 날 불현듯 실현되는 그런 여행 말이다. 그리고 그날까지 힘들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여행을 상상하면서 꿈을 꾸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그런 이유일 테다.



비행기가 탑승구를 떠나 활주로로 향하는 순간의 설렘,

지구별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고 즐거워하던 기억,

유명한 미술관에서 명작의 실물이 두 눈에 담기던 순간의 떨림,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카메라를 꺼내 들었던 본능적인 손의 움직임,

모두 심장을 뛰게 하는 여행의 즐거움이었습니다. (224쪽)

이 글을 읽고 보니 내 여행도 그랬던 듯하다. 솔직히 여행의 모든 순간이 설렜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기억에 남는 여행의 순간은 의외로 사소한 것이기도 해서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본다. 지금은 우울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지난 여행을 떠올리고 다음 여행을 꿈꿀 때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인식한다. 오랜만에 내 심장을 뛰게 했던 여행을 떠올리며 오래전 여행 사진을 꺼내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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