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는 당신을 위한 온전한 독서법
장경철 지음 / 생각지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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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서법에 관한 책이어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책을 조금 읽든 많이 읽든, 자신 만의 독서법은 필요하니 말이다. 특히 책을 읽는 법에 대한 노하우는 책 속 지식을 효율적으로 편집하여 나만의 지식으로 소화하는 데에 꼭 필요한 법이다. 그러니 독서법에 관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된다. 이 책의 제목은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이다. 어떻게 읽는다는 것인지 궁금해서 이 책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장경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장로회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조직 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일상생활의 깨달음과 감동을 전달하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공부하기와 책 읽기 여정에서 제가 체득하게 된 원리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원리를 잘 활용할 때, 학습 여정에서 내가 마주친 지식이 그저 주입된 지식으로 머물지 않고 내 정신 안에서 능동적으로 번식하는 가운데 복리로 증가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평생 학습자가 되어 변화된 환경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가운데 자신의 성장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 작은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1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내 혀에 닿기만 했던 음식이 아니었다'를 시작으로, 1장 '왜 공부해야 하는가', 2장 '어떤 대상을 찾아서 공부할까', 3장 '어떻게 책을 읽을까', 4장 '공부한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까'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책이 삶의 무기가 되는 그날까지'로 마무리 된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가장 먼저 주는 도움말은 바로 이것입니다. 금방 잊을 것들은 가급적 읽지 마라! 대신에 '내가 읽은 것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간을 들이고 횟수를 더하라'는 게 저의 제안입니다. (93쪽)

이 책에서는 금방 잊힐 것들을 너무 많이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시간 낭비는 인생 낭비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것들은 대체로 단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생각에 동의하긴 하지만, 일단 한 번 읽어봐야 그것이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으니 고민이긴 하다.

또한 메모하고 노트하는 습관을 들이기를 권하는데, 이는 동의한다. 나도 서평을 써놓기 이전에 읽은 책들에 대해서는 읽었다는 것만 기억날 뿐 무엇을 읽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것이 태반이니 말이다. 어떤 방식이든 메모와 함께 자신의 생각까지 적어두는 것은 필요하다. 그래야 기억을 해낼 수 있고, 그 자료들을 기반으로 새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독서의 방법을 하나씩 점검해본다. 어떻게 책을 읽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3장과 4장이 핵심이다. 읽어나가며 하나식 짚어보고 나만의 독서법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낸다. 특히 우리는 평생 학습자로 살아가면서 독서 방법을 모색하는 책을 주기적으로 읽어주며 자신 만의 독서법을 구축할 필요가 있으니, 그러기 위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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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나를 생각해 - 날마다 자존감이 올라가는 마음 챙김 다이어리북
레슬리 마샹 지음,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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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이거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의 자존감을 챙기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저 이 책의 제목처럼 '하루 10분'이면, 그리고 매일 조금씩 자존감을 위해 생각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날마다 자존감이 올라가는 마음 챙김 다이어리북을 오늘부터 시작해보기로 하며 이 책 『하루 10분 나를 생각해』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레슬리 마샹. 임상사회복지사로서 25년간 활동한 전문가이다.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와 온라인 강좌를 통해 개인의 건강, 전문적인 자기관리, 자신을 새롭게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방법에 대해 글을 쓰고 가르친다.

자신을 알고,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는 과정을 이 책이 안내할 거예요. 책을 따라 일기를 쓰다 보면 때로는 불편한 감정과 피하고 싶은 순간을 대면할 거예요. 그때 고개 돌려 외면하지 말고 꿋꿋하게 정면으로 마주하세요. 어려운 장애물과 위기를 잘 이겨낼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어요. 여기에 당신에게 도움이 될 메시지, 영감을 주는 인용문, 자기 내면에 집중하고 사랑을 끌어내는 운동까지 담았어요. 일기를 쓰는 동안 자존감을 높이고, 사랑을 경험하는 여행이 되길 바랄게요. 이제, 시작해 볼까요? (9쪽)



 

예전에 일기장에 글을 적을 때 그냥 단순히 그날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되는 대로 적어내려갔다. 하지만 그렇게 적고 나니 나중에 건질 만한 글이 없긴 했다. 게다가 자존감을 끌어올릴 만한 글과 생각을 펼쳐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야 좀 알 것 같으니, 때마침 이 책을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순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진행된다. 글 하나하나가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음성지원이 되는 듯하다. 예전에 '명상의 시간' 방송 목소리 같다고나 할까. 하나하나 적어나가면서, 그렇게 한 계절 한 계절이 지나다보면, 덧없이 시간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내 자존감도 챙기며 뜻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목록을 작성해 보세요.

빗방울이 떨어질 때 맡아지는 흙내음

골목길에 핀 들꽃

표지가 맘에 드는 책

감칠맛 나는 새우요리도 좋고요.

시원한 레몬에이드는 어때요?

자신에게 줄 근사한 선물을 준비하세요.

설렘 가득한 내일을 기대하게 돼요. (42쪽)



 

어떤 질문들이 있는지 슬슬 넘겨보다보니 순서대로 하나씩 꼼꼼하게 작성하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 읽고 쓰는 동안 자기비하가 줄어들고 자존감이 올라가며 내면에 집중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하루에 조금씩, 나 자신에게 솔직한 시간을 가지며 마음 챙김 다이어리북을 채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루 10분, 이 책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보내든 그렇지 않든 하루는 금세 흘러가버린다. 계절을 뭉텅이로 두고 생각해볼 때, 시간이 흐르고 보면 이 책에 글이 쌓이고 자존감도 차곡차곡 채워질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일도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매일 조금씩 실행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을 보며 '매일 나를 사랑하는, 그리고 나를 아껴주는 연습이 오늘의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176쪽)'라는 말을 믿고 나만의 글을 써 나가길 권한다. 날마다 조금씩 자존감을 올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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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한 클래식 이야기
김수연 지음 / 가디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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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 왔다. 괜히 한번 분위기도 잡고, 안 듣던 클래식에도 관심이 생긴다. 다 계절탓인가보다. 그런데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알아서일까. 클래식에 관한 책들이 여럿 출간되고 있다. 이 책만의 매력이라면, 가수 바다가 추천한 것이라는 점이다.

가장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책을 찾고 있다면 망설임 없이 바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_바다 (가수, 뮤지컬 배우)

제목에서 FUN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도 부담을 덜어주고, 클래식을 어떻게 접하게 될지 기대하며 이 책 『FUN한 클래식 이야기』를 읽어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김수연. 현직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클래식포유'의 대표이다. 25년째 음악인의 길을 걸어오며 현재까지도 여러 대학과 각종 기업에 출강하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다양한 무대에 서는 연주자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꼈던 생각들로, 기업과 여러 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더 쉽게 알리려 노력했던 강사의 경험으로 완성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기초적인 이해와 더불어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작곡가들의 재미난 삶과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4~5쪽, 서문 중에서)

이 책에는 비발디, 베르디,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 바흐, 쇼팽, 헨델, 차이콥스키, 비제 등의 음악가들에 관한 글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걸크러쉬 작곡가, 법정에 선 작곡가, 작곡가들의 특별한 취미, 혁명의 작곡가 등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들려준다. '클래식 바로 알기'에서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음악의 뿌리를 찾아서, 악보에 표기된 용어를 알아볼까요?, 오페라 이야기, 마에스트로 지휘자는 누구인가? 등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맨처음 '빨간 머리 신부님'이라는 제목으로 비발디가 소개된다. 첫 이야기부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비발디가 신학교에 진학해서 신부님이 되었다는 사실은 지금껏 몰랐으니 말이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빨갛던 머리카락 때문에 '빨간 머리 신부님'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적었을 때 나오는 연관 검색어 중, 특이한 검색어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작곡가, 바이올린, 사계 등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검색어들 사이로, '빨간 머리 신부'라는 검색어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텐데요, 비발디를 연상시키는 여러 가지의 단어 중 가장 생소한 단어 '빨간 머리 신부', 과연 이 단어가 비발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11쪽)

정말 생각보다 재미있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는 느낌이 든다.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클래식은 별로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제대로 깨주는 책이다.



 

간단한 이야기 끝에는 클래식 곡 소개와 감상 팁도 알려준다. '클린이'라고 해서 무엇인가 했더니 '클래식+어린이'인가보다.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에게는 이렇게 살짝만 팁을 들려줘도 도움이 된다. 감상팁만 살짝 살펴보아도 재미있다. 그렇다고 말하니 그런 것도 같아서 더욱 재미있게 클래식을 접할 수 있다.



 

뒷 부분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는 클래식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Q&A 시간을 가져본다. 클래식 감상 시 지켜야 할 간단한 예의부터 사소한 궁금증까지. 입문자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들려주고 답을 해준다. 사소한 궁금증이라도 시원하게 해결해주니 클린이에서 한 걸음 나아갈 발판을 마련해줄 것이다.



우리의 삶에 음악이 없다면 온 세상이 흑백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23년째 음악인으로 살아오면서도 늘 낯설기만 했던 클래식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고, 드라마 한 편을 본 것처럼 생생히 느껴지는 세계 클래식 거장들의 열전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장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책을 찾고 있다면 망설임 없이 바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세계적인 명곡들의 탄생을 재미있고 편하게 마주해 보세요.

_바다 (가수, 뮤지컬 배우)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책을 찾고 있다면 바다의 추천사처럼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잘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그것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솔깃한 심정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 단순한 이론책이 아니라 저자만의 스타일에 녹아들어가 개성있는 이야기책으로 재탄생한 것이니, 어느 곳을 펼쳐들어도 흥미로운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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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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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 박지웅의 산문집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이다. 제목에 있는 '시'와 '고양이'라는 단어로 호기심이 생겨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한 건데, 이 책의 맨 앞에 있는 '작가의 말'에 보면 그것에 대한 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는 고양이 책이 아니다. 시에 대한 책도 아니다. 우리 삶의 바닥과 곁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당신'과 '나'에 대한 이야기다. 당신과 내 곁을 지키고 있는 평범하고 아름다운 것들과 그 특별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시'와 '고양이'의 손길과 숨결이 내 삶에 따뜻한 언어가 되었으니 이 책 몇몇 곳에서 그들이 자연스럽게 스미어 있을 뿐이다.(4쪽)

그리고 이런 말이 이어진다. '우리가 '당신'과 '나', 저마다의 '시'와 '고양이'들을 되찾을 수 있다면, 이 보금자리를 보다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5쪽)'라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다.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박지웅. 부산에서 태어나 오래된 한옥 다락방에서 시를 읽고 쓰며 청년 시절을 보냈다. 2004년 《시와사상》 신인상을 받고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즐거운 제사>외 4편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 책은 치열한 삶을 지탱해줄 대상을 찾아 헤매는 현대인들의 마음 저변에 숨어 있는 한 마리의 고양이, 한 줄의 시를 발견해주는 이야기이다. 무기력한 삶이 반복되고 도무지 기댈 곳이 없다고 느낄 때, 당신의 마음과 주변을 잘 살펴보라. 골목 한구석에 웅크렸던 당신만의 고양이가 다가와 온기를 안겨주겠다. 담벼락에 적힌 낙서처럼 나도 모르게 쓰여 있는 시가 당신의 마음을 다독이겠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에는 그대에게 가는 클래식한 세 가지 방법, 그리움도 등대가 필요해, 내가 사는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지금', 심장에서 영혼까지,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 별이 되는 괜찮은 방법, 내 시는 왼손에서 출발했다, 유통기한이 없는 편지, 출발 신호를 주지 않는 세상, 왜 보고만 있는 건가요?, 기다림에 빈방이 생기면, 사람들은 당신의 등을 기억한다, 고양이와 꽃, 누군가의 울음이 나의 서식지였음을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듯 이 책을 읽어나간다. 읽어나가다가 문득 마음에 훅 들어오는 문장들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포근한 꿈 같은 문장들을 건져낸다. 그림 같기도 하고, 쏟아지는 별빛 같기도 한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런 것을 발견하며 내 마음을 온기로 채운다.

세상의 많은 이별이 수천 년을 건너가고 또 수천 년을 건너와 우리에게로 온다. 영혼들이 꿈꾸듯 나비에 숨었다가, 별자리에 들렀다가, 당신과 나를 꽃피우고 지게 하는 것이다. 인연이 이어지고 끊어지는 일이란 아무리 걸어 잠가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심장에서 영혼까지 팔랑대며 나는, 저 나비 날개가 일으키는 꿈이 온통 쏟아진다. (32쪽)



이 책의 제목과 동명의 글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는 처음부터 끝으로 이어지는 모든 부분에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생각건대, 시와 고양이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존재들이다. 아니, 어쩌면 세상의 바닥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저 바닥들이 우리 세계를 떠받치고 있다. 남극 생태계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크릴새우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지구상에 벌이 사라진다면, 수술에서 만들어진 꽃가루가 암술머리로 가는 길이 끊어져 열매가 사라진다. 벌의 멸종에서 시작된 죽음의 도미노가 인류 문명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채 몇 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은 결국 발 붙이고 살 바닥이 필요한 것이다.

모임은 취소되고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보호복을 입고 사투를 벌이는 의사와 환자들. 결혼식과 장례식에서는 축복과 추모가 사라지고, 교실과 공항은 텅 비었다. 사람의 발길과 손길과 숨결이 공포가 되어버린 시대, 코로나가 강타한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곁'과 '평범한 일상'이다. 그러고서야 우리는 새삼 깨달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모든 것이다.' (156~157쪽)

시와 고양이, 코로나 현실에 이어서 평범한 일상까지, 놓쳐버린 무언가의 소중함을 생각해본다. 특히 이 글의 마지막에 주는 여운이 존재의 든든함을 전달해준다.

어느 날, 길고양이에게 줄 물과 사료를 천 가방에 넣으며 곁지기가 건넨 돌멩이처럼 흔한 말이 외려 별보다 빛나는 까닭이 그러하다. 그때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한마디를 여기 누군가에게 가만히 건네본다.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158쪽)



시인들의 어휘 구사가 부러우면서도 가끔은 시를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들의 언어는 나와는 거리가 먼 듯해서 그런가보다. 그런데 그 중간 지점으로 이 책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가 아닌 에세이로 접한 글들이 부담감을 덜게 해서 좋았다. 시인의 에세이는 내 언어의 한계를 확장시키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풍성하게 해주는 듯했다. 이 책을 읽으며 공허한 마음을 글로 채우는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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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나이프 - 왼팔과 사랑에 빠진 남자
하야시 고지 지음, 김현화 옮김 / 오렌지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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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NTV 방영 드라마 원작 소설 『톱 나이프』이다.

일본 최고의 뇌수술 전문 외과 병동의 '마음' 이야기'

뇌가 제대로 고장나 버린 네 환자와

언제부턴가 마음이 망가져 버린

네 천재 의사의 수술과 회복 (책 뒷표지 중)

일본 드라마 방영 원작 소설이라는 점에 더해서 이 문장의 설명이면 끝이다. 이 책을 선택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며 이 책 『톱 나이프』를 펼쳐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하야시 고지.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후지TV <눈물을 닦으며>의 드라마 각본으로 데뷔했다. 전문적인 분야를 그려나가는 데 강점을 드러내는 각본가이다.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세계를 다룬 '톱 나이프'는 일본과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이자 그가 쓴 첫 번째 소설이다. 의료 세계를 휴머니즘과 엮어서 그려나가며 그가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책 속에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다. 최고의 신경외과 전문의와 이 분야에 몸담아서는 안 되는 전문의. 뇌는 생각보다 약해서 척수처럼 자가 재생 능력이 거의 없다. 따라서 다른 장기와 다르게 일단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 하기에 신경이나 섬세한 혈관이 다치는 건 환자의 죽음이나 장애를 의미한다. 불과 0.1밀리미터의 오차가, 0.1초의 망설임이, 0.1그램의 오만함이 환자를 재기 불가능하게 만든다. 따라서 모든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훨씬 높은 목표를 향해, '톱 나이프'라고 불리는 정점을 향해 매일같이 여러 가지를 희생해나가며 정진해야 한다. (7쪽)

소설의 소재도 바로 이어지는 한 장의 내용도, 나를 끌어들이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한참 읽다가 중간에 재미있게 몰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긴 하다. 물론 있긴 있다. 참으면서 읽다보면 읽을 만한 명작이거나, 마지막 반전에 찌르르 하는 경우 말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세상에 책은 많고 하루 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때에는 이왕이면 처음부터 시선을 확 휘어잡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첫 장면부터 나를 휘감는 무언가가 있어서 일단 첫인상 합격에 바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런 책이 있다. 책을 펼쳐들었을 때 책의 내용이 강렬하게 나를 휘어잡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말이다. 이 소설이 그랬다. 오랜만에 소설 속 이야기에 몰입해서 읽어나갔다. 이래서 이 소설이 드라마화되었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것 말이다. 신경외과라는 직업도, 뇌에 대한 것도, 이 책 속의 글이 그 모든 것을 새롭게 전해준다.

'하지만 우리 과학계에 세상에서 제일 위대하면서도 신비한 창조물을 만지고 도려내고 이어 붙일 수 있는, 신을 능가하는 직업이 있지. 그게 바로…… 신경외과 전문의야.'

우주에서 제일 복잡한 기관이자 50억 년 동안 진화해온 인류의 창조물인 뇌를 고치는 일. 그렇기에 정밀도와 섬세함과 위험성은 다른 외과인 심장외과나 소화기외과에 비할 수 없었다.

'다른 외과가 땅에 걸쳐진, 폭 10센티미터짜리 다리를 건너는 일이라면, 신경외과는 10층에 걸쳐놓은 다리를 건너는 일과 마찬가지야. 특별한 사람만 건널 수 있지.' (15~16쪽)



흡인력이 뛰어나서 단숨에 읽어나간 소설이다. 소설을 읽을 때에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특히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더해져서 작품을 살린다. 그러면서 문득 멈춰서서 생각에 잠기도록 하는 장면도 있어서 여러모로 마음을 휘어잡는다.

"뇌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알아?"

"중요한 거요? …… 뇌 트레이닝 같은 건가요?"

이마데가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타인의 생각에 공감하는 능력이야. 뇌는 타인이 존재함으로써 처음으로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거든. 타인에 대한 공감…… 그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게 사랑이잖아?"

고즈쿠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타인과 이어지고 싶은 마음. 자네도 그걸 느껴봤으면 해." (284쪽)

저자가 드라마 각본으로 데뷔한 데다가 전문적인 분야를 그려나가는 데 강점을 드러내는 각본가라는 점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드라마에는 일본 최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 데다가 이 작품이 그가 쓴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에 많은 것을 쏟아부은 듯 하다. 전문분야를 다룬 소설을 제대로 읽은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이 소설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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