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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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가 김영하의 여행 기록이다. 특히 이 문장을 보고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다가올 인생의 변화를 예감하며 떠난 여행'이라는 것 말이다. 여행을 하지 말아야 하니 여행이 더 그립고, 책을 읽으며 그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특히 소설가의 여행 이야기는 더 풍성한 문장으로 다가와 나를 뒤흔들어놓으리라 기대되어 이 책을 읽고야 말았다. '언젠가 시칠리아에서 길을 잃을 당신에게'라는 프롤로그의 제목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이 책의 저자는 김영하.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이 있다. 여행에 관한 사유를 담은 산문 『여행의 이유』를 냈고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기도 했다. (책날개 발췌)

인생은 길지 않다. 과거에 쓴 책을 보면 더욱 그렇다. 쓸 때의 느낌은 아직 생생한데 판권면을 들춰보면 그게 벌써 십 년 전이고 십오년 전이다. 그런 책들은 마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로 보내온 메시지 같다. (9쪽)

저자는 이 여행이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 경험한 마지막 여행이라고 언급한다. 생각해보니 이제는 길을 잃고 싶어도 잃을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젊었다, 그리고(아니 그래서), 겁이 없었다'(10쪽)는 이 말에 쿵, 마음이 아려온다.

시칠리아 여행까지 착착 진행되는 과정을 보니 내가 다 두근거린다. 어쩌면 평생을 뛰던 가슴도 멈추어버린 듯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다 그만두고 소설 써'라고 이야기하는 아내가 있다니 얼마나 좋겠는가. 게다가 단 한 번도 시칠리아에 가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 없었다니, 그또한 흥미롭다. 그곳은 <대부>의 돈 코를레오네의 고향이고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어린시절을 보낸 곳이며,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들이 살고 있으며 거친 사내들이 배를 타고 자기 운명을 개척하러 떠나는 곳이다. 팔레르모라는 도시에서 영화제가 열린다는 것, 평론가 김현이 90년대에 『시칠리아의 암소』라는 평론집을 냈다는 것 정도가 그 섬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시칠리아에 가게 되었고, 이 책도 그래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글과 사진을 보면서 시칠리아 여행을 상상해본다. 어슬렁거리며 그곳을 돌아다니는 듯, 이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의 시간을 보낸다. 낯선 곳을 하나씩 알아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여행 이야기를 채운다. 때로는 역사적인 설명에, 때로는 사진 한 장이 주는 많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시선을 집중해본다.

 



영어로는 '기억상실' 혹은 '잃어버린 기억' 정도로 읽힐 그 문장이 내게는 이렇게 보였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돌아보면 지난 시칠리아 여행에서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그 긴 여행에서 그 어떤 것도 흘리거나 도둑맞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운이 좋았던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다시 짐을 점검해보았다. 있을 것들은 모두 있었다. 오히려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모두 서울에 있었다. 전광판을 보며 나는 지난 세월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편안한 집과 익숙한 일상에서 나는 삶과 정면으로 맞장뜨는 야성을 잊어버렸다. 의외성을 즐기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한 자신을 내려다보며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를 즉각적으로 감지하는 감각도 잃어버렸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나날들에서 평화를 느끼며 자신과 세계에 집중하는 법도 망각했다. 나는 모든 것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골똘히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296쪽)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내가 변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내가 정말 여행을 좋아했던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나는 서서히 변해버렸던 것이다. 무언가 익숙한 것을 찾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며 그렇게 길들여지고 있었나보다. 생각이 많아진다.

이 책은 김영하 작가의 2007년 여행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몰입도가 뛰어난 책이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다. 언젠가 시칠리아에 가게 된다면 마음껏 길을 잃어야겠다. 스마트폰을 꺼두고 종이지도 한 장 들고, 그렇게 예전에 내가 여행하던 것처럼 그곳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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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 - 부담은 줄이고 성과는 높이는 부탁의 기술
웨인 베이커 지음, 박설영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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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니 내가 속으로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 어떤 때는 '에이, 그냥 내가 하고 말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우리가 일을 더 잘하게 만들고, 덜 좌절하게 만들며, 생각지도 못했던 해법을 찾도록 도와준다'라고 말이다. 때로는 필요한 것을 요청하는 단순한 행동이 우리를 성공으로 인도하는 열쇠가 된다고 하니, 제대로 부탁하는 법을 알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장의 제목 '부탁하지 않으면 누구도 당신을 도울 수 없다'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며 이 책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웨인 베이커. 미시간대학교 로스 경영대학원 조직경영학 교수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사회적 자본, 네트워킹, 관대함, 긍정 조직학이며 140여 편의 학술 논문과 여섯 권의 책을 집필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부탁의 원리를 바탕으로 네트워킹 플랫폼 기비타스를 개발해 기업과 조직에 제공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작은 부탁이 만드는 기적'에는 1장 '부탁하지 않으면 누구도 당신을 도울 수 없다', 2장 '부탁을 못하는 사람들의 8가지 특징', 3장 '주고받음의 법칙'이, 2부 '나를 성장시키는 부탁의 기술-개인과 팀을 위한 실천법'에는 4장 '원하는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 5장 '당신의 팀은 얼마나 안전한가', 6장 '경계를 넘어 부탁하기', 7장 '부탁하는 사람에게 보상해야 하는 이유'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말한다. 청중에게 언제 도와달라고 청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인내에 한계가 올 때쯤에야 도움을 청한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법이 안 보이고 완전히 절망적인 상태가 될 때에야 도움을 부탁하죠." 이게 그들의 답이라는데,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다. 하지만 '부탁'이라는 것이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다. '때로는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단순한 행동이 우리를 성공으로 인도하는 열쇠가 된다'라는 것이다.



각 장의 끝에는 '핵심 정리'와 '생각하고 실천하기'를 통해 한 번 더 정리하고 실천할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며 부탁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변화했다면, 어떻게 실천할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만 해도 부탁은 힘든 일이고 꺼리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어가며 부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웨인 베이커는 지난 15년간 내 경력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교훈을 알려주었다. 관대함의 가장 큰 장벽은 다른 사람들이 베풀기를 꺼리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요구하기를 두려워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요청을 하는 데 능숙해지고 도움을 받는 데 익숙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일러준다. 이 책은 목표를 달성하고 더 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훌륭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_애덤 그랜트(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이 책은 애덤 그랜트와 함께 기브앤테이크를 설립한 네트워킹 연구의 권위자 웨인 베이커의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부탁'의 의미와 효과에 대해 기존과는 다르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되도록 스스로 해결하고 부탁은 꺼려야 할 것이 아니라, 적절히 잘 부탁하면 성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부탁의 의미를 새롭게 알 수 있으니 도움이 된다. 특히 팀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니 이 책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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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쓸모 - 결국 우리에겐 심리학이 필요하다
이경민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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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나 처음 사는 인생이다. 그러니 일, 사랑, 관계에 서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남의 인생을 보면 겉으로 보기엔 능숙해 보여도 속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태연해 보이는 그 속을 들여다보면 벌벌 떨며 근심 걱정이 가득할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결국 우리에겐 심리학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쓸모 면에서 심리학을 살펴본다는 것에 대해 궁금해졌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이 책 『심리학의 쓸모』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경민. 상담심리지도사 1급, 진로진학상담사 2급을 보유한 심리상담가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보드미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상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 혹은 심리학 개론서를 더 심도 있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관련된 심리이론을 직접 적용해보고, 방대한 심리학적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책입니다. 심리학이 누구에게나 오차 없이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꿈을 잃었던 지난날의 필자에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든 현재의 필자에게, 그리고 새로운 꿈을 이뤄가는 미래의 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7~8쪽,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를 시작으로, 1장 '처음 만나는 심리학', 2장 '관계도 노력이 필요하다', 3장 '자기실현을 위한 심리이론', 4장 '결국 우리는 나이가 든다', 5장 '성공적인 노화에 대하여', 6장 '나에게 선물하는 상담심리학'으로 나뉜다.




 

저자는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직장을 떠나 엄마가 되었다고 한다. 무엇이든 글로 배울 수 있다고 믿었던 때, 육아 심리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성장과정과 양육 방식을 모두 터득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으로 배운 것과 실제로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직접 경험하고 나서 깨닫게 되는 부분은 다르니 심리학에 대해 이 책에 어떻게 담아놓았을지 궁금해하면서 더욱 집중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심리학 이론서이면서도 잘 정리되어 있는 심리학 입문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자 자신도 그냥 겉도는 느낌으로 심리학을 공부하다가 직접 경험하고 부딪치며 깨달음을 계기로 심리학이 달리 보였을 것이다. 그제야 심리학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심리학을 다시 공부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 이후의 심리학은 이전과 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심리이론을 공부하고 방대한 심리학적 지식을 정리해놓은 책이다.




 

예전에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며 교양수업 '심리학 개론'을 신청해서 들었을 때의 첫 느낌이 기억난다. 내가 생각하던 '심리학'은 이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며 당황했다. 전문적이고 딱딱한 느낌의 이론이 아니라 조금 더 부드럽게 다가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무게감이 있는 심리학 이론서로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적당하리라 생각된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오늘도 크고 작은 마음의 혼란과 진통을 견뎌가며 묵묵히 하루를 살아갑니다. 늘 직장 상사, 동료, 친구, 연인, 가족의 눈치를 살피고 그들의 감정 변화를 신경 쓰며 지내왔지만, 정작 '나'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고, 온전히 '나'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심리학이 안내자의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전공자가 아니면서 이론적으로 심리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읽어볼 만한 책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너무 어렵고 학술적인 책이 아니라 간단명료하게 작성된 심리학 이론서를 찾는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심리이론에 대해 핵심적으로 정리해놓은 책이어서, 이론적인 부분을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다양한 심리학적 이론과 실험 등이 실려 있어서 이 책을 기반으로 심리학적 지식을 넓혀가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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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
이광식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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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알면 사는 법이 보인다"라는 띠지의 글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 옛날 하늘의 별을 나침반 삼아 항해했다는 이야기나 천문을 알고 인간을 알았던 그 마음은 잊은지 오래된 현대인이다. 가끔 하늘을 보는 것으로 기분전환하는 것 말고는 그저 좁은 시야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이 책에 눈이 번쩍 뜨였다. 우주적인 시각으로 인생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 『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광식. 나이 쉰 중반에 생업을 접고, 우주나 사색하다 가야겠다는 생각에 강화도 퇴모산으로 귀촌, 낮에는 텃밭일 하고 밤에는 별을 보는 한편, 천문학, 물리학 책 1백여 권을 읽었다. 지금은 개인 관측소 '원두막 천문대'를 운영하면서 일간지, 인터넷 매체 등에 우주, 천문 관련 기사와 칼럼을 기고하는 한편, 각급 학교와 사회단체 등에서 우주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쓴 뜻은 부족하게나마 우주의 탄생과 그 진화라는 '큰 그림'을 보여주기 위함인 만큼, 보다 깊은 천문학-천문학사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다음 독서 단계로 나아가는 데 디딤돌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8쪽)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지은이의 말 '쉰 살, '천명'을 알아야 할 때'와 프롤로그 '어느 날 문득 '우주'가 나를 찾아왔다'를 시작으로, 1장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2장 '만물의 근원인 수소가 맨 처음 한 일', 3장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4장 '우주는 얼마나 클까?', 5장 '우주는 끝이 있을까?', 6장 '우주에서 가장 기괴한 존재, 블랙홀', 7장 '알수록 신기한 '태양계' 동네', 8장 '다정한 형제, 지구와 달 이야기'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우주는 어떤 종말을 맞을까?'로 마무리된다. 중간중간 <재미난 쉼터>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 이름을 보니 생각난다. 어디 한 번 보자는 심정으로 읽었던 책 『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토픽』이 무척 재미있었다. 잠 안 오는 밤에 읽었다가는 날 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웃느라고 잠자기는 다 글렀다고 생각하던 몇 년 전 겨울날이 떠오른다. 이 무렵이었다. 맨눈으로 별자리가 일그러지는 것을 보려면 적어도 5만 년을 살아야 한다는 앙드레 브라익(프랑스 천문학자)의 말도 인상적이었고, 막연한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글이 재미있었다. '당신이 오늘 밤 본 오리온대성운의 빛은 신라, 백제, 고구려가 아웅다웅하던 삼국시대에 출발한 빛인 것이다'라든가 '오늘 밤 내가 보는 베텔게우스 별빛은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군대를 돌리던 무렵 별에서 출발한 빛인 것이다' 같은 표현은 요즘에도 밤하늘을 보다가 가끔 떠올린다.

그러니 이 책에 대한 기대도 컸다. 물론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은 책이어서 뿌듯하다. 너무 거창하게 무게 잡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웃으면서 볼 수 있어서 접근성이 뛰어나다. 그러면서 마음에 담아둘 이야기도 곳곳에서 발견한다.

"인간은 광대한 우주에 살고 있으며, 인간 못지않게 경탄할 만한 우주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이 넓고 큰 세계의 기원과 숙명을 무시하고서는 참된 의미의 만족스런 생활을 해나갈 수 없다."_중국의 작가이자 문명비평가인 린위탕 『생활의 발견』 중에서 (27쪽)



막 웃기도 하고, '오호' 하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이 책을 읽어나간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며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책이다. "우주의 별이 많을까, 지구 위의 모래가 많을까?" 하는 질문에 "우주의 별들이 지구의 모래보다 약 10배쯤 많다"라고 알려주니 정말 놀랍다. 그런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정말 미미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밤 바깥에 나가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라. 저 아득한 거리에서 반짝이는 별들에 그리움과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면, 여러분은 진정 우주적인 사랑을 가슴에 품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88쪽)

한동안 우주를 잊고 살았다. 살아가는 근심 걱정에 버겁기도 하고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니 발걸음이 무겁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책을 펼쳐들고 읽는 시간만큼은 우주를 알아가고 생각하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어쩌면 우주를 알아야 할 때에 이 책을 적절히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책장에 꽂아두고 틈틈이 꺼내들어 읽으며 우주적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우주에 대해 이렇게 쏙쏙 들어오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이 흔치 않으니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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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쓰기 - 삶의 의미화 에세이 작법, 개정 증보판 세상 모든 글쓰기 (알에이치코리아 )
이정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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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서적을 기웃거렸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본을 짚어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것이 이 책 『세상의 모든 글쓰기 - 수필 쓰기』이다. 수필작법을 제대로 짚어보고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정림. 1974년 《한국수필》의 전신 《수필문예》 제6호에 <얼굴>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수필을 쓰기 시작하여,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된 수필가다. 현재 계간 《에세이21》 발행인 겸 편집인이며, 32년간 수필 강의를 한 노트를 정리하여 《세상 모든 글쓰기 _ 수필쓰기》 개정판을 냈다.

세상 모든 글쓰기 시리즈인 《수필 쓰기》는 2007년 12월에 출간되어 13년 동안 독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 왔다. 글을 쓰되 문예적인 산문, 즉 정통 수필을 쓰고자 하는 분들께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머리말, 개정판을 내며 중에서 발췌)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수필 입문자를 위한 기본 지식', 2장 '좋은 수필의 6가지 조건', 3장 '수필, 어떻게 써야 할까?'로 나뉜다. 수필의 전제, 본질, 성격, 종류 등 수필 입문자를 위한 기본 지식부터, 수필을 어떻게 써야할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부록 '글쓰기의 기초'에는 '글쓰기와 친해지기', '바른 문장으로 쓰기'가 수록되어 있다.

수필은 우리의 삶을 의미화하는 문학이다.

의미화하지 않은 삶은 반복되는 일상일 뿐이다.

생활의 의미화, 그것이 곧 수필이고,

수필이 곧 삶의 철학이 되는 것이다.

(책 속에서)



먼저 이 책에서는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아니다'라고 알려준다. 사실 학창시절 수필에 대해서 배우면서 '무형식의 형식'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외웠다. 하지만 '이 말은 수필을 처음 쓰고자 하는 사람들을 당혹케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붓 가는 대로 막 썼다가 나조차 보기 싫은 결과물이 나오면 황당하고 의기소침해지니 말이다. 하지만 그 속뜻은 '달관과 통찰과 깊은 이해가 인격화된 평정한 심경이 무심히 생활 주위의 대상에 혹은 회고와 추억에 부딪혀 스스로 붓을 잡음에서 제작되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저 아무렇게만 쓰면 되는 글인 것처럼 가볍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향기가 있되 진하지 않고, 소리가 있되 요란하지 않으며, 아름다움이 있되 천박하지 않은 글, 이것이 바로 수필인 것이다. (21쪽)

수필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을 조목조목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다른 장르가 아닌 수필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다. 구체적인 예시를 보면서 '이런 글이 더 심금을 울리겠구나, 이렇게 쓰는 것이 단순한 사실 나열보다는 독자의 마음에 들어오겠구나'하면서 생각에 잠긴다.



객관적인 사건을 보도한 일반적인 산문과, 그 사건을 자신의 감정을 주입시켜 전달한 수필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짚어주니,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이런 문장들을 훅 건져내는 시간을 보낸다.

다음은 인터넷에서 본 예문이다.

눈이 녹으면 뭐가 되느냐고 선생님이 물으셨다. 다들 물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소년은 봄이 된다고 했다. 소년의 대답은 곧 시요, 문학이다.

당신은 왜 안경을 썼느냐고 물었을 때, "눈이 나빠서"라고 대답하는 것은 사실에 충실한 말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면 그 말은 상대방의 심금을 울리는 답이 된다. 이렇듯 수필은 사실에 정서를 입히는 문예적인 산물이다. (83쪽)



곁에 두고 틈틈이 펼쳐들어 수필 작법을 점검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수필을 쓰기 위해 이론과 실전을 잘 배합하여 작성한 책이어서 수필 입문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정통 수필에 대해 짚어보고 글쓰기에 적용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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