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신서경 지음, 송비 그림 / 푸른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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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맛있는 거 먹고 기운 차리고 기분도 좋아지고 싶은데 도대체 무얼 먹으면 그럴 수 있을까? 무얼 먹으면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그런 고민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그날이 그냥 평범한 날이 아니라 바로 '지구 멸망 일주일 전이라면?' 생각해 보니 더 긴장된다. 잠깐 생각해 보고 말 문제가 아니라 한참을 고민고민하다가 결정해야 할 듯하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막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제목에 이끌려 이 책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글 신서경, 그림 송비의 작품이다.

저는 원래 호객 행위 같은 걸 잘 거절 못 하는 소심한 성격입니다. 2014년도쯤 길을 가다가 붙잡혀 "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뭘 할 거냐"는 이상한 설문조사를 하게 됐습니다. 소시민인 저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거 같진 않았고, 그저 소중한 사람들과 맛있는 밥을 먹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이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입니다. (작가 후기 신서경)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장 '지구가 멸망한다면 어제보다 맛있는 사과를', 2장 '만 칼로리 케이크', 3장 '소화가 안 될 땐 매실', 4장 '뒤늦은 시루떡', 5장 '죽을 준비', 6장 '사랑의 도시락', 7장 '지구 최후의 만찬'으로 나뉜다.

지구 멸망 일주일 전으로 상황이 설정된다. 일주일 후에는 지구가 그냥 멈추고 인류가 살아날 확률은 3%라는 것이다. 상상 속 상황은 실제 상황이 된다고 해도 딱히 다를 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 멸망이라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한 철학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지만 그러면 사과는 대체 언제 먹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제보다 조금 더 맛있는 사과를 먹는 거다. (86~89쪽)




지구 멸망에 관한 상황 설정은 그렇게 하고, 본격적으로 D-day를 향해가면서 봉구의 먹방을 진행하니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맛깔스러운 방송에 홀리듯 읽어나간다. '만 칼로리 케이크 저거 만들어 먹어보고 싶어, 집에서 시루떡을 만들어 볼까, 도시락도 맛있겠네' 등등 이 책을 읽으며 먹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지구 멸망의 날이 가까워올수록 사람들의 복잡미묘한 마음과 맛있는 음식이 긴장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같은 음식이어도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느낌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지구 멸망 일주일 전'이라는 특별상황이 더 참신하게 다가온다. 그때 무엇을 할까에 관해서는 이미 질문을 들어보았고, 그냥 평범하게 지내겠다고만 막연히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한 번쯤 생각해 보아도 재미있을 듯하다. 생각해 보니 그때가 온다면 만화 속 상황처럼 집밥으로 일주일을 만들어 먹으면서 보내게 될 것이다. 식당이나 마트도 문 닫고, 전기 공급도 끊기고 그렇다면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오히려 평범한 한 끼 중에 일주일의 메뉴를 생각해두어야겠다.

봉구가 지구 최후의 만찬에 사람들을 초대해 그 사람을 위한 음식을 준비해 준 장면은 감동을 준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더 먹고 가>의 임지호 셰프를 보는 듯하다. 같은 음식이어도 그 사람만을 위해 의미를 담은 요리는 감동받기에 충분하다. 재미와 감동, 긴장과 안도감, 이 모든 것을 잘 담아낸 한 그릇 음식 같은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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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방지 대화 사전
왕고래 지음 / 웨일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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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에 이런 말이 있다. "이 사전을 진즉 가졌더라면 밤마다 내가 내뱉은 말로 이불킥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오호~! 여기에서 솔깃한다. 인간관계는 이래서 어렵다. 너무 아무 말 안 하고 듣기만 하고 있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분명 실수가 있다. 그 실수를 바로 깨닫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이불킥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훨씬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문득 깨닫는다. '그때 그 말은 하지 말 걸.' 하고 말이다.

이거 괜찮은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 저 사람 상처 주고 말 거야.'라고 생각하며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고 툭 내뱉는데 상대방은 상처를 받는다. '내가 예민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말에 기분이 상했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가는 상대방과 관계가 틀어질까 봐 꾹 참기도 한다. 그렇게 인간관계는 힘들다.

잘못된 말버릇으로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틈틈이 책을 들춰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말솜씨도 대화법도 배우고 익히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니 말이다. 특히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으니 책의 도움을 받고자 이 책 『후회 방지 대화 사전』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왕고래. 카카오 브런치 21,000 독자가 선택한 작가다. 소심한 기질 덕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 심리학을 전공했다. 깊은 바다를 긴 시간 자유로이 유영할 수 있는 포유류, 고래가 되길 소망한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프롤로그를 펼쳐들며 벌써 고개를 끄덕이며 푹 빠져든다. "기분 나쁘게 듣지 마.", "널 위해 하는 말이야.", "그러게 내가 뭐랬어?", "난 그냥 솔직하게 말한 건데?", "네가? 에이 설마.", "딱 보면 알지. 다 거기서 거기야." 등등 살면서 이런 말들을 들었던 순간을 떠올린다. 묘하게 기분 나쁘지만 그냥 들어 넘겼다. 좋은 뜻으로 한 건데 내가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아니다. 그건 그냥 '미운 말'이었다. 미운 말에 대한 글을 보고 정말 속 시원한 무언가를 느꼈다. 나만 불편한 건 아니었구나.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나쁜 말과 미운 말은 다르다.

"네 부모가 널 이딴 식으로 키웠어?"라는 말은 나쁘다. 이미 그 의도나 방향이 드러나 있어서 별 오해가 없다. 말하는 사람도 자신이 독소 가득한 뭔가를 던졌다는 것 정도는 알 것이고 듣는 사람 역시 예외 없이 빡이 세차게 돌 것이다.

나쁜 말은 화살과 같다. 던지는 순간 보기 좋게 명치 어딘가에 꽂히므로 관계를 작살낼 생각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조심할 수 있다. 실수로 뱉었더라도 눈에 보이기 때문에 차라리 뽑는 시도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내용도 미운 말로 둔갑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기분 나쁘게 듣지 마. 네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야?"

미운 말은 바늘이다. 화살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폐부 깊숙한 곳에 들어가 박힌다. 한번 혈류를 타고 들어가버린 그것을 찾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저곳에 불쾌한 흔적을 남기며 그간 쌓아둔 수백 번의 좋은 말들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미운 말은 그것을 뱉는 사람은 물론 듣는 사람조차 속내를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좋은 의도를 가진 것처럼 들려서다. 듣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네 거지 같은 인생을 보고 있으면 딱히 내가 최악은 아닌 것 같아서 안심이 돼."처럼 분명하게 얘기해주면 좋으련만(그러면 들이박고 싸우기라도 하지) 인생 지저분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널 보고 있으면 그래도 힘이 나. 넌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라며 토사물을 정성껏 나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속이 뒤틀리기 시작할 것이다. 심지어 그는 이런 말을 뱉고 뿌듯한 표정까지 짓고 있다. 찝찝함은 온전히 내 몫. 환장할 노릇이다.

(5~6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나도 모르게 폴폴 풍기는 '후각 편'', 2장 '듣다 보면 싸늘해지는 '청각 편'', 3장 '입맛 뚝 떨구며 주먹을 부르는 '미각 편'', 4장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시각 편'', 5장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촉각 편''으로 나뉜다.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좋을 때다, 저는 별거 아니에요, 기분 나쁘게 듣지 마, 널 위해 하는 말,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이, 내가 너 정도 됐으면, 네 잘못도 있어, 그러든가, 나는 더 그래, 그건 아니지, 내가 뭐랬어?, 그냥 솔직하게 말한 거야, 남이면 이런 말도 안 하지, 내가 남보다 못해?, 근거 있어?, 물어보지도 못해?, 미안하다고 했잖아,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거야, 그러는 너는, 이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후련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무언가 불편했지만 다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라고, 꾹 참고 들었던 말들이 떠오른다. 나 그냥 참기만 하지 않아도 되었다고, 그거 '미운 말'이라고 이 책에서 짚어주니 '맞아, 맞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나간다. '예민하게 왜 그래?'가 아니라 '그거 당연한 거야.'라고만 해줘도 내 마음은 벌써 치유받는 느낌이다.






 


저자는 이 책을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언급한다. 목차에서 먼저 눈이 가는 표현을 골라 읽어도 좋고, 이해하기 난해한 내용들은 과감히 넘어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순서대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저자도 글의 후반부로 갈수록 가까운 관계에서 뱉게 되는 독하고 미운 말들이 주를 이루니 순서대로 읽으면 좀 더 극적인 감정의 고양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참으면 될 걸 괜히 문제 삼았다가 서로 기분만 상할지도 몰라. 좋은 의미로 한 이야기일 건데.'라고 생각해왔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발언에 대해 내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았을지, 그것까지 파악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저자가 소심한 기질 덕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며 이 책에 담아놓은 것들이 나에게는 무척 유용했다. 기대 이상의 책이어서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잘못된 말버릇을 조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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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 저절로 정리가 되는 <하지 않는 수납법>
미즈타니 타에코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스타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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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바람 살랑 불고 벚꽃 많이 피고, 봄바람 제대로 날 시기가 온다. 그때가 되면 솔직히 집에서 정리하거나 요리하며 시간을 보내기 싫다. 하기 싫다고 말하는 것에 약간 주저했지만 당당하게 이야기하련다. '그래, 나 집안일하기 싫어. 어쩔래?' 이것도 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하기 싫은 사람은 안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런 나의 시선에 훅 들어오는 책을 만났다. 바로 '불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다. 나도 그러고 싶다. 배우고 싶다. 괜히 꼼꼼하게 완벽하게 하고 싶다고 욕심부리다가 지레 지쳐서 손도 못 대개 만들지 말고, 그냥 안 해도 되는 걸 안 하고 싶다. 그거면 되었다. 집안일에 대한 부담을 덜고 싶고, 손이 덜 가게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할지 알고 싶어서 이 책 『불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무인양품 상품개발자 출신 정리수납 컨설턴트 미즈타니 타에코의 실전 노하우를 대공개한다. 표지에 보면 '상자 속에 숨기는 것은 이제 그만두세요!'라고 말하는데 뜨끔한다. 수납 상자를 좀 더 구매해야 하는 건가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을 바꿔보는 시간을 갖는다. 나도 모르던 물건이 불쑥 나오는 경험을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마음먹으며 이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1부와 2부는 제목이 쏙쏙 들어온다. 1부는 '불필요한 것을 하지 않는 마음가짐'인데, 하지 않는 마음가짐 다섯 가지를 알려준다. 2부는 '불필요한 것을 하지 않는 수납'인데, 하지 않는 수납 일곱 가지 법칙을 소개하는 것이다. '숨기지 않는다, 채우지 않는다, 덮지 않는다, 분류하지 않는다, 옮겨 담지 않는다, 정돈하지 않는다, 나란히 놓지 않는다' 이 일곱 가지에 대해 접하면서 많이 뜨끔한 마음으로 읽어나간다. 그래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죄책감이 아니라,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도움이 된다.

수납용품을 사러 달려가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적당량을 깨닫기 바랍니다. 정리를 하면서 쓰지 않는 물건의 산을 바라보면 '어? 이런 물건을 위해서 수납용품을 산 거야'라는 허망함을 느끼게 됩니다. 적당량을 알면 정리 정돈은 물론, 장보기, 청소, 요리… 모든 집안일이 경감되고 무엇보다도 물건에 휘둘리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15쪽)

이 책을 보면서 눈에 확 들어오는 말이 '여유 있게 나눠서 대충 넣으니까 정돈하기 쉽다'였다. 그동안 아주 열심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정리 정돈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일단 물건을 줄여야 하고, 안 해도 되는 것은 안 하면서 내 삶의 사이클에 맞춰놓는 거였다. 남들 보여주기 위한 세세하고 꼼꼼한 정리가 아니라, 내가 보기 좋게 나의 시선에 맞게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여유 있게 나눠서 대충 넣는' 정리 법이었으니, 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많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청소는 대규모가 되지 않게 오염이 적을 때 대처합니다.

청소 도구를 가까이에 놓거나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매일 아침 5분이면 청소를 끝낼 수 있어요. (51쪽)

정말 맞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청소이니 오랜 시간을 투자하기 싫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조금씩 후다닥하고 끝내는 편이 낫다. 오늘 귀찮다고 안 하면 나중에 더더더 귀찮은 일이 일어나고 마는 법! 그냥 지금 몸을 움직여 대충이라도 쓱싹하고 치우는 편이 낫다.

이 책에서는 수납용품이 필요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4부에 보면 '효율적인 수납용품'을 하나씩 알려주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정리되었다는 느낌이 아니라 '효율성'을 기준으로 정리를 하고 있어서, 본문을 보면서 '아, 이렇게 하면 편리하겠다'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그 경우에 수납 아이템이 필요한데 그 부분은 106쪽부터 소개하고 있으니, 일단 이 책을 읽고 나서 구입 의사가 있으면 장만해도 좋겠다.

그래도 가장 기억해야 할 말은 이거다. '원래 아무것도 없으면 어질러지지 않아요'라는 말을 기억하며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야겠다. 지난여름 지긋지긋하게 덥고 힘들어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운 나날이었는데, 그런 여름이 오기 전에 정리 안 해도 좋을 시스템으로 하나둘 바꿔봐야겠다. 이 책이 효율적으로 정리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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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필통 안에서 - 제10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길상효 지음, 심보영 그림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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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어보기도 전에 웃음이 난다. 표지 그림을 보면 깊은 밤 필통 안에서 연필들이, 아참 지우개도 있다, 문구류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표지를 보자마자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의 뒤표지를 보자. 학교 공부는 점점 어려워지고, 쓸 얘기도 없는데 일기는 매일 써야 하고, 게다가 우리 주인 담이는 글씨가 어찌나 삐뚤빼뚤한지! "연필들도 힘들다고요!"

그러게, 그렇겠구나, 연필들도 참 힘들겠구나! 이제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본다. 요즘 아이들 힘들겠다는 생각은 해보았어도, 연필들이 힘들겠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으니, 이 책 『깊은 밤 필통 안에서』를 읽으며, 더욱 흥미롭게 작가의 상상속 세계로 훅 들어가본다.







 

첫 장면은 연필들이 필통 안에서 서로 부딪치며 신음하면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교로 달려가는 담이의 책가방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연필들은 필통 안에서 서로 부딪치며 난리가 난 것이다. "아이고, 어지러워라……." 충분히 그럴 만 하다.

"일기 좀 안 쓰고 살 수 없을까?"

"맞아, 맨날 똑같은데 뭘 쓰라는 거야."

"맞아, 안 써지면 담이가 우릴 막 잘근잘근 씹고!"

"동시도 너무 어려워. 뭘 자꾸 빗대어 쓰라는 건지 모르겠어."

"수학도. 받아 올림 있는 곱셈 너무 어려워"

"우리말만 잘하면 되지, 영어는 왜 배워?"

"그림이라도 쉽든가." (12쪽)

연필들의 대화를 듣다보니 학교다닐 적에 보던 투덜이들이 떠오른다. 이래도 툴툴 저래도 툴툴, 뭐 재미있는 일은 없는 건지 일상이 무료하고 지루하기만 하다. 그 친구들 말고, 연필들도 그렇게 힘들었다고 생각하니 이들이 딱해보인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러던 어느 날'처럼 무언가 변화를 주는 사건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딸깍' 소리로 모든 연필들의 시선이 주목된다. 그렇게 딸기 연필은 필통 밖으로 나갔다가 그 다음날 친구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담이가 친구에게 빌려주어 그 친구의 집까지 다녀온 것이다. 딸기연필은 담이의 친구 집에 다녀온 이야기를 모험담처럼 신나서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이가 갑자기 '서우에게'라는 글자를 여러 차례 쓰고 있었다. 연필들은 수군대고 난리가 났다. "우리도 이렇게 글씨를 잘 쓸 수 있었던 거야?"라며 신기해했다. 서우에게 별 이야기가 담기지는 않은 편지를 썼는데 무지개 연필이 막 설렜던 이야기도 해준다.

이 책의 묘미는 연필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림도 플러스 알파 효과를 누린다. "뭔데 뭔데?"하며 호기심 어린 친구들이 모여서 수다떠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연필을 즐겨 쓰던 어느 날, 제가 처음 쥐었던 연필은 어떤 연필이었고 처음으로 쓴 글자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졌어요. 그 연필도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쓰면서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해졌고요. 그러자 신나는 일을 일기에 적을 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 지우고 다시 쓸 때, 매끈하게 깎일 때의 연필들은 어떤 마음일지 마구 궁금해졌어요. 그렇게 해서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답니다. (85쪽, 작가의 말 중에서)

연필들의 수다를 보다 보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엄청 궁금해진다. 게다가 그림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구 끌어올릴 것이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될 책이다.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다. 미소 가득한 얼굴로 재미있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필통 속 연필들의 사생활이 엄청 궁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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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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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미원 수필집 『불안한 행복』이다. 제목을 보며, '행복이면 행복이지 불안한 행복은 뭐야?'라는 생각이 아니라, 나도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불안을 기억하며 행복해진다'라는 그 의미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이 '수필집'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보통 '수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책은 보다 깊은 사색에서 끌어올린 정수를 맛볼 수 있도록 해주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글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며 이 책 『불안한 행복』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미원. 1959년 12월 엄마가 김장 배추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팔삭둥이로 태어났다. 평생 야인으로 사신 이상주의자 아버지와 생활력 강한 엄마 사이에서 때론 흔들리고 균형감각을 체득했다. 2005년 수필가로 등단해 수필집 『즐거운 고통』 ,『달콤한 슬픔』을 냈다. (책날개 발췌)

인생의 기미에 대해 쓰고 싶었다. 가는 것, 지는 것, 쓸쓸한 것, 약한 것, 남루한 것, 적막한 것과 사라져가는 숙명을 지닌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 인생은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삶처럼 단조롭고, 재미없고 지루하지만 그 은유를 이해하기에 견딜 수 있다. 이 견디는 힘 중에 읽기와 쓰기가 있다. 읽으면서 만난 훌륭한 문장, 쓰면서 깨닫게 되는 삶의 비밀로 나는 단단해지고 깊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6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운다고 사랑이', 2장 '불안한 행복', 3장 '한번, 단한번, 단 한 사람', 4장 '생의 한가운데'로 나뉜다. 제비뽑기, 정략결혼의 대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메멘토 모리, 운다고 사랑이, 목소리를 잃고 나는 쓰네, 기억의 재구성, 숨탄것, 갑작스런 이별, 불안한 행복, 견딜 수 없네, 나의 산딸기 오믈렛, 당돌한 수필, 깃털처럼 가벼운, 파이 나누기, 본질을 사랑하지 못하는 남자의 비극, 가벼우면서도 비장한, 달도 차면 기울고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시간이 흐르면 인생이란 피부에는 주름과 기미가 생긴다. 그 주름과 기미에 그늘지거나 얼룩진 순간들을 작가는 한 획의 낭비 없이 차분하게 기록했다. 인생을 주사위로 비유했던 니체처럼, 김미원 선생은 인생을 제비뽑기로 비유한다. 수많은 인물과 작품을 호출하는 지혜로운 성찰은 빈센트 반 고흐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따스하다. 절제의 진면목을 보이는 에세이들 중 몇 편은 단아한 소설 한 편을 읽는 기분이 든다.

_김응교(시인, 숙명여대 교수)

맨 앞의 이야기에서 저자는 초등학교 2학년 때쯤의 경험을 통해 인생을 제비뽑기로 보고, 제비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고 고백한다. '그 후 살면서 아무리 원해도 내 것이 아닌 것은 영원히 오지 않고, 원하지 않은 것은 내가 지쳐 떨어질 때까지 따라온다는 삶의 진리를 알게 되었다. (16쪽)'라는 고백이 문득 내 마음을 치고 들어온다. 나는 인생을 무엇으로 보았던지, 내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더듬으며 생각에 잠긴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생동력이 있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 '불안한 행복'이 어떤 의미인지 알 듯도 하다고 어렴풋한 느낌을 이야기했는데, 책을 펼쳐들면 그 어렴풋한 느낌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저자의 성함으로 표현하기는 송구하지만 지금 딱 그게 떠오르니 언급하고 싶다. 그 느낌이다. 조금만 넣어도 감칠맛 나는, 그런 느낌이다. 글에 맛이 풍부하다.

혹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된다면 가장 맨 앞의 작품 「제비뽑기」만 가볍게 한 번 읽어보시길. 궁금하면서도 망설이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그다음 이야기도 집중해서 읽게 될 것이다. 수필이란 그런 것일까. 읽어나가며 내 인생을 돌아보고 내 생각을 짚어보며 함께 글을 채워나가는 것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렇게 된다. 아니, 읽어나가다 보면 내가 왜 읽을까 말까 고민했는지 의문이 들면서, 읽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거라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에 담겨 있는 글들에 훅 빨려 들어가는 시간을 보낸다. 글이 나에게 인생을 보여준다. 강약 조절을 하며 나를 휘감다가 휙 놓아준다. 참 잘 읽었다는 여운까지 주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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