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빨강 머리 앤'이라는 캐릭터 하나를 가지고 평생에 걸쳐 집필한 총 8편의 작품에서 자주 언급되거나 인상 깊은 식물을 찾아 일러스트를 그리고 관련 문장을 발췌하여 번역해서 실었다. 앤 시리즈로는 가장 유명한 《빨강 머리 앤, 1908》부터 《에이번리의 앤, 1909》, 《레드먼드의 앤,1915》, 《윈디 윌로우즈의 앤,1936》, 《꿈의 집의 앤,1917》, 《잉글사이드의 앤,1939》, 《무지개 골짜기, 1919》, 《잉글사이드의 릴라,1921》가 있다. (일러두기 중에서)
이 책에는 빨강 머리 앤이 사랑한 꽃들, 나무들, 풀들, 열매들이 담겨 있다. 제라늄, 스위트피, 과꽃, 백합, 참나리, 수선화, 푸크시아, 팬지, 튤립, 엉겅퀴 등의 꽃들, 벚꽃, 사과꽃, 야생 자두나무, 전나무, 체리나무, 가문비나무, 담쟁이덩굴, 마가목, 단풍나무 등의 나무들, 서양 민들레, 은방울꽃, 레몬버베나, 미역취, 리본그래스, 토끼풀, 민트, 라벤더 등 풀들, 러싯, 포도송이, 블루베리, 야생 배, 무화과 등 열매들을 소개해 준다.
그러니까 이 책을 펼쳐보면, 그냥 식물도감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겠다. 이 책을 통해 '빨강 머리 앤'에 나오는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하고, 수채화 그림으로 정성껏 담아서 그 또한 시선을 끈다. 아기자기하고 정갈하게 담긴 식물을 보며 빨강 머리 앤을 떠올리는 것 또한 특별한 시간이다.
꽃, 나무, 열매의 이름을 시작으로 《빨강 머리 앤》 중에 나왔던 문장이 짤막하게 이어지고, 그 밑에는 영어 원문이 수록되어 있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수채화 그림이 곁들여져 있으니, 식물에 대한 글과 그림으로 빨강 머리 앤을 다시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을 만난 이들이 가까이에서 숨 쉬고 있는 식물들을 발견하고 그들과 교감하며 인생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고, 더불어 책장을 넘기며 만나는 식물들에게서 앤처럼 다정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175쪽, 에필로그 중에서)
시기도 잘 맞추어 출간된 듯하다. 안 그래도 이번 봄에는 좀 더 식물들에 눈길을 주고 있는데, 이 책이 그런 마음에 불을 지펴준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꿀벌이 되어서 꽃 속에서 살고 싶어요."라는 앤 셜리의 말이 여운이 되어 맴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