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오소희. 서울의 광고 회사에서 일하다가 훌쩍 계룡산에 내려가 살았고, '세 살배기 아이와 세계일주'라는 장르를 개척한 여행작가이기도 했다. 한국과 발리의 우붓을 반년씩 오가며 생활하다 지난해 서울 부암동에 생애 첫 집을 지었다. 그곳에서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나누며, 나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을 찾는 사람들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누군가는 코로나를 재앙의 코드로 말하고
누군가는 변화의 코드로 말한다.
나는 이 책에서 소박하게, 일상의 재발견으로 말하고자 한다. (14쪽)
이 책을 2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최초의 나의 공간'으로 시작되며 room#1 '당신만의 방'에는 위안을 넘어선 팩트, 옥탑방 창문에서 바라보면, 오늘 당신을 여기로 오게 한 것들, 여행자의 집, 시간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에서 추락할 때, 일탈에 관하여, 당신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 room #2 '당신과 나의 방'에는 결핍인 줄 알았던 것의 과잉, 아들이 떠나는 날, 거인의 정원, 오빠야 말달리자, 인식하는 사람의 운명이 수록되어 있다.
요즘은 여행을 하지 못하는, 하면 안 되는 시기이다. 이럴 때 여행작가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마음껏 떠나던 것을 못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괴로워하며 다시 그 시절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다는 시선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겠다. 저자처럼 말이다.
어떤 추억은 분명
액자처럼 걸어놓고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
책상 위에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올려두고
수시로 바라보는 것과 똑같은 바로 그 이유로.
사랑하는 추억을 수시로 바라볼 수 있게
과감히 집을 꾸릴 일이다.
길에서는 그런 추억을 만들기 위해
과감히 몸을 던질 일이다. (78쪽)
이 책을 읽으며 자꾸만 방을 꾸미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보게 되는 정돈된 미니멀리스트들의 집이 아니라, 나만의 추억을 깔끔하게 다듬어 수시로 꺼내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말이다. 나만의 의미를 담은 무언가, 거기에 따른 나만의 공간 말이다. 그 누구의 공간도 아닌 바로 내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공간을 만들어 누리자, 손길이 바빠진다. 이 글을 들여다보면 저절로 나만의 추억을 더듬어보게 된다.
과거의 여행을 추억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교차되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서 좋았다. 나도 예전의 여행을 떠올리며 '그때 참 좋았지'라는 생각 말고 그때의 경험을 지금의 생각과 엮어서 더욱 풍성한 나의 지혜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는 여백이 참 많다. 그 안에 내 생각을 끼워 넣을 수 있어서 좋았다.
머묾과 떠남 사이에서
집과 여행의 의미를 다시 묻다 (책 뒤표지 중에서)
여행자의 머묾, 지금은 그런 시대이다. 그래야 하는 때이다. 그렇기에 사색이 깊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히려 여행 책자를 읽으며 다양하게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희망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이 책으로 집과 여행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가볍게 쉼표를 찍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머무는 공간, 머물러있는 마음을 들춰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에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