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오덕렬. 평생을 교직에 몸담은 교육자이자 수필가로, 방송문학상(1983) 당선과 『한국수필』 완료추천(1990)으로 등단. 현재 『전라방언 문학 용례사전』을 편찬 중이며,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 운동으로 <창작수필>의 문학성 제고와 <산문의 詩>의 외연 확장에 힘쓰고 있다. (책날개 발췌)
여기에는 주로 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고전수필 15편을 다루었다. 책을 내면서 '현대수필 창작론'이냐, '현대수필 작법'이냐를 놓고 고심했다. 결국엔 '작법' 쪽을 택했다. 시중에 고전수필에서 이끌어낸 창작수필 작법서가 없기도 하려니와 독자들에게 친근한 이름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다. (8쪽)
이 책은 총 15장으로 구성된다. 1장 '대[竹]의 특성을 인생에 빗대어 표현한 한문 고전수필', 2장 '변증법적 전개로 도에 이른 고전수필', 3장 '유추의 전개방식을 통해 주제를 드러낸 고전수필', 4장 '경험의 일반화로 주제를 드러낸 고전수필', 5장 '고전수필의 이론적 실체를 보여준 내간체 한극 기행수필', 6장 '기행수필의 한 전범을 보인 한글 고전수필', 7장 '연암 산문의 대표작 「일야구도하기」의 번역물', 8장 '연암 산문의 명문장 <야출고북구기>의 번역문', 9장 '연암 산문의 명문장', 10장 '연암 문체, 역설의 향연 호곡장', 11장 '한국 문학 수천 년의 결정', 12장 '직유법 묘사가 뛰어난 한글 고전 기행수필', 13장 '4단 구성으로 삶을 성찰한 고전수필', 14장 ''플롯 시간'에서 탄생한 의인체 고전 수필', 15장 '침선 도구를 의인화한 내간체 고전수필'로 나뉜다.
먼저 이 책의 머리말은 꼭 읽어야 한다. 그동안 수필이 에세이냐 아니냐에 대해 고민하다가 은근슬쩍 '에라 모르겠다'가 되어버렸는데, 저자는 현대수필의 뿌리를 고전수필에서 찾는 지난한 노력으로 이 책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 의하면, 우리 고전문학에서 서구의 에세이에 해당하는 글은 한 편도 없는데, 갑오경장 즉 갑오개혁 이후에 슬그머니 서양의 에세이가 들어왔고 학자들 사이에 '수필=에세이'다, 아니다로 왈가왈부했다는 것이다. 우리 수필 이론이 없다보니 에세이 이론에 수필을 꿰맞춘 꼴이라는 것이다. 두 파로 갈린 학자들은 결국 우리 수필을 에세이처럼 써야 한다는 데에 손을 잡았지만 저자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고전수필을 제대로 연구만 했어도 에세이론을 차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뒤늦게 나마 이 작업을 시작하여 이렇게 책을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수필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뭘까? '붓 가는 대로'는 공개 부정· 폐기(2015.1.28.서울 뉴국제호텔)되었으니 언급할 필요가 없다. (38쪽)'라고 말하는데 나는 이제야 알았다. 학교에서 다 같이 배운 내용인데 그때 배운 지식 중 이렇게 나도 모르게 바뀌어 있는 것을 나중에 알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된 것을 알았을 때처럼 충격적이다.
이 책이 그냥 처음 접한 고전수필 작품이라면 상당히 읽기 힘들었겠지만, 학교 다닐 때 접했던 글들이어서 그때의 기억도 떠오르며 기본적인 바탕이 되어서 부담감이 적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론적인 면은 거들떠보지 않았다는 현실을 직시한다.
어떻든 고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여 이론 연구가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여러 요인들 때문에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이 단절된 것처럼 보이게 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고전수필을 연구하다 보니 우리 문학의 '연속성'이 창작론을 끈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276쪽)
무언가 보다 근원적인 부분을 짚고 넘어가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론적인 책이지만 우리 수필에 관심을 가지고 한 번쯤 들여다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