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경제 - 과거 위기와 저항을 통해 바라본 미래 경제 혁명
제이슨 솅커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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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이슨 솅커의 『반란의 경제』이다.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금융의 미래』와 『코로나 이후의 세계』, 『코로나 이후 불황을 이기는 커리어 전략』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얼마 전에도 제이슨 솅커의 최신작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를 읽었는데, 이 책 『반란의 경제』는 발매일이 그 책과 불과 며칠 차이일 뿐이다. 그만큼 인기가 많은 미래학자이며 각 출판사에서 그의 책을 경쟁적으로 출간하고 있나 보다. 특히 요즘처럼 대변혁의 시대에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으니, 미래학자의 역할이 더욱 클 것이다.

이 책은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가 내놓은 미래 경제 시나리오이다. 과거 저항과 혁명을 둘러싼 15가지 세계사를 통해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특히 미래는 아무도 모를 일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과거에서 반추해보며 예측해볼 수는 있는 것이기에, 제이슨 솅커는 과거 세계사에 기록된 15번의 저항과 혁명 사례를 분석해서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짐작해본다는 것이다. 어떤 일들을 다룰지 궁금해서 이 책 『반란의 경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와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의 회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금융 예측가이자 미래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43가지 평가 기준을 통해 블룸버그가 선정한 최고의 예측 전문가로 꼽혔다. 이 중 유로화, 영국 파운드, 러시아 루브르, 중국 위안화, 원유 가격, 천연가스 가격, 금 가격, 산업 철강 가격, 농산물 가격, 미국의 일자리 등 총 25가지 평가 기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1권이 넘는 출간 도서가 있고, 이 중 11권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작가의 말 '저항과 혁명의 역사로 배우는 미래 경제'와 프롤로그 '저항과 혁명의 역사는 미래 경제의 나침반'으로 시작되고, 1부 '왜 경제인가', 2부 '저항의 시작점', 3부 '세계 경제 위기 선언', 4부 '경제 도약, 미래를 꿈꾸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저항과 혁명을 부르는 경제'로 마무리된다.

우리는 대공황 이후 코로나19라는 가장 심각한 불황의 늪 속에 빠져 있다.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지난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 과거 저항과 혁명을 일으켰던 원인 중 하나인 경제 악화와 다른 요인들을 살펴보며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잡아야 한다. 과거에도 경제불황과 팬데믹은 있었다. 세계는 이를 극복해냈고 승리했다. 현시점에서는 과거를 학습하며 미래를 위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이것만이 위기에 대처하는 현명한 일이다. (11쪽)

아무래도 불안한 시기이다 보니 시야가 좁아진다. 눈앞의 것만 보고 걱정하며 남들 하는 것을 나도 따라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식으로 부화뇌동하게 된다. 안 그러고 싶어도 그렇게 된다.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이런 현실에 처해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과거의 역사와 비슷한 상황을 들려주며 거기에서 배워서 미래를 대비하자고 조언한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단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반복되는 역사가 지닌 패턴과 요인을 밝혀 문제와 결과를 진단하는 일을 미래학자가 한다니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하며 집중해서 읽어나간다.

이 책에서는 15가지 저항과 혁명의 역사를 간단하게 훑어본 후에 전체적으로 의미를 파악하며 짚어본다.

지금까지 살펴본 혁명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먹고사는 문제였다. 다시 말해 경제적·재정적 부분이 해결됐느냐에 달려 있었다. 빈곤으로 허덕일 때는 매우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며 혁명은 대체로 성공했다. 이는 역사상 반복되는 사실이다. (101쪽)

미래학자인 저자가 훑어주는 15가지 과거 역사는 그 자체로 미래를 예측해볼 자료가 된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찬찬히 살펴보면 장밋빛을 기대했던 국가 안보, 경제, 정치, 기술에 위험한 면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바꿔 말해 우리는 앞으로 큰 난제들에 직면하게 된다는 뜻이다. (195쪽)

과거의 역사를 짚어보며 현재 상황을 짐작하고 미래를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이 책을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시나리오 중 어떤 모습이 현실화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우왕좌왕 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미래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미래에 대한 책을 찾는다면 이 책도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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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 안도현의 문장들
안도현 지음, 한승훈 사진 / 모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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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 안도현의 문장들 『고백』이다. 처음에는 안도현 시인의 시 모음집이나 시 발췌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고, 안도현 시인이 고백하는 삶과 문학의 비밀이 담긴 책이다. 안도현 시인의 짤막한 글이 사진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책이다. 안 그래도 오늘은 짧은 글과 긴 생각으로 이어지는 책을 읽고 싶던 차에 이 책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펼쳐들어 읽어나가며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보낸다.



작가의 말

장 그르니에는 이렇게 썼다.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세상에 첫 발을 들여놓을 때의 아련한 기대와 다짐을 이보다 더 신비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대한 꿈이란 겸허한 마음 없이 이루어지지 않고, 가난과 남루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사람은 당당해진다. 수없이 꽃이 피었다가 지고 눈보라가 퍼붓다가 그치고 강이 넘쳐 벌판이 되고 길이 산을 뚫었다.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거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해, 시를 쓰는 비밀을 간직하고 살기 시작하던 나의 스무 살에게 이 책을 건넨다.

2021년 봄

안도현

(작가의 말 전문)

이 책은 안도현 글, 한승훈 사진으로 구성된 책이다. 사진과 함께 안도현 시인의 짧은 단상이 어우러져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페이지마다 큼직큼직한 자연 사진이 실려 있고, 짤막한 글귀로 정갈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문득 시선을 주는 것조차 잊고 있던 자연에 한 번 더 눈길을 줄 수 있도록 시인이 도와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면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네'하며 하나씩 알아간다.

우리가 만나기 전에는

서로 먼 곳에 있었다.

너는 나의 먼 곳,

나는 너의 먼 곳에,

우리는 그렇게 있었다.

우리는 같이 숨 쉬고 살면서도

서로 멀리 있었던 것이다.

(32쪽)



사람들은 발길 닿는 대로 갈 수 있다고 착각을 한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시작되는 곳에서 끝나는 곳까지가 감옥의 내부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가고 싶은 곳을 지금 바로 갈 수 없다면 그건 감옥 속에 있다는 뜻인데 말이다.

(66쪽)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지니고 있는 의미를 시인이 집어내준다. 그 안에서 우리네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단서도 포함해서 말이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바라보며 아날로그 감성을 일깨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술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그저 '보기(見)'가 아니라 '꿰뚫어보기(觀)'란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통찰력이 가미되어야 예술로서 요건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112쪽)

그렇게 이 책은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들려주고 있다. 시인은 꽃 한 송이, 바람 한 줄기에서도 시와 철학과 삶이 담겨 있다는 것을 건져내어 내게 보여준다.

시적 순간은 의외로 곳곳에 산재해 있다. 초보자는 시적 순간이 수시로 입질을 하는데도 그것을 낚아채는 때를 놓쳐버리기 일쑤다.

"영감이 오는 순간에 당신은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 번득이는 첫 생각과 만나는 순간 당신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더 큰 존재로 변화한다. 우주의 무한한 생명력과 연결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첫 생각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그동안 당신이 겪어온 감정과 사건과 정보가 밑바탕이 되어 발산되는 것이기에 엄청난 에너지에 물들어 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이다. 시인이란, 우주가 불러주는 노래를 받아쓰는 사람이다.

(195쪽)



뭐 참신한 거 없나, 새로운 것 없나,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알겠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눈만 달리하면 이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이다. 꿰뚫어보기의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면 이 또한 색다른 느낌일 것이다. 내 마음에 따라 나에게 건네주는 의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휘몰아치는 파장을 일으키며 마음을 물들인다. 40년 동안 갈고 다듬어온 안도현 시인의 문장을 사진과 함께 정갈하게 담은 책이니,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그 문장들을 음미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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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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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이후 짚고 넘어가야 할 인간적인 문제를 소설을 통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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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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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정래 장편소설 『인간 연습』이다. 신간은 아니고 2006년 1판 1쇄된 책이 15년 만에 개정 출간된 것이다. 겉모습만 바뀐 것이 아니라 퇴고를 다시 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새로 쓴 작품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나는 아직 예전에 조정래의 장편소설 인간 연습을 읽은 적이 없으니, 정말 신간을 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조정래. '작가정신의 승리'라 불릴 만큼 온 생애를 문학에 바쳐온 조정래 작가는 한국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작가정신의 결집체라 할 수 있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1천 5백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소설을 집필했다. (책날개 발췌)




 


 

출판사를 바꾸면서 다시 읽어 퇴고를 했다. 이 개정판을 정본으로 삼고자 한다.

(2021년 3월, 오대산자연명상마을 세심헌에서 조정래, 작가의 말 중에서)

박동건의 죽음을 알리며 소설은 시작된다. 소설의 첫 시작을 읽다가, 단지 인간의 실존적인 고민만이 아닌, 시대의 아픔까지 진하게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거기부터 마음이 아려오면서 속도를 내어 읽어나간다. 사상이든 종교든 그 무엇이든 우리는 자신과 다른 무언가를 바라보는 데에 익숙지 않다. '사상의 조국' 쏘련이 저절로 폭삭 주저앉아버렸다는 한탄을 하는 박동건과 윤혁.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서 지켜보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박동건을 닮은 것인지 막내아들은 총명했다. 종교든 이념이든 관념이었다. 그런데 그 관념이 현실성을 획득하면 충돌을 면치 못했다. 그 현실성이라는 것이 인간의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간 행동의 극한 상태가 전쟁이었다. 그 전쟁의 힘을 빌리면 두 관념의 충돌은 광적인 활화산이 될 수밖에 없었다. 종교란 인간의 정신을 병들게 하기 때문에 마르크스는 일체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았고,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내세우는 예수교인들로서는 신을 부정해 버리는 공산주의 무리들은 사탄일 수밖에 없었다. 그 용납할 수 없는 충돌이 박동건 부부가 끝끝내 화합하지 못한 뿌리였다. (33쪽)

초반부터 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한때는 그것만이 진리인 줄로만 생각되던 이념도 하루아침에 힘을 잃기도 하고, 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쓸쓸한 죽음에 안쓰러운 느낌이 들었다. 인생이란 과연 무엇이며, 이념과 종교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 것인가. 특히 박동건은 뇌졸중으로 인해 말 한마디 잘 못하면서도 끙끙거리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자신은 자발적인 전향을 하지 않았다고, 강제전향을 했다는 것을 윤혁에게 알리는 장면이 있다. '그게 뭐라고'라는 생각 앞에서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신념은 허망하게 의미를 잃는다.

어느 가족이든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지 못한다는 것은 개별적으로 바라본 가족들의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시대적 아픔으로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겠다 생각되니 마음이 찢어지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의 노력으로 억지로 화해시켜볼라치면, 오히려 강한 이념의 팽팽한 대결 끝에 누군가는 부러져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 소설처럼 나오는 것이다. 그 사실이 내 마음을 짓누른다.

이 소설은 이념, 국가, 종교 등등 인간 개개인이 아닌 전체적인 것을 바라보던 내 시야를 박동건과 윤혁, 그리고 그 시대를 겪어낸 수많은 개개인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게도 확장시켰다.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내 문학에서 분단문제를 마무리하기로 하면서 이번 소설을 지었다.(7쪽)'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전진도 후퇴도 아닌 오리무중이어서 답답함만 가득하다.

우리의 수많은 지식인들은 아직도 '해방' 이후의 역사를 '민족적 비극'이란 모호한 언어로 포장하여 역사의 창고 속에 깊이 묻어둔 채 그 실체를 파헤치는 일을 방해하거나 오도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의 등골에 끼쳐오는 거대한 세력의 입김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199쪽_해설 중에서)

무엇이 정의인지, 어차피 인생살이 빈손이고 인생사는 수수께끼투성이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다들 딱하다. 한 가족이면서 자신의 이념과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고, 자신의 신념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 또한 방치일 것이니,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일까. 이 책은 정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며 수많은 생각 속에서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도록 나름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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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음식으로 말하다 - 조금만 알아도 인도음식이 맛있어지는 이야기
현경미 지음 / 도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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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사진을 보자.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향신료들이다. 뒤표지까지 펼쳐들고 한꺼번에 보면 동그란 그릇에 담긴 갖가지 향신료 모음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향신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도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춘수의 꽃 같다고 할까. 모르면 그냥 낯선 음식 중 하나이겠지만, 알고 나면 좀 더 맛있게 다가오니 말이다. 나에게도 인도 음식의 추억이 있다. 이 책 《인도, 음식으로 말하다》를 읽으며 그 기억과 교집합을 찾으면서 맛깔나는 기행을 떠나본다.



이 책의 저자는 현경미. 인도 뉴델리에서는 남편, 딸아이와 함께 4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고, 인도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와 《인도, 신화로 말하다》를 펴냈다. (책날개 발췌)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는 커리의 원료 강황 이야기부터, 현지 아니면 절대로 맛볼 수 없는 지상최고의 과일 망고,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탄두리 치킨, 우리나라 솥밥과 비슷한 브리야니, 뉴델리 현지인들이 다니는 시장 정보까지 다양한 인도 음식 정보가 있다. 이 책에 대해 정의해 보자면, '조금만 알고 나면 맛있어지는 인도 음식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1장 '인도에서 김장을? 델리 최대의 식자재 시장: INA마켓', 2장 '영혼의 음식, 짜이: 짜이에 들어가는 향신료', 3장 '커리의 주원료인 강황: 강황의 놀라운 효과', 4장 '밥이 먹고 싶을 때는 브리야니: 자이푸르 타지 람바그 팰리스 호텔의 추억', 5장 '삼시 세끼로 질리지 않는 짜파티: 인도 빵 이야기', 6장 '탄두리 치킨과 맥주: 한국인이 좋아하는 인도음식', 7장 '미각을 깨운 코르마, 로간 조쉬: 인도의 양 요리', 8장 '한상차림 '탈리': 우리나라 상차림과 닮은 왕궁의 한 상', 9장 '디저트, 달콤한 유혹: 젤라비, 애프터눈 티', 10장 '중요한 식쟈료 빨락: 인도의 채소', 11장 '인도 여행의 행복, 망고: 인도의 과일', 12장 '음식의 맛은 역시 손맛: 그들은 왜 손으로 음식을 먹는가?', 13장 '마지막 만찬, 인도와의 인연: 인도 식당 메뉴판 이야기'로 나뉜다.

조곤조곤 풀어나가는 인도와 인도 음식 이야기에 저절로 집중이 된다. 저자가 강황가루를 먹었던 일화를 들으며 나도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며 주문을 눌렀고, 맥주 킹피셔의 시원한 그 맛도 떠올려본다. 어디서든 웬만하면 맛있는 난, 브리야니에 고추장 비벼 먹던 추억 등등 이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추억에 잠겨본다.

특히 달콤한 디저트 젤라비는 너무 달 것 같아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살짝 아쉬워진다. 글을 읽으며 그 맛을 상상해보기라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것과 비교해서 설명해 주니 아마 잘 모르는 사람도 읽어보면 대충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물론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신나서 그때 그 장면을 떠올리고 말이다.

젤라비는 우리나라의 약과와 비슷하다. 설탕을 밀가루에 버무려 튀기고 그걸 다시 설탕물에 졸인 '튀김 설탕 과자' 젤라비. 지역마다 젤라비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름이 든 커다란 솥에 젤라비를 튀겨내는 모습은 인도의 거리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젤라비가 대중적인 간식이라면 우리나라의 다식과 비슷한 캐슈너트 바르피는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잘라 은박지를 곱게 입힌 특별한 간식이다. 다식이 송화가루나 검은깨로 만든다면 캐슈너트 바르피는 캐슈너트의 가루를 이용해 만드는데, 공을 아주 많이 들이는 간식인 만큼 인도 최고 축제인 디왈리 때 주위 사람들과 선물로 주고받는다. 나도 현지인으로부터 둘레를 인조 진주로 장식한 화려한 상자에 담긴 바르피를 선물 받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멋진 대나무 상자에 담긴 한과 선물세트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94쪽)



이 책의 마지막에 보면, 인도를 최초로 여행한 한국 사람은 혜초 스님이라고 한다. 서기 723년, 약관의 나이에 중국 해안지방인 광주에서 인도(천축국)로 가기 위한 배를 탔다는 것이다. 지금은 비행기로 몇 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그때는 거의 1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걸어서 이동하며 길 위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했을 거라고.

그다음은 재미있는 상상. 혜초 스님이 인도에 도착한 해와 저자가 인도에 도착한 해를 따져보니 정확히 1,284년의 격차가 있었다며, 또다시 1,284년이 지나고 나서 누군가 인도를 방문할 때, 과연 얼마 만에 도착할 수 있을까.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았던 순간 이동이 가능해질까. 확인할 수 없으니 더욱 궁금하기만 하다.

이 책은 가볍게 읽으려고 펼쳐들었다가 흥미로운 세계에 푹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인도 음식 몇 가지 훑어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인도에 살면서 보았던 것, 느꼈던 것 등등을 풍성하게 버무려 풀어내니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궁금해서 빠뜨릴 수가 없었다.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맛깔난 인도 음식 한 상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인도 여행을 가본 사람이나, 언젠가 가고자 하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인도 음식은 빼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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