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원하는 회사 직원이 바라는 회사 - 회사도 발전하고 연봉도 오르는 노사 문제 해결 방법
산군 지음 / 라온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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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 들어 읽으면서 나는 핵심에서 벗어난 의문에 검색을 해댔다. 왜 저자가 '산군'일까. 혹시 일본인 저자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다. 어쨌든 독자를 궁금하게 하는 데에 있어서는 성공한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산군 노무사 사무소 대표 노무사 '산군'이라고 한다.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나 조직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몸소 체득했다고 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명확한 지식과 통찰을 통해 어떤 조직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노사관계를 명확히 알고자 하는 욕망으로 한국노총에서 수년간 활동했으며, 노동위원회에서 최연소 나이로 위원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현명한 조직 체계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여러 지식이 담겨 있다.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조직 구성원의 상황과 생각을 이해하고 올바른 조직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와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10~11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한계를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하는 초신뢰 조직을 꿈꾸며'를 시작으로, 1장 '누군가를 내쫓아야 하는 회사의 속사정', 2장 '버텨야 하는 직원의 속사정', 3장 '회사는 아마겟돈이다', 4장 '적과의 동침', 5장 '아수라의 길을 걷는 조직', 6장 '초신뢰 조직이 살아남는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스스로의 그림자를 인정해야 성숙해진다'로 마무리된다.

그러고 보니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회사도 속으로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문드러진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생각보다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느낌이 물씬 풍긴다. 회사는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고, 무능한 직원들이 회사를 점령하는데, 회사의 속사정이나 직원의 속사정 모두 팽팽하게 대립한다. 회사와 직원이 서로 윈윈하면 물론 이상적이겠지만 서로 배신을 거듭하며 망해가는 경우가 더 많긴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욱하게 된다. 그것은 아마 회사 입장이든 직원 입장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아름다운 마무리랄까. 6장이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어떻게 하면 회사와 직원이 갑을 관계가 아닌 윈윈하는 관계가 가능해질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나 자신은 스스로의 이기심을 알고, 조직은 그 이기심을 이해한 상태로 조직을 구성한다면, 서로 투쟁하는 관계가 아닌 화합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것을 난 '초신뢰 관계'라고 생각한다. 내가 초신뢰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조직이야말로 우리의 모든 삶과 애환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보다 인간답게 만들어주고, 더 고차원적 생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는 곳, 그곳이 바로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신뢰관계를 조성하는 조직이 늘어났으면 한다. (258쪽)

저자가 주장하는 바람대로 초신뢰 관계를 조성하는 조직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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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들꽃 산책
이유미 지음,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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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꽃이 그렇다. 다른 계절에도 분명 어디에선가 존재하고 있는데, 수선화를 시작으로 벚꽃에서 절정을 달리고, 그다음에는 이름을 잘 몰라서 흐지부지하다가 내 눈에서 멀어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 일단 앎을 키워야 하나보다. 솔직히 이 책이 다른 계절에 나왔다면 내 눈에 이렇게까지 확 들어왔을지는 장담 못 하겠다. 하지만 지금이어서 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자석에 끌리듯 이 책부터 읽어나가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이유미, 송기엽의 식물 산책 에세이다. 식물에 진심인 식물학자와 평생 들꽃을 기록한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유미는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서 풀과 나무와 인연을 맺은 이후 평생 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일하고 있으며, 송기엽은 야생화와 인연을 맺은 후에는 이 땅의 곳곳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꽃을 앵글에 담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야생화 사진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고 한다. (송기엽 선생님은 2020년에 작고하셨다.) 이 책 《내 마음의 들꽃 산책》을 읽으며 이들이 들려주는 들꽃 이야기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된다. 1부 '아름다운 풀꽃 산책'은 3월부터 12,1,2월까지 만나게 되는 풀꽃들을 모았다. 3월에는 노루귀, 복수초, 꿩의바람꽃, 변산바람꽃 등, 4월에는 깽깽이풀, 애기나리, 현호색, 개별꽃 등, 5월에는 은방울꽃, 삼지구엽초, 금낭화, 애기똥풀 등, 6월에는 감자난초, 나도풍란 등, 7월에는 꿀풀, 원추리, 삼백초, 갯취, 백리향 등, 8월에는 물달개비, 부레옥잠 등, 9월에는 약모밀, 달맞이꽃, 서양민들레 등, 10월에는 구절초, 왕고들빼기, 배초향 등, 11월에는 갈대, 큰천남성 등, 12,1,2월에는 해국, 수선화, 강아지풀 등의 풀꽃을 볼 수 있다.

2부 '행복한 나무 산책'에는 3월부터 12,1,2월까지 만나게 되는 나무들을 모았다. 3월에는 계수나무 등, 4월에는 벚나무, 조팝나무 등, 5월에는 아까시나무, 철쭉 등, 6월에는 산딸나무 등, 7월에는 자귀나무, 인동덩굴, 쥐똥나무 등, 8월에는 두릅나무, 해당화, 산수국 등, 9월에는 감나무와 고욤나무 등, 10월에는 마가목, 담쟁이덩굴 등, 11월에는 향나무, 차나무 등, 12,1,2월에는 흰동백나무와 분홍동백나무 등 다양한 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

지금에야 네이버 렌즈 기능이 있어서 네이버스마트렌즈에게 물어보면 꽃은 물론이고 다른 것까지도 척척 대답해 주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일일이 이름 찾아가며 다녀야 했다. 그러니까 야외에 나가면 꽃 이름을 제법 잘 아는 사람이 함께 다니지 않는 한, 그냥 노란 꽃, 보라색 꽃, 뭐 그런 식으로 인식하다가 잊어버리곤 했다. '나중에 찾아봐야지…' 생각만 하고 말이다.

어쨌든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서처럼 그저 몸짓에 불과하던 이 존재들이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는 거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의 우리 풀꽃과 나무 사랑을 제대로 전달받는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으면서, 단순히 학술적인 느낌이 아닌 식물들에 대한 애정이 오롯이 느껴지는 책이다. 펼쳐들면 설레는 것은 그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숲에 사는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100가지 아니 그 반만 알고 있어도 그냥 초록이던 숲은 갑작스레 다정하고 친근한 공간이 됩니다. 그냥 나무이고 그냥 풀이었던 숲의 존재들이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게 되는 것이지요. "와! 신갈나무, 너 참 튼튼하게 생겼구나. 그런데 잎도 제대로 피기 전에 축축 늘어진 것이 도대체 뭐야? 아! 꽃이라구? 꽃을 많이 달고 있는 걸 보니 도토리도 많이 열겠어.", "얼레지, 오랜만에 만나네. 널 처음 만난 게 남해 금산에서였지. 넌 언제 봐도 반갑고 예뻐."

이름을 안다는 것은 숲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을 비로소 하나하나 구분하여 알아보는 일이며, 그들과 함께하며 새록새록 깊어갈 인연의 첫 시작이 됩니다. (53쪽)

확실히 산에 가서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볼 것도 할 것도 많아지리라 생각된다.




매달 한 번씩 들춰보며 꽃과 나무를 마음에 담고 싶다. 이 책과 함께라면 더 이상 삭막하게만 생각되지는 않을 듯하다. 꽃을 마음에 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에 꽃은 종류별로 보자면 생각보다 금세 지고 사라져버리지만, 순서대로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항상 어떤 꽃인가는 피어있다. 좀 더 시선을 집중하며 눈길 한 번 더 주리라 다짐해본다. 이 책이 내 마음을 꽃과 나무로 향하도록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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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
칼 윌슨 베이커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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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를 쓴 지 꽤 오래되었다. 그냥 그날 있었던 일을 부담 없이 적는 게 은근 부담되는 거다. 게다가 나중에 내가 읽고 선별해서 버릴지 말지 판가름해야 하는 그 시간과 노력도 귀찮은 거다. 그래서 그냥 흘려보내는 일상 속 상념이 조금 아깝긴 했다.

그런데 질문이 주어지면 거기에 대한 답변을 위주로 작성해나가는 것이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보았을 때 쓸 데 없는 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소소한 나의 생각과 삶이 담긴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다. 예전의 시간을 떠올리고 추억에 잠기고 싶기도 하고, 잊고 있던 무언가를 붙잡아 글로 담아놓고 싶기도 했다. 그냥 나만의 기억을 나만의 글로 담아두는 거다. 그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 책 『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를 집어 들게 되었다.



먼저 꾸준히 이 책에 답변을 적기 위해 질문들을 들여다보았다. '나'를 잊고 지낸 순간들, 열심히는 살았지만 그때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나'들에게 이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인식하는 데에는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커피 한 잔 마실 시간과 여유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짤막한 질문에 답변할 마음가짐과 마음의 여유만 있으면 족하다.

이 책은 책이지만 다이어리이다. 단순히 하얀 종이만 있는 다이어리라면 무엇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막막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안내해 준다. 당신의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곳부터 차근차근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나가라고 말이다. 이 책은 일종의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한다. 완성은 독자가 하는 것이다.

이제는 나를 다시 기억할 시간입니다.

이 책은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 순간 주인공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나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4쪽, 들어가며 중에서)

이 책은 살짝 건드려주는 역할을 한달까. 무언가 사연이 있는 사람을 대할 때 살짝 질문만 던져주어도 이야기보따리가 술술 나오는 것처럼, 이 책은 나를 살짝 건드려준다.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요?' 물으면, 바로 답변이 튀어나오지는 않지만,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곰곰 생각에 잠기다 보면 하나씩 떠오른다.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인가요?' 나는 사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였다. 우리 집에 위인전 전집이 있었는데 정말 읽기 싫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는 전래동화 한 권씩 사서 읽는 재미를 느꼈다. 그때 전집으로 사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기억도 얼핏 난다. 책 안 읽지 않냐면서. 아무래도 스스로 읽고 싶게 만들려고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옛날이야기 같은 거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중간중간에 시 한 편씩 나오는 것도 괜찮다. 쉬어가는 코너처럼 느껴진달까. 마음의 여유를 건네준다. 여유를 찾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내기로 다짐한다.



휴식의 시간에 꺼내들어 조금씩 채워나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이 책은 나만의 책이고 나를 위한 책이니 말이다. 가끔은 이렇게 지내다가 소멸되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내가 나는 나인데, 나 같지 않은 삶이랄까.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리가 위로받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 한 줄의 질문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채워나가며 힘을 얻을 수 있는 다이어리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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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나를 위한 애도 수업 - 프로이트가 조언하는 후회와 자책에서 벗어나는 법
강은호 지음 / 생각정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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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나를 옭아매는 마법 같은 주문이 있다. 바로 가정형 '~걸' 이다. 그때 그걸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거 말고 이거 했어야 했는데 등등 그 생각에 한번 빠지고 나면 좀처럼 헤어나올 수가 없다. 시간도 훌쩍 잘 간다. 이 책에서는 프로이트가 조언하는 후회와 자책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이제는 나를 괴롭히는 수많은 감정들과 작별하고 나 자신에게 토닥토닥 위로해 주고 당당하게 서고 싶어서 이 책 『상처받은 나를 위한 애도 수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강은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정신분석의 가장 핵심적인 전제 중 하나는, 언제 어떤 식으로 문제가 시작되었든 간에 해결의 열쇠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신분석에 대해 내가 황홀하게 느끼는 것은, 내 안에 있는 그 바위 몇 개를 찾아내고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으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문제의 원인을 자신 탓으로 돌리는 것과는 분명히 구분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내가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이것만큼 삶에서 매혹적이고 감동적인 것도 없다. (11~12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아파하되 자책하지 말 것', 2장 '충분히 분노하고 온전히 슬퍼할 것', 3장 '오직 나를 위해 울 것', 4장 '비로소 자유로울 것'으로 나뉜다. 내 탓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 '아직도 모자라. 더 열심히 해야 해',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한 공포, 슬픔을 대가로 자유를 얻다, 감정의 둑을 무너뜨리는 일, 사랑인 줄 알고 삼킨 것들, 나를 붙드는 당연한 두려움, 어디까지 문제인지 파악하기, 공허한 내면을 채우는 법, 감출수록 나빠진다, 반복되는 이 길을 빠져나가는 방법, 몸과 마음이 말하는 모든 이야기를 듣기,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하여, 마음속의 '가드' 내리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찾기, 리셋이 아닌 리페어의 삶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1장의 소제목이 '아파하되 자책하지 말 것'이다. 이것 참 어려운 감정이다. 아프면 자책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파하면서 자책하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저자는 약간의 죄책감과 자책감은 우리 삶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감정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자기 성찰로 이어지고 그것들은 다음 단계를 위한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설명만 들으면 약간 추상적인 느낌이 드는데, 본격적으로 실제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각각의 사례에 집중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불완전하다. 세상이 불완전한 이유는 세상을 구성하는 우리 각자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내 부모 역시 그렇고, 부모의 부모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숱한 결점들을 가지고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이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때로 매우 슬픈 일일 수 있다. 기존의 이상적인 기대와 욕망들로부터 작별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슬픔을 대가로 우리는 조금이나마 진정으로 자유로운 충족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74쪽)



특히 리셋과 리페어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러고 보니 인간은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생을 리셋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인데, 가끔은 새로 싹 갈아엎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영화 <건축학개론>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는데 그것이 인상적이다.

리페어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이는 현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가 불가능한 부분은 받아들이고, 변화가 가능한 부분은 조금씩 바꾸어가는 것이다. 리페어를 통해 흉한 발자국이 찍힌 작은 연못이 앙증맞은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나 자신을 수용하면서 조금씩 우리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굴레로부터 서서히 벗어날 수 있다. 리셋 대신 리페어를 선택할 때, 우리 삶이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질 여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302쪽)

다양한 예시와 영화나 문학 등의 요소를 가미하여 술술 읽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면서 무언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발견하며 생각에 잠긴다.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열쇠를 발견한 느낌이 든다. 읽어나가다 보면 현재의 내 마음에 불쑥 들어와서 깨달음을 주는 부분이 있다. 삶이 늘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가끔씩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자세를 이 책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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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심리학 -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
베티나 파우제 지음, 이은미 옮김 / 북라이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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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서는 말한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이성도 지성도 아닌 후각'이라고 말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후각에 대해 제대로 파헤친 책을 읽은 적이 있던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후각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최초의 책이라고 한다. 냄새를 심리학으로 파헤친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이 책 『냄새의 심리학』을 읽어보게 되었다.

자, 이제부터 후각이란 신비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지금껏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이 수시로 등장해 번번이 놀랄 수도 있다. (10쪽)



이 책의 저자는 베티나 파우제. 인간의 후각적 의사소통에 관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이다. 독일 킬 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동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냄새와 정서의 관계>라는 제목의 박사 학위 논문으로 독일 대학 정교수 자격을 취득한 그는 이후에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 갔으며, 2005년부터 뒤 셀도르프 대학교에서 생물 및 사회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후각이 인간 인지 및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30년 이상 연구해왔으며, 이 책은 후각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쉽게 풀어 쓴 그의 첫 번째 대중 교양서다. (책날개 발췌)

지난 30여 년 동안 나는 후각 연구에만 몰두해 왔다. 내 연구는 후각이 그 어떤 인지 체계보다 월등하다는 가설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내 연구를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웃어 대기까지 했다. 대수롭지 않은 연구라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내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해서 도출되자 조롱은 점차 회의로, 회의는 결국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정말로 뭔가 맞는 소리 같으니까! 2005년부터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의 생물 및 사회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나는 어느새 '냄새' 연구에 관한 한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연구자다. (11쪽)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냄새가 보내는 비밀 신호'를 시작으로, 1장 '냄새를 잘 맡을수록 인생이 풍부해진다', 2장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존재한다', 3장 '코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이유', 4장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느낀다', 5장 '늘 간발의 차로 앞서 나가는 후각', 6장 '바로 코앞에!', 7장 '코가 냄새에 접근하는 방식: 후각의 비밀', 8장 '사랑은 코를 타고', 9장 '공기 중에 무언가가 있다', 10장 '지능은 코에서 시작된다', 11장 '친구들은 서로의 냄새를 더 잘 맡는다', 12장 '두려움의 냄새', 13장 '위험이나 함정을 냄새로 인지하다'로 이어진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보면 우리에게 후각은 정말 중요하면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순전히 코 덕분이다. 냄새를 맡지 못하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기억할 수도 말할 수도 없다. 암만 진화한들 벌레나 곤충 정도에 그쳤을 거다. 이렇듯 우리 일상은 냄새로 좌우된다. 하지만 우리가 인지하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해 삶이 코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기란 어렵다. 우리는 스스로 똑똑하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늘 신중히 고민하는 줄 안다. 지금껏 그렇게 믿어 왔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가 선택한 배우자나 회사 직원, 믿고 의지하는 친구들은 모두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다. 논리적인 이유라는 것은 그저 '만들어' 붙인 것이다. …(중략)… 한마디로 우리는 우리가 풍기는 냄새, 그 자체다! 이제부터 이 신비로운 후각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하려고 한다. (8~9쪽)

아니, 이건 예상보다 한술 더 뜬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하면서도 호기심이 상승해서, 어디 한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든다. 특히 최근 발표된 연구 중 이런 것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동물의 후각이 인간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틀렸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후각은 거의 모든 동물보다 뛰어나다. 심지어 개의 후각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 (10쪽)'라고 말이다. 믿어지지 않아서 참고문헌을 기록해둔다. 혹시 궁금하면 찾아보아도 좋겠다.

McGann,J.P.(2017). "Poor human olfaction is a 19th-century myth." Science, 356(6338),eaam7263. (344쪽, 참고문헌)



행복과 고통, 외로움과 우정, 자존감과 자괴감. 내가 보기에 이 모든 것은 냄새와 관련이 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338쪽)

보통은 책의 제목을 보며 대략 어떤 책일지 짐작하며 책을 읽어나간다. 그러니까 그렇게 선택한 책 중에서 내 기대치에 맞게 적정선의 지식을 제공해 주는 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일단 후각과 심리학을 연결 지어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니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짚어주면서 내 상식도 깨고 믿어지지 않는 사실까지도 촘촘하게 풀어나가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어나갔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내가 상식처럼 알던 것을 다 갈아치워야 할 지경이며, 믿어지지 않는 사실들이 대방출되어 호기심을 끌어올린다. 이 모든 게 맞는 말인 듯해서 더욱 솔깃하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다. 그러면서 이런 느낌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이 말을 보고 많이 생각했었다. 모든 책이 그렇게 나를 깨우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다고 해서 책을 안 읽을 수는 없지 않은가. 누가 권하는 책만 선택해서 읽을 수도 없지 않은가. 그 책이 나를 깨우지는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책을 읽는 데에는 이 정도의 도끼 같은 책이 필요하다. 내 뒤통수를 한 대 후려쳐주는 느낌말이다.

냄새에 관한 한 이 책이 내 고정관념을 깨주며 나를 뒤흔들었다. 물론 어느 선까지 동조를 할지는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 너무 달라서 혼란스럽지만, 적어도 색다른 느낌으로 냄새에 대해 바라보고 냄새의 심리학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데에 있어서는 참신한 책이다.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어서 기억에 남을 것이고, 특히 앞으로는 주변의 냄새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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