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제니스 캐플런. 잡지 편집자, 텔레비전 방송 제작자, 작가, 기자로 다양한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사람들은 어쩌다 여성들의 비범한 재능을 무시하고, 폄하하고, 간과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성 문제의식이 높아진 현시대에 여전히 남성과 여성 모두 사회에 대한 남성들의 공헌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8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천재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에는 1장 '당신이 리제 마이트너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이유', 2장 '모차르트 누나에 대한 극악한 편견', 3장 '아인슈타인의 아내와 상대성이론', 4장 '10대 수녀는 어떻게 <최후의 만찬>을 그렸을까', 5장 '이탈리아 여성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 2부 '우리 속에 있는 천재들'에는 6장 '페이-페이 리가 《베너티 페어》의 표지를 장식해야 하는 이유', 7장 '스스로 완벽해질 수 있는 천체물리학자', 8장 '다양함을 담아내는 브로드웨이의 티나 랜도우', 9장 '사랑스러운 천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10장 '여성 과학자들을 제거하려 한 어둠의 제왕', 3부 '천재 여성들은 어떻게 싸우고……승리하는가'에는 11장 '에리얼-신데렐라 콤플렉스와 싸운다는 것', 12장 '지나 데이비스와 좋은 사람 콤플렉스', 13장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던 노벨상 수상자 프랜시스 아놀드', 14장 '시선을 끄는 스카프를 매고 사업에 성공하는 법', 15장 '천재 여성들의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나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전 시대에는 여성의 천재성을 알아주지 않았다. 이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로 시작한다. "여자애들은 너무 똑똑해봤자 득 될 게 없어요."라는 사고방식 말이다. 지금의 잣대로는 상상하지 못할 엄청난 고뇌의 길이었다고 짐작된다.
역사를 통틀어 천재 여성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위험을 감수해왔다. 그들은 천재가 된다는 것이 성별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에 자신만의 길을 가면서 경멸과 조롱을 받아들였다. 비록 다른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도 말이다. 과거의 천재 여성들을 살펴보노라면 그녀들의 탁월함과 끝없는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전진하는 능력에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현재 비범함을 보이는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 책에서 다룰 천재 여성들을 선택하면서 나는 그러한 장애물들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령 재능이 있더라도 주목을 받으려면 엄청난 배짱과 강인함이 필요하다. 사회적, 문화적 압력은 유전자나 염색체의 힘보다 더 강하게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규정한다. 천재 여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다. (30~31쪽)
이 책을 통해 모차르트의 누나, 마리아 안나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재능이 뛰어났고 하프시코드를 연주했으며, 어린 시절에 모차르트와 함께 여행도 다녔다고 한다. 어떤 기록에 의하면 마리아 안나는 남동생보다 재능이 더 뛰어났으며, 모차르트는 누나를 존경했고 누나에게 음악을 배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마리아 안나가 10대가 되자 딸이 연주하는 것은 이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딸을 결혼시키고자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빈과 파리의 무대에서 뛰어난 재능으로 칭송받던 그녀가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로 집안에 갇혀있어야 했을 때 얼마나 좌절감을 느꼈을지 상상이 되는가?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사회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아이들이 줄줄이 딸린 홀아비와 결혼해서 아이를 몇 명 낳았다. 그렇게 아주 괜찮은 인생을 꾸려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세기가 지난 후 그녀의 잠재력은 천재성으로 알려졌는가? 그러한 가능성은 아예 사라졌다. (54쪽)
아인슈타인이 결혼하고 이혼하고 재혼한 현실적인 사람이었다는 점은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가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관심조차 없었나 보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몇몇 사람들은 1905년 아인슈타인이 쓴 획기적인 논문에 그녀가 협력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한 가지 증거는 아인슈타인이 논문 발표 2년 전에 '우리의 작업'이나 '우리의' 상대성 이론이라는 말이 들어간 편지를 밀레바에게 자주 썼다는 점이다. 한 기록에는 아인슈타인의 가장 유명한 논문들의 원본에 밀레바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아인슈타인은 밀레바와 헤어질 때 받기로 예정돼있던 노벨상의 상금을 그녀에게 주기로 약속했고 이를 이행했다. 그녀가 그 상을 받는 데 기여하지 않았더라면 그가 위자료나 양육비가 아닌 상금을 주기로 약속했겠는가? (75쪽)
이 책은 들어본 적 없는 여성 천재들에 대해 하나씩 짚어준다. 그게 흥미로워서 책장을 넘겨가며 이번에는 어떤 사실을 새로 알게 될까 기대되었다.
화가 클라라 피터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미술학 박사 학위를 딴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최근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피터스는 1600년대 초에 그림을 그렸고, 렘브란트와 루벤스가 활동했던 네덜란드 황금기에 몇 안 되는 여성 화가 중 한 명이었다. 방금 말한 두 화가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 나도 들어보았다. (96쪽)
이런 식으로 독자의 마음을 짐작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흥미로운 느낌으로 따라가본다. 아마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든 별로 접하지 못한 사람이든, 여성 천재들에 관해서는 별로 알지 못하리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어디를 펼쳐들든 새롭게 알아가는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