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모두의 적 -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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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부제에서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했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이 책은 대영제국을 탄생시킨 해적왕 헨리 에브리 추적기이다.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인류 모두의 적》을 읽어보게 되었다.

헨리 에브리는 17세기의 가장 악명 높은 '해적왕'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수배령이 내려진 최초의 인물로, '인류 모두의 적'이라 불렸다. 그리고 그는 이 두 가지 별칭을 단 하나의 사건을 통해 한 번에 얻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사건, 즉 에브리가 1659년 인도 무굴제국의 보물선을 공격한 사건과 그 사건이 시공간을 초월해 역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생생하게 추적한다. 왜 일까? 해적 한 명과 그가 약탈한 보물선 이야기가 새삼 특별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그와 그 사건이 세계사를 바꾸는 변곡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저자는 스티븐 존슨.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에 포함된 과학 저술가. 대표작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는 아마존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800 CEO READ가 선정한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책날개 발췌)

간단명료하게 말하면, 이 책은 세상을 경악에 빠뜨린 한 불량한 해적의 범죄에 대한 이야기다. 해적 행위는 고대 세계부터 존재한 일종의 직업이었지만, 역사적으로 유명한 해적들은 이 책에서 다룬 사건이 있고 20년 남짓 지난 후에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황금시대'를 수놓은 세대는 이 책에 묘사된 악명 높은 행위들과, 그 행위들에 대한 부풀려진 전설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황금시대를 상징하는 해적들만큼 오늘날 유명하지는 않지만 검은 수염과 그의 동료들보다 세계사의 흐름에 훨씬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그 영향을 평가하고, 그 경계를 가늠해보려고 한다. (21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결정적 장면'을 시작으로, 1부 '원정', 2부' 선상반란', 3부 '약탈', 4부 '추적', 5부 '재판'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리베르탈리아'와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역사를 보는 눈' 등으로 마무리된다.

날씨는 화창했다. 무굴제국 보물선에 있는 12미터 높이의 주 돛대 위에 걸터앉은 망꾼에게도 시야의 한계인 수평선 바로 앞, 거의 16킬로미터 밖까지 보였다. 그러나 때는 늦여름이었고, 그곳은 인도양의 열대 바다였다. 습한 공기 때문에 작은 망원경의 렌즈에 낀 흐릿한 김이 시야를 방해했다. 따라서 영국 선박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에는 보물선과 이미 8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12쪽)

이 책은 1659년 9월 11일, 인도 수라트 서쪽 인도양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해적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로서 이 책이 마음에 든 것은 세세한 장면을 눈앞에 펼쳐 보여주며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처음 접하는 것도 생생하게 풀어주니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알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해준다. 전혀 모르고 있던 어느 순간의 세상사를 상세하게 들려주면서 눈앞에서 풀어내준다. 그것도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니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저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이 맞나 보다. 이 책이 역사서이면서 소설이나 영화처럼 몰입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딱딱한 한 줄로 표현하고 끝날 것도 놓치지 않고 기름칠을 해준다.

이 데번셔 뱃사람의 탄생은 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만큼이나 오리무중이다. 그가 어디에서 언제 태어났는지, 심지어 그의 실제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도 우리가 실제로 모른다는 게 유일한 진실이다. 헨리 에브리의 뿌리 자체가 모호한 셈이다. 그러나 모든 위대한 전설적인 인물의 출생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고쳐 써지게 마련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전해진 이야기에 이런저런 소문과 풍문이 더해지고, 교묘하게 수정되며 다층적으로 짜인다. 한동안 헨리 에브리는 만신전에 묻힌 여느 인물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전설적인 인물이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영웅이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한 살인자였다. 또 폭도였고, 노동자 계급의 영웅이었으며, 국가의 적이었고, 해적왕이었다.

그러고는 유령이 되었다. (33~34쪽)




독자로서 어떤 부분을 흥미롭게 듣게 되느냐는 이야기 전달자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책이다. 해적에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이라는 부제에 이끌렸고, 아무것도 몰라도, 심지어 그의 이름조차 모르더라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옮긴이의 글에 보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딱딱한 역사책은 결코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헨리 에브리와 그를 따르는 해적들이다. 그렇다고 아동 소설이나 영화 속의 해적처럼, 에브리의 해적단이 낭만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해적 사회가 흥미롭게도 분배에서는 지금의 사회보다 더 공정하고 민주적이었지만, 그들은 철저히 일확천금을 꿈꾸고 달려든 범죄자들이었다. 그들은 순전히 돈만을 목적으로 다른 인간을 괴롭혔고, 노예를 사로잡아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현금화하기 쉬운 재물로 취급했다. 게다가 그들은 종교적 순례자들을 강간하며 선상에서 몇 날 며칠을 보냈다. 이 때문에 존슨은 그들을 '가증스런 성범죄자'로도 규정했다. (357쪽, 옮긴이의 글 중에서)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해적들 나오는 영화나 만화에 별로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나로서는 오히려 민낯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역사서가 제격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스티븐 존슨의 필력이 생동감을 더해서 나를 끝까지 이끌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실에 꿰어 이리저리 바느질해서 작품을 하나 만들어낸 것이다.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펼쳐들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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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도 공부가 필요해 - 돈의 속성을 파악하여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이하림 지음 / 황금부엉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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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에 공감한다. 절약도 공부가 필요하니 절약 방법에 대해 배우고 싶었다. 이 책의 띠지에 보면 이 책에는 이런 내용들이 들어있다고 언급한다. 필요 없는 물건을 안 사는 방법, 경제 지식을 쌓는 방법, 살림 초보가 가계를 꾸리는 방법, 투기 아닌 투자를 시작하는 방법이 들어있다고 말이다. 소소한 절약법을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이 책 『절약도 공부가 필요해』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하림. 뒤늦게 경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경제 분야의 책을 100권 넘게 탐독하고 얻은 깨달음을,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20~30대를 보내고 있을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어 마흔 살이 되는 해 책을 썼다. (책날개 발췌)

20대 때 저는 경제 분야의 책은 마냥 복잡하고 어려워 보여 소설과 에세이만 골라 읽었습니다. 그때의 저를 생각하며 누구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경제를 접할 수 있도록 쉽게 글을 풀어보았습니다. 편하게 의자에 기대어 간식을 먹으며 혹은 산책을 하다가 잠시 쉬며 읽을 수 있는 글이기를 바랍니다. 제 글을 읽고 소비, 저축, 투자, 경제 등 그 어떤 것이라도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5쪽)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경제공부'에는 돈, 경제 상식, 금융 지식, 빚, 보험, 주식, 장기 투자, 부동산, 금리, 노후 설계, 2장'절약공부'에는 생필품, 의복, 주방용품, 공공요금, 음료 여성용품, 화장품, 미디어, 살림, 쇼핑, 미니멀리즘, 3장 '마음공부'에는 시간의 속도 늦추기,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들, 인맥도 간소함이 필요하다, 자존감이 올라가면 소비는 줄어든다, 영혼에게 밥은 주고 계신가요?, 산책은 공짜로 즐기는 최고의 여행, 선은 돌고 돌아 내게로 온다, 취미는 장비발이 아닌데요, 죽을 때 후회하는 한 가지, 긍정의 말은 나를 살립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재테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의 일방적인 가르침 같은 책도 우리에게는 필요하지만, 때로는 저자처럼 경제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뒤늦게 관심을 가지고 책을 찾아 읽으며 얻은 깨달음을 들려주는 식의 책도 느낌이 좋다. 내가 바라보기 저 멀리 있는 어마어마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 중 나보다 약간 먼저 경제에 눈을 뜬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그런 편안함이 있다.

돈에 관해 언급하는 걸 꺼리는 분위기, 정신적인 풍요를 중시하고 물질적인 부분은 관심을 적게 두며 살아왔고, 이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상태 등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이런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전까지는 막연히 돈을 '아껴 쓰면 되지' 생각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제 공부를 해 보니 돈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불안은 무언가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할 때 생겨납니다. 돈에 대해 알게 되면 돈이 없다고 걱정하거나 돈에 휘둘리기보다는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모색하게 됩니다. (16쪽)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어떤 점들을 깨달았는지, 그리고 거기에서 내게 적용할 것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절약하는 방법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한 것이어서 본격적으로 절약공부에 들어가는 2장부터 더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생필품 어디까지 아껴 봤니?」를 보면 충분히 절약할 수 있는 것들을 풍족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아껴보았는지,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은 더 인식할 필요도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3장도 편안한 마음으로 에세이를 읽듯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저자가 차 한 잔 같이 하면서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영혼에게 밥은 주고 계신가요?

우리 내면의 영혼은 아름다움에 반응하고 영원을 사모합니다. 좋은 음악을 듣다가 혹은 책을 읽다가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나는 건 영혼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영혼이 힘차게 살아 있도록 보살피는 행위는 자기 자신 외에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177쪽)

이 책은 초보 주부가 경제 공부에 눈을 뜨고 전반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들려주는 에세이다. 그런데 물질적인 부분만을 떼어내어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짚어준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단순히 절약 노하우를 들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마음까지 건드려주니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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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매 의사입니다 - 치매에 걸린 치매 전문의의 마지막 조언
하세가와 가즈오.이노쿠마 리쓰코 지음, 김윤경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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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치매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데 '치매에 걸린 치매 전문의'라니.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 하세가와 가즈오는 치매 의사로 50년, 치매 환자로 5년을 보냈다는 것이다. '100에서 7을 빼 보세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세계 최초의 표준치매진단검사를 만든 일본 치매 의료의 제일인자이다. 치매 진단 기준도 없고 이해도 부족했던 시절, 치매 환자를 미친 사람 취급하며 침대에 묶어 두는 것을 목격하고 평생을 치매 의료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이후 50년 넘게 치매 환자의 치료와 삶의 질 개선에 앞장서 왔는데, 이런 분도 치매에 걸리시다니 정말 예외는 없나 보다.

이 책은 '치매에 걸린 치매 전문의'라는 것 하나 만으로도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치매 연구에 매진하고 2017년 그의 나이 88세 때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전해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이 책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제 소개를 먼저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하세가와 치매척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이라기에는 기억력 감퇴나 건망증의 정도가 심해 신경과나 뇌신경외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던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의사나 임상심리사에게 받아 보았을 겁니다. "오늘은 몇 년 몇 월 며칠이죠?", "100에서 7을 빼 보세요" 하는 검사 말입니다. 이 검사가 바로 '하세가와 치매척도'입니다. 치매인지 아닌지를 진단하는 기준으로서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인지기능 검사이지요. 이것을 개발한 정신과의가 바로 접니다. (10쪽)

책 초반부터 쿵쿵 충격으로 강타한다. 그러니까 저자는 하세가와 치매척도를 개발한 정신과의사이면서 2017년 10월, 만 88세 때에 치매에 걸렸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상태를 세상에 공표하기로 한 것이다. 치매에 걸리는 것이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분, 지금 상태는 어떨까. 우리는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의 출간을 앞둔 지금 증상이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자각은 있지만 그렇다고 급격하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노화된 자신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한 명 더 있는 것은 나름의 안전장치이다. '이 책을 쓰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큰일이기에 요미우리신문사의 이노쿠마 리쓰코 편집위원과 협력해 함께 만들기로 했습니다. (15쪽)'라는 설명을 보면 수긍이 간다. 프롤로그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장 '일본 최고의 치매 전문의, 치매에 걸리다', 2장 '우리는 죽음보다 먼저 치매를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3장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4장 '최초의 표준 진단법 '하세가와 치매척도'를 만들다', 5장 '치매에 걸려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6장 '치매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7장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습니다'로 나뉜다.



치매 당사자를 마주할 때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르고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보아도 '나'라는 인간과 똑같이 살아오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나 한 사람 외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존엄한 가치가 생겨나는 것이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존엄한 존재입니다. 치매인 사람도 그 옆에 있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잘 아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모두 존엄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84쪽)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역사와 존엄성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건강하든 아프든 치매에 걸렸든 사람은 모두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85쪽)



전문가 입장에서 쓴 치매 관련 책은 많다. 또 치매 환자의 체험을 담은 책도 있다.

하지만 치매 전문 의사가 직접 그 병을 앓으면서 쓴 책은 흔치 않다.

그래서 이 책은 든든하면서도 위로가 된다.

_이동영 서울대학교병원 치매클리닉 책임교수

치매 전문의이자 치매 환자인 하세가와 가즈오는 현재 92세, '아직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노화가 치매가 함께 오니 실수도 하고 의도치 않은 말을 하며 나중에 '아차!'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평범한 일상을 즐기며 살아가고 계신다. '살아 있는 '지금'을 즐기세요'라는 말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누가 얘기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듯하다. 치매 전문 의사이자 치매 환자인 저자가 들려주기에 이 책 속에 있는 이야기들이 설득력이 있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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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성철 2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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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소설 반야심경』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소설 성철』이다.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라니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특히 불교소설의 대가 백금남 작가의 대작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소설을 읽는 데에 더 이상의 정보는 필요 없다. 소설 속 문장에 이끌릴 마음의 준비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를 소설 속 세계로 안내해 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일단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그러기 전에 한 가지, 띠지에 있는 문장을 마음에 담으면서 말이다.

우리 곁에 다녀간 부처,

혼란한 세상 마음의 등불을 밝혀준 큰 스승,

성철 스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되살려낸 소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하며, 『소설 성철』 1,2를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백금남. 1985년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KBS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신비한 상징과 목가적 서정으로 백정 집안의 기묘한 운명을 다룬 장편소설 《십우도》와 《탄트라》가 잇따라 히트하면서 199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2013년 소설 《관상》이 천만 관객을 불러들인 영화와 함께 '관상 신드롬'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궁합》 《명당》과 함께 역작 3부작으로 꼽힌다. 2016년 유마 거사의 생애를 그린 《유마》, 법정 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담은 《소설 법정: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를 발표해 최고의 불교 소설가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책날개 발췌)

부잣집 도련님 영주의 책 읽기에 관한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러고 보니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것 말고 성철 스님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없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다. 성철 스님의 속명은 이영주, 결혼도 했고 아내가 아이를 임신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지만, 성철 스님의 어머니, 아내, 딸까지 모두 출가를 했다는 사실도 놀라운 가족사다.

이 소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나갔는데, 저자의 필력에 휩쓸리는 느낌이었다. 그냥 눈앞에 장면 장면이 펼쳐지는 듯, 숭덩숭덩 휙휙 지나간다. 이 또한 영화화되리라 짐작될 만큼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진다. 현장감 있게 생생하게 훑어보는 느낌이다. 성철 스님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말이다.

사십이 일 만이었다. 참선에 든 지 꼭 사십이 일 만에 동정일여 動靜一如가 이루어졌다. 앉으나 서나, 말을 하거나 심지어 묵언할 때나, 조용하거나 시끄럽거나 상관없이 머릿속에 화두만 가득했는데 나중에야 그것이 동정일여의 경지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나니 부지런히 참선하면 도인이 되겠다 싶었다. (1권_93쪽)

이 소설을 보며 성철 스님의 아내 이덕명의 삶 자체도 파란만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양반집 규수를 데려다놓고 중이 된다면서 집을 나가버린 때가 언제인가. 세 살이나 아래인 풋총각에게 열일곱에 시집와서 스물넷에 첫딸 도경이를, 스물아홉에 막내딸 수경이를 낳았다. 그렇게 둘씩이나 애를 싸질러놓고서는 서른도 되지 않아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무정한 사람이다. 심지어 첫아이가 열세 살 되던 해 급살을 당했을 때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던 사람. 그 딸이 살았을 적 제 아비에게 가서 중이 되겠다고 할 때는 참말로 기가 차서 제대로 하소연조차 못했다. … 비록 큰애는 그렇게 보냈어도 작은딸만은 결코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애지중지했다. 그런 아이가 막내 수경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지금 불필이라는 비구니가 되어 함께 걷고 있다. (2권_108쪽)

특히 마지막 장면의 여운은 성철의 딸 불필의 등장에서 더욱 크게 여운을 남긴다. 먹먹한 감동이 마지막까지 퍼져나간다. 그냥 성철 스님만의 일대기가 아니어서 더욱 생동감 있게 허를 찌르며 내 마음을 휘어잡는다.

예전에 경허스님의 삶을 다룬 소설 『길 없는 길』에서 선문답을 주고받는 장면을 인상적으로 보았기에 이 소설도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 짐작하고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마음을 휘감는다. 보다 인간적이고, 생동감 있는 현실로 들어가서 성철 스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읽어나가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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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성철 1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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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소설 반야심경』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소설 성철』이다.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라니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특히 불교소설의 대가 백금남 작가의 대작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소설을 읽는 데에 더 이상의 정보는 필요 없다. 소설 속 문장에 이끌릴 마음의 준비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를 소설 속 세계로 안내해 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일단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그러기 전에 한 가지, 띠지에 있는 문장을 마음에 담으면서 말이다.

우리 곁에 다녀간 부처,

혼란한 세상 마음의 등불을 밝혀준 큰 스승,

성철 스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되살려낸 소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하며, 『소설 성철』 1,2를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백금남. 1985년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KBS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신비한 상징과 목가적 서정으로 백정 집안의 기묘한 운명을 다룬 장편소설 《십우도》와 《탄트라》가 잇따라 히트하면서 199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2013년 소설 《관상》이 천만 관객을 불러들인 영화와 함께 '관상 신드롬'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궁합》 《명당》과 함께 역작 3부작으로 꼽힌다. 2016년 유마 거사의 생애를 그린 《유마》, 법정 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담은 《소설 법정: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를 발표해 최고의 불교 소설가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책날개 발췌)

부잣집 도련님 영주의 책 읽기에 관한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러고 보니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것 말고 성철 스님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없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다. 성철 스님의 속명은 이영주, 결혼도 했고 아내가 아이를 임신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지만, 성철 스님의 어머니, 아내, 딸까지 모두 출가를 했다는 사실도 놀라운 가족사다.

이 소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나갔는데, 저자의 필력에 휩쓸리는 느낌이었다. 그냥 눈앞에 장면 장면이 펼쳐지는 듯, 숭덩숭덩 휙휙 지나간다. 이 또한 영화화되리라 짐작될 만큼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진다. 현장감 있게 생생하게 훑어보는 느낌이다. 성철 스님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말이다.

사십이 일 만이었다. 참선에 든 지 꼭 사십이 일 만에 동정일여 動靜一如가 이루어졌다. 앉으나 서나, 말을 하거나 심지어 묵언할 때나, 조용하거나 시끄럽거나 상관없이 머릿속에 화두만 가득했는데 나중에야 그것이 동정일여의 경지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나니 부지런히 참선하면 도인이 되겠다 싶었다. (1권_93쪽)

이 소설을 보며 성철 스님의 아내 이덕명의 삶 자체도 파란만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양반집 규수를 데려다놓고 중이 된다면서 집을 나가버린 때가 언제인가. 세 살이나 아래인 풋총각에게 열일곱에 시집와서 스물넷에 첫딸 도경이를, 스물아홉에 막내딸 수경이를 낳았다. 그렇게 둘씩이나 애를 싸질러놓고서는 서른도 되지 않아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무정한 사람이다. 심지어 첫아이가 열세 살 되던 해 급살을 당했을 때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던 사람. 그 딸이 살았을 적 제 아비에게 가서 중이 되겠다고 할 때는 참말로 기가 차서 제대로 하소연조차 못했다. … 비록 큰애는 그렇게 보냈어도 작은딸만은 결코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애지중지했다. 그런 아이가 막내 수경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지금 불필이라는 비구니가 되어 함께 걷고 있다. (2권_108쪽)

특히 마지막 장면의 여운은 성철의 딸 불필의 등장에서 더욱 크게 여운을 남긴다. 먹먹한 감동이 마지막까지 퍼져나간다. 그냥 성철 스님만의 일대기가 아니어서 더욱 생동감 있게 허를 찌르며 내 마음을 휘어잡는다.

예전에 경허스님의 삶을 다룬 소설 『길 없는 길』에서 선문답을 주고받는 장면을 인상적으로 보았기에 이 소설도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 짐작하고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마음을 휘감는다. 보다 인간적이고, 생동감 있는 현실로 들어가서 성철 스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읽어나가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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