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친구, 반 고흐 -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의 여정 인문여행 시리즈 16
정철 지음 / 인문산책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 고흐의 작품은 꽤 알고 있고 그의 생애에 관한 책도 주기적으로 읽게 된다. 미술 감상을 그리 즐기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도 그렇게 된다. 생각해 보니 전시회도 여러 번 갔다.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3D 전시도 본 적이 있다. 내가 미술 감상에 그다지 일가견이 없으면서도 반 고흐 작품은 자주 감상하는 걸 보면 반 고흐는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대중적인 화가임에 분명하다. 어쨌든 이 책을 보니 지금쯤 다시 한번 반 고흐의 생애를 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이 책 『영혼의 친구, 반 고흐』를 읽으며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의 여정에 동참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정철. KOTRA에서 유럽 지역 조사 작업을 담당했고, 다섯 차례 해외 근무를 통해 브뤼셀 및 파리 무역관을 거쳐 리옹, 헬싱키, 브뤼셀, 암스테르담에서 무역관장을 역임했다. 35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2018년 정년퇴임했다. 저자는 유럽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그가 머물렀던 모든 지역을 탐방했고, 그 인연으로 위대한 화가의 삶과 그림에 얽힌 여정을 이 책에서 일대기 형식으로 생생히 엮어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들판을 달리는 소년, 불안한 미래, 화가라는 운명의 길, 농민에게 마음이 가다, 색깔을 찾아서, 프로방스로의 여행, 고통의 나날들, 불꽃이 사라지다, 우리를 사로잡은 화가 등 9장에 걸친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간중간 '반 고흐 유적 탐방'이 수록되어 현장감을 더한다.

저자는 마지막 해외 근무를 한 암스테르담에서는 '반 고흐 미술관'이 걸어서 20분 내외의 거리에 있었기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미술관을 방문하여 빈센트의 그림을 보고 또 보는 행운을 누렸다고 한다. 또한 몇 점의 빈센트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반 고흐 미술관' 옆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암스테르담 시립현대미술관'에도, 그리고 '반 고흐 미술관' 다음으로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도 여러 차례 방문하여 감상하였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박물관 카드를 구입하면 1년 동안 횟수 제한 없이 네덜란드 국내의 어떤 박물관도 입장할 수 있다고 하니 열심히 감상하였을 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이렇게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집대성해놓았다. 일대기를 짚어주는 객관적인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러면서도 그때그때의 환경과 심리가 상세히 담겨 있어서 여태까지 보아온 반 고흐에 대한 책과는 또 다른 깊이가 느껴졌다. 오랜 기간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자료를 모으며 반 고흐에 대한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모아 자료를 추리고 엮어서 이렇게 책을 출간했으니, 이건 하루 이틀에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미술 전공이 아니라 순전히 일반인의 호기심과 열정으로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에 대해, 그리고 그의 작품에 대해 훑어보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알았던 사실이더라도 상세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예전에 반 고흐 전시회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한 적이 있는데, 그때 워낙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시간을 좀 더 내서 반 고흐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해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아쉬움이 사라지겠다. 여기에 거의 모든 것이 꽉꽉 눌러 담겨있으니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그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책이다. 단지 건조하게 나열만 한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잘 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의 그림도 곁들여서 흥미롭게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그가 살아서 이 모든 것을 누리지 못하고 사후에 인정을 받다니 여러모로 안타깝다.

빈센트는 아를에 있을 때 테오에게 보낸 어느 편지에서 "내 그림들이 팔리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러나 우리가 부어 넣은 물감 값과 얼마 되지 않은 생활비보다 내 그림들이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될 날이 올 거야."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옳았다. 그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비평가들과 다른 화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높이 평가하는 것을 결코 보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테오도 마찬가지였다. (406쪽)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이 책을 보면 모르던 사실을 꽤나 많이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갖가지 자료, 특히 취재노트로 엮인 이야기 또한 흥미로워서 신기한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 그의 발자취를 따라 상세하게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래식은 왜 그래 - 영화 속 그 음악
더라이프 [클래식은 왜 그래] 제작팀 지음 / 시월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득 떠오르는 선율이 있어도 검색해보기도 애매하다. 영화를 보다가 '앗, 저거 아는 곡인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냥 그 이상 알아내지 못하고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영화 속 그 음악'을 다룬다고 하여 호기심이 급상승했다. 특히 이 책은 화제의 프로그램 더라이프 채널 <클래식은 왜 그래>를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하니, 이미 완성도와 재미는 검증된 것 아니겠는가.

당신이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엄청나게 노출되어 있었다면 어떨까요?!

클래식 음악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아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후진음, ARS 통화 연결음, 세탁기 종료음, TV 속 CF나 드라마 등등. 그리고 당신이 넷플릭스나 왓챠에서 또는 극장가에서 보고 왔을 바로 그 영화 속에서도 클래식이 흘러나왔을지 모릅니다. (집필자 say…1중에서, <클래식은 왜 그래> PD 강지희)

게다가 영화를 매개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여기에서 좀 더 확장해 클래식 작곡가들의 삶과 결정적 순간, 음악을 소개하는 구성이라고 한다.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클래식은 왜 그래』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초대장에서 시작하여 열세 번째 초대장으로 마무리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와 비발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제&푸치니, 영화 <빌리 엘리어트>와 차이콥스키, 영화 <설국열차>와 바흐, 영화 <기생충>과 헨델, 영화 <불멸의 연인>과 베토벤, 영화 <아마데우스>와 모차르트,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쇼팽,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와 쇼스타코비치, 영화 <암살>과 드보르자크, 영화 <암살>과 브람스,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와 파가니니,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오펜바흐가 수록되어 있다.

먼저 목차를 보고 놀랐다. 나는 영화를 별로 많이 못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여기에 언급된 영화 중 안 본 것이 딱 두 작품뿐이다. 그러면서도 물론, 이 영화들 속에 수록된 음악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이 정도면 정말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는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친절한 금자씨> 속 비발디 음악을 언급한다. 비발디의 음악이 무려 6곡이나 삽입되었다고 한다. 영화와 영화 속 음악에 대한 이야기부터 비발디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까지 짚어주니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만일 비발디가 금발로 태어나 차별받지 않고, 동료 사제들과 엄청나게 잘 지내고, 천식 따위 없이 건강해서 몇 시간씩 노래 부르고, 미사도 거뜬히 진행했다면, 그래서 안나와 사랑이든 비즈니스든 함께하지 않고 오직 성직자의 삶만 충실하게 살았다면 지하철 환승음은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비발디의 사망 기록에는 '세속 사제'로 적혀 있다고 한다. 비발디는 차별과 편견을 극복한 훌륭한 음악가이자 성직자인 듯 성직자 아닌 삶을 살다 간 투잡맨이라 하겠다. (34쪽)

그리고 '알아두면 쓸데 있을 클래식 꿀 TIP'도 재미있다. '아, 그랬어? 몰랐어!'라며 읽어본다. 클래식을 잘 모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블루오션 아니겠는가. 재미있게만 이야기를 풀어준다면 이것저것 다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건 몰랐다는 것을 살짝 비밀로 하고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말이다.

클그래 : 붉은 머리 사제 비발디의 <사계>는 총 몇 악장일까요?

준현 : 사계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 4악장!

클그래 :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맞는데 계절마다 3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총 12악장이죠. (35쪽)



이 책은 나의 반응을 입체적으로 끌어낸 클래식 책이다.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인기를 끈 더라이프 <클래식은 왜그래> 방송으로 검증되어서 믿고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랬어? 몰랐네.'부터 '어머, 정말?', '아이쿠, 안타까워라.' 등등 낄낄낄 웃다가 안타까움에 탄식하다가 온갖 감정을 끌어내며 읽어나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말이다.

특히 웃다가 눈물까지 났던 장면은 음악의 어머니 헨델에게 가상 편지를 쓴 장면이다. 물론 사실과 다르지만 이런 개그 재미있다.

아, 맞다! 사실 오늘 엄마한테 편지를 쓴 이유가 있었는데 엄마 음악 얘기에 심취해서 잊을 뻔했네요. 사랑하는 음악의 엄마…헨델이시여…이젠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될까요? 엄마 남자잖아요…. (115쪽)

그리고 당대 돌팔이 중의 상돌팔이인 존 테일러라는 의사에게 백내장 수술을 받고 헨델은 극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다가 사망했는데, 그 돌팔이한테 수술받고 사망한 또 다른 피해자가 바흐라는 것. 바흐와 헨델이 그 사람에게 수술받지 않았더라면 음악의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그리고 음악의 어머니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았을 수도 있었고,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바로크 시대를 꽃 피운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 음악을 좀 더 많이 들으며 행복했을지도 모를 것이라니, 이런 설명 하나하나가 쫄깃하니 맛깔난다. 영화와 우리식 유머와 어우러지니 클래식이라는 무게감이 조금은 가벼워지며 대중적인 흥미를 자아낸다.



2020년 <영화 속 그 음악, 클래식은 왜 그래> 시즌 1은 '클래식 1도 모르는 클래식 바보들'이라 자칭하는 이들을 메인 출연자로 내세웠었다. 평생 축구 하느라 음악 수업을 제대로 들어가 본 기억이 없는 안정환, 어릴 적부터 음악과 가까이 살았지만 클래식보단 포크 음악에 심취해 살아온 김준현, 음악인이긴 한데 클래식과 대척점에 가까운 트로트 가수 요요미. 그들은 매회 등장하는 작곡가들의 에피소드에 일희일비하곤 했다.

차이콥스키 편에서는 그의 삶이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가 하면 쇼팽 편에서는 쇼팽 집에서 여자와 정사를 나눈 리스트 때문에 격하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하며 클래식을 알아가던 중, 모든 출연자 입에서 불같은 쌍욕이 터진 적이 있다. 웃기긴 했지만 방송 심의를 통과할 수준이 아니어서 당연히 편집됐다. 특히 딸바보 아빠인 안정환, 김준현은 격앙된 감정을 한동안 추스르지 못할 정도였는데 그 회차의 주인공이 바로 브람스였다. (222쪽)

이 정도 이야기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연히 궁금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영화로 시작해 막장으로 끝나는 흥미진진 클래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막장은 드라마에나 있고 클래식은 고상하다? 그 편견을 깨부수는 책이어서 매력적이다. 아무래도 그 어떤 것이든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몰입하여 읽는 맛이 있지 않겠는가. 이 책에는 MSG가 적당히 팍팍 첨가되어 읽는 재미가 있다.



곳곳에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서 음악을 감상해가면서 읽어나간다. 어떤 곡들은 전주에서 조금만 지나면 '아, 이 곡!'이라며 '나 이 곡 알아'라고 생각되는 곡도 의외로 많았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클래식 음악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재미있게 알려주면 하나둘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펼쳐들어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의 원리 - 돈과 운을 부르는 5가지 인생 전략
막스 귄터 지음, 홍보람 옮김 / 프롬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년간 억세게 운 좋은 1,000명을 인터뷰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의 원리 - 돈과 운을 부르는 5가지 인생 전략
막스 귄터 지음, 홍보람 옮김 / 프롬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서는 말한다. '좋은 운, 타고나진 못했어도 만들 수는 있다!'라고 말이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했다. 뭐 그렇긴 하다. 이 책을 만난 것도 운이라고 하니, 운이라 생각하면 엄청난 행운이긴 하다.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이 책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책의 띠지에 보니 '20년간 억세게 운 좋은 1,000명을 인터뷰하며 알게 된 좋은 운은 부르고 나쁜 운은 피하는, 운 조절의 기술'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냥 막연하게 이렇게 하면 운을 부른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과 운을 부르는 5가지 인생 전략이 궁금해서 이 책 『운의 원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막스 귄터. 1950년대 중반 별안간 벼락같은 행운을 경험하고는 삶의 계획이 완전히 변한 후부터 운과 관련된 이야기나 이론을 수집하는 데 심취했다. 기사 작성을 위해 수천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에게 운에 관해 질문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운을 경험한 순간이라든가 운에 관한 생각, 운을 통제하려 했던 시도에 관해 물었다. 특히, 지나치게 운이 좋은 사람과 지나치게 운이 나쁜 사람들에게 특별히 더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운을 부르는 특별한 삶의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됐고, 그 자세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운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2부 '운의 속성에 관한 고철: 몇몇 과학적 시도', 3부 '운의 속성에 관한 고찰: 오컬트와 신비주의적 시도', 4부 '운 조절: 운을 바꾸는 5가지 전략'으로 나뉜다. 4부 운을 바꾸는 5가지 전략에는 거미줄 구조, 직감능력, "행운의 여신은 용감한 자를 돕는다", 톱니효과, 비관주의의 역설이 있다.

사실 '운'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사전마다 다르게 정의되고 있다는 점을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생각하고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정의가 내심 궁금해졌다. 저자는 의문을 던지는 동시에 고심 끝에 내린 결론도 함께 이야기해 준다. 저자가 운에 대해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정의를 찾아내려 늘 노력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사실을 간략하게 나열하면서도 설명과 분석은 미뤄두는 정의 말이다.

운: 우리 삶에 영향을 주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 (28쪽)

막연한 것을 구체화하면서 이 책이 진행된다. 운에 대한 정의도, 운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운'을 구체화시켜준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4부 '운 조절, 운을 바꾸는 다섯 가지 전략'이다. 사실 나도 그것이 궁금해서 이 책을 결국에는 읽게 되었다. 저자는 '운 나쁜 사람들은 절대 안 하는 운 좋은 사람들만의 행동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지난 20년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던졌다고 한다. 그 결과 운이 좋은 사람과 운이 나쁜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는 확연한 특징 다섯 가지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특징은 삶과 타인에 대한 태도, 내면의 심리 처리, 스스로에게 말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으로, 운이 끊임없이 따르는 사람들의 사례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고 한다. 반면 운이 나쁜 사람들의 사례에서는 확실히 찾아보기 힘든 특징들이라고 하니 더욱 집중하며 하나씩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하지만 이 다섯 가지 전략에 대해 읽으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내 성향 상 이건 힘들겠다 싶은 것도 있고, 과연 내가 내 인생에서 용감함과 성급함의 차이를 알고 행동할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고, 이래저래 생각하다가 나는 운과 거리가 먼 건가 좌절하기도 하며 읽어나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지막에 있는 '비관주의의 역설'이다. 운이 가장 좋은 사람들은 매우 낙관적일 거라 기대했건만 저자의 예상은 틀렸다는 것이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행운의 여신이 변덕스럽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절대 행운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나빠졌을 때 무엇을 할지 미리 생각하지 않은 채로 새로운 상황에 뛰어들지 말라."

이것이 운 좋은 사람들의 비관주의다. 비관주의의 중심에는 특별하지만 소박한 낙관주의가 숨겨져 있다. 불운이 우리의 손아귀에서 통제력을 빼앗아갈 수 있다면 행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기분 좋은 가능성을 "행운의 여신은 용감한 자를 돕는다" 현상을 관찰하며 살펴본 바 있다. 용감한 사람들은 행운이 곁을 지나갈 때 그것을 거머쥘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것이 계획에 없던 새로운 방향으로의 탈선을 의미한다 해도 말이다. 이들은 삶을 빈틈없이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현재 걸어가고 있는 길에서 멀리 떨어진 행운이라도 무시하며 지나치지 않는다. (303쪽)

이 책을 읽으면 내면의 소리가 달그락달그락 충돌할 것이다. '엥?, 응?, 아!' 등의 감탄사도 풍부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통제라는 것은 환상이다'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책을 읽고 다 통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 수 없으니 인간이다. 그리고 알고 나면 지금 현재보다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좋은 운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운에 대해 생각해 보고, 다양한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운을 살펴보며 운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점들을 염두에 두어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트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 - 현대미술의 거장들에게서 혁신과 창조의 노하우를 배우다
김태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한 듯한 책에서 '이 책 꼭 읽고 싶어'라며 호기심이 마구 생기는 데에는 계기가 필요하다. 수많은 책 중에 '이 책이 이런 거였어?!'라는 끌림이 생기는 데에도 책 속 문장 하나가 큰 역할을 한다.

이 책에 이런 말이 있었고, 이 말은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어느 날 한 예술가가 깨닫는다.

그간 남들 뒤만 따라왔다는 것을.

그는 벽을 기어올라 홈에서 탈출한다.

드넓은 세상과 마주해 감격한 그는

영감에 휩싸여 과거에 없던 미술을 창조한다.

이로써 미술의 지평을 넓힌 그는

미술의 지도에서 빛나는 하나의 점이 되었다.

(11쪽)

예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사람들이 이루어온 틀 안에서 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 틀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창조해내야 하는 것일 테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대 안에서 비슷비슷한 작품을 만들어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시대를 뛰어넘는 점이 되었으니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또한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살펴볼 수 있으리라 기대되어 이 책 《아트 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태진. 문학적 감성으로 예술 이야기에 인문학을 녹여내는 작가이자 강연가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파리 예술혁명, 그리고 스페인 문화예술을 다룬 세 권의 《아트인문학 여행》과 서양미술의 역사를 독창적 시각으로 다룬 《아트인문학: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을 통해 선보인 '김태진 식의 문화예술 감상법'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호응을 받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화두는 '틀 밖에서 생각하기'다. 앞으로 경로선들을 따라 모두 25개의 생성점을 찾아갈 텐데, 그곳에서 이 화두를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내용을 보완하는 세 개의 꼭지들을 덧붙였다. '틀 밖에서 생각하라'에서는 하나의 경로선이 갖는 의미를 정리했고, '시대를 보는 한 컷'에서는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20세기의 주요 사건을 통해 문화 전반에까지 이해의 폭을 넓혀보았으며, '현대미술 돋보기'에서는 본문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심도 있게 조명하며 미술사의 전체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자,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제법 긴 이야기를 해야 한다. (10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부 '미술, 홈에서 빠져나오다'에는 1장 '그림, 다시 평면이 되다 : 공간의 붕괴', 2장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 지각의 해체', 2부 '미술, 드넓은 세상에 펼쳐지다'에는 3장 '처음부터 옳았던 것은 없다 : 권위 너머로', 4장 '그 무엇을 가져와도 예술이 된다 : 형식 너머로', 5장 '결과물로서 작품은 없어도 된다 : 물질 너머로'가 수록되어 있다.

먼저 이 책에서는 20세기 미술 지도로 크게 다섯 개의 선을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고 있다. 또한 이들은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뉘어 2부 5장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것부터 신선했다. 미술사에서 의미 있는 큰 점을 짚어보는 느낌으로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고 이 책을 읽어나갔다. 20쪽에 있는 20세기 미술 지도는 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지도가 되니 일단 표시해두고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는 데에는 거창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다. 일단 펼쳐들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듯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줄줄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가 잘 짚어주면서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미술의 발전사를 다 들여다볼 수 있도록 상당히 상세하게 잘 짚어주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짚어주니 내가 꽤나 박식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미술 지식이 풍부해진 듯한 느낌은 덤이다.

앞부분은 워밍업 느낌으로 그 과정을 슬슬 짚어보는 심정으로 읽어나갔고, 뒤로 갈수록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나야 뭐, 현대미술은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누가 짚어주지 않으면 그 의미를 알기 버거워서 그런지, 이렇게 굵직굵직하게 흐름을 점과 선으로 짚어주는 것이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니었다. 현대미술이 이렇게 재미있었다니, '아, 이런 것도 있구나!' 알아가는 시간이다.

강의를 듣는 듯, 아니 그냥 '이런 것도 있는데 몰랐죠?'라면서 슬슬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호기심을 채워주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다 비슷비슷한 미술 책이거니 생각했다가 의외로 허를 찔리는 느낌이랄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이다.


"이제 더 없습니까? 그렇다면 54번째 캔은 18만 250파운드에 낙찰되었습니다!"

2015년 크리스티 경매장. 작은 캔 하나가 엄청난 금액에 낙찰되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이에 대해 두 친구가 이야기를 나눈다.

"설명을 못 들었는데, 저 캔 안에 들은 건 뭐지?"

"똥이야. 예술가가 싼 똥."

"뭐라고! 똥이 들었어? 그런데 그게 미술품처럼 거래가 되고, 또 저 금액에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응. 저건 그래도 제법 유명한 작품이야. 1961년에 제조(?)되었으니 벌써 60년이 넘은 건데,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지. 7,8년 전에 15만 달러 정도 했는데 이제 25만 달러를 훌쩍 넘겼네."

"뭐라고! 60년이 넘었어? 그럼 안에 내용물은 완전… 아냐, 이제 밥 먹어야 하니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래,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데 놀라운 게 뭐냐면 당시 90개가 한꺼번에 만들어졌는데, 다 팔렸다는 거야. 그게 요즘 경매에 나오는 거고. 그중 하나는 열어보기까지 했다더군."

"우엑! 토 나온다. 밥 먹긴 다 글렀어. 그런데 정말 이해가 안 돼. 저게 왜 미술인 거야?"

(출처: 343쪽)

피에로 만초니의 작품 <예술가의 똥>은 제조 및 밀봉이 1961년 5월이고, 또한 만초니가 이 캔의 가격을 당시 금값과 동일하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금값이 1그램에 1달러를 조금 넘었다고 하는데 이 캔의 정량이 30그램이니 대략 35달러 정도의 금액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재미 삼아 하나둘씩 이 작품을 사기 시작했고, 이어 미술관에서도 구입을 시작하더니 몇 개 안 남았을 땐 그야말로 엄청난 경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1989년 한 소유자가 이 캔을 땄다는 것이다.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그런데 캔 안에 더 작은 캔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그는 거기서 그냥 멈추기로 한 것이다. 그 작은 캔 안에는 정말로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별게 다 예술이네, 생각되다가도, 남들이 안 한 것을 해내야 하는 그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 예를 든 것은 빙산의 일각. 이런 재미난 이야기들이 계속 쏟아지니 지루한 줄 모르고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모르는 내용은 궁금하게 만들고, 아는 내용도 더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어, 저자가 타고난 이야기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게 다 있었어?'라며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스물다섯 개의 생성점을 지나는 다섯 개의 경로선! 이 책을 읽으며 예술의 발전사를 한 권의 책으로 짚어본다. 한눈에 미술이 지나온 경로를 들여다보는 듯했다. 그 시대에 화가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 책이니, 누구든지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21세기의 미술은 어떻게 갈지 그 흐름도 궁금해진다.

이 책이 주는 여운은 크다. 무엇보다 현대미술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고, 마무리까지 알차게 읽어나가고 나서는 생각에 잠긴다.

그대는 예술가다.

그리고 그대의 삶은 예술이어야 한다.

그러니 무작정 남의 뒤만 따르지 말라.

이제 그대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 (408쪽)

예술이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 예술이어야 한다는 점까지, 이 책이 건네주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자기만의 미술을 선보인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미술에 별다른 관심이 없더라도 이 책만큼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내가 그랬던 만큼, 아니 그 이상 말이다. 매력적인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