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김누리.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세 차례 강의와 '2020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뿌리 깊은 '한국형 불행'의 근원을 제시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2013년에서 2020년까지 《한겨레》에 쓴 칼럼을 모은 책이다. 이 칼럼집은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에 이르는 7년의 기간, 그러니까 국정농단과 촛불혁명, 대통령 탄핵과 신정부 출범,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이 기간은 한국 현대사의 온갖 모순의 근원인 박정희 시대가 남긴 마지막 악취에 떨쳐 일어선 분노의 시간이었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리라 믿었던 희망의 시간이었으며, 그 희망의 하릴없는 붕괴를 목도한 환멸의 시간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분노의 바다를 넘고 희망의 강을 건너 마침내 환멸의 땅에 도달한 21세기 초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탐험기이다. (6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환멸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와 프롤로그 '포스트 코로나, 무너지는 세계 앞에서'로 시작되며, 1장 '거대한 기만에 갇힌 대한민국', 2장 '앞으로 가려고 뒤를 본다', 3장 '우울한 아이의 나라에 미래는 없다', 4장 '짓밟힌 '지성의 전당'', 5장 '차악들의 일그러진 정치', 6장 '평화공동체를 향한 담대한 전환'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라이피즘, 자본주의를 넘어 삶으로'로 마무리된다.
서문의 시작은 볼프 비어만의 한 마디 말로 시작된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하지만 서문의 마지막에 말하기를, 볼프 비어만의 이 말에는 한마디가 더 붙어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온전히 옮기는 것으로 서문을 마치는데, 거기에서부터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를 건네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_볼프 비어만
안 그래도 요즘 정치를 보면 엄청 피로하다. 관심을 가지고 보기에도 민망한 별의별 시시콜콜한 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다. 이게 뭔가 싶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예전의 어느 순간과 겹쳐진다. 그래서 지긋지긋하다며 정치를 외면하다가 어땠는가 말이다. 나는 길을 잃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조차 모르고 있던 순간, 이 책이 내 마음을 다잡도록 도움의 손길을 건넨 것이다.
쉬이 희망을 말하지 않되 가벼이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 유토피아와 멜랑콜리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 - 이것이 이 환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윤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