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 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내는 오늘
박상률 지음 / 해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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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 박상률의 신작 산문집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이다. 문득 단어와 표현과 경험치의 틀에 갇혀 살다가 그걸 깨고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이 책이 그랬다.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 빛과 그림자의 순리와 인연 속에서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 일,

세상 끄달림에서 내 마음자리를 닦는 일……

다시 숨쉬고 더불어 사랑하기 위해

작가 박상률이 피워낸 인생의 이야기꽃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를 읽으며 작가 박상률이 피워낸 인생의 이야기꽃을 엿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박상률.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동양문학》에 희곡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 소설, 희곡, 아동 문학, 청소년 문학 분야에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펼쳐왔고 1996년 불교문학상 희곡 부문, 2018년에 '아름다운 작가상'을 받았다. 오랫동안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글을 발표하였으며 여러 작품들이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책날개 발췌)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우리말 열 개를 꼽아본 적이 있다. 그때는 되는대로 즉흥적으로 꼽기만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나는 그 말들을 살고 있었다.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그래서 글을 쓰고 산다는 건 어쩌면 자신이 좋아하는 말을 여기저기에 갖다 놓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쪽)

좋아하는 우리말 열 개를 꼽아보고 기록하고, 그 말들을 살고 있다니! 그러고 보면 살면서 접하는 단어가 한정적인데 문학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좀 더 폭넓게 단어를 접하곤 한다. 그동안 못 보던 단어까지 말이다. 역시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제각각 다른 단어로 살아간다. 같은 언어를 쓰는 데도 말이다.

바람, 이야기꽃, 동무, 그러나, 그리메, 오래뜰, 밥, 나무, 오도카니, 맬겁시… 저자는 그렇게 열 단어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글은 각종 문예지, 사보, 종교 잡지, 신문 등의 청탁이 있어 쓴 글이 대부분이지만, 페이스북에서 가져온 글은 자발적으로 '맬겁시' 쓴 글이라고 한다. 맬겁시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냥'이라는 전라도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머리말 '나는 그 말들을 살고 있다'를 시작으로, 1장 '사랑에 젖다', 2장 '낯선 풍경, 함께하는', 3장 '글의 품 안에서', 4장 '소란한 밤을 끌어안다', 5장 '사라져가는 것들의 뒷모습'으로 이어진다. 어머니의 사랑, 진도는 오늘도 구슬픈 가락으로 일렁이고, 다시 살아야 하는 고향의 삶, 서늘한 그리움을 남기다, 봉숭아 물들이기,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내 맘대로 정한 글쟁이 등급, 아름다운 일을 한 게 없으면서 '아름다운 작가상'을 받았다, 착한 일도 하지 말라 했거늘,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세상,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사는 값을 하고 있다, 뒷모습은 눈물 아닌 것이 없으니,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고 하나인 바에야 등의 글이 담겨 있다.

그리움에 더욱 목마른 사람은 그 섬에 가서 한 십 리쯤 아무 쪽으로나 걸어보라. 발부리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 여름 햇살에 졸고 있는 풀잎 하나에도 그리움이 서려 있을 것이다. 천 년을 넘게 그 자리에서 그렇게 아무렇게나 있으면서 자고 깨는 그리움이 거기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해 질 녘이면 무작정 포구로 가라. 저녁 포구에 가면 물감이 풀리듯 황홀하게 깔리는 낙조 속에 올망졸망한 그리움으로 앉아 있는 작은 섬들이 또 막무가내로 누구든 불러댈 것이다. 그 섬, 그곳은 진도. 거기엔 단단하고, 오래되고, 설레고, 아찔하고, 가슴 시린 그리움이 있다. 외로울수록 더욱 팽팽해지는 그리움. 그 섬엔 팽팽한 그리움이 있어 소리가 있고, 춤이 있고, 묵향이 있다. 아니 무엇보다도 부서지지 않은 오랜 세월이 아직 있다. (26쪽)

저자가 말한 열 단어 중 '맬겁시'는 전라남도 사투리라고 한다. 글을 읽다 보니 아마 저자는 그렇게 그 섬을 걸어보았고 거기에서 자고 깨는 그리움을 직접 목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표현할 수 없겠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그런 것일 테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얼마만큼 드러내야 할까, 이런 말까지 해도 될까, 이런 말을 하면 너무 속 좁게 느껴지지 않을까, 혹시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닐까…….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할 것이다. 진심을 담았다기보다는 이리저리 가지치기 하기에 바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누가 뭐라든 상관없이 자신이 살아내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잘 녹여내었다. 그중에서 어떤 이야기이든 놓치지 않게 잘 잡아내어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것은 '이런 이야기는 말씀하지 마시고 그냥 속에 담아두기만 하시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고 해도 일단 자신은 있는 그대로 펼쳐 보이리라 생각했나 보다. 묵묵히 진솔하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와 거기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듯하다. 우리네 삶이 이것저것 가리고 거르다 보면 제대로 우러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곰국 우러나듯 진하고 뽀얀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것인가 보다. 화려하지 않아도 진하게 우러난 무언가가 있다. 그리움이든 사랑이든, 삶의 순간순간이든. 어쩌면 감추고 싶은 뼛속 깊은 이야기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그건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 꺼내가는 것이다.

이 책의 뒤표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그러고 보니, 빛과 어둠은 같이 있을 때 서로가 더 확실하구나!" 이 책을 읽으며 한 문학인의 사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작가 박상률이 피워낸 인생의 이야기꽃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니, 이 책을 읽으며 삶의 질곡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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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모든 기록 - 10-year journal
김수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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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의 저자 김수현의 다이어리북 『나에 대한 모든 기록』이다.

"저는 실제로 10년 동안 연기年記를 썼고, 그 덕에 매해 더 나다워질 수 있었습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일기가 아니라 연기다. 이것 참 신선하다. 안 그래도 이제야 일기를 좀 쓰고자 하고 있는데 너무 사소해서 흩어져 버리는 느낌이었다. 할 말이 없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연기라니. 일 년 단위로 굵직굵직한 것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 정말 괜찮은 생각이고, 꼭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저자가 10년간 직접 써온 기록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으로 한 해를 돌아볼 수 있는 질문들을 담은 것이다. 특별히 지금 이 시기에 더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 『나에 대한 모든 기록』을 펼쳐보게 되었다.



삶에 떠밀려 살아가다 보면 기억은 쉽게 사라지는 법이다.

기록으로 삶의 흔적을 남겨두어야

우리는 그 흔적을 따라 다시 한 번 과거를 살 수 있다.

한마디로 기록은 헨젤과 그레텔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떨어트리는 작은 빵 조각 같은 것이다. (기록을 시작하며 중에서)

'기록은 헨젤과 그레텔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떨어트리는 작은 빵조각 같은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맴돈다. 되도록 삶의 흔적을 남겨두어야겠다. 그때그때의 내 생각을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책이라기보다는 나만의 일기, 아니 연기年記다. 일기 쓰기는 귀찮고 거르더라도 연기는 써볼 만하다. 아니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한 해를 정리하는 기분으로 쓰는 것이 필요하겠다. 송구영신, 올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통과의례다. 정말 적시에 잘 나온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냥 큰 틀만 잡아주는 것이지 결국은 내가 완성해야 되는 거다. 나의 기록으로 채워지는 나만의 책이니까. 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나만의 책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예전에 카페에 가서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나만의 의식을 하고자 무언가를 적겠다고 노트를 펼쳐들었는데, 솔직히 뭘 적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커피만 마시고 나온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보다 상세하고 다양하게 일 년을 되짚어볼 수 있는 질문들이 가득하다. 그 당시에 이 책이 있었다면 나의 의식은 해마다 이어졌을 것이고 보다 풍성했으리라 생각된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부터 하면 되니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예전부터 이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흘러가는 모든 것이 아쉽기만 하고 일기를 적어도 시간이 빠르다는 푸념을 하기에 바쁜 나에게 이런 경험을 나누어 주어 무척이나 고맙다.




매일 보는 나,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 자신이면서도 가장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나다. 특히 시간이 훌쩍 흐른 후의 나는 오래전의 내가 이해가 안 가고 왜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그렇기에 이렇게 기록을 해두면 그 당시의 내 마음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필요한 의식, 이 책과 함께 하면 좋을 것이다. 일기와는 또 다른 맛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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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꿈 - 제왕학의 진수, 맹자가 전하는 리더의 품격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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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다 '20만 독자가 선택한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신정근 교수 최신작, 이제는 『맹자』다!'라는 띠지의 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다음에 "도대체 왜들 싸우는가?"에서 휴~ 한숨이 먼저 나온다.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주제에서 벗어나니 그냥 안 하는 걸로 하고, 중요한 것은 '맹자'다. 이런 혼란의 시대에 길을 잃고 방황할 때에는 고전에서 그 길을 찾는 시도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시대의 격랑에 맞설 리더의 길을 내놓는다고 하니, 한번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더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제왕학의 교과서 『맹자』

경쟁의 장에서 휘둘리지 않는 극강의 고전 수업이 펼쳐진다! (책 뒤표지 중에서)

오랜만에 고전의 세계에 들어가 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하면서, 이 책 『맹자의 꿈』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신정근.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교수이자 유학대학장·유학대학 원장을 맡고 있다. 동양 고전을 누구나 쉽게 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도록 힘써온 저자는 2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으로 대한민국에 동양고전 강독 열풍을 일으켰다. (책날개 발췌)

이제 『논어』1(2011), 『논어2』(2015)에서 시작하여 『중용』(2019)과 『대학』(2020)을 거쳐 『맹자』를 끝내면서 10년 만에 <내 인생의 사서> 시리즈를 마무리 짓게 되었다. 이로써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허리끈을 풀어놓고 좀 느긋하게 사서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누구라도 사서를 함께 같이 읽는다면 유학에서 지혜의 샘물을 길어 올려서 사람의 자존과 열망을 늘 진실하게 하고 인생의 씨줄과 날줄을 더 단단하게 할 수 있으리라. (7쪽, 저자의 글 중에서)

이 책은 총 7강으로 구성된다. 1강 '만남과 대척의 「양혜왕」상하: 시대의 격랑에 맞서 갈 길을 내놓다', 2강 '설득과 결별의 「공손추」상하: 부동심을 세우지만 시대와 불화하다', 3강 '희망과 논쟁의 「등공문」상하: 희망의 싹을 심고 정도를 외치다', 4강 '기준과 상황의 「이루」상하: 멘토의 안내로 변수를 통제하다', 5강 '영웅과 제도의 「만장」상하: 난관을 헤치고 시대의 틀을 만든 영웅의 이야기', 6강 '인성과 선택의 「고자」상하: 인간의 본성을 찾아 좋은 삶을 선택하는 길', 7강 '양성과 계보의 「진심」상하: 하늘을 만나고 역사를 만드는 힘'으로 나뉜다.

먼저 이 책의 구성은 일러두기를 보며 알아두면 전체적으로 읽어나갈 때에 용이할 것이다.

원문을 해설하면서 '입문(문에 들어섬), '승당(당에 오름)', '입실(방에 들어섬)', '여언(함께 말하기)'의 단계를 설정하여 빠른 걸음으로 진행하면서도 정확하며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입문'에서는 해당 구절의 현대적 맥락을 소개하고, '승당'에서는 『맹자』 원문의 독음과 번역을 곁들여서 제시하며, '입실'에서는 『맹자』 원문에 나오는 한자의 뜻과 원문 맥락을 풀이하고, '여언'에서는 『맹자』 의 논점을 정확하게 짚어보고 현대 맥락에서 되새겨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네 단계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틀을 그대로 사용한다. (일러두기 중에서)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이나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도 그렇고, 구성 자체가 마음을 한껏 편안하게 하여 일반인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우리는 한자 원문을 강독하려고 하는 목적보다는 옛지혜를 지금의 우리가 얻고자 함이 더 크다. 그렇기에 일반인도 부담없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여서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사서를 원문으로 접하자면 한없이 어렵고 가능하지 않은 일이 될지라도, 저자의 책을 통해 짚어보니 한껏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맹자는 사상가이기도 하지만 문학 작가로서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논리적인 언어로 설득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가설적인 적절한 이야기를 끌어들인다. 아마 당시 사람들이 맹자의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대화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가 있다. 한 번 듣고 알아차리기 어려운 논리적 체계보다 들으면 금방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가 대화에서 제격일 수 있기 때문이다. (254쪽)

이 책을 읽다 보면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 읽게 되는데, 무조건 맹자를 읽어보라고 한다고 읽어지겠는가. 고전은 사실 시험 범위가 아니라면 펼쳐볼 생각도 못 하는 거였다. 하지만 저자가 그 시대의 맹자와 지금의 우리를 적절하게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래서 미처 몰랐던 재미를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10년 대장정 「내 인생의 사서」 시리즈 완결판이다. 한문 관련 공부를 해나가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 맹자를 저자의 시선으로 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고, 일반인에게도 이 시대를 살아가며 맹자를 통해 지혜를 건네받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깊은 통찰의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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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세계 - 지금 여기, 인류 문명의 10년 생존 전략을 말하다
안희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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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재러드 다이아몬드, 케이트 레이워스, 다니엘 코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대니얼 마코비츠, 조한혜정, 사티시 쿠마르 등 세계의 지성 7인에게 당신과 나, 우리의 내일에 대해 질문하고 그 답변을 들려주는 책 《내일의 세계》이다. 인터뷰를 담은 책은 실제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직접 보고 듣는 듯해서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7인의 지성 중 익숙한 이름도 반갑고, 인류 문명의 10년 생존 전략도 궁금하여 함께 짚어보고자 이 책 《내일의 세계》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안희경. 재미 저널리스트다. 우리 문명의 좌표를 조망하기 위해 4년여에 걸쳐 놈 촘스키, 재러드 다이아몬드, 장 지글러, 스티븐 핑커, 지그문트 바우만 등 세계 지성을 만나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문명, 그 길을 묻다》 《사피엔스의 마음》 3부작 기획 인터뷰집을 완성했다. 현대미술가와의 대화를 담은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리베카 솔닛, 마사누스바움, 반다나 시바 등과 나눈 대화를 엮은 《어크로스 페미니즘》, 코로나 시기의 모색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대담집 《오늘부터의 세계》, 이해인 수녀의 삶과 통찰을 담은 인터뷰집 《이해인의 말》을 펴냈다. (책날개 발췌)

우리 문명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벼랑 끝인지, 아니면 이미 추락을 시작했는지 안녕과 번영의 시간을 가늠하고자 한다. 정치·경제·사회·환경, 그리고 삶의 결을 이루는 문화 의제에 관해 세계 석학들과 인터뷰함으로써 인류 문명의 생존을 위한 전략을 논하고자 한다. 당장 개선해야 할 과제, 장기적으로 변화를 꾀해야 할 방향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생각을 모아 각자 발 딛고 있는 곳에서 인류 문명 생존 전략이 생동하도록 도모하고자 한다. (9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세계 지성과 인류 문명의 10년 생존 전략을 말하다'를 시작으로, 1장 '지구적 위험과 인류의 대비', 2장 '기후 위기와 공존을 위한 순환 경제', 3장 '디지털 자본주의와 인간의 존엄성', 4장 '탈중앙화와 분산화', 5장 '능력주의와 불평등', 6장 '개인과 공동체', 7장 '나와 세계'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달라이 라마 존자, 그의 당부'로 마무리된다.

과거에 능통한 이들, 미래를 위해 곳곳에서 조언 요청을 받는 이들에게 우리 삶의 조언자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7명의 지성에게 우리 앞에 놓인 미래의 선택지를 해석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탐지한 위험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이 아는 것, 우리가 안다고 여기는 것, 이 모두가 어쩌면 부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신의 선택, 나의 선택이 모여 내일의 세계가 되기에 《내일의 세계》는 내일 우리의 일상을 결정할 당신의 조력자가 되고자 한다. (9쪽)

처음 프롤로그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그냥 '7명의 지성에게 이야기를 듣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본문을 읽기 시작하니 나도 직접 그 만남에 참여하여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 생생하다. 가장 먼저 재러드 다이아몬드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60여 년간 문명을 조망해온 문화인류학자이자 지리학자이며 생리학자인데, 2006년 그의 저서 《문명의 붕괴》를 통해 지구별은 이제 시한폭탄이 됐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를 찾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위기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했더니 그는 질문 자체를 부정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위기란 없다. 전력을 다해 동시에 풀어야 할 주요한 위기들이 있을 뿐이다"라고 일갈했다고. 그렇게 인터뷰를 시작하는 상황부터 글로 풀어나가고 본격적인 인터뷰를 진행한 후에 마무리 글로 정리를 하니, 인터뷰에 대해 한결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우리에게는 늘 환란이 왔고, 늘 이름 바뀐 위기가 왔다. 이제는 위기가 위기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손봐야 한다. 지역이 자생력을 갖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탄성을 갖춘다면 그 어떤 위급 상황이라 해도 고통의 질과 강도는 다르지 않을까? (137쪽,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와의 대화 이후)



이 책은 재러드 다이아몬드, 케이트 레이워스, 다니엘 코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대니얼 마코비츠, 조한혜정, 사티시 쿠마르, 그리고 달라이 라마 등 세계의 지성 7인과 인터뷰를 나눈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읽어나가며 그들의 이야기에서 인류의 위기와 현재를 짚어보기도 하고 미래를 짐작해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읽어나가다가 문득 마음을 훑어내려가는 값진 언어를 발견하는 느낌이 들어서 기대 이상으로 다가왔다.

현재 지구라는 공간 속에서 관계 맺고 있는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의 고통의 총량을 줄일 모색이다. 스스로에게 다정히, 곁에 있는 모든 것에 세심하게 마음 써야겠다. 인간 사회의 진보는 태도의 결에 달려 있다 여기기에. (236쪽)

문득 '내일의 세계'라는 단순한 제목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하느냐에 따라 내일은 다르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이니 말이다.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세계의 지성 7인과 나눈 대화를 읽으며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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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 - 성동혁 산문집
성동혁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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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뉘앙스』 중 「만일」이라는 글 일부를 읽고 나서였다.

작가의 손을 떠난 원고가 책이 되어 어떠한 서점에 진열되고, 그것을 누군가 만지작거리다가 펼쳐 보고, 결심하듯 책을 사고, 읽는다는 것. 그것은 책을 쓴 사람과 그 책을 편집한 사람과 진열한 사람과 고른 사람이 함께 관여된 희귀한 일이에요.

당신이 어떠한 책을 만나길 진심으로 바라요. 그리고 그 책이 부디 당신의 표정에 작은 균열을 내고 잠자고 있던 감각과 감정을 깨우길 바라요. 그렇게 책과 우정을 쌓길 바라요. 만일, 그러한 기운이 돌고 돌아 다시 작가에게 돌아간다면, 당신은 어떤 시를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160쪽)

사실 시인이 쓴 산문집이라는 점이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게 만들었지만, 왜냐하면 시인의 작품은 산문이 아닌 시로 접하는 편이 훨씬 나은 적을 여러 번 보아온 데다가 읽을 책이 쌓여버린 상황에서 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쩌면 내 마음에 와닿는 좋은 책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아쉬운 생각 때문에 결국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이 책 『뉘앙스』를 읽으며 이 책에 관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저자가 말한 대로 어떤 시를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성동혁.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6』, 『아네모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제 서랍, 옷장, 랩톱, 전화번호부에 멈춰 있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번거롭고 방대한 작업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일일이 서랍을 열고, 옷장을 열고, 감각을 열어, 약을 갈려 합니다. 제가 한 시절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예의를 다하려 합니다. 다시 침묵을 털어 내고 또 다른 시간으로 걸어 나가길 바랍니다. (5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4부로 나뉜다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산소통, 울지 않는 사람, 눈, 무제, 성탄절, 아인슈페너, 입원, 일요일, 선택, 다인실, 병원 건축, 겨울은, 시인, 크루아상, 메스로 쓴 시, 만일, 오월, 위로, 말, 작가, 일부, 환자복, 호더, 슬픈 일이 많았지만, 격과 결, 안녕, 단 하나의, 여전히, 오늘의 것,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되니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그다지 길지 않은, 어떤 글은 굉장히 짧기도 한 글이어서 그냥 후다닥 읽을 요량으로 집어 들었는데, 뭉클, 울컥, 묵직, 온갖 기운들이 샘솟는다.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저 약간만 보여줬을 뿐일 텐데도, 오히려 담담한 듯한 글에서 나는 휘청거린다. '우는' 슬픔보다 '울지 않는' 슬픔이 더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16쪽)는 그 말에 마음이 묵직해진다.




이 시인은 알까. 자신의 귀한 글이 어떻게 다른 이들의 영혼을 일깨워주고 보듬어주는지, 자신의 글에 담긴 마음이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따뜻한 포옹 같고, 내 아픔에 같이 울어주는 친구 같은 이 책이 세상의 곳곳에서 작은 구원을 가져다주리라고 나는 믿는다.

_최은영, 소설가

뉘앙스라는 제목과 꾹꾹 눌러 담긴 언어의 진심에 읽는 시간보다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진다.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다. 최은영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영혼을 일깨워주고 보듬어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니,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에 이 책을 집어 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만나는 저자와 책이지만 꽤나 오래전부터 알았던 듯, 이 책을 펼쳐들자마자 조곤조곤 이야기를 펼쳐주니 그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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