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이후의 삶 - 지속가능한 삶과 환경을 위한 '대안적 소비'에 관하여
케이트 소퍼 지음, 안종희 옮김 / 한문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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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속가능한 삶과 환경을 위한 '대안적 소비'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책 『성장 이후의 삶』이다. 불안한 즐거움, 불가능한 만족, 끝없는 노동을 부르는 소비의 고리를 끊고 이제, '다른 즐거움'을 사라는 것이다. 하긴 우리는 더 큰 소비가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데도, 항상 무언가 부족한 것 같고 더 있어야 행복할 것 같은 착각을 하며 살아가긴 한다.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이 책의 저자 케이트 소퍼는 소비 수준과 삶의 질을 연결 짓는 행복의 낡은 개념에서 벗어나, 더 적게 소비하고 더 풍성하게 누리는 '대안적 쾌락주의'를 제안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성장 이후의 삶》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케이트 소퍼.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철학과 명예 교수. 환경철학, 욕구 이론과 소비에 관해 폭넓은 사유와 독창성으로 다양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글들을 써왔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주요 관심사는 풍요 사회의 소비 형태와 그 변화 가능성,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더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 질서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는 영향력이다. (6쪽)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여는 글로 시작하여, 1장 '생각을 전환하라', 2장 '왜, 지금 '대안적 쾌락주의'인가?', 3장 '끝없는 소비의 불안한 즐거움', 4장 '노동의 종말, 그 이후', 5장 '대안적 쾌락주의의 상상력, '다른 즐거움'', 6장 ''번영'이란 무엇인가?', 7장 '녹색 르네상스를 향하여'로 이어지며, 감사의 글, 주, 찾아보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런 책은 마음이 불편할 각오를 하고 읽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무언가 하면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환경파괴에 일조하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지나치게 노동 중심적이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시간에 쫓기고 물질에 매인 오늘날의 풍요가 행복을 더해준다는 전제에 대해 우리는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7쪽)라고 말이다.

이 책의 주요 목적은 소비주의 이후(궁극적으로는 성장 이후)의 생활방식이 제공할 수 있는 즐거움을 특별히 강조함으로써 그런 생활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환경적, 윤리적 근거를 강화하는 것이다. (10쪽, 여는 글 중에서)



때로는 어떤 문제에 대해, 살면서 미처 생각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누군가가 문제 제기를 하고 조목조목 짚어줄 때 그제야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기도 한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우리의 현실을 하나씩 짚어보도록 도움을 준다.

소비주의적 사회는 우리가 과도하게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상품과 상품화된 경험을 구매하려는 태도에 의존한다. 이런 상품 구매는 과도한 노동과 생산 때문에 빼앗긴, 더 다양하고 풍성하며 오래 지속되는 만족을 대체한다. (76쪽)



"생태 위기와 관련해 '너무 뜨거워서' 다루기 곤란한 분야가 '소비'이다. 케이트 소퍼는 이 주제를 선택해 특유의 치밀함으로 고찰한 다음, 더 적게 소비할수록 삶은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소비가 곧 즐거움이라는 착각을 조용히 깨면서 우리가 상품에서 벗어나면 어떻게 충동과 욕구에서 자유로워지는지 보여준다. 누구는 과학기술을 숭배하며 우리가 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지만, 어떤 이는 한계와 즐거움에 주목하며 케이트 소퍼를 읽는다.

_안드레아스 말름, 《이 폭풍의 진로》 저자

이 책은 지속가능한 삶과 환경을 위한 '대안적 소비'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책이다. 어쩌면 우리는 심각한 문제 앞에서 무감각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문제 자체를 인식하기는 하더라도 외면하고 싶고, 다른 중차대한 문제 앞에서 뒤로 미뤄두게 마련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지금이야말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 삶의 태도와 소비 방식에 대해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면 더더욱 이 책의 경고를 흘려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 때가 때이니만큼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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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위로 - 빛을 향한 건축 순례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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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만 얼핏 보았을 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저자가 건축가라는 사실을 알고 났을 때에도 그냥 건축물에 대한 탐방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책이 있지 않은가. 제목과 개요 정도만 보았을 때와 책을 직접 펼쳐들어 읽어보았을 때 느낌이 다른 것 말이다. 읽지 않았으면 아쉬울 뻔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그동안 내가 건축을 바라보던 시선이 단지 건축물이라는 좁은 의미였다면, 그 범위를 넓혀 내 안의 세계와 우주까지 시선을 뻗어나가게 해주는 것이다. 빛과 어둠까지 이어지다가 결국은 빛과 어둠 너머의 세계까지 넌지시 짚어볼 수 있도록 나만의 순례를 도와주는 느낌이 든다. 빛을 향한 건축순례 『그림자의 위로』에 대해 이야기해 보아야겠다.



이 책의 저자는 김종진. 2004년부터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간 설계와 공간 예술을 가르치며 이론 연구와 디자인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책에는 사례 작품에 대한 소개도 있지만, 방문하고 머물면서 느꼈던 감정과 경험, 그리고 마주쳤던 풍경과 사람들이 색색의 실로 짜인 퀼트처럼 콜라주되어 있다. 답사를 이어 가며 어디론가 계속 들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에는 건축 작품 속에 담긴 빛과 어둠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답사를 진행할수록 눈앞의 현상을 넘어 어딘가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책은 빛을 향한 여정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곳을 향한 여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9쪽)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1장 '침묵의 빛: 르 토로네 수도원', 2장 '예술의 빛: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3장 '치유의 빛: 테르메 발스 온천장', 4장 '생명의 빛: 길라르디 주택', 5장 '지혜의 빛: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도서관', 6장 '기억의 빛: 911 메모리얼', 7장 '구원의 빛: 마멜리스 수도원', 8장 '안식의 빛: 우드랜드 공원묘지'로 나뉜다.

이 책에서 '빛을 향한 건축 순례'라는 글을 보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빛과 어둠의 변화에 의해서 항상 같은 장소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늘 다른 곳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책 속의 사진도 어느 건물만 찍은 것이 아니라 그곳의 빛을 찍고, 그림자를 담아냈으니, 일단 그 부분을 볼 수 있는 눈을 나에게 건네준 듯해서 경이로운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나 또한 빛을 향해 순례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빛이 공간을 조각한다. 사실 이 말은 토로네 수도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빛은 공간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탁월한 수단이다. 사람과 공간을 어떤 빛으로 어떻게 비추는가는 그 사람과 그 공간을 어떤 세계로 표현하고 싶은가의 문제다. 토로네 예배당에서의 빛은 백색 건축에 어울리는, 쨍쨍하게 내리쬐는 직사광선이 아니다. 좁은 돌 틈으로 들어오는 희미하고 은은한 빛이다. 그 속에는 사람을 고요한 사색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31~32쪽)





문득 다시 이 책의 표지를 보았다. 제목을 다시금 음미해 본다. '그림자의 위로'. 건축 순례를 빛을 향한 순례라고 한 번 시각을 틀어주고, 거기에 더해 제목에서는 아예 그림자를 부각시키면서 한번 더 꺾어주니, 그것만으로 나에게 새로운 눈을 제공해 주는 느낌이다. 그동안 못 보았던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다.

언젠가부터 빛과 어둠의 공간에서 느끼는 감성 체험이 단순한 개인의 경험을 넘어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빛은 나와 세계를 통합하는 근원이었다. (7쪽)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도 그 보편성에 편승하여 이 책의 장소들에서 빛과 어둠을 경험하듯 읽어나가게 되고, 그러면서도 나만의 공간에 대한 감정을 끌어올리면서 풍성하게 이 책을 음미할 수 있었다.

헛간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내면의 문을 연 것이다. (327쪽)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말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 공간과 건축을 달리 보도록 내 생각의 틀을 깨주는 책이니, 이 느낌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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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책세상 세계문학 1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회성 옮김 / 책세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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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는 영화로 먼저 접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온 동명의 영화를 본 후 책을 한 번 읽겠다고 결심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에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책도 읽었는데, 지금은 영화를 보았던 것도 책을 읽었던 것도 가물가물하다. 책을 아직 안 본 줄로만 착각한 것이다. 하긴, 책을 다시 읽을 때에는 이런 때가 좋다. 너무 쌩쌩하게 기억날 때에 다시 보면 재미가 반감하니, '이 책을 읽었던가?'하고 아리송할 때가 제격이다.

피츠제럴드의 소설은 《위대한 개츠비》처럼 지금 읽어도 조금도 감각이 낡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 번역은 요즘 나온 젊은 작가의 신작 소설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다. 그의 소설들은 대체로 깔끔하고 산뜻하고, 가끔은 경박스러울 정도로 밝고 가볍다. (298쪽)

이번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서 이 책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보게 되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물질만능주의와 퇴폐주의 속에 '아메리칸 드림'이 훼손되어가던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금주법이 시행되고 재즈가 유행하던 당시 미국은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전쟁 특수로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주가는 연일 급등했으며 개인의 수입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런 경제적 붐은 1929년 월스트리트의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대공황이 찾아오면서 막을 내렸지만 사람들, 특히 부유층들은 서로 경쟁하듯 환락과 쾌락을 좇으며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 그런 가운데 도덕적 혹은 윤리적 타락과 부패가 만연했는데, 《위대한 개츠비》는 바로 그 같은 미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소설이다. (279쪽)

이 책의 저자는 F. 스콧 피츠제럴드. 1896년 9월 24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대학교 재학 중 육군 소위로 임관되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군인 시절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제대 후 '잃어버린 세대'의 감수성을 그린 첫 번째 장편소설 《낙원의 이쪽》(1920)을 발표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뒤 1925년에 발표한 《위대한 개츠비》는 피츠제럴드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자 20세기 미국 소설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책 속에서)




내가 지금보다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여리던 시절, 아버지는 내게 한 가지 충고를 했다.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면 이 점을 꼭 명심하도록 해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환경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13쪽)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보통 처음 나오는 말은 소설 전체에서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리고 이 책은 마지막에 독후감이 실려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그 글을 보면 그 의미를 좀 더 폭넓게 파악해볼 수 있다. 그러니까 백민석 소설가에 의하면 이 말은 이 소설이 얼마나 '어른스러운' 관점에서 쓰였는지를 잘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위대한 개츠비》는 가장 젊은 목소리로 말해지는 가혹한 어른들의 삶이자 세계의 이야기(297쪽)라는 것이다.

데이지의 먼 친척인 닉의 시선으로 소설 속 이야기는 전개되고 있다. 인간이라면 어느 순간, 물질에 대한 갈망이 정점에 가닿는 때가 있을 것이다. 물질을 채운다고 공허한 마음까지 채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열등감이 드러나는 느낌이랄까. 이 소설을 읽으며 파티가 화려하게 묘사될수록 무언가 허망한 느낌이 커져만 간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삶의 허황한 표정들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걸 소설이라는 매개를 통해 현실 속에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마음의 무언가를 끄집어내어 펼쳐 보여주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이번에는 이 소설을 읽으니 인간 개츠비

의 일생이 보인다. 제목처럼 '위대하다'라고 이야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안쓰럽거나 처량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무어라고 규정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일생 말이다. 사람의 심리와 인생에 대해 문득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가슴 한 켠이 뻥 뚫린 듯 공허해진다.

고전은 그렇다. 어느 순간에는 '이게 왜 유명하지?' 의아할 때가 있고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괜히 명성만 높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 작품과 내가 적절한 때에 만나지 않아서 그렇다. 어찌 보면, 지금이어서 이 책이 나의 눈에 더 들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품 해설에 있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생애까지 겹쳐지며 메시지를 던져주는 소설이어서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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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 요리 전문가부터 미식가까지 맛을 아는 사람들을 설레게 할 이야기
장준우 지음 / 북앤미디어디엔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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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은 음식부터 안 먹고 싶은 음식까지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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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 요리 전문가부터 미식가까지 맛을 아는 사람들을 설레게 할 이야기
장준우 지음 / 북앤미디어디엔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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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것이 소소한 것을 특별하게 보는 눈을 가지는 데에 의미가 있다면,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기 힘든 조건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일상 속 사소한 것을 특별하게 볼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말이다.

이 책은 식탁 위에서 떠나는 서른 가지의 특별한 음식 여행이다. 국밥 한 그릇, 카레 한 접시에서도 수많은 이야기와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다고 하니, 더없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책은 기자, 셰프, 푸드 라이터, 베스트셀러 작가인 장준우의 신간이라고 하니 더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며 이 책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장준우. 신문사 기자에서 셰프로 변신 후 음식 너머에 있는 맥락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를 졸업하고 시칠리아에서 음식을 배웠다. 음식이란 곧 문화와 식재료의 산물이란 걸 깨닫고 카메라 하나를 들쳐 메고 세계를 다니며 식문화와 식재료를 탐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와인 비스트로 '어라우즈'를 운영하며 글뿐 아니라 맛으로도 경험을 나누고 있다. (책날개 발췌)

2017년부터 현재까지 격주로 신문지면에 칼럼을 쓰게 되었고 일부를 엮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익숙지 않은 식재료나 요리를 소개하는가 하면 때론 익숙한 식재료와 요리를 낯설게 보기도 하고, 다른 나라의 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각기 서로 다른 독립적인 이야기들이지만 마치 궁극의 종착지인 고향 이타카를 향해 나아가는 오디세우스처럼 '음식의 본질이란 무엇일까'란 화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임을 눈치채는 독자가 한 분이라도 계시기를 바란다. (9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매력적인 식재료'에는 호박, 오이, 옥수수, 토마토, 아티초크, 아스파라거스, 허브, 후추, 버터, 샤프란, 2부 '음식의 속사정'에는 카레, 파스타, 추로스, 케밥, 골수 요리, 장어 젤리, 처트니, 피시앤드칩스, 비둘기 스테이크, 푸아그라, 3부 '낯선 듯 익숙한 세계의 맛'에는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독일, 페루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득 흥미롭게 본 어떤 책 프롤로그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미국의 가드닝 칼럼니스트, 그러니까 정원과 관련된 글을 쓰는 작가가 주류 판매점을 둘러본 후 "이게 바로 정원이 아니고 뭐겠어요!"라고 흥분하며 외치는 대목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술은 대부분 식물을 원료로 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흔하디흔한 술병 일지 몰라도 그의 눈엔 술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 보이고, 그에 얽힌 역사적 맥락과 에피소드들이 파노라마처럼 좌르르 펼쳐졌으리라. 접시 위에 담긴 하나의 음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주류 판매점에서 흥분한 가드닝 칼럼니스트와 비슷한 감정이 든다. 한 접시의 음식은 우리에게 꽤 많은 이야깃거리를 던져 주기 때문이다. 익숙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어느새 낯선 대상으로 바뀐다. 그 지점에서부터 호기심이 생겨나고, 이야기는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된다. (6쪽, 프롤로그 중에서)

그러고 보면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장을 보고 밥을 먹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재료 하나하나, 음식 하나하나에서 이야기를 찾아본다면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엄청난 세상을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발끈 바짝 매고, 정신줄 놓지 말고, 이 책을 따라가야 한다. 별별 이야기가, 그리고 때로는 정말 신경도 안 썼던 소소한 것까지 흥미롭고 맛깔스럽게 풀어나가니 이 세상을 다시 보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앞에 언급한 가드닝 칼럼니스트가 주류 판매점을 둘러보고는 "이게 바로 정원이 아니고 뭐겠어요!"라고 감탄하던 그 마음을 건네받은 듯하다.

이 책의 시작은 호박 이야기부터다. 애호박 가격이 급등했던 어느 순간을 다들 접했을 것이다. 하나에 1,000원대 중반이었던 애호박이 4,000원까지 급등했을 때, 나는 된장찌개에 흔하게 듬뿍 넣어서 먹던 호박을 이제는 먹지 말든가 아껴 먹든가 해야겠다고 푸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저자는 애호박이 이슈가 되니 호박이라는 식재료에 대한 탐험으로 생각이 이어진 것이다. 그렇게 호박을 비롯하여 오이, 옥수수, 토마토 등 흔한 재료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식재료를 하나씩 살펴보며 세계 곳곳에 여행을 떠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아무래도 화질 좋은 사진이 있어서 현장감 있게 다가오나 보다. 그러면서 흔히 사용하는 식재료에 대해 떠올리며 웃음꽃을 피운다. 내 마음을 들켜버린 문장을 발견하면 더더욱 말이다.

버터를 연상했을 때 군침보다 느끼함, 무언가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은 감정이 든다면 심심한 유감을 전한다. 버터는 죄가 없다. 굳이 따지자면 음식을 너무 맛 좋게 만들어 줘서 인간이 그것을 마음껏 먹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는 '비만 교사죄' 아닐까? 아니 애초에 버터를 넣어 음식을 만든 요리사에게 죄를 물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건 콜레스테롤의 주범, 포화지방의 화신 등의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지만 적당히 사용하고 섭취하면 무한한 기쁨을 주는 재료가 바로 버터다. (67쪽)



전 세계에서 자국 음식 말고 가장 많이 먹는 외국 음식은 무엇일까? 맞다. 바로 파스타다. 이탈리아 사람들만 파스타를 주식처럼 먹는 게 아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일본, 중국에서도 즐겨 먹는다. 물론 한국인도. (91쪽)

이탈리아에서 다양한 파스타를 맛보며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파스타의 본질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라고. 파스타에 정답은 없다. 이탈리아 지역마다 존재하는 독특한 파스타들은 그 지역 사정에 따라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창조돼 왔다. 나폴리에서는 나폴리에서 나고 자란 재료로, 시칠리아에서는 시칠리아의 재료로 파스타가 완성된다. 이탈리아를 떠나도 마찬가지다. 어디에서나 적응할 수 있는 요리, 이것이 파스타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94쪽)



식재료, 음식, 세계로 떠나는 음식 여행까지 음식의 본질을 찾아 나선 여행이다. 초당옥수수, 바몬드카레 등에 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부터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음식으로 바라본 세계까지 이 책에 알뜰하게 담겨 있다. 두둑이 밥을 먹고 보았는데도 이야기와 사진으로 미각을 자극해서 먹고 싶은 음식들이 주르륵 펼쳐진다.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운 음식 세계로 초대받는다. 맛깔스러운 이야기와 더해져 음식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먹고 싶은 음식부터 안 먹고 싶은 음식까지 가득 담겨 있어서 흥미를 자극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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