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 편이 되는 말하기 - 나의 말과 생각, 운명을 바꾸는 36가지 언어 기술
황시투안 지음 / 미디어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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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의 말과 생각, 운명을 바꾸는 36가지 언어 기술을 알려주는 책 『다 내 편이 되는 말하기』이다. 말하기에 관한 책은 하라는 대로 다 잘 하게 되는 건 아니라도, 읽다 보면 마음에 담아둘 내용 몇 가지는 건지게 된다. 그래서 늘 호기심이 생긴다.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부터 말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2017년 말, 태국의 한 시장에서 아버지와 게임 중독자 아들이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둘의 대립이 극에 달해 긴장감이 팽팽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버지는 권총에 실탄을 장전하고 카운터 위에 올려놓은 뒤 말했다.

"그따위로 살 거면 살지 마."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버지는 등을 돌리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바로 그때 아들이 권총을 집어 들고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뒤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 단 한마디의 말로 인해 벌어지고 말았다.

나의 스승인 장국위 박사의 아들 또한 게임에 중독되었다. 그러나 그는 아들과 같이 게임을 하는 쪽을 선택했다. 아들에게 게임 한 판을 진 뒤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나를 이길 수는 있겠지만 과연 이 게임을 만든 개발자도 이길 수 있을까? 한번 게임을 직접 개발해 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이 말을 들은 그의 아들은 훗날 컴퓨터 박사가 되었다.

철학계에서 'Word(말)'와 'Sword(칼)'는 흔히 같이 다뤄진다. 여기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첫째, 말에는 칼처럼 역사를 바꾸는 힘이 있다.

둘째, 말은 칼처럼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해칠 수도 있다. (9쪽)

원래 남의 자식에게는 좋은 말을 잘 해주어도 자기 자식에게 그러기는 힘들다던데, 이 경우는 정말 극과 극의 반응이어서 프롤로그부터 강하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말의 힘을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어서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졌다.

언어의 기술을 좀 더 습득해 보고자 이 책 『다 내 편이 되는 말하기』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황시투안. 베테랑 심리학 멘토로 20여 년간 실용심리학에 전념해 심리학 이론을 기업 관리, 결혼, 가정, 자녀교육 등에 성공적으로 접목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서 나는 크게 36가지 언어 기술에 관해 이야기한다. 먼저 내가 명명한 '지혜로운 언어 모델'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관점이 다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상위 분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하위 분류, 창의력을 높이는 횡적 분류인데, 이에 대해 살펴본 다음 잠재의식을 활용한 다양한 방법을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적용해서 알기 쉽게 보여 준다. (11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36가지 언어 기술로 말센스를 키운다'를 시작으로, 1부 '지혜로운 언어 모델로 소통 문제를 해결한다', 2부 '설득, 공감, 지지를 끌어내는 잠재의식을 활용한 어법' 3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메타언어 모델', 4부 '다툼 없이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언어의 마술'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14가지 언어 마술로 만들어낸 삶의 변화'로 마무리된다.



다양한 예시와 함께 대화에서 실제로 적용하면 도움이 될 법한 기술을 들려주니 읽다 보면 저절로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구나' 혹은 '이렇게 말하면 더 괜찮겠네.'라고 습득하는 지식이 꽤나 있다. 물론 실제 대화에 적용하려면 여러 번 읽고 반복해서 기억해야 하겠다.

특히 에필로그에 보면 14가지 언어 마술로 관념을 부수는 작업을 보여주는데, 이 기술들을 보면 다른 사람의 신념을 부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신념도 부술 수 있어서 도움이 되겠다.

단순히 대화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이 책을 펼쳐들었다가 내 안의 고집스러운 신념을 깨부수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기술을 익힌 느낌이다.

책을 읽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 책 속에 있는 지식들은 단숨에 한꺼번에 습득하여 실천하기는 어렵더라도, 반복하여 읽어서 익히면 삶 속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과의 대화에는 물론 자신의 신념을 재정립하는 데에도 필요하니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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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대화법 -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소통의 기술
임정민 지음 / 서사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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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피치 전문가 임정민 작가가 알려주는 어른의 대화법이라고 한다.

가시 같은 말에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침착한 말로 대응하는 어른의 말 연습 (책표지 중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어른의 대화법'을 살펴보고, 대화와 소통에 도움을 받고자 이 책 『어른의 대화법』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임정민. 스피치소통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다양한 학문적 배움과 통찰을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강의와 코칭에 접목해 말하기와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비즈니스 성과는 물론 자신의 존재 가치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돕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단순히 지식 습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말과 소통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소통 방식을 학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11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나의 소통 방식을 알아차리는 것이 먼저다'를 시작으로, 1부 '우리의 말은 왜 제자리걸음일까?', 2부 '나 이해하기: 왜 그렇게 말할까?', 3부 '대화의 기본 원리: 어떻게 말해야 할까?', 4부 '관계의 변화를 만드는 실전 소통법'으로 이어지며, 부록 '성격 유형별 말하기 훈련 대본'과 에필로그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방법만 알면 말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라고 말한다. 또한 관계와 소통의 본질이 빠진 채 '스킬 트레이닝'만을 반복하는 것은 실생활에 크게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작정 말 잘하는 기술만 배워서는 말을 잘할 수 없으니, 책은 차고 넘치는데 우리의 말이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사람들의 관점 차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당신이 옳다는 사실이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서로의 관점이 다를 뿐입니다. (22쪽)

그러고 보면 같은 것을 바라보며 '내 마음이 그 마음'이라고 생각되던 게 사실은 아닌 경우도 많고, '그 사람은 이러이러한 거 좋아할 거야' 짐작하던 게 전혀 틀리는 경우도 숱하게 겪는다. 생각과 실제가 다른 법이니, 이해가 가지 않거나 서운하게 느껴져도 저자의 말처럼 '애초에 상대가 내 마음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마음이 편할 것이다.(23쪽)'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겠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교류분석에 관한 이야기이다. 성격이론이자 심리요법인 교류분석에 의하면, 우리 안에는 세 가지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데, 미국의 정신의학자 에릭 번은 행동 양식에 따라 자아상태를 '부모' '어른' '아이'로 구분하고 심리 상담과 치료의 핵심 도구로 삼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아상태에 따라 말과 행동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특정 상황을 상상해보자고 한다.

당신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를 걷고 있다. 그때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젊은 청년을 목격했다. 자, 당신은 이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청년의 행동을 비난하지만 내심 걱정을 한다면 부모자아상태에 있는 것이다. 청년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현실적으로 대처한다면 어른자아상태에 있는 것이다. 청년의 상황을 보고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면 아이자아 상태에 있는 것이다. (50~52쪽)

그리고 '교류분석에서는 인간의 마음은 세 가지 자아상태로 구성되어 있고, 이 마음이 말과 행동을 결정한다고 본다(52쪽)'는 것이다. 부모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부모자아,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어른자아, 어린 시절에 했던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아이자아, 이렇게 세 가지 자아상태로 바라보니 사람들의 말과 그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겠다.

사람은 한 가지 자아상태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내가 처한 상황과 상대에 따라 나의 자아상태는 달라지는 법이니, 나 자신도 타인도 좀 더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내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면서 순간순간 변하는 마음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고 내뱉는 말이 상대방의 반응을 어떻게 끌어내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펄펄 끓는 냄비 뚜껑을 조금만 열어두면 끓어오르던 내용물이 가라앉게 되는 것처럼 화가 치밀어 오르는 갈등 상황에서는 호흡을 가다듬고 '대화의 목적'과 '관계의 끝'을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내가 지키고 싶은 관계인가' '지금 끝내고 싶은 관계인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뒤돌아 후회할 수도 있는,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늘 경계하자. (128쪽)

대화와 소통의 비법을 교류분석 심리학에서 들여다보는 시간이 참신했다. 누군가가 왜 저러는지 그 심리 기저를 들여다보며 어떻게 대응할지 큰 틀에서 생각해본다.

특히 내 마음과 반응도 교류분석으로 짚어보며 보다 어른의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언어생활 조심스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스피치소통전문가가 알려주는 소통의 비법이다. 대화의 순간에 필요한 세세한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교류분석 심리학에서 해법을 찾아주고 있으니, 이 책이야말로 소통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쁘게 말하고 싶은 사람, 소통을 잘 하고 싶은 사람 등 대화와 소통의 비법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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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 인생 - 내 안에 잠든 나를 깨우다
김미진 지음 / 하모니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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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블로그 이웃 님의 책이다. 블로그에서 오며 가며 댓글로 만나던 이웃님들이 작가로 책을 출간하니 이 책도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책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작가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 글을 읽는 이가 자신에 대해 돌아보도록 돕습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나는 책이나 영화라는 그 작품 자체도 좋지만, 누군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특히 영화는 요즘 들어 거의 안 보게 되어서 그런지,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면 흡족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 『다시, 내 인생』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미진. 현 고등학교 교사다. 교사 겸 작가로 2020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사는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는 영화와 책이라는 매개체를 성장의 뿌리로 삼아, 다시 아름다운 내 인생을 살아가려고 한다. (책날개 발췌)

같은 영화와 책을 봐도 그 사람의 입장과 상황,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었거나 습득된 가치관에 따라 각자 다른 부분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됨을 알게 되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영화와 책을 보며 나의 삶, 주변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 신기했다. (5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다시, 영화에 빠지다', 2장 '다시, 책에 빠지다', 3장 '다시, 글쓰기에 빠지다', 4장 '다시, 사랑에 빠진다면', 5장 '다시, 살아가리라'로 나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영화를 매개로 부드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꼭 영화'만'이 아니라 영화'도'의 느낌이어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느낌으로 읽어보았다. 작정하고 영화감상평을 거창하게 들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담담하게 풀어내는 생활 속 이야기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반가움을 느낀다.

'나도 이 영화 봤어'라든가 '이 영화 꼭 보고 싶어', '이 배우는 지금 잘 지내나?' 등등의 감정과 함께 우리 일상과 어린 시절 기억들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조곤조곤 재잘재잘 자신의 마음을 열어 풀어내는 글을 보며 마음에 담아둘 무언가를 건져내는 시간을 갖는다.

마침 TV 프로그램 중 '옥탑방의 문제아'에서 국내 최초 정신과 의사 형제 '양재진','양재웅'이 나왔다. 그 프로그램에서 12분이면 기분이 좋아지는 '12분의 행복 비법'이 제시되었다. 스트레스는 감소시키고 행복감은 높이는 12분의 행복 비법은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이 나왔다. 과연 정답이 무엇일까?

정답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이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면서 사랑의 마음이 샘솟는 원리, 타인의 착한 행동을 보기만 해도 내가 더 행복해지는 '헬퍼스 하이'와 같은 원리인가 보다.

매년 학생 한 명 한 명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랐는데 그것이 나의 행복감을 느끼는 비결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고 즐거울 때가 많은 이유가 이런 것이었구나. 그렇다면 나는 잘 살아가고 있구나. (40쪽)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영화와 책에서 나의 삶과 사고를 성장시키는 요소를 발견했기 때문에, 독자들도 한번 경험해보길 바란다.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와 책을 통해 배울 게 많다. 성장할 기회가 넘쳐난다.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본다. 책을 본다. 영화와 책에 빠진다. 몰입한다. 그리고 영화와 책을 통해 배운 점과 성장한 점에 대해 쓴다. (227쪽)

누군가의 에세이는 책을 통해 그 사람을 만나게 되고 알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꾸미려고 하지 말고 진솔하게 담아내어 들려주면 독자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 사람을 알게 된다. 개인으로는 말괄량이이면서도 책과 영화를 좋아하고, 선생님으로서는 아이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본다. 그리고 어린 시절도 엿보고, 계속 성장하고 있는 그 마음까지 바라본다.

추억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는 기분으로 읽게 된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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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극장
온다 리쿠 지음, 김은하 옮김 / 망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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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대학 시절을 함께한 두 여자, 왜 강물로 몸을 던져 동반 자살했을까?"라는 띠지의 질문에 대한 호기심에서였고, 두 번째는 온다 리쿠가 저자라는 점에서였다.

온다 리쿠는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라고 알려져 있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다른 책에서 읽었던 온다 리쿠의 이야기 때문에 더욱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날 써야 할 분량을 정해놓고 쓰진 않아요. 잘 안 써질 땐 펜을 놓고, 잘 써질 땐 한꺼번에 몰아서 쓰죠. 영감이 안 떠오르면 싱크대 청소를 해요. 저희 집이 깨끗하면 글이 잘 안 써지고 있다는 겁니다."

『글쓰기 훈련소』를 읽다가 본 온다 리쿠의 인터뷰 내용이다.

나도 사실 무언가에 집중할 때에는 청소는 뒷전으로 미루게 되고, 뭔가 잘 안 풀리는 경우에 비로소 청소에 신경 쓰게 되니, 그 인터뷰를 보며 무척 공감했다. 그 이후로는 '온다 리쿠'하면 이상하게도 작품보다는 그녀의 집이 지금 깨끗할까 더러울까에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야 말게 된 동기는 이거였다.

그 기사는 채 몇 줄 되지도 않는 단신 기사였다.

신문에 실린 위치도 소위 삼면기사. 그러니까 신문이 사면으로 발행되었을 때 게재된 사회기사였다.

같은 나이 또래의 두 여자가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동반 자살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둘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지만, 대학 시절 친구로 같이 살았다고 한다.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어쩌다 그 기사에 시선이 닿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오히려 기사가 내 눈에 확 들어온 느낌이랄까. 충격이 컸다는 사실만큼은 또렷이 기억난다. (21쪽)

지금도 매일같이 수많은 사건사고가 스쳐 지나가는데, 어떤 사건은 이렇게 누군가의 작품으로 재탄생 된다. 작가의 마음을 강렬하게 뒤흔들어 몇 년을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휘감길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 특별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 소설이 더욱 궁금해져서 이 책 《잿빛 극장》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온다 리쿠. 일본에서 가장 대중성이 높고 권위 있는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는 온다 리쿠가 처음이다. 《잿빛 극장》은 온다 리쿠의 작품 중 최초로 실존 인물의 죽음을 파헤친 일명 '모델 소설'로, 허구와 현실을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을 선보인다. 작품 속 허구 세계가 작가 온다 리쿠의 현실과 연동되면서 중층의 서사를 이루고, 일상과 환상이 뒤섞이며 사건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구조 속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익명의 존재가 절망에 이르는 과정을 촘촘하게 묘사한 문제작이다. (책날개 발췌)

* 오직 한국 팬들을 위해 준비한 온다 리쿠 친필 사인본!



이 책의 시작에는 '옮긴이의 말'이 먼저 나온다.

온다 리쿠.

미스터리, SF 판타지, 호러, 청춘물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써낼 뿐 아니라 일본 사상 최초로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 수상한 작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작풍으로 독자를 사로잡아 '노스탤지어의 마술사'로 불리기도 하는 소설가. 명실공히 일본 대표 작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온다 리쿠는 2021년 등단 30주년을 맞이하여 일흔 번째 소설 《잿빛 극장》을 선보였다. 문예 잡지 <분케이>에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장장 7년간 연재한 이야기를 묶었다. 그녀의 장편 소설 중 최초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구성부터 내용까지 이전 소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문제작이다. (4쪽)

온다 리쿠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는 옮긴이의 이야기에서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된다. 일흔 번째 소설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이전 소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문제작이라는 점을 알고 보니 더욱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책은 구성을 간단하게 알고 읽기 시작하는 게 좋겠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이 작품을 읽으니 바로 작품에 몰입하게 되었다. 이 설명이 없었다면 한참은 헤맸으리라 생각된다.

이 소설은 0,(1),1로 구성되는데, 0은 《잿빛 극장》을 집필하는 '나'의 일상, (1)은 《잿빛 극장》을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과정, 1은 실존인물이자 작중 두 주인공인 'T'와 'M'이 대학에서 처음 만나 사회에 나오고 각자의 삶을 살다가 재회하여 중년에 이른 어느 날, 다리 위에서 함께 투신자살하기까지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현실과 허구가 연동되면서 전개되는 작품인데, 읽다 보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점점 경계가 흐려진다. 현실 의식이 강해질수록 허구 세계가 견고해진다. (5쪽)

이 정도의 정보는 미리 알고 본문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나도 잘 몰랐던 내 소설 취향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바로 작품에 빠져들어 휘몰아치듯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되는 소설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액자식 구성으로 소설 속 상상 부분과 현실 같은 소설 속 이야기가 교차되며 소설인지 현실인지 모호하게 혼란을 일으키는 작품도 좋아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뒤흔들다가 내동댕이치는 소설이 아니라, 강약을 조절하며 독자를 마음껏 끌고 다닌 후에 제자리에 앉혀놓는 느낌이랄까. 이 소설이 그런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소설 잘 읽었다'라는 생각을 하며 바로 일상에 들어가지만, 그 일상의 경계가 마구 흔들려 그제야 혼란스러운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소재는 두 사람의 동반 자살이지만, 단순히 신문기사 몇 줄의 사건으로 진작에 흘러가버린 이야기를 한 권의 소설로 만들어냈다. 단순한 사건 기사에 생명을 불어넣어 현실에 끌어왔다는 점이 흥미롭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되는 것이 그 이유에서인가 보다.

그것도 뚝딱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은근히 발효시켜 뭉근한 불로 달여서 조금씩 꺼내 보여주어 더욱 탄탄한 소설로 탄생시켰다. 소설가의 힘이 거기에서 나오는 것인가 보다.

게다가 이 사실을 알고 보니 더욱 생각할 거리가 풍성해진다.

온다 리쿠는 언제나 제목부터 정하고 나서 그 제목을 염두에 두면서 작품을 그려나간다고 한다. 그러니 소설 《잿빛 극장》에서 가장 뚜렷한 실체는 잿빛이라는 그 색감, 그 이미지다. 'T'와 'M'이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T'와 'M'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번민했다는 사실만큼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7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단순히 잿빛이라는 빛깔을 싫어한다는 호불호로 다가가지 말고, 그 의미에 대한 사색은 이제부터 시작해 보아야겠다. 인간 심리의 기저로 들어가 사색에 잠길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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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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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을 보자마자 특별하게 다가왔다. 헤르만 헤세와 음악이라니. 이 조합을 지금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보자마자 '이건 읽어야 해!'라는 생각을 했다. 읽어보고 싶다는 것을 넘어서서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런 감정 말이다. 읽기도 전에 이 책이 주는 첫인상이 폭풍이 몰아치는 듯 강렬했다.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애호가는 많지만 헤세만큼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누가 쇼팽을 이토록 내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리라. 헤세에게 음악은 찬란하게 펼쳐진 그림이고 영롱한 소리로 쓴 문학이었다. 이 책으로 그는 우리에게 시공을 뛰어넘어 그 감동적인 체험을 전한다."

_민은기 (서울대 음대 교수, 『음악과 페미니즘』, 『난처한 클래식 수업』 저자)

독일어판 편집자 후기에 의하면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글 중 음악을 대상으로 하는 가장 중요한 텍스트들을 아우르는 최초의 시도라고 한다. 이 책이 지금까지 생각하던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리라 기대하며 이 책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헤르만 헤세. 소설가, 시인, 화가. 헤세는 음악 예술에 대한 애정이 특별히 깊었고, 그의 문학 세계에는 '악보 없는 음악'이라 불릴 정도로 깊게 음악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그가 일평생 음악에 대해 쓴 글을 묶어낸 책이다. 각각의 글은 별자리처럼 아름다운 형태를 완성하는 한편, 헤세의 문학에 은은하게 일렁이는 음악의 그림자를 또렷한 시적 형체로 드러내준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완전한 현재 안에서 숨 쉬기: 사색과 시', 2부 '이성과 마법이 하나되는 곳: 음악 체험, 작곡가와 연주자에 대한 편지, 소설, 일기, 서평, 시'로 나뉜다. 오르간 연주, 일요일 오후의 <마술피리>, 모차르트의 오페라들, <마술피리> 입장권을 들고, 슈만의 음악을 들으며, 화려한 왈츠, 어느 연주회의 휴식 시간, 나의 바이올린에게, 쇼팽, 사라사테, 보니파치오의 그림, 『유리알 유희』를 위한 작업 노트에서, 플루트 연주, 4월 밤에 쓰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초반부터 나를 휘감는다. 생생하게, 그리고 글자 속에서 음악의 선율을 느낄 수 있게 말이다. 내가 지금껏 삶에서 음악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리고 음악에 관해 그 어떤 책에서도 못 보았던 표현을 접하는 듯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두근거렸다.

이때 오르간의 강렬한 고음이 울린다. 오르간 음은 점차 커지면서 어마어마한 공간을 채우더니 음 스스로가 공간이 되어 우리를 온전히 휘감는다. 음은 자라나 편안히 쉰다. 다른 음들이 합류한다. 별안간 모든 음이 다급히 도망치며 추락하고 몸을 숙여 경배하며, 문득 치솟다가 제지되어서는 조화로운 베이스 음 속에 꿈쩍 않고 머문다. 이제 음들은 침묵한다. 휴지부는 뇌우 전의 미풍처럼 홀안에 나부낀다. 장중한 음들이 다시 깊고 황홀한 열정으로 일어서더니 격정적으로 팽창하며, 소리 높여 헌신하는 자세로 신께 저들의 탄원을 부르짖는다. 그렇게 한 번 더. 더욱 통절히, 더욱 우람하게. 그러다 뚝 그친다. 음들이 다시 일어선다. 이 대담하고 무아경에 빠진 대가는 자신의 막강한 목소리를 신을 향해 들어올리며 애원하고 간구한다. 그의 노래는 음을 휘몰아치며 원 없이 펑펑 운다. 다시 고이 머물면서 몰입해 경외와 위엄의 성가로 신을 찬미하고, 높고 어스름한 곳에 황금빛 둥근 천장을 만들고, 둥근 기둥들과 소리의 다발 기둥들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자신의 경배로 성당을 지어 올린다. 마침내 성당이 완성되어 고요히 서 있다. 음이 다 사그라들었을 때도 성당은 여전히 고요히 서서 우리 모두를 감싸고 있다. (12~13쪽)

지금껏 나는 음악과 글을 따로 생각해왔다. 그런 나에게 이런 표현들은 새롭고 신비롭다. 음악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니! 그 표현 속에 빠져든다.

이 책이 생각의 지평을 넓혀준다. 헤르만 헤세와 음악의 조합이 이 책을 특별하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헤르만 헤세를 음악 안에서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헤르만 헤세는 음악에 대한 취향이 확실한 느낌이다. 시원시원하게 자신의 취향을 이야기해주며,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풍부한 표현력으로 듣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모든 과정에서의 들뜬 마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는 니논에게 연주회가 시작되기 직전 속삭였다. <숲의 정경>이 아니라 <다채로운 작품집>이라서 얼마나 아쉬운지. <숲의 정경>이 더 아름답다고 혹은 훨씬 더 좋다고. 슈만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소품 <예언하는 새>를 한 번, 아니 여러 번 더 듣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연주회는 매우 좋았고 덕분에 자못 사적인 취향과 소망을 잊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은 기대 이상 행복했다. 열렬한 환호를 받은 예술가가 앙코르 곡을 선사했는데 오, 세상에, 다름 아닌 내가 좋아하는 <예언하는 새>를 연주했던 것이다! (314쪽)

그리고 그 감상은 헤르만 헤세이기에 가능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함께 사멸하고 침묵하게 될 많은 것을 긴 생애 내내 끌어안고 다니는 법이다. 슬픈 눈동자를 지닌 그 음악가가 죽은 지 거의 오십 년이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는 살아 있는 존재이며 때론 가까이 있다. 여러 해가 지나도 <숲의 정경>의 소품 <예언하는 새>는 들을 때마다 슈만이 걸어둔 작품 고유의 마법을 넘어 기억을 불러들이는 샘이 되어준다. (314쪽)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꼭 연주회에 가야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한 번의 피아노 소리면, 고마운 휘파람이나 노래나 흥얼거림이면 족하다. 아니면 잊을 수 없는 몇 마디를 소리 없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누군가 나나 그럭저럭 음악적이라 할 사람에게서 바흐의 성가곡을, <마술피리>나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들을 빼앗고 금지하고 기억으로부터 떼어놓는다면, 우리 같은 사람에게 그것은 몸의 장기 하나를 잃는 것과도 같을 것이며 감각 하나를 반쯤 또는 전부 상실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우리 자신이 속수무책일 때, 하늘의 쪽빛과 총총한 별밤이 우리에게 더 이상 기쁨을 주지 못할 때, 시인의 책조차 없을 때, 그럴 때 얼마나 자주 기억의 보물 창고에서 슈베르트 가곡 하나, 모차르트 한 소절, 미사곡과 소나타가- 우리가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이젠 알 수도 없는 그것들이- 울려와 환히 빛나며 우리를 흔들어 깨우고 우리의 고통스러운 상처 위에 사랑의 약손을 얹어주는가… 아,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35쪽)

그동안 알던 세상에서 한 단계 넘어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책을 만나면 두근두근 설렌다. 이 책이 그러한 역할을 해준다. 그동안 헤르만 헤세에 대한 생각이 문학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음악으로 뻗어나간다. 이 책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을 읽으니 음악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표현 하나하나가 다른 세계에 들어갔다 나오는 듯한 감흥을 안겨주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어서 아껴두고 꺼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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