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니쿡의 파스타 다이어리
전혜원(혜니쿡) 지음 / 책밥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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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재료에 건강도 생각하며 만들 수 있는 파스타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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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니쿡의 파스타 다이어리
전혜원(혜니쿡) 지음 / 책밥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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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철 재료로 즐기는 트렌디한 홈쿡 레시피'를 알려준다길래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문득 집에 있는 파스타면이 떠올랐다. 너무 오래 방치해 두지 말고 날 잡아서 특식으로 해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리책을 보다 보면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발견하고, 직접 해보았을 때에 맛있기까지 하면 뿌듯하고 기쁘다. 이 책에서 내 입맛에 맞는 파스타 요리를 발견하고 싶어서 『혜니쿡의 파스타 다이어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전혜원(혜니쿡). '혜니쿡'이라는 채널을 통해 파스타 위주의 레시피를 공유하고 대중들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 제철 재료를 이용해 계절감이 짙은 파스타를 만들곤 한다. (책 속에서)

학창 시절 하교 후 학원을 가기 전에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챙겨 먹을 때면 주로 파스타를 요리했어요. 그때부터 파스타 사랑이 시작됐죠. 밥을 안치는 시간은 파스타 면을 삶는 시간보다 몇 배로 걸리기도 하고 한식은 1인분 조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처음엔 간편성 때문에 파스타가 좋았어요. 그 당시에는 네이버 블로그를 찾아보며 무작정 만들었어요.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파스타라는 음식 자체와 친해지며 나중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파스타로 재해석하기 시작했어요. 혜니쿡 채널에 올라온 레시피 중 다수는 그렇게 갖게 된 저만의 레시피에요. 일본식 가지 반찬을 재해석한 가지파스타와 정통 카르보나라를 간편하게 풀어낸 혠카르보나라가 대표적이지요. 이제는 혜니쿡 하면 파스타, 파스타 하면 혜니쿡이 될 만큼 파스타가 저를 대표하는 첫 번째 키워드이자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고요. (5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도구 준비하기, 재료 준비하기, 용어 알아두기, 면 삶기, 면 담기 등을 시작으로, 1부 'HYENNICOOK BEST 10', 2부 'BOOK EXCLUSIVE', 3부 'SEASONAL PASTA'로 나뉜다. 1부에는 가지파스타, 혠카르보나라, 새송이버터파스타, 투움바파스타, 명란마요파스타, 봉골레파스타, 앤초비파스타, 굴오일파스타, 베이컨대파파스타, 소고기대파파스타, 2부에는 대파버터파스타, 츠쿠네파스타, 허니버터쉬림프파스타, 오리쪽파파스타, 시금치앤초비파스타, 크림파스타, 나폴리탄파스타, 차돌간장파스타, 3부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는 제철파스타가 소개된다.

먼저 파스타를 만들 도구와 파스타면에 대한 설명이 간단하게 이어진다. 안 그래도 동생이 집에서 요리해먹으라며 칼국수 면 같은 파스타 면을 보내주어 난감했는데, 이 책 덕분에 그 이름과 용도를 알게 되었다.

딸리아뗄레: 우리나라 칼국수 두께의 파스타 면으로 넓적한 면은 소스를 잘 머금기 때문에 크림 파스타에 사용하기 좋아요. (13쪽)

언제 한번 칼국수를 해먹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잊고 있었는데, 크림 파스타에 도전 한번 해봐야겠다.

또한 '혜니쿡 파스타 면 삶는 팁'도 많은 도움이 된다. 면 삶는 시간은 사용하는 파스타 봉지 뒷면에서 제안한 추천 시간을 참고하고 이후 개인 취향에 맞게 시간을 가감하는 정도라는 건 알겠는데, 면 삶는 방법은 잘 모르고 있었다. 혜니쿡 파스타 면 삶는 팁은 정말 꼭 알아두어야겠다. 내가 그동안 혜니쿡의 팁 반대로 했기 때문에 맛이 없었나 보다.

혜니쿡 파스타 면 삶는 팁

① 물을 너무 많이 잡지 않아야 면수에 파스타면으로 인한 전분 농도가 높아져요. 이것을 조리 과정에 넣으면 파스타 에멀징이 수월해요.

② 면은 파스타 조리와 동시에 삶아요. 면을 먼저 삶은 후 올리브오일을 뿌려 두지 않아요. 오일을 뿌려두면 면이 퍼지지 않을 수 있지만 오일에 코팅된 채 공기 중에 방치된 파스타 면은 소스가 잘 스며들지 않아요.

③ 달걀노른자는 장식 역할만 하는 게 아니에요. 베이킹할 때 달걀노른자가 유화제 역할을 하듯이 파스타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같은 재료로 만든 파스타라도 에멀징 정도에 따라 맛의 차이가 아주 커요. 에멀징이 잘 된 파스타는 그렇지 못한 것보다 훨씬 맛이 있답니다. 오일과 면수(혹은 소스)가 제대로 유화되지 않은 파스타에 달걀노른자를 비벼주면 유화제 역할을 해서 에멀징에 도움이 돼요. 에멀징에 어려움이 있다면 달걀노른자를 올려 보세요. 에멀징이 덜 된 나의 파스타가 조금 더 근사한 맛으로 변하게 됩니다. (17쪽)

용어 알아두기

에멀징

물과 기름을 유화시키는 과정, 즉 면수와 올리브오일을 완전히 섞어주는 과정이에요. 어릴 적 학교에서 배운 과학 실험을 통해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두 가지 액체를 한 병에 담고 아주 빠른 속도로 흔들어주면 성격이 다른 두 가지 액체가 일시적으로 섞이게 되지요. 요리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파스타 면에 함유된 전분을 이용하면 조금 더 쉽게 걸쭉한 소스를 만들 수 있어요. 전분 농도가 짙은 면수를 넣고 손목 스냅을 사용해 팬을 빠르게 흔들어주면 면수와 오일이 완전히 섞여 불투명하고 녹진한 파스타 소스를 만들 수 있어요. (16쪽)



먼저 각 레시피의 앞장에는 파스타의 사진과 특징, 1인분 요리할 때 필요한 재료, 그리고 소스재료를 알려준다. 1인분 분량으로 알려주니 도전해보기에도 좋겠다. 그다음 페이지에 보면 조리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조리 순서를 사진과 함께 번호를 매겨서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해주고, 플레이팅 방법이라든가 요리할 때의 포인트, 곁들일 음료까지 알려주니 한껏 편리하다.




이 책은 '파스타 한번 해먹어 볼까?' 생각될 때 뒤적거리며 넘겨보다가 재료 확인해 보고 조리 순서를 기억하고는 파스타 요리를 시작하면 되겠다.

시판 소스도 물론 나름 맛있는 파스타를 완성시킬 수는 있겠지만, 이 책에 담긴 레시피는 익숙한 재료에 건강도 생각하며 만들 수 있어서 다양하고 편리하다.

QR코드까지 있으니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파스타의 세계에 초대받는 듯한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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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트렌드시대가 온다 - 위기 뒤의 희망
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 박병화 옮김 / 북스토리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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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럽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의 최신간 『메타트렌드시대가 온다』이다. 마티아스 호르크스의 "위기 뒤의 희망"에 대한 메시지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다른 사회적 대 격변기가 그랬듯, 코로나도 우리 문화 내부에서 오랫동안 진행되어오던 문제들을 수면 밖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위기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는 기회인 것이니,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메타트렌드시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지금껏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에 우리는 뉴스를 틀면 항상 확진자 숫자를 보며 심각함을 인식했고, 지금은 사상 최대라는 숫자를 보며 어둡고 불안한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우리의 미래가 어둡고 불안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포스트코로나시대, 우리 앞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이며,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는 근본적인 생각부터 달리해야 한다. 이 부분을 먼저 읽어보면 이 책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경제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시대로 안내하며, 기존의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다. 르네상스, 계몽주의, 산업화시대, 소비사회, 그리고 POP 시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변화의 불씨는 이미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것들이고, 위기는 잠재되어 있던 에너지를 폭발하게 하는 방아쇠이자 촉진제 역할을 한다. 코로나 위기 전부터 계속해서 인류의 커다란 숙제로 지적되어 오던 문제들- 멈출 줄 모르는 경쟁 지상주의, 석유 에너지 고갈과 기후 온난화, 디지털 중독과 우울증과 번아웃으로 이어진 현대인들의 정신적인 문제들, 개인주의가 낳은 고립감과 양극화, 일과 삶의 균형을 빙자한 일과 삶의 파괴, '오버투어리즘'이라고까지 불렸던 과도한 여행과 그로 인한 갈등, 방향을 잃은 종교, 그리고 남녀 간의 극한 갈등과 대결…

이 책은 코로나 위기가 이러한 문제들의 갈등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줬다고 분석한다. 그래서 이 위기가 끝나면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런 가운데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혁신은 파괴를 통해 가능하다. (책 뒷날개 중에서)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잘 해왔고, 지금 잘 하고 있고, 변치 않을 듯한 기존의 시스템을 깨고 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 기로에 서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서 이 책 『메타트렌드시대가 온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마티아스 호르크스. 유럽의 사회 트렌드 및 미래사회 연구가다. 호르크스는 유수 언론사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이미 40년 전에 현대사회에 나타나는 시대정신의 변화를 기술했다. 그는 2000년에 기업 비전 컨설팅을 위한 싱크탱크인 "미래연구소"를 설립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메가트렌드를 분석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3 토픽으로 구성된다. Topic 1 '모험으로서의 위기: 실망과 희망', Topic 2 '위기의 역설: 카타르시스와 창의성', Topic 3 '진보의 비밀 : 왜 그런데도 세상은 더 나아지는가?', Topic 4 '코로나 업그레이드: 2020년대의 메타트렌드 ', Topic 5 '디지털 전환: 인터넷의 새 시대가 시작되다', Topic 6 '통합된 개인주의: 새로운 "나"에서 새로운 "우리"로', Topic 7 일-삶-퓨전: 새로운 직업생활', Topic 8 '사고 전환 운동: 관심경제학의 의식 변화에 관하여', Topic 9 '도시의 전환: 도시, 그리고 "단조로운" 시골의 변화', Topic 10 '여성화된 반란: 새로운 "젠더 전쟁"', Topic 11 '청색혁명: 화석연료 탈출을 향한 변화의 돌파구', Topic 12 '휴식하는 여행자: 다른 방식의 여행에 대한 생각', Topic 13 '신종교: 세속적인 영성의 발견'으로 나뉜다.



페스트가 끝나면서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시대가 끝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역사에 길이 남을 무언가 새로운 시대, 메타트렌드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짚어보아야 할 토픽 13가지를 알려준다. 하나씩 짚어보며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을 살펴보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면 시대의 변화는 늘 있어왔다. 천년만년 한 시대가 계속되는 게 아니라, 무언가 계기가 되는 사건 앞에서 누적되어온 내부 문제가 터져 나오고 인간들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 책은 이번 코로나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다. 또한 아무런 생각 없이 포스트코로나시대를 맞이할 것이 아니라, 크게 짚어보아야 할 주제 13가지를 통해 편견 없이 첫걸음부터 하나씩 짚어보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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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클래식이 좋아서 - 홍승찬이 사랑한 클래식 그저 좋아서 시리즈
홍승찬 지음 / 별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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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저 좋아서' 시리즈 중 한 권인 『그저 클래식이 좋아서』이다. 홍승찬이 사랑한 클래식이라고 한다. 엔니오 모리꼬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프레디 머큐리, 클라라 슈만 등 그가 몇 년 동안 월간 <객석>과 <채널예스>에 연재했던 음악 칼럼 가운데 서른일곱 편을 소개한다고 하니 관심이 갔다.

사실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잘 모르겠고 부담스러움을 느낀다면, 이렇게 얇고 가벼운 책으로 접하는 것도 괜찮겠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소소한 이야기들도 함께 들려주는 책이니 무게감을 벗어던지고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홍승찬.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 전공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수의 논문, 연구, 비평 등의 저술 활동, 공연 기획과 해설, 문화예술 강좌와 방송 해설, 컨설팅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이 책은 월간 <객석>에 연재한 음악 칼럼을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는 한 시대의 끝과 시작 '엔니오 모리꼬네', 잘난 사람을 곁에 둘 줄 아는 사람 조스캥 데 프레와 헨델', 서로를 위하면서 함께 불렀던 노래 '어메이징 그레이스', 삶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레너드 번스타인', 냉정과 열정 사이의 예술가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우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그 무엇 '러시아정교회의 성가', 음악까지 개혁한 종교개혁 '악보의 출판'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월간 <객석>에 연재된 음악 칼럼을 중심으로 엮은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 편 한 편이 완성도가 뛰어나서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것도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현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에서 시작하니 부담감을 덜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내니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단순히 클래식 공부를 생각했다면, 그 이상으로 다양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특히 인간 홍승찬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고, 모르던 것을 새롭게 알 수 있도록 소식을 전해주니 '아, 그렇구나' 생각하며 읽어나간다.

문득 펼쳐들어 잡지를 읽어가는 마음으로 들춰보면 좋겠다. 어떤 글을 선택하든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마음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이 무언가 경직된 느낌이라면, 이 책은 힘을 빼고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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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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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펼쳐 들기 전부터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나는 남의 일기 보는 것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황정은의 일기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남의 일기는 관심 없지만 황정은의 일기는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황정은의 소설 『연년세세』를 언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얇은 책으로 된 황정은 에세이 정도라면 당장이라도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생각과 행동이 너무나도 달라지니 본격적으로 책장을 펼쳐들기도 전에 마음속이 복작복작 시끄러웠다. 나 이렇게 일관성이 없었나. 하긴 읽고 싶으면 읽는 거지 뭐 이유를 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책은 기억과 질문과 사랑이 담긴 황정은의 첫 에세이집이라고 한다.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일기』를 펼쳐들게 되었다.



어떤 날들의 기록이고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기도 해서, 그것이 궁금하지 않은 독자들이 잘 피해갈 수 있도록 '일기'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역시 나는 '그럼에도'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펼쳐보았으니, 혹시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작가는 '그러게 피해가지 왜 읽으셨을까' 생각할 수 있으니 부담감은 덜겠다.

이 책에는 일기, 일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책과 책꽂이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 민요상 책꽂이, 목포행, 산보, 쿠키 일기, 고사리를 말리려고, 흔, 일기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건강하시기를.

오랫동안 이 말을 마지막 인사로 써왔다. 불완전하고 모호하고 순진한 데다 공평하지 않은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늘 마음을 담아 썼다. 당신이 내내 건강하기를 바랐다. 지금도 당신의 건강, 그걸 바라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우리가 각자 건강해서, 또 봅시다. 언제고 어디에서든 다시. (8쪽)

첫 마디가 마음에 훅 들어온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하고, 나도 그런 말을 했지만, 큰 의미를 담지 않은 그저 예의상 주고받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어떤 경우에는 정말 진심으로 건강을 기원할 때 쓰기도 했는데, 이 말이 '불완전하고 모호하고 순진한 데다 공평하지 않은 말'이라니, 곰곰 생각해 보니 또 그런 것도 같다.

황정은 에세이는 그런 느낌이 든다. 곰곰 생각해 보면 내 마음 같기도 한 그런 문장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요즘은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를 쓰면서, 문장을 쓰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 소설 문장을 쓰느라고 긴장한 뇌를 이리저리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아무렇게나 쓴다. 하지만 어느 날엔 문득 용기가 사라지고 그런 날엔 소설도 일기도 쓸 수 없다. 그럴 땐 음악의 도움을 받는다. 다른 사람이 애써 만들어낸 것으로 내 삶을 구한다. 음악 한곡을 여덟번 열번 반복해 듣는 것이 어떻게 삶을 구할 수 있기까지 하느냐고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난다. (19쪽)

나도 요즘 매일 일기를 쓰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무엇을 했는지 어땠는지, 그런 것을 적다 보면 나의 빈약한 표현력에 괜히 주눅 들곤 했다. 이렇게라도 써야 하는 걸까, 그냥 관둘까.

그래서 이 책의 제목, '일기'라는 제목에 더 눈길이 갔나 보다. 그러면서 소설가의 표현력에 감탄하며, 그 문장들을 마음에 담아본다. 정말 '일기'다. 그리고 남의 일기지만 자꾸 들여다보고 싶고, 그 문장을 가져오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내게 가장 오랜 기억은 말이다.

파도를 기다려.

1979년 8월 모일에 그 말을 들었다. 날짜를 아는 까닭은 사진이 석장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진관에서 인화된 사진이 두장, 폴라로이드 필름에 인화된 사진이 한장. 사진관 이름이 찍힌 사진 두장에는 1979년에 십대였던 사촌들과 만 나이로 세살 어린이였던 내가 있고 폴라로이드 사진엔 수영복 차림에 커다란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어른들이 있다. 그 사진 속에서 내 어머니와 고모들은 쎄서미 스트리트의 빅버드를 생각나게 하는 패브릭 조각들로 덮인 수영모를 썼다. 사촌들은 검은 고무튜브를 우물 둘레처럼 쌓아두고 나를 거기 가둔 채 사방으로 튀듯 달아나고 있다. … 나는 오랫동안 이날, 내 기억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파도를 기다려. (64~65쪽)

그나저나 나의 오래된 기억속의 말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들은 말이나 가장 오래된 말로 기억하는 말은 무엇일까.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쥐어짜도 기억이 안 난다. 언제적부터인지는 더 깊이 오래 생각해보면 날지 말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무언가를 건드리며 한참을 멍하니 생각에 빠져든다. 남의 일기를 보며 내 오래된 기억을 불러보는 느낌이 든다.

나의 일상이 평범해서 기록으로 남겼을 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생각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황정은 소설가의 일기를 들여다보며 생각해보니 교차하는 부분도 눈에 띄어서 조용히 추억을 불러오게 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든 이들의 일상은 제각각이면서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공감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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