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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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네이버 웹툰 화제작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단순히 호기심이 생긴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약간의 설명이 더해지니 이 책을 어서 읽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우연히 열린 차원의 문을 따라 또 하나의 지구에 도달한 브랜든,

'사람'이라는 기준이 이 세계와 전혀 다른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너는 사람이 아니다. 내 기준의 사람에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스스로를 '사람'이라 증명할 수 있는가?" (책 뒤표지 중에서)

아주 기본적인 것이면서도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이런 부분을 건드려주는 것, 정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사람에 대한 기존 정의가 완전히 뒤집혔을 때에 그는 어떻게 스스로를 사람이라 증명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나는 어떻게 증명하게 될지 이 책 『브랜든』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의 저자는 d몬. 2020년 네이버 웹툰 『데이빗』으로 데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독창적으로 구축한 세계에서 풀어내고 있다. 『데이빗』, 『에리타』, 『브랜든』으로 '사람 3부작'을 마무리했다. (책날개 중에서)



첫 시작은 너무도 거리낌 없는 일상이다. 어린이인 브랜든이 옆 블록 요크 할아버지 집에서 주워 온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브랜든의 엄마는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주라며 혼나는 장면이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니까 문제없다고 변명하지만 "네가 알잖니."라는 말에 결국 쭈뼛쭈뼛 다시 그 집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파지직 파직 파지직~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상한 존재가 나타났고, 그가 말한다.

그래서 내가 묻겠다. 너는 이런 것이 가능한가? 가능치 않다면 내 기준의 '사람'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스스로를 '사람'이라 증명할 수 있는가? (41쪽)

허를 찌르는 소재다. 당연한 사실을 증명하고자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거기서부터 마음은 콩닥콩닥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흥미로운 세계로 들어가 본다.

메모리 전송--- 주목해야 할 정보--

'브랜든'이라는 개체 발견.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체.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주장하나 근거 없음.

지속적인 관찰을 요함.(52쪽)

'이게 뭐지?' 하면서 쑥쑥 빨려 들어가 읽게 된다. 정말 말이 안 된다면서도 신기해서,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간다.

'헉' 하면서 읽는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작가의 상상력이 참신했다. 그게 작품의 힘인가 보다. 특히 마지막에 뒤통수를 크게 한 대 맞은 듯 얼얼한 느낌으로 책장을 덮는다.



일단 집어 들면 1권부터 2권까지 한달음에 읽어나가게 되니, 중간에 끊기지 않게 두 권을 세트로 장만할 필요가 있겠다.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이 뒤죽박죽 혼돈 속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브랜든, 아, 브랜든.

그리고 '헉', '뭐지?', '으악' 등 온갖 감탄사를 섞어가며 읽어나가다가 마지막에 뒤통수 한 대 제대로 맞은 듯한 느낌이 들어 얼얼했으니, 나에게 인상적인 웹툰으로 기억될 것이다.

쉽게 읽히는 것만은 아니지만 무언가 철학적인 화두를 던져주는 듯하면서, '두둥~' 갑자기 휘몰아치며 인간 존재에 대해 사색에 잠기게 되니, 어쩌면 이 책은 읽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마지막 강렬한 느낌과 함께 다시 앞장으로 돌아와서 정주행하게 되는 웹툰이었으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에 나를 긴장하게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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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장례식
박현진 지음, 박유승 그림 / 델피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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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살아가며 가장 잘 알듯한 가족을 사실 의외로 잘 모르고 지낸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림엔 소질이 없고 미술을 잘 알지도 못한다고 본인을 소개한다. 그런데 그가 화가의 아들이라니 거기에서부터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관심이 증폭된다.

프롤로그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2007년, 아버지에게 양극성 정동장애와 암이라는 정신과 육체의 병이 찾아왔다. 높은 산 같기만 하던 아버지라는 존재가 무너져 내리던 순간, 나는 아버지의 인생은 여기서 끝이라고 성급히 결론을 내렸다.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니 그것을 조금이나마 지연시키기 위해 버티는 삶이 시작됐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회복을, 희망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가족도 의사도 아닌 아버지 당신 자신이었다. 아버지는 늙고 병들어 굽은 몸으로 쓰러졌던 이젤을 다시 세우고 흐트러져있던 붓끝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았던 강렬하고 밝은 색채로 채워진 캔버스는 생명을, 치유를, 기적을 노래하고 있었다. (5쪽)

이 책의 저자는 화가의 아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아버지와 그의 그림에 대한 글을 써서 이 책을 출간한 것이다.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받아서 이 책 『화가의 장례식』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박현진. 화가의 아들이다. 아버지와 그의 그림에 대한 글을 쓰며 묵은 감정들이 씻겨 나가는 것을 경험하고, 글과 그림이 누군가에게 마음 치료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그림은 박유승. 박유승 화백은 작품활동으로는 개인전 3회, 한솔갤러리 개관초대전, 제주작가 9인전, 제주프레비엔날레,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대한민국 기독교미술대전, 제주-오키나와 미술교류전, 터전, 제주의 빛, 한미협 지상선, 제주미술제 등에 출품하였다.

박유승 화백은 말년에 찾아온 정신과 육체의 병을 짊어지고 7년여 동안 집중적으로 작품들을 쏟아내었다. 본능적으로 존재의 원초성을 추적하는 유년의 기억과 바람에 날리는 씨앗처럼 작가의 의식 속에서 제주를 두른 돌무더기와 억새 바람, 해녀의 숨비소리, 땀이 밴 갈증이 노래와 토박이 남녀의 사랑 등 제주의 원시를 화폭에 담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는 27가지의 글이 담겨 있다. 최초의 대화, 하얀 사람, 가장 슬픈 사람, 주인 잃은 그림, 구원의 언저리, 늦추위를 뚫고 온 겨울 해녀, 우리는 늘 발가숭이였다, 마지막 얼굴,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양극성 정동장애, 내 마음은 어떻겠니, 또 다른 고통, 기적, 먼저 손을 내민 건 아버지였다, 지키지 못한 약속,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중력을 잃은 세계, 불을 만나다, 마지막 여행, 집으로, 춤,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완벽한 일상, 바람이 분다 등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아들로서 들려주는 아버지의 모습과 이야기가 저자의 아버지 박유승 화백의 유작과 함께 담겨 있다. 나처럼 작품만 보았을 때 그 느낌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이렇게 이야기와 함께 작품을 접하는 것이 놀랍도록 풍성한 감정을 유발시킨다. 삶과 죽음과 고통과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감정을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런데 그 담담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와서 어찌나 요동을 치는지 울컥하는 느낌이 나를 사로잡는다. 이 책이 아니면 알 수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뒤흔들며 한참을 머문다.



특히 저자가 아버지 몰래 병원을 찾아, 아버지에게 우울증 진단을 내렸던 신경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한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다.

양극성 정동장애. 내 설명을 가만히 듣던 의사는 종이에 누워있는 S자 그래프를 그리며 아버지의 병을 설명했다. 흔히들 조울증이라고 하는 이 병은 주기적인 사이클이 있다고. 누구나 우울감과 들뜬 상태를 경험하지만, 정상인의 경우 어디까지나 정상범위를 넘지 않는다고. 양극성 정동장애는 그 정상범위를 넘어 극도로 우울해지고, 극도로 들뜬 상태가 된다고. 울증의 상태가 회복되면서 서서히 조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이 병의 사이클이라고.

조증 상태에서 환자는 정신적 활동이 활발해져서, 수면 욕구가 줄어들고, 쉽게 짜증을 내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과대망상에 빠져들고, 충동적이 되고, 주변의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주의가 끌린다고 했다. 그제야 그동안 아버지의 행동들이 하나하나 이해가 되었다.

의사는 입원을 권유했다. 나는 또 고개를 저었다. 약물치료만으로 우울증을 극복했으니, 이번에도 약물치료로 어떻게든 치료해 보겠다고 했다. 의사는 조증 상태에서는 본인 스스로가 마치 신이 될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병을 자각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복용하고 몇 분 이내에 잠이 드는 센 약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래도 일단 약은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봄부터 복용하던 정신과 약을 언제부턴가 이미 중단한 상태였다. 어떻게 해서든 아버지가 약을 먹게 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어머니는 처방받은 약을 갈아서 뜨거운 유자차에 탔다. 그런 방법 외에 딱히 선택할 길이 없었다. 나는 저녁을 마치고 TV를 보는 아버지에게 차가 참 달다며 찻잔을 건넸다. 아무런 의심 없이 그 차를 받아 마신 아버지는 의사의 말대로 10분도 되지 않아 잠을 자야겠다며 안방으로 향했다. (71쪽)



가족이기에 쓸 수 있는 책이다. 가족이어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니 이 책이 더욱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것일 테다. 가감 없이 진솔하게 써내려가서 이렇게 마음에 훅 들어오는 것이리라. 글은 박유승 화백의 장례부터 진행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죽음보다 더 강한 예술혼에 온통 사로잡히는 것을 느낀다.

책을 읽을 때에, 펼쳐들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세계를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이 책에 담긴 박유승 화백의 그림도, 글을 풀어내는 화가의 아들 이야기도 내 마음을 흔들어놓아 이 여운이 꽤나 오래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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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 - 신화가 아닌 보통 사람의 삶으로 본 그리스 로마 시대
개릿 라이언 지음, 최현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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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하면 '신화'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당연히 떠오르는 신화 말고, 보통 사람의 삶으로 본 그리스 로마 시대를 이야기해 준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약간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하면 그냥 '아, 그렇구나'라면서도 뜨뜻미지근한 느낌이 들지만, 다음 이야기까지 들으면 바로 '맞아, 나도 궁금해'라며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몇 년 전, 미시간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디트로이트 미술관에 갔었다. 고대 그리스·로마 전시실 투어를 마쳤을 때 한 학생이 다가와 은밀한 이야기라도 하듯이 몸을 내 쪽으로 기울이며 속삭였다. "라이언 박사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 그리스 조각상들은 왜 이렇게 나체가 많나요?"

질문을 듣는 순간 이 학생을 포함한 대중에게 정말 필요한 건, 그리스·로마에 관해 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이라는 생각이 번뜩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무심코 던지는 세속적이고 유쾌한, 하지만 날카로운 질문 속에 신화나 잘 꾸며진 이야기, 또는 방대하게 쓰인 연구서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리스·로마 고대사의 진짜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위 질문을 포함하여 36가지 질문에 답을 제공할 것이다. (6쪽)

그리스·로마인들이 언제부터 바지를 입었는지, 그들도 신화를 정말 믿었는지 등등에 대한 질문을 들으니, 나도 그 답변이 갑자기 궁금해져서 이 책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개릿 라이언. 미시간대학교 그리스·로마사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여러 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고, 출판, 방송, 잡지, 온라인 포럼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그리스 로마사의 진면모를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된다. 1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들', 2부 '문명의 뿌리가 담긴 사회의 단면들', 3부 '떼려야 뗄 수 없는 신화와 종교 이야기', 4부 '올림픽과 콜로세움의 현장 속으로', 5부 '전쟁과 정치의 세계', 6부 '그리스 로마 시대 그 이후'로 나뉜다.

그리스·로마인들은 왜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 그들도 현대인들처럼 면도를 했을까?, 어떤 반려동물들을 키웠을까?, 당시에도 피임을 했을까?, 고대 진찰실의 풍경은 어땠을까?, 식탁 위에 어떤 음식들이 차려졌을까?, 평균 수명은 몇 살이었을까?, 평균 키는 어느 정도였을까?, 고대 사회에서도 이혼을 했을까?, 남색 행위가 지극히 흔한 일로 여겨진 이유는?, 나체 조각상이 왜 그렇게 많이 만들어졌을까?, 그리스·로마인들도 신화를 믿었을까?, 유령과 괴물 그리고 외계인의 존재를 믿었을까?, 그들도 헬스장에 다녔을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어디였을까?, 그리스·로마인의 진정한 후손은 누구일까? 등 36가지 질문과 답으로 구성된 책이다.

'그리스·로마'하면 당연하게 '신화'부터 떠올렸기 때문인지, 이제야 신화만큼이나 중요하고 꼭 짚어보아야 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목차에서 언급하는 질문들을 접하고 나서야 나도 그 답변이 궁금해진다.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면서 그 시절 그 사람들의 생활상을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에서는 그 시절의 풍경을 엿보는 듯한 느낌으로 진술된 이야기와 함께 조각상이라든가 그림 작품 등을 보여주니 더욱 현장감 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특히 풍부한 고고학 자료에 더해 그리스·로마사를 풀어주니, 그리스·로마인의 그 옛날 일상에 숨결을 불어넣어 생생하게 되살려준 듯하다.

목차를 보며 궁금하게 생각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서 읽어봐도 좋겠고, 그냥 처음부터 순서대로 하나씩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으아, 그런 일도 있었어?'라며 새롭게 알아가는 사실들이 많았으니, 몰랐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알아가며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다채로운 음식 중에서 손님들은 마음에 드는 것들을 맛보았다. 그리고 가끔 트림함으로써 감탄을 표시했다. 가끔 하는 트림은 예의 바른 것으로 간주되었고 가볍게 침을 뱉는 것도 용인되었다. 의사들은 방귀를 참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했지만, 노골적인 방귀는 예의 있는 것으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보미토리움(구토를 위해 할애된 방이라는 의미)은 실화가 아니지만, 일부 로마인들은 실제로 코스 사이에 혹은 식사 후에 구토하기도 했다. 그들 중 일부는 탐식가였지만, 대부분은 정기적으로 배 속을 비우는 것이 소화 기관에 좋다는 당시의 보편적인 믿음에 기인한 행위였다. (57쪽, 본문과 각주)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리스·로마인의 일상에 대해 내가 정말 몰랐구나, 생각하며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때도 사람이 살았고 경제활동을 하며 화폐를 사용했는데 분위기가 어땠을까? 거기에 대해서는 질문 11 '돈을 얼마나, 어떻게 벌었을까?'에 보면 그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그 당시 사람들의 돈 이야기를 살펴보니 이것도 참신하고 흥미로웠다.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와 그의 동료들이 수십 년간의 물가 상승에 종지부를 찍기로 정했을 때 그들의 해답은 단순했다. 위반 시 사형 조건으로 물가를 통제하고 임금 상한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장 노동자와 노새 몰이꾼은 일당으로 최고 25데나리우스, 목수와 제빵사는 50데나리우스를 받을 수 있다고 칙령으로 정했다. 그 시절에도 직업들의 명확한 위계질서와,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인 사회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대 사람들이 돈을 쓰는 방법도 살펴볼까.

어느 시대건 어느 곳이건 갑부들이 그렇듯이 그리스·로마의 최고 부유층도 창의적인 방법으로 돈을 썼다. 로마 상류층은 막대한 금액을 가구에 쏟아부었다. 키케로는 편백나무로 만든 서빙용 탁자에 50만 세스테르티우스를 썼고, 그의 친구는 탁자에 그 두 배의 돈을 썼다. 고급 골동품 역시 터무니없이 비쌌다. 어느 안목 있는 로마인은 그리스의 장인이 만든 작은 조각품에 거금 100만 세스테르티우스를 지불했다.… 칼리굴라의 부인이 사치 행각에 있어서는 으뜸이었다. 그녀는 연회에 4000만 세스테르티우스어치 에메랄드와 진주를 휘감고 나타났다. 그러나 고대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매는 약 150년 후에 일어났다. 2억 5000만 세스테르티우스의 뇌물로 로마 황제의 자리를 산 이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두 달 뒤에 그 구매자가 암살당했으니, 형편없는 투자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111쪽)



현지에서 직접 탐사하며 얻은 탄탄한 지식에 현장감 넘치는 도판을 더한 이 책은, 신화 너머에서 살아 숨 쉬는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의 경이로운 삶을 매혹적으로 펼쳐낸다. 한 장씩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아테네의 광장 또는 콜로세움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시간 탐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 로마인의 삶이 궁금한 일반 독자,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해당 시대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를 만드는 문화업계 종사자 모두에게 유용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특색을 살핌으로써, 서양사를 넘어 인류 문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책날개 중에서)

그동안 '그리스·로마' 하면 신화가 먼저 떠오르거나 귀족이나 왕들의 생활 만을 생각해왔다면, 이 책을 통해 일반인들의 일상과 아주 사사로운 질문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질문을 들으면 궁금하지만 누구에게 물어도 선뜻 그 답을 들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질문들에 대해 이 책에서는 답변을 해주니 호기심을 채울 수 있겠다.

그리스·로마인들은 왜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 그들도 신화를 믿었을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어디였을까?, 돈은 얼마나 어떻게 벌었을까?, 검투사들은 정말 영화 속 모습처럼 살았을까? (질문 중에서)

이런 질문들에 대한 호기심이 두껍지만 한달음에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는 추진력이 되어준다. 그리스 로마인들의 생활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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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이야말로 인생이다 - 고통의 바다 한가운데서도 웃을 수 있는 법
켄포 소달지 지음, 원정 옮김 / 담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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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티베트 불교의 고승 켄포 소달지가 전하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인생을 새로이 성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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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이야말로 인생이다 - 고통의 바다 한가운데서도 웃을 수 있는 법
켄포 소달지 지음, 원정 옮김 / 담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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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시대 티베트 불교의 고승 켄포 소달지가 전하는 고통을 행복으로 바꾸는 마음의 비밀 『괴로움이야말로 인생이다』이다.

저자는 티베트 불교의 큰 스승이자 저명한 불교학자이며, 제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 인생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며, 모든 아름다움은 변화를 피할 수 없고, 변화는 괴로움을 가져오니 이것이 바로 '인생은 모두 괴로움'이라는 말의 뜻(5쪽)'이라는 것이다.

맘처럼 되지 않고 각종 고민에 괴로워하다가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는 듯한 느낌이다. '괴로움이야말로 인생이다'라는 것 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하여 이 책 『괴로움이야말로 인생이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켄포 소달지. 티베트 불교의 큰 스승이자 저명한 불교학자다. 1962년 티베트 캄에서 출생하여 쓰촨성 오명불학원에서 출가하였다. 오명불학원 설립자이자 대성취자인 직메 푼촉 린포체의 가장 가까운 제자로 닝마파의 전승을 온전하게 계승하였다. 더욱 많은 사람이 불법의 참뜻을 깨닫고 현실 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강연 및 서적, 교육 영상 등 현대적이고 친근한 방식으로 불법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특히 젊은 지식인들과의 소통을 중시해 세계 100여 곳의 명문 대학에서 불법과 삶의 지혜에 대해 강연해오고 있으며, 불법을 전하는 시간 외에는 티베트어, 중국어 경전 상호 번역과 자선 활동에 힘쓰고 있다. (책날개 발췌)

저는 티베트에서 불법 연구에 몰두하고 정진 수행한 지 근 삼십 년이 되었습니다. 불법을 깊이 이해할수록 그 심오함과 광대함에 놀랍니다. 매번 경론을 펼쳐 볼 때마다 놀랄 만한 수확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공'이라는 부처님의 지혜와 부처님이 일체중생에게 펼친 자비는 언제나 저를 큰 감동에 빠트립니다. 그 지혜와 자비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337쪽)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괴로움'을 알아야 인생의 행복이 보입니다'를 시작으로, 1장 '어떻게 살아야 고통스럽지 않을까', 2장 '부처님처럼 되기', 3장 '무상의 법칙', 4장 '역경에 감사하다', 5장 '언어수행', 6장 '부모가 바로 보살', 7장 '생로병사가 모두 즐거울 수 있다', 8장 '우리의 삶은 왜 이토록 힘들까요', 9장 '켄포 소달지와의 대화'로 이어지며, 후기 '지혜, 자비, 행복과 함께'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우화를 들려주고 거기에서 얻을 만한 교훈을 이야기해 주니, 쉽고 재미있게 읽으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갖가지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문득 '아, 그렇구나' 하며 깨닫는 순간이 온다.

옛날에 한 농부의 나귀가 마른 우물 안에 떨어졌습니다. 농부는 우물 안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나귀를 구해 낼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농부는 나귀가 너무 늙었고 우물도 말라 쓸모가 없으니 공연히 애쓸 필요 없이 그냥 우물을 메워 버리려고 했습니다. 이에 이웃을 불러 흙을 우물에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해 울부짖던 나귀가 등 위에 떨어지는 흙을 툴툴 털어 차곡차곡 밟지 않겠습니까? 흙을 계속 집어넣자 나귀는 그것을 계속 다지고 밟더니, 마침내 흙이 땅 높이까지 올라와 나귀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삶도 이와 같습니다. 많은 고통이 나귀 등 위의 흙처럼 떨어지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깔끔하게 털어 발로 다질 수 있습니다. 고통에 묻힐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만약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귀가 우물에서 벗어나듯이 우리도 윤회의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51~52쪽)




이 책의 내용은 방대한 불법의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끝없이 드넓은 불법의 바다에서 여러분이 불법의 감미로움을 맛볼 수 있도록 몇 모금 가져왔을 뿐입니다. (337쪽)

예전부터 들어보았던 우화부터 처음 듣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반갑고, 이번 기회에 또다시 감상하며,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새로운 느낌으로 기억해둔다.

이 책의 제목이 비관적인 것만이 아니라는 것은 학창 시절에 배웠던 불교의 특성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부터 하나씩 꺼내들고 펼쳐들고 먼지를 툴툴 털어서 새롭게 다져보는 시간이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인생을 새로이 성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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