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볼트 - 지구의 재앙을 대비하는 공간과 사람들
시드볼트운영센터.산림생물자원보전실 생물자원조사팀.야생식물종자연구실 지음 / 시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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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하고는 나의 반응은 '오호~ 뭣이라?!'였다. '시드볼트'의 존재는 그야말로 나를 훅 치고 들어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나는 '종자'라는 것은 '종잣돈'할 때의 '종자' 정도만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나마 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가 우리나라에서 나지만 종자 양육에 대한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최근에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시드볼트라니 눈이 번쩍 뜨이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드볼트는 씨앗을 뜻하는 Seed와 금고를 뜻하는 Vault를 더한 단어로, 종자를 저장하는 일종의 금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생력을 잃어 가는 식물은 물론, 기후 변화나 전쟁, 핵폭발 등 지구 차원의 대재앙에 대비해 야생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 불리기도 하죠. (17쪽)

그리고 중요한 것. 시드볼트는 전 세계에 단 두 곳밖에 없으며, 그중 한 곳이 바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인 것이다.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니 이 책을 읽기 전에 벌써 설렌다.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 1501

이곳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하 백두대간수목원) 내에 전 세계에 단 두 곳밖에 없는 시드볼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글로벌 시드볼트는 주로 작물 종자를 저장하고, 백두대간수목원의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야생식물 종자를 보관합니다. 두 시드볼트의 역할이 다른 만큼 이곳은 야생식물 종자 저장고로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곳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16쪽)

현대판 노아의 방주,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운영센터 구성원과 그 협력팀이 들려주는 시드볼트와 식물, 그리고 기후 변화 이야기를 이 책 『시드볼트』를 읽으며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은 시드볼트운영센터의 모든 멤버들(이상용, 이하얀, 김진기, 이안도성, 강선아, 채인환), 생물자원조사팀(한준수, 김현정), 야생식물종자연구실(정영호,나채선)이 참여했으며, 취재 및 엮음에 박정우가 참여하여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맨 앞에는 '이 책을 함께 만든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시드볼트운영센터의 이상용 센터장을 비롯하여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시드볼트가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면, 이상용은 현대판 노아이자 동시에 시드볼트라는 방주의 선장입니다. 다만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와 현대판 노아의 방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성경 속 노아가 개체 보존이라는 거대한 명분을 혼자의 책임 아래 지켰다면, 시드볼트에는 같은 명분을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6쪽)'

시드볼트운영센터는 시드볼트 운영을 담당하는 부서로서 종자를 기탁받는 것부터, 종자의 검증, 입고, 관리, 국내 및 국외 네트워크 형성, 홍보 등 시드볼트와 관련한 모든 일은 시드볼트운영센터를 통해 진행된다. 생물자원조사팀은 백두대간 권역을 비롯해 대한민국 전 국토를 무대로 식물 분포를 조사하고, 권역별로 흩어져있는 야생식물종자를 수집하는 일을 한다. 이렇게 수집한 종자들은 백두대간수목원의 시드뱅크로 보내 다양한 연구를 하기도 하고, 시드볼트에 저장하기도 한다. 야생식물종자연구실은 생물자원조사팀에서 수집한 종자를 검사하고, 실험하는 부서다. 대한민국 야생식물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한 연구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종자 주권 확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뿐만 아니라 종자를 영구히 보존해야만 하는 시드볼트에 대한 신뢰성을 높인다. (책 속에서 발췌)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이곳은 시드볼트입니다', 2장 '하나의 종자가 시드볼트로 가기까지_수집과 연구', 3장 '하나의 종자가 시드볼트로 가기까지_기탁', 4장 '기후, 종자 그리고 시드볼트의 미래'로 나뉜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수집을 어떻게 하는지, 시드볼트의 시작과 현재, 미래까지 이 책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흥미롭다. 중간중간 나오는 일화도 아찔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면서 온갖 감정을 더해준다. 이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들의 일이어서 더욱 가깝게 느껴지나보다.

수집을 할 때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조사팀은 결국 복원하기 위해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해 수집합니다. 그래서 개체의 수량이 현저하게 적은 경우에는 수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때는 그냥 자생지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되,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관찰합니다. 수량이 많다 하더라도 서식지에 자생 중인 개체의 10퍼센트 정도만 수집해야 한다는 지침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사팀이 수집하는 종자는 일 년에 대략 600~900종 정도입니다.

이렇게 식물을 수집하러 다니다 보면 가끔 예기치 않게 재미있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준수는 예전 학부 시절 교수님을 비롯해 다른 동료들과 함께 무려 100년 묵은 산삼을 캔 적이 있습니다. 논의 끝에 그래도 우리가 '식물 하는 사람들'인데 이걸 먹어서 되겠냐며 눈물을 머금고 표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오래 묵은 더덕이나 도라지를 캐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고생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행운이 아닌가 싶지만요. (69쪽)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사라지고, 과학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느리게 나아갑니다. 시드볼트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은 건강한 종자를 최대한 확보해 저장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일뿐입니다. 그 이후는 인류의 지성과 과학의 몫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시드볼트에서 하는 수많은 일들은 결국 이 분명하고 거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일 것입니다. (214쪽)

이 책을 통해 시드볼트에서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따라다니며 들어본 듯하다. 그냥 단순히 종자를 보관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나중에 지구재앙의 순간을 위한 대비만이 아니라 현재의 산업체와 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공개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시간이 지나고, 연구 결과가 더 쌓인다면 관련 산업이 더 발전할 수도 있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도 있고, 치료제를 개발할 수도 있을 거라며, 인간을 위한 연구, 공공의 이익을 위한 연구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제 여러분은 시드볼트의 하루하루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하나의 종자가 시드볼트로 들어가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따라갈 것이고, 이 공간을 천천히 둘러볼 것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국가보안시설, 수십 미터 깊이에 3중 철판 구조로 이루어진 영하 20도의 춥고, 어두운, 이곳. 13만 7천여 점의 생명을 품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 안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세계 유일의 야생식물 종자 영구 저장 시설,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가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냥 종자만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로 엄청난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알 수 있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며 시드볼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시드볼트를 자랑스러워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야생식물 종자를 영구히 보존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시설이 있습니다. 그 시설을 만들고, 운영하고, 여기까지 끌고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부디 잊지 말아 주십시오. (220쪽)

이 책이 있어서 그들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으니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책을 읽어본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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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코드 - 고통의 근원을 없애는 하루 10분의 비밀
알렉산더 로이드 지음, 신동숙 옮김 / 시공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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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베스트셀러 《힐링 코드》 저자의 신작이다. 무의식에 각인된 고통의 근원을 찾아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신체 질병까지 치유하는 기적을 말한다고 하니 관심이 갔다.

기억은 우리의 모든 생각, 행동,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억이 무의식이나 잠재의식, 유전적으로 물려받아 세포에 각인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자연치유 전문가이자 '힐링 코드'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로이드 박사는 오랜 연구 끝에 '메모리 코드'라는 획기적인 치유법을 개발했다. 그는 다양한 과학적 연구와 추론을 바탕으로 의식과 무의식 속 기억을 재구성하고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메모리 코드를 통해 우울증과 불안장애, 인간관계, 암에 이르기까지 삶의 고통에서 해방된 기적 같은 사례들을 소개한다. (책 뒤표지 중에서)

메모리 코드란 무엇이며 기적 같은 사례들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이 책 《메모리 코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알렉산더 로이드. 심리학 박사, 자연의학 박사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힐링 코드》, 《러브 코드》, 《메모리 코드》의 작가다. 알렉산더 로이드 박사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정신적, 신체적 문제를 초래하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고통스러운 기억에 있다는 걸 발견했다. 고통의 기억에는 과거의 경험뿐 아니라 무의식에 잠재된 기억, 신체 세포에 각인된 기억과 유전적으로 대물림된 조상들의 트라우마도 포함된다. 그가 개발한 '메모리 코드'는 이처럼 부정적인 기억을 긍정적인 기억으로 바꾸는 치유법으로, 원하는 삶의 성취를 가로막는 장벽을 단 10분 만에 제거할 수 있다. 당신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든, 이 책이 문제의 진정한 근원을 찾고 바로잡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책날개 발췌)

나는 첫 번째 책 《힐링 코드》에서 건강 문제의 원천을 치유하는 법을 소개했다. 두 번째 책 《러브 코드》에서는 성공을 가로막는 원천을 치유하는 법을 소개했다. 이번에 《메모리 코드》에서는 최신 연구 결과와 새롭게 구상한 10분짜리 6단계 실천 과정을 바탕으로, 모든 문제의 원천을 치유하는 법을 소개할 것이다. (40쪽)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중대한 기억 오작동'에는 챕터 1 '인간은 어떻게 기능하도록 설계됐는가', 챕터 2 '기억의 형성', 챕터 3 '기억의 퇴화', 챕터 4 '두 가지 법칙', 챕터 5 '우리는 왜 자신에게 최선인 행동을 하지 못할까', 챕터 6 '중대한 기억 오작동에 관한 정리', 2부 '기억 엔지니어링 기법'에는 챕터 7 '에너지 의학 개론', 챕터 8 '기억 엔지니어링: 믿으려면 봐야 한다', 챕터 9 '기억 엔지니어링 기법: 시간을 거슬러서 현재와 미래를 바꾼다', 챕터 10 '힐링 코드Ⅱ: 문을 여는 에너지 도구', 챕터 11 '기억 엔지니어링 사례'로 이어지며, 나가는 글 '기적은 우리 안에 있다'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경험상 90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이 삶의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연구로도 입증되었다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많은 이들이 삶의 중요한 측면에 대한 파괴적인 믿음을 초래하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이 녹화된 동영상보다 환상에 더 가깝다는 것을 이해하면 타인과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이 훨씬 덜 들지 모른다. 남을 판단하거나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자각하면, 이런 식으로 생각하도록 자기 자신을 훈련할 수 있다. '잠깐, 여기서 속단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기억하는 말을 저 사람이 정말로 했는지 아닌지 모르고, 내가 받아들인 것과 다른 의도에서 말한 것일 수도 있잖아. 판단을 잠시 미루고, 이 일이 어떻게 해서 생긴 건지 조금 더 알아봐야겠어.' (102쪽)

저자는 우리가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가 인간이 설계된 방식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기억의 오작동 때문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나에게는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왔다.

실제 있었던 일과 거기에 대한 해석,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기억의 오작동과 퇴화… 이 모든 것이 뒤섞이고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면, 기억의 오작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참신한 생각의 전환으로 근본적인 부분을 들여다본다.



이 책에서 힐링 코드에 더해 힐링 코드Ⅱ를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힐링 코드에 대한 글만 읽으면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지겠지만, 힐링 코드Ⅱ를 더해 루틴으로 만든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챕터 10에서는 힐링 코드Ⅱ를 상세하게 소개해준다. 손의 위치, 다섯 가지 라이프 코드 등 힐링 코드Ⅱ를 기억 엔지니어링 기법과 함께 사용하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앞부분을 읽고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힐링 코드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면 308쪽부터 진행되는 힐링 코드Ⅱ에 대한 설명을 보며 바로 실전으로 들어갈 수 있겠다.



기억 엔지니어링은 감정 치유의 미래다. 기억을 재경험하고 해석하는 법을 배우면 실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_조던 루빈, 가든오브라이프 설립자

과거 어느 순간의 기억이 떠올라서 나를 괴롭히는 때가 있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나를 쿡쿡 찌르면 그 스트레스가 한동안 오래갔다. 아무리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 고민해 봐야 현실의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책을 읽으며 그 상황을 벗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겠다. 이 책이 나에게 메모리 코드의 기적을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그리 어려운 방법도 아니면서 감정 치유를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풀리지 않는 고통스러운 스트레스가 있다면 이 책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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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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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쾌하고 다정한 숲속 수의사의 자연 교감 에세이라고 한다. 그 점에서 일단 시선을 끌었다.

그러다가 결국 이 한마디 말에 바로 이 책부터 읽어나가게 되었다.

쉴 새 없이 진료소를 찾아오는 야생동물 손님들, 숲속에서 만나는 그립고도 반가운 자연 속 이웃들,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숲속 수의사의 이야기 (책 뒤표지 중에서)

어떤 야생동물 손님들이 찾아오고 어떤 이야기를 펼쳐줄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어서 이 책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다케타즈 미노루. 1937년 일본 오이타현에서 태어났다. 1963년부터 홋카이도 동부의 고시미즈의 농업공제조합 가축진료소에서 수의사로 근무하다가 1991년 퇴직했다. 1966년 붉은여우의 생태 조사를 시작해, 1972년부터 다친 야생동물의 보호, 치료, 재활 훈련에 전념해오고 있다. 1979년부터 내셔널트러스트인 '오호츠크의 마을'의 건설 운동에 참가했다. 현재는 홋카이도 중앙부의 히가시카와에 살면서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책 속에서)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는 홋카이도 동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야생동물의 보호와 치료 그리고 재활 훈련을 천직으로 삼아 온 한 수의사가 40년 동안 자연과 인간에 대해 관찰하고 체험하며 느끼고 얻은 것을 일기체로 피력한 글이다. (288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의 차례는 4월부터 3월까지다. 4월 '우리 집의 한 해는 새끼 바다표범 기르기로 시작된다', 5월 '우리는 헬렌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6월 '산나물과 함께 찾아온 진료소 손님들', 7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연출하는 시레토코', 8월 '녹색의 회랑 속에서 드라마는 펼쳐진다', 9월 '낙엽 밑에는 하늘의 별보다 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 10월 '선생님, 야생동물이 그렇게 좋아요?', 11월 '흙을 만들고, 그 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12월 '큰곰은 동면 중, 이 고장 사람들은 반동면 중', 1월 '새해에도 우글거리는 식객과 함께', 2월 '지독하게 추워도 사랑은 해야지', 3월 '우리의 평범한 일이 숲을 우거지게 할 거야'로 구성된다.

아무나 쓸 수 없는 이런 책 좋다. 저자는 수의사인 데다가 오랜 세월을 자연과 함께 하여왔기 때문에 그냥 사계절 다달이 있었던 에피소드를 골라서 들려주어도 이렇게 신기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맙소사! 바다표범이 웃는다고? 세상에, 동물들의 식성을 일일이 다 챙겨서 먹이를 마련해준다고? 결국 나는 이 책을 펼쳐들자마자 신기한 마음으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입원하고 있는 동물들의 먹이를 마련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이 내 일 중의 하나다. 우리 집에 입원해 있는 것은 모두 야생동물이어서 그 먹이는 잡다하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 큰고니의 먹이는 야채 지스러기나 옥수수, 밀 등이다. 앞을 못 보는 너구리는 과일과 고기도 좀 먹게 해 달란다. 청설모도 '나는 호두랑 소나무 씨!' 하며 조른다. 그런데 모두 상처가 아물거나 앓던 병이 나으면 자기가 원래 살던 자연 속으로 돌아가게 해 줘야 하기 때문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야생 상태에서 먹던 먹이를 주어야 한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슈퍼나 편의점에서 파는 그런 것을 먹이로 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이 여간 어렵지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결국 중노동이 된다. (31쪽)



이 책을 읽는 느낌은 정말 풍성해서 좋다. 할 말이 정말 풍부해서 짧게 짚고 넘어가도 에피소드가 가득한 느낌이다. 사시사철 어느 순간이든 자연과 함께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니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책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슬픈 이야기, 속상한 이야기 등등 종류별로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동물마다 계절마다 특징을 잘 잡아서 들려주니 감탄하면서 읽어나간다. 어떻게 이런 특징들을 다 알 수 있는 건지,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어쩜 이렇게 재미있는지 맛깔스러운 이야기에 푹 빠져들며 읽어나간다. 그대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다. 개나 고양이 말고도 접할 수 있는 동물들이 이렇게 다양하니 정말 딴 세상이다. 바다표범, 너구리, 여우, 다람쥐 등등 이 책으로 만나는 동물들은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며 특별한 동물로 자리잡는다.



사진에 대한 설명이 있으니 어떤 상황인지 알겠다. 어린 여우가 춤 연습이라도 하나 했더니 날아다니는 풍뎅이를 잡아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재미있고 신기한 것이 많아서 어느 것 하나만 발췌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것 하나만 고르자면 다람쥐 이야기였다. 그 상황을 상상하며 읽다가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기 때문에 그 생생함에 기록을 해두어야겠다.

봄에는 숲에 먹을 것이 많다. 새싹과 어린잎들이다. 그리고 작년에 땅속에 묻어 둔 도토리와 풀씨도 있다. 그들은 먹기 바쁘고 사이사이에 양지바른 곳에서 꾸벅거리며 졸기도 한다. 나는 다람쥐를 따라가다가 가끔 추적에 실패한다. 그놈이 졸고 있는 걸 한참 보다가 나도 그만 꾸벅 졸기 때문이다.

이맘때 물참나무 숲에는 여기저기 보라색 꽃밭이 생긴다. 산현호색 군락으로 다람쥐들은 으레 그 꽃밭에 들러 꽃을 먹는다. 뒷다리로 몸을 곧추세우고 앞다리로 꽃을 쥐고 먹는다. 오물오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입이 귀엽다. 입을 움직일 때마다 귀도 함께 움직인다. 그것에 맞춰 꽃밭도 흔들린다. 흔들리던 꽃밭이 갑자기 멎었다. 다람쥐가 식사를 멈춘 것이다. 쌍안경으로 보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

'왜 저럴까? 뭔가 경계하는 것일까?'

그게 아니었다. 눈을 감고 졸고 있는 것이다. (75쪽)

이 책은 어느 부분을 펼쳐 읽어도 생생하니 재미있다. 그리고 대부분 내가 처음 접하고 잘 알지 못하는 자연의 모습이어서 그 모습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사진도 수준급이어서 중간중간 현장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흥미진진한 세계로 초대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책을 통해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만나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이 책은 숲속 수의사가 들려주는 자연일기다. 에세이다. 계절에 맞게 생생한 현장감과 재미난 글이 나에게도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느낌이다.

책을 펼쳐들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책 속의 세상만이 아니라 주변에 살아있는 동식물들이 한꺼번에 존재감을 나타내며 나에게 쫑알쫑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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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수업 - 믿지 말고, 생각하고, 읽어 내라!
김미애 지음 / 라온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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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마음 읽기 수업'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만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이 책에서는 말한다. '믿지 말고, 생각하고, 읽어내라!'라고 말이다. 공감과 경청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읽기라는데, 방법이 있다면 배우고 싶어진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사람들의 언어 표현 방법, 단어의 선택, 어감과 어투 그리고 사소한 행동에 따라 현재 상대방의 기분이나 상황이 무의식적으로 읽힐 때가 있다. 나의 마음 읽기는 이런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즉 의도하지 않은 채 그저 내 마음에 와닿는 상대의 마음으로 말이다. 상대의 상황과 기분, 환경은 그의 주변을 둘러싼 공기처럼 그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20쪽)

저자에 의하면 마음 읽기는 어떠한 독심술이나 끼워 맞추기식의 넘겨짚기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와 따뜻한 관심으로 그 상대의 마음 상태와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니,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이 책 『마음 읽기 수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미애. 기업교육전문강사다. 2006년부터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 학교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리더십, 조직문화,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으며,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감정, 강의하면서 이야기하고 들은 다양한 고민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스트레스, 외로움, 열등감, 자존감 등 나를 힘들게 했던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고 컨트롤하는 방법과 나도 몰랐던 나의 감정 또는 궁금했던 상대의 감정 등 상황에 따른 사람의 마음 읽기 기술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10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추천사와 프롤로그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한다'를 시작으로, 1장 '마음 읽기는 곧 나를 읽는 것이다', 2장 '내 마음도 모르고 저지르는 오류', 3장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마음을 읽는 방법', 4장 '마음의 파도를 넘는 일곱 가지 방법'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나와 상대가 함께 그려나가는 관계'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는 저자가 겪은 이야기, 만난 사람들, 거기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일화를 들려주어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우리가 살면서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은 내 마음이 그 마음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을 때에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을 읽으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상황과 거기에서 마음 읽기의 방법을 단계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124쪽에 보면 일화 하나가 있다. 저자가 강의를 한 지 10년 정도 되었을 때의 일이라며 어느 날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시간이 갈수록 냉랭한 분위기가 조금씩 풀어지고 있어서 기분이 좋아진 저자는 좀 더 자신감 있게 이렇게 말하였다는 것이다.

"형님들, 자부심을 가지세요."

이때 이 말이 끝나자마자 교육생 한 분이 갑자기 일어나서, "강사님, 우리가 왜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까? 그 자부심을 우리한테 주입하라고 위에서 시키던가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저자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4단계를 통해 그분의 마음을 4단계로 읽으며 질문에 하나씩 답하고 있다. 어쩌면 '저 사람 왜 저러나?'라며 기분만 나빠질 수 있는 일일 텐데, 그 사람의 상황도 이해가 되고 마음읽기 방법으로 그 상황을 풀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충분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생각을 이야기할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침묵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 냉정함에 숨은 분노를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한 냉정함에 대응하듯 똑같이 차가운 감정으로 대처하며 무시하거나 또는 반대로 회복하려고 편안함을 강요하거나 하지 말자. 다만 냉정함이 때로는 엉뚱하게 다른 감정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는 생각만 미리 해두자. 그런 냉정함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질 때 나오는 분노라는 것에 '오늘 이 인간이 뭘 잘못 먹었나' 하는 마음으로 분노를 받아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128쪽)

이 책을 읽으며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거기에 필요한 것은 마음을 읽는 것이다. 나 혼자 혹은 상대방 혼자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하며 나아갈 때 관계는 더 발전된 방향으로 돈독해지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마음 읽는 법을 차근차근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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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포식자들
장지웅 지음 / 여의도책방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을 볼 때에만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글은 바로 뒤표지에 있었다.

엘시티를 샀다.

다시는 이런 물건이 등장하지 못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엘시티의 희소가치는 합법적으로는 건설이 불가능한,

다시 말해 대한민국에 다시는 들어설 수 없는 건물이라는데 있다.

피식자들은 엘시티의 불법적 요소에 대해 말하지만,

포식자들은 다시는 허가받을 수 없는 101층 높이의 상품성을 본다.

불법적 약점이 오히려 상품으로써 유일무이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기회를 발견하는 포식자의 눈이다.

기업의 가장 큰 죄는 부도덕이 아니라 이윤을 못 내는 것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그러고 보면 세상에 돈 벌 기회는 많지만 포식자의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하는 게 낫겠고……. 그런데 이 책에서는 말한다. 투자에 실패한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건 정의라는 위선이라고 말이다.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야 하는가 보다. 그렇다면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는지 이 책 『금융시장의 포식자들』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장지웅. 15년간 다수의 상장사와 자산운용사, 창업투자회사, 벤처캐피털 등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실무와 운영을 모두 거쳤다. 현장에서 기업가치 평가, 기업 상황에 맞는 메자닌 채권 발행, 최종 계약 성사까지 M&A 전 과정을 총괄해왔고, 인수합병 분야에서 기업 CEO가 믿고 맡기는 전문가로 알려졌다. M&A 업계를 떠난 후 컨설팅펌과 투자은행에 자문을 제공했고, 주식교육 전문 채널 투공의 대표강사, 미디어 커머스 기업 미래용역의 대표를 맡고 있다. 투자와 관련된 전문지식을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쉽게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시장에 대해서는 낙관하되 현실에서는 냉철해져라'를 시작으로, 1장 '첫 번째 포식자, 대기업', 2장 '포식자 행세하는 피식자, 노조', 3장 '두 번째 포식자, 기관', 4장 '세 번째 포식자, 글로벌 기업', 5장 '네 번째 포식자,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우울증의 일본, 조증의 중국 사이에 낀 화병의 대한민국'으로 마무리된다.

먼저 이 책의 소제목들을 살펴보자.

당신이 삼성을 보는 시각은 틀렸다.

재벌 개혁? 웃기지 마. 목적은 돈이잖아.

분식회계 좀 했는데 왜요? 그게 뭐 잘못인가요?

기업의 가장 큰 죄는 부도덕이 아니라 이윤을 못 내는 것이다.

단타 치는 기관 관계자들이 왜 밖에서는 장기 투자를 추천할까?

ESG는 미래가 아니라 지독한 이기주의다

한국을 미워하는 건 일본이 열등하다는 증거다.

4차 산업혁명은 장인정신이 통하지 않는다.

서민을 위한 금융은 없다.

문화가 정치의 노예가 되는 건 망국의 전조다.

등등 무언가 불편하기도 하고, 숨겨진 진실을 들춰내는 것도 같으며, 나름 솔직한 직언인 듯도 하다. 수상한 것투성이다. 시작부터 달그락거리며 마음을 뒤흔든다. 보통 이런 책이 의외로 마음을 흔들다가 더 기억에 남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에 시선을 집중해본다.



이 책은 처음부터 무언가 껄끄러우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느낌으로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다. 과연 우리는 정의와 양심을 택할 것인가, 그렇지 않고 실리를 선택할 것인가,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거기서부터 마음이 복잡해진다. 돈을 버는 선택이 아닌 아무짝에 쓸모없는 양심이나 정의를 선택할 것 같아서 말이다.

전쟁에서도 금융시장에서도 사람들은 양심이나 정의라는 명분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재산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곤 한다(9쪽)고 강조한다. 이 정도가 되면 공과 사의 구분처럼,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수익이라는 기준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투자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이 아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정의와 수익 모두를 지키겠다는 이들은 투자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순진한 생각은 투자 실패와 함께 당신 가족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할 것이다. 출혈 없이 승리할 수 있다는 이들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13쪽)

이상적인 가치나 허례허식은 살짝 접어두고 정신 줄 붙들어매고 이 책을 읽어나간다.



피식자가 있기에 포식자가 존재한다. 금융시장의 피식자가 잃는 돈에는 늘 사연이 있다. 딸의 결혼 자금, 전세 보증금, 대학 등록금, 가불받은 퇴직금, 영끌한 마이너스 통장 등 저마다 사연이 애틋하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애틋한 사연을 참작하여 환불해 주며 손실을 보전해 주는 일은 없다. 욕심과 무지에 사로잡힌 이들은 '현금도 투자 종목이다'라는 투자 구루의 말을 무시한 채 가진 돈 모두를 건다. 모든 걸 걸었기에 모든 걸 잃은 후 그들은 말한다. 나라는 대체 뭐 했냐고. 정부는 이런 사달이 날 때까지 왜 지켜보고만 있었냐고. 금감원은 하는 게 없는 세금 도둑이라고. 단 한 명도 평범한 수익률을 넘어서는 큰돈을 벌려 했던 자신의 욕심과 무지를 탓하지 않는다. 피식자는 늘 남 탓을 한다. 그러고서 만회를 위해 성급한 베팅을 하다 또다시 잃는다. 그리고 결국 투자판을 떠나고 만다. 포식자들은 그런 피식자들 덕분에 수익을 낸다. 그들은 피식자들이 시장을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바보들은 금융시장에 끊임없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18쪽)

맞는 말인데 영 불편하다. 그런 생각이 들 즈음 이 책에서는 아예 쐐기를 박는다.

혹시 여기까지 읽고 마음이 불편한가? 목숨값을 사기당한 것에 대해 당시의 세전 이율을 따지는 게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냉혈한으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금융시장의 포식자가 아니라 피식자에 가깝다. (18쪽)



이 책에서는 철저히 포식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입장에서 나는 피식자의 입장이기에 영 불편하고 껄끄러운 마음을 감내하고 읽어나가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비밀문서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만 몰랐던 세상을 말이다.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점이 있다. 서민을 위한 금융은 없다. 피식자가 먹을 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저금리 상황에서도 어차피 있는 놈들이 다 가져간다. 그렇다고 있는 자를 욕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있는 자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그들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296쪽)



이 책은 불편한 감이 있다. 저자는 독자의 그러한 마음을 노리고 이 책을 집필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이 독자의 관점을 흔들고 주먹으로 정수리를 갈겨서 끝내 독자를 흔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의도가 성공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은 프레임 자체를 바꿔볼 필요가 있기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프롤로그에서 내적 변화를 종용하고 포식자의 프레임으로 환승할 것을 얘기했다면, 책의 후반으로 가면서 개인에서 대기업으로, 대기업을 넘어 주변 강대국을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고자 했다. (358쪽)

많은 부분에서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던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새로이 판을 짜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포식자의 시선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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