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숫자들 -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가
사너 블라우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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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는 숫자를 섞어서 이야기하면 믿을 수 있는 정보라고 생각한다. 숫자가 있는 자료는 좀 더 구체적인 근거가 되어 설득력을 높인다. 이 책에서도 말한다. 숫자를 이용하면 과학적인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좋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위험한' 숫자들이다. 이 책에서는 그 수치가 결코 객관적이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언급한다. 즉, 숫자는 측정하는 순간 이미 객관성을 잃고 마니, 무엇을 어떻게 측정하는지는 애당초 주관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번지르르한 거짓말에도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기에, 수치 속이기는 실제 수치와 관련성이 있을 때 밝혀내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그런 속임수는 미묘해서 잠시 진짜 행세를 하더라도 결국 정체가 드러난다. 이 책에서 나는 그런 속임수를 직접 알아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12쪽)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위험한 숫자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너 블라우. 수학 전문기자이며 네덜란드 고등연구소 전속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사너 블라우는 《코레스폰던트》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통계, 인공지능, 미래 예측 등에서 숫자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심층 취재했다. 아울러 구독자들로부터 숫자의 오용에 관한 사례들을 수집하고, 우리를 본능적으로 틀리게 만드는 숫자들이 어디서 오는지 연구했다. 이러한 노력들을 바탕으로 출간된 그녀의 첫 책 《위험한 숫자들》은 구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네덜란드에서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영국,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10개국에서 번역 및 출판되며 유럽 전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책날개 발췌)

숫자는 신뢰할 근거와 통제력을 안겨준다. 특히 매우 불확실한 시기에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한계도 있다. 미래가 어떤 상황일지 정확히 예측해내지 못하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도 없다. 그렇지만 숫자가 우리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고 한참 후까지도.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이 숫자의 쓸모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15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새로운 사회를 맞이하여 '수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와 머리말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를 시작으로, 1장 '우리는 언제부터 숫자에 집착하기 시작했을까?', 2장 '만들어진 숫자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3장 '수상쩍은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성' 이야기', 4장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분명한 사실이 의심받는 이유', 5장 '틀리지 않은 계산 기계는 없다', 6장 '숫자 본능을 이기는 힘'으로 이어지며, 맺음말 '수를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기'와 체크리스트 '숫자를 의심하는 연습', 주석, 더 읽을거리 등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기간만큼 숫자가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이 이토록 명백해진 적은 일찍이 없다고 말이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수치들은 우리가 가족을 만나러 갈 수 있을지, 술을 살 수 있을지,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을지, 학교에 갈 수 있을지, 파티를 열 수 있을지, 여행이나 축구시합을 할 수 있을지, 극장에 갈 수 있을지,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을지 여부에 영향을 끼쳤다. 우리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 까닭은 숫자 때문이었다. (7쪽)

현재 우리에게 실감 나게 와닿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이미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어나갔는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과거에 크림전쟁 당시의 나이팅게일 이야기라든가, 처음 발견된 가장 오래된 것에 수를 가리키는 기호가 들어있다는 등의 방대한 이야기로 흥미를 자아낸다.

풍부한 예시와 방대한 자료로 숫자에 관해 의심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짚어준다. 지금껏 무의식적으로 그냥 받아들이기만 했던 숫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 만으로도 이 책이 주는 의미가 크다.



숫자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숫자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도 있지만 파괴할 수도 있다. 숫자를 대규모로 사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개념(표준화, 수집, 분석)은 틀릴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틀리기도 하고, 단단히 틀리기도 한다. (53쪽)

그동안 숫자가 있는 자료를 제시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자료에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숫자 뒤의 진실을 꿰뚫는 힘을 어렴풋이 인식한다.

특히 이 책의 체크리스트에는 숫자를 의심하는 연습 여섯 가지를 언급해 주는데, 앞으로 뉴스라든가 책 속에서 만나는 숫자를 걸러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숫자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숫자가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통계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쉽게 설명해주는 멋진 책. 수학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독자가 데이터 세상을 항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_앤절라 사이니 《열등한 성》의 저자

수학이라면 진저리 치더라도 숫자에 관해서는 제대로 알아두어야 살면서 덜 속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생각해 보면 숫자를 교묘하게 활용해서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할지 이 책을 보며 하나씩 배워보는 시간을 갖는다.

숫자의 이면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수 뒤에 누가 있는가, 그 사람이 이 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가 등등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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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지배하고 있는 무의식적 편견
기타무라 히데야 지음, 정문주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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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말에 내가 기분 나쁘다는 것을 표현하며 정색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웃어넘겨야 하는 건지도 혼란스럽고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두 가지 생각이 들곤 했다.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면 정말 나쁜 사람인 것이고, 모르고 하는 거라면 멍청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설마 알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몰라서 그런 것이겠지.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곤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인간적인 안쓰러움마저 느껴지는 일이었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무의식적 편견'이라고 지칭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게 잘못한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하고, 누가 짚어주어 알게 되더라도 그저 주위 사람이 예민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사람인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이 책 『당신을 지배하고 있는 무의식적 편견』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기타무라 히데야. 전공은 사회심리학, 감정심리학이며 사회심리학 박사다. 인간의 소중함을 중시하는 심리학의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서로가 타인을 존중하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를 연구한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편견이 어째서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왜 그런 편견을 가지게 되었는지, 편견이 어떤 상황, 어떤 사람에게 자주 나타나는지, 나아가 어떻게 하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22쪽)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머리말 '무의식적 편견을 알아차리고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면'을 시작으로, 1장 '무의식적 편견, 그 정체와 심각한 폐해', 2장 '무의식적 편견이 인간관계를 좀먹는다', 3장 ''왜곡된 믿음'은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4장 '편견이 낳는 마음의 메커니즘', 5장 '일상의 모든 곳에 도사린 무의식적 편견', 6장 '다수자의 '자각하지 않는 힘'을 경계해야 한다', 7장 '무의식적 편견을 알아차리고 극복하기 위한 단계적 처방'으로 나뉜다.

이 책을 읽으며 웃음이 났다. '그래, 날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닐 거야.'라며 마음을 다잡았던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도 저자는 그건 괴롭힘의 시작이며, 말한 본인이야 아무런 악의가 없을 때도 많을 것이라는 거다. 대부분 선량한 사람들이 적대감을 가지고 싫어하는 사람에게 심술궂게 내뱉은 말이 아닌 편견으로 인한 실수라고 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좀 나아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가게 점원에게 호통치며 막무가내로 화내는 사람의 경우를 보면, 이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가게 점원에게 화내던 사람은 외국 여행지에서 들른 편의점에서도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위압적인 태도를 취할까? 상황에 따라 완전히 태도를 바꾸는 건 정말 우스운 행태다. 해외에서는 취하지 않는 태도를 일본에서만 취한다면 그건 요컨대 '어리광'이다. (45쪽)




편견은 누구에게나 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자신이 가진 기존의 배경지식을 활용해 그 일들을 이해한다. 이를 '스키마'라고 부른다. 우리는 갓난아기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어려운 한자로 된 광고나 간판, 어른들이 주고받는 말의 의미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머릿속에는 이미 엄청난 지식, 즉 기억이 있다. (77쪽)

이 책에서는 다양한 무의식적 편견을 언급해 준다. 어찌 보면 우리 중 누구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듣는 상대가 기분 나쁘지만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서 꾹 참는 경우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이슈가 되어 비판받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성차별, 직장 내 괴롭힘, 갑질 등이 심심찮게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이면을 살펴보면 잘못된 사고방식이 고쳐지지 않고 편향, 즉 편견으로 자리 잡아 무의식중에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편견이 무의식적이라는 말은 자신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생활한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문제 있는 무의식적 편견과 앞으로 적극적으로 개선,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마지막 장에서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관해서도 정리한다. 이 책으로 나를 지배하고 있는 무의식적 편견을 고찰해보자!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에서는 사회심리학의 관점에서 무의식적 편견을 짚어준다. 특히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예시가 있어서 더욱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무의식적 편견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책이니 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면 기본적으로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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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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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젓가락이다.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소재로 젓가락이 선택되었다. 안 그래도 첫 번째 이야기 <너 어디에서 왔니>를 읽으며 옛날이야기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에는 젓가락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이 책도 읽어보고 싶었다.

지난번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어령 선생님이 고인이 되셨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 책을 펼쳐들면 이 안에서 생명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남기신 이야기는 오래도록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리라.

한국인 이야기는 전4권으로 구성되는 한국인 이야기와 전6권으로 이제 가제만 정해진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의 대작이다. 평생의 지적 편력을 집대성한 최후의 저작 시리즈다. 그 두 번째 이야기 『너 누구니』를 읽으며 젓가락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살펴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이어령. 그는 60년 이상 평론과 소설, 희곡, 에세이, 시, 문화비평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의 글을 써왔다. 인생의 후반에 이르러 평생의 지적 편력을 담은 후기 대표작 '한국인 이야기(전4권)'와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전6권)' 시리즈를 집필해 왔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너 어디에서 왔니》를 출간했으며, 2022년 두 시리즈의 방대한 원고를 유고로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책날개 발췌)

이야기 속으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와 젓가락질의 시작 '젓가락은 문화유전자다', 여는 시 '생명공감 속으로' 등으로 시작되어, 수저 고개, 짝궁 고개, 가락 고개, 밥상 고개, 사이 고개, 막대기 고개, 엄지 고개, 쌀밥 고개, 밈 고개, 저맹 고개, 분디나무 고개, 생명축제 고개 등 열두 고개로 이어진다. 저자와의 대화 '인류 최초의 요리사와 전사의 도구, '부지깽이'와 '작대기''와 맺는 시 '보릿고개 넘어 젓가락 고개로'로 마무리된다.

만약에 말입니다, 우리가 모두 젓가락질하는 방법을 잊었더라면, 그것은 단순한 두 개의 막대기에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젓가락은 옛날 유물이 아닙니다. 지금도 끼니 때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용하는 물건입니다. 신기하지 않습니까. 천년 동안 내려온 젓가락과 젓가락질. 그 속에 한국인의 마음과 생활의식이 화석처럼 찍혀 있다면, 그것은 어떤 고전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것입니다. (14쪽)

시작부터 젓가락에 관한 방대한 이야기가 펼쳐져서 곧바로 집중해서 읽어나가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못 보았던 의미를 짚어주니 '아, 그렇네!' 하면서 읽어나가게 된다.

그런데 말입니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아이누든, 먹을 것을 옮기는 식도구의 이름이 직접 인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한국뿐입니다. 손가락에서 젓가락이란 말이, 그리고 숟가락이란 말이 생겨난 것이지요. 그래서 손가락과 연결된 젓가락, 숟가락은 바로 내 몸의 피와 신경이 통하는 아바타인 것입니다. 사람과 도구 사이만이 아닙니다. 저희끼리도 가락이라는 돌림자로 형제처럼 짝을 만들어 수저가 됩니다. 숟가락은 음으로 국물을 떠먹고, 젓가락은 양으로 그 속에 있는 건더기를 집습니다. 그 어려운 주역의 괘는 젓가락이 되고, 태극의 원은 숟가락의 동그라미가 됩니다. (17쪽)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짤막한 문단으로 끊어서 번호를 붙여서 들려주니 긴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읽어나가게 된다. 다 읽고 보면 상당히 두꺼운 분량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게다가 이 한 권에 젓가락 이야기만 가득한 것이니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하다. 그것도 이렇게 연결되는 것도 신기하고, 이런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도 신기하고, 죄다 신기한 것투성이라는 점에서 놀랍게도 재미있다.



그러고 보면 '젓가락' 하면 '젓가락 행진곡'을 떠올릴 수 있겠다. 그런데 젓가락 행진곡의 원제목은 <The Celebrated Chop Waltz>이며,1877년 영국에서 16살 소녀 유페미아 앨렌이 아르투르 데 륄리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곡이라고 한다. 여기서 이어령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우리는 몇천 년 동안 사용해왔고, 지금도 매일 젓가락으로 식사를 한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젓가락 행진곡이 작곡된 것처럼, 젓가락을 문화로 만들지 못했을까? 엉뚱하게 젓가락질도 못 하는 서양 사람이 만든 찹스틱 왈츠라는 곡을, 그걸 어쩌다 우리가 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젓가락 문화권에서 젓가락 왈츠 같은 음악이 작곡되지 않은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것도 등잔밑이 어둡다고 하면서 그냥 지나칠 것인가. 흔하게 보는 하찮고 작은 것에 문화의 단초를 끌어내, 응용하고 창조하는 힘을 기르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을 거다. (47쪽)




이 책을 읽다 보면 그야말로 젓가락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고 보면 되겠다. 주역과 젓가락이라든가, 한중일 3국의 젓가락 문화 등등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젓가락의 가격은 얼마인지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니 저절로 시선이 집중된다.

그래서 그 답은 무엇일까? 이건 살짝 언급해야겠다. 사진은 그다음다음 페이지에 있으니 참고할 것.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젓가락의 가격은 얼마일까? 무려 1억 원에 달한다. 일본 최대의 젓가락 제조회사 효자에몽에서 베이징올림픽을 맞아, 동아시아의 젓가락 문화를 알리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흑단나무에 금과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것인데, 그 호사스러움에 입이 벌어진다. 그래도 이 젓가락을 만든 사람이 한국인이라니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일본은 젓가락 관련 '특허 기술'만도 2,000여 종이 넘는다. 효자에몽에서 운영하는 젓가락 전문 판매점도 500여 곳이다. 이처럼 일본은 젓가락에 있어선 가히 독보적이다. (277쪽)



이 책을 펼쳐들면 이야기보따리가 큰 것 하나 뚝 떨어진다. 젓가락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보따리를 풀어보니 갖가지 이야기가 오색찬란하게 방안 가득 펼쳐진다. 아니, 이 책의 뒤표지에 있는 사진처럼 생각하면 되겠다. 젓가락과 이 세상이다. 지구를 들어 올리고 있는 젓가락이다. 이렇게 보면 이 한 권으로도 사실 모자란 셈이다. 고르고 골라서 담아낸 것이라 보면 된다.

이어령 선생님의 책 중 특히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는 앞으로도 출간되는 대로 다 볼 것이며, 모두 소장해둘 것이다. 꺼내들어 아무 데나 펼쳐들고 읽어도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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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멈추다 - 어느 채식부부의 고백
강하라.심채윤 지음 / 사이몬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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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진작부터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5개의 자격증을 가진 요리 선생님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요리하지 않는 요리사'가 되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요리를 잘 하지 않고 싶은 나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루는 짧고 할 일은 많고, 그런데 요리까지 하려면 정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럴 때에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안 하는 편이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니 요리를 하지 않는 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요리를 멈춘 요리 선생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과 요리하고 싶지 않은 내 마음에 책 내용을 들려주며 괜찮다고 응원해 주고 싶어서 이 책 『요리를 멈추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강하라 심채윤 공동 저서다. 아내 강하라는 많은 나라를 여행했고 화려한 요리사도 꿈꾸었다. 지금은 최소한의 양념과 불 사용으로 밥상을 차릴 수 있는 <요리하지 않는 요리책>을 준비 중이다. 남편 심채윤은 멀티미디어를 공부했고 방송 PD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지금은 환경과 음식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큐 <식탁에서 행복을 찾은 사람들>을 준비 중이다. (책날개 발췌)

"음식을 바꾸자 건강 문제(비만과 비염과 변비 등)가 저절로 해결되었다. 안타까웠던 큰 아이의 틱과 ADHD도 사라졌다. 저절로 미니멀 패밀리가 되었다. 세상의 욕망도 성공의 조급함도 사라졌다. 지금 우리 가족은 충분히 행복하다. 이 책은 그 3년 간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나는 왜 '요리하지 않는 요리사'가 되었나', 2장 '음식을 바꾸자 전혀 다른 하와이가 나타났다', 3장 '달라진 입맛에 깜짝 놀라다', 4장 '잃어버린 밥상을 찾아서', 5장 '목숨 걸고 편식합시다', 6장 '3년 후, 우리 가족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로 나뉜다. 나는 5개의 자격증을 가진 요리 선생님이었다, 아침식사를 바꾸자 20년 변비가 사라졌다, 풀 섞은 샐러드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어?, 나물비빔밥을 먹고 체한 속을 풀다, 밥 한 끼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운명 같은 식당을 만나다, '맛없는 채식'에 대한 편견을 깨다, 예쁘게 차리면 마음이 예뻐진다, 아무거나 먹느니 차라리 굶어라, 몸을 녹여주는 식물의 힘 허브차, 불에 익히지 않고도 이렇게 맛있다니, 음식을 바꾸자 저절로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지금 우리 가족은 충분히 행복하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식생활에 관한 책은 다양하고 뭐 하나가 정답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사람마다 맞는 것이 다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것이 있다. 나도 하비 다이아몬드 박사의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을 읽고 나서 아침 한 끼를 과일로 하고 있는데, 속이 편안하고 매 끼니 식사를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강박관념도 버릴 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도 그 책을 읽은 후 삶을 바꾼 것이다. 나야 원래 요리도 서툴고 하기도 귀찮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요리 수업도 하고 각종 요리에 일가견이 있으며 맛있는 음식도 많이 경험한 저자가 그렇게 하는 데에는 정말 인생이 바뀌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이렇게 책을 출간하니, 더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워낙에 음식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던 사람이어서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풍성했다. 이 책을 읽으며 세계 각국의 비건 식당이나 채식요리를 덕분에 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이렇게 먹어도 괜찮겠다, 안심하게 된다. 너무나 뿌리 깊이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저자들은 어떤 계기로 채식의 세계로 들어갔고, 어떻게 생활을 바꿨는지 생생하게 조목조목 들려준다. 첫걸음을 함께 하듯이 하나씩 정보를 얻어 가며 자신들이 경험한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그 진솔함에 시선이 갔다.

특히 여전히 깨기 힘든 단백질 신화에 대해서 현미채식으로 이미 유명한 황성수 박사님의 이야기를 언급하니 이 또한 기록에 남겨놓고 다시 단백질 신화에 흔들릴 때면 또다시 살펴봐야겠다.

황성수 박사님의 말로는 현미에 단백질이 8%가 들어 있다고 한다. 이미 현미밥만으로도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식사할 때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채소, 과일도 먹기 때문에 일상에서 단백질이 부족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단백질은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에도 충분히 들어있다. 물과 단맛만 있을 것 같은 수박에도 단백질이 있다. 단백질이 늘 부족하고 영양보충이 필요하다고 세뇌시키는 일반적인 메시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9쪽)



더 간소하게 먹고 그로 인해 아낀 시간들은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고 가족들과 대화하는 시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먹는 것의 변화로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 음식이 사람을 구성하는 가장 본질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249쪽)

나 또한 지금 이러한 생활을 추구하고 있으니, 주눅 들지 말고 밀고 나가야겠다. 언젠가 이 책을 읽었다는 것조차 희미해지고 그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떠올리며 힘을 얻고 계속 그러한 식생활을 해나가야겠다. 그러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소박하지만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사진들도 인상적이고, 메시지 전달력이 뛰어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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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동물 - 동물은 기록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세계사 세계사 가로지르기 5
임정은 지음 / 다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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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가지 사실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첫 번째로는 동물은 기록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세계사, 즉 동물의 시선으로 인간의 역사를 바라본다는 점에서였고, 또 한 가지는 tvN 책읽어주는 나의 서재 방송 도서라는 점에서였다.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가축화된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빠른 속도로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동물들을 끊임없이 이용하고 환경을 파괴해 그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가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동물이 인간에게 어떠한 존재였는지를 다시 살펴보며, 같은 지구를 공유하는 생명으로서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고민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또한 이 책은 청소년 도서인데 그 점에서 보면 핵심을 잘 짚어주면서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리라 생각되어 더욱 기대되었다. 동물들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세상을 바꾼 동물』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임정은. 책을 쓰거나 외국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며 지낸다. 동물인 사람이 사람 아닌 나머지 동물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으며, 모든 동물이, 그리고 모든 식물과 생명들이 지구 위에서 사이좋게 살기를 바란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서는 기록이 없는 먼 옛날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어떻게 교류하고,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역사를 만들며 살아왔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7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머리말 '동물을 통해 역사를 본다'를 시작으로, 1장 '동물과 인류의 공존 - 선사시대'. 2장 '동물과 신화 - 고대', 3장 '전쟁과 역병, 비극의 시작 - 중세', 4장 '산업화에 이용되다 - 근대', 5장 '과학 기술의 제물이 되다 - 현대', 6장 '함께, 평화롭게 -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며, 맺음말 '모든 생명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로 마무리된다.



먼저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는 인간이 동물을 가축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동물들 스스로가 가축화되기를 택했다고 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선사시대에 인간의 주변에는 수많은 야생동물이 있었고, 인간은 이들과 관계를 맺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 아주 일부만이 가축이 되었다. 프랜시스 골턴은 이러한 동물과 인간의 초기 역사를 아주 잘 요약했다.

"모든 야생동물은 한 번쯤 가축이 될 기회가 있었다. 그중 일부는 … 이미 오래 전에 가축이 되었고 나머지 대부분은 어떤 사소한 문제 때문에 실패했다(가축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야생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22쪽)



이 책은 먼저 차례를 속도감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1장에서는 개, 소, 말 등 선사시대에 인간들이 동물을 길들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다음으로는 신화로 이어진다. 장면이 신화로 넘어가며 거기에 나온 동물들을 짚어준다. 그리고 이어서 중세의 전쟁과 전염병, 특히 쥐와 벼룩이 옮긴 병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후에는 근대와 현대, 그리고 미래까지 동물과 인류가 지나온 역사를 훑어보는 시간을 보낸다.

그런 다음에는 한 부분씩 정독을 하며 그 시대의 사회상을 가늠해 보고 동물의 위치도 짐작해 본다. 시대에 따라 동물들의 모습이 사뭇 다르게 굵직하게 펼쳐지고 있으니 이 또한 시대의 특징을 동물을 매개로 살펴보는 느낌이 들어 신선하게 다가왔다.





『세상을 바꾼 동물』은 청소년을 위한 세계사 가로지르기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자본, 수레, 수학, 나무 등 한 가지 키워드를 통해 세계사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꿰뚫는다는 기획 의도가 마음에 들었다. (204쪽)

세계사 가로지르기 시리즈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색다른 역사 읽기 도서 시리즈이다. 세상을 바꾼 수레를 시작으로 수학, 자본, 나무, 동물, 물리, 길, 인권, 맛, 기후, 미디어, 탐험, 이슬람, 전염병, 질문, 화학, 미술, 건축, 공, 씨앗 등이 출간되어 있다.

그중 이 책은 동물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훑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도움을 준다. 저자는 말한다. 책 제목은 '세상을 바꾼 동물'이지만 사실 책의 내용은 '인간이 동물을 이렇게 저렇게 이용하는데 어쩌다 보니 그 와중에 세상이 바뀐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205쪽)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고 학대하고 착취하는 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인간의 인식은 바뀌고 있다. 유럽에서는 동물 사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했고, 스페인의 한 도시에서는 투우가 금지되기도 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 이후 동물실험에 관한 윤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었으니 이제 동물 권리도 존중받는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이 시리즈의 책으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색다른 역사 읽기를 시도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은 동물과 인간 역사에 관해서 흥미롭게 훑어볼 수 있는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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