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라 - 내 삶에 리셋이 필요할 때
나즈 베헤시티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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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웰빙이 전부다!'라고 말한다. 잊고 있었다. 아니 자꾸 잊게 된다. 웰빙이 전부라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잊고는 무언가 더 열심히 하며 나를 다그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시기에 맞게 내게로 왔다.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팰로앨토에서 성장한 내 주변에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우리는 어마어마한 부자가 될 것이다'라는 마인드를 가진 테크 기업가가 정말 많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마인드에는 항상 만성 스트레스와 번아웃이라는 대가가 따른다. 누구라도,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자기를 돌보지 않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조기 사망을 피하기 어렵다. 대단한 부와 명예를 지닌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8쪽)

이 책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실행한 최고의 삶을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여 읽어보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라』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나즈 베헤시티. 프라나나즈의 CEO이자 설립자인 나즈 베헤시티는 경영 웰니스 코치이다. 프라나나즈는 리더십 효율성, 직원 웰빙 및 몰입도, 회사 문화를 개선하는 기업 웰니스 솔루션을 제공한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CEO이자 선구자적 사상가인 나즈 베헤시티가 그녀의 멘토였던 스티브 잡스로부터 배운 귀중한 교훈을 전체론적인 방법으로 모아 최고의 삶을 사는 비법으로 축약했다. 베헤시티가 십 수 년간 고객들에게 적용해 온 매우 효과적인 방법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자기 발견, 더 나은 선택, 목적 있는 성장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서문 '웰빙이 전부다!', 이 책에 대한 짧은 안내를 시작으로, 1부 '입문: 마음챙김, 리셋의 기술', 2부 '훈련: 마인드와 습관을 바꾸는 7A 전략', 3부 '완성: 최고의 삶으로 이끄는 3가지 동력'으로 이어지고, 감사의 말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웰빙, 마음챙김, 리셋 등의 단어를 마음으로 훅 들어오도록 이야기를 잘 풀어가고 있다. 그 필요성이 더 느껴지고, 당장이라도 실현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황하는 나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을지 방법까지 제시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면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이때 우리가 멈추면 정신의 방황도 멈춘다. 의식적으로 호흡하면, 현재에 집중하게 되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기는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한데 연결함으로써 우리의 무한한 잠재력을 깨우는 방법이다. (24쪽)

이 책은 저자의 경험담을 풀어내며 이야기를 들려주니 더 생생하게 와닿았다. 인도에서 있었던 일들이 정말 흥미롭게 다가왔다. 저자는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기'라는 개념은 인도 리시케시 아슈람에서 머물 때 구체화한 것이라고 한다. 리시케시는 가보고 싶었지만 결국에 못 가본 곳이어서 더 그랬나 보다. 거기에 가서 요가도 배우고 구루도 만나보고 싶었는데, 그러면서도 그곳에서 구루 흉내 내며 돈벌이 하는 사람들 틈에서 참된 구루를 구별해낼 능력이 내겐 없다는 생각에 결국 가지 않기로 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그 점이 아쉬워지기는 한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마음에 와닿는 말들이 많았다. 그것은 적어도 그냥 들어온 좋은 말만 담은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 체험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주어서 그런가 보다. 그러니 현장감이 있어서 더욱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되었다.

마음챙김이 필요한 순간은 계획이 엉망이 되고 앞길이 막막할 때,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때이니, 그런 때에 리셋을 생각하기가 정말 힘들다. 하지만 해야 한다. 그리고 리셋은 멈춤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 대단한 경험으로 우리에게 마음챙김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니,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주기적으로 챙길 필요가 있다. 그런 것들을 저자의 경험과 그동안 접해온 마음챙김에 관한 것들을 종합하여 정리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우리를 웰빙의 여정으로 안내한다. 자기 발견, 더 나은 선택, 목적 있는 성장이 포함된 우리만의 지도를 펼치고 항해에 나서도록 돕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이때 잘 그려진 지도가 있으면 삶의 전반적인 계획 속에서 우리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 깨어 있는 지도 제작자가 되는 것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다룰 주제다. 마지막 장에서는 흩어진 모든 점을 하나로 연결할 것이다. (22쪽)

이 책은 차근차근 읽어나가며 저자의 경험담이 더해지니 구체적으로 와닿는 느낌을 받는다. 그동안 잠을 줄이면서 노력에 노오력을 해야 원하는 성공에 한 단계 가까워진다고 생각했다면, 성공은 거기에 있지 않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결국에는 웰빙과 성공은 같은 의미이니까.

지금껏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몸이 부서져라, 영혼을 갈아 넣어, 자신을 소진시키며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 책이 다른 길을 안내해 줄 것이다.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웰빙과 성공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니, 이 책을 읽고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는 삶을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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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소피 커틀리 지음, 허진 옮김 / 위니더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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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라고 하여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그동안 동명의 제목을 가진 영화도 들어보고 어린이 작품도 보아와서 익숙한 제목에 색다른 느낌을 갖고자 이 소설에 눈길이 갔다. 이 책은 소피 커틀리의 소설이며 청소년 문학이다.

표지의 그림을 보면 늑대도 나타나고 숲속에서 모험을 펼치는 어린이들이 보인다. 과연 이들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그리고 집으로 무사히 갈 수 있는 것인지, 여러 가지 호기심이 생겨서 이 책 『집으로 가는 길』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소피 커틀리. 수상 경력이 있는 시인이자 어린이책 작가다 현재 영국 잉글랜드윌트셔 지방에서 남편과 세 아이들 그리고 작은 동물원 수준의 크고 작은 여러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을 펼쳐들면 '맨델 숲' 지도가 나온다. 캘런 라몬트가 베아트리체(비키!) 버드와 찰리 메리엄의 도움을 받아 그린 지도라고 한다. 강이 하나 보이고, 다리나 징검다리를 통해 건너갈 수 있다. 그러면 찰리네 집, 라몬트네 집, 비키네 집을 비롯하여 정령 바위, 주술사의 우물, 나무 터널, 밧줄 그네, 가브리엘 떡갈나무, 병원 등이 보인다.

이 장소들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소설을 읽을 때에 맨 앞에서 어느 정도 길잡이를 해주면 상상력에 발동을 걸어서 좀 더 편리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그래서 중간중간 앞에 있는 이 지도를 펼쳐보며 나의 상상 속 그림도 풍성하게 그려주었다.



먼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방랑자 앵거스의 노래'를 들려준다. 저자가 시인이어서 그런지 시로 시작을 하니 무언가 신비롭고 호기심이 생기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머릿속에 불이 타올라

개암나무 숲으로 향했네.

나뭇가지 꺾어 껍질 벗기고

산딸기 실에 꿰어 가지 끝에 매달았네.

흰 나방들 날갯짓하고

별이 나방처럼 깜빡거릴 때

산딸기 낚싯대 강에 드리워

작은 은빛 송어 한 마리 낚았네.

송어를 내려두고

불 피우러 간 사이

송어 있던 자리에서 들리는 부스럭 소리

누군가 나의 이름 부르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방랑자 앵거스의 노래' (6쪽)



처음에는 독특한 분위기에 '이게 뭐지?'라는 느낌으로 접했는데 이내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든다. 시대를 넘나들고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게 생생하고 신나는 모험을 함께 하는 듯한 느낌에 아슬아슬한 긴장감으로 몰입해서 읽어나간다.

찰리는 남동생 다라가 심장이 아픈 채로 태어나자 충격과 두려움에 숲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낯선 소년을 발견한다. 강가에 쓰러져 숨만 간신히 쉬는 소년. 찰리는 소년을 구하고 그 순간 숲이 바뀐다. 숲은 이제 끝없이 광활하고 낯설기만 하다. 어딘가 오래되고 거친 야생의 숲. 찰리는 집으로부터 너무나 멀어져버렸다. (책 뒤표지 중에서)

찰리와 낯선 소년, 그들의 모험담이 흥미롭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뒷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속도를 내어 읽게 된다. 그렇게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의 저자 소피 커틀리는 북아일랜드에서 자랐는데, 건초 더미를 기어오르거나 모래 언덕에서 구르고 대서양의 파도를 넘으며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어쩌면 그렇게 보낸 어린 시절이 있기에 이렇게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풀어낸 것이 아니겠는가.

슬픔과 날것의 기쁨이 절묘하게 섞여 마음을 사로잡는 이 용감한 이야기는 특별하고 색다른 시간여행 모험 소설이다.

_가디언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실감 나고 스릴 넘치는 이야기에 아마 이 책을 펼쳐들면 정신없이 빠져들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나 청소년이라면 모험의 세계에서 상상력을 풍부하게 길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책이니 신나는 모험을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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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 - Andersen's Fairy Tales 팡세미니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팡세미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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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안데르센 동화다. 어렸을 적 읽었고,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처음 읽는 듯한 이야기도 있었고, 생각보다 무척 재미있어서 새로운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이 책 속에는 엄지 공주, 미운 아기 오리, 성냥팔이 소녀, 백조 왕자, 인어 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다섯 알의 완두콩, 도깨비는 무엇이 좋은가, 바보 한스, 날아다니는 가방, 신기한 부싯깃 통 등 총 열한 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먼저 「엄지 공주」로 시작된다. 읽다 보니 아는 이야기라는 걸 깨닫는다. 상당히 오랜만에 읽은 것임에도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익숙한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것을 보면, 이 책을 펼쳐들며 어린 시절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에 읽은 그림책은 어느 출판사의 어떤 판형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그래도 스토리가 한 번에 연상이 되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리고 이 책 정말 푹 빠져들어 읽었다. 그것은 안데르센 동화를 적절하게 선별하여, 적당한 글자 크기와 간격, 편안한 번역과 그림,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서일 것이다.






이 책은 팡세 미니 시리즈다. 누구나 곁에 두고 평생 읽을 수 있도록 원작을 쉽고 편안하게 다듬어 엮었다고 한다. 팡세 미니에는 안데르센 동화뿐만 아니라 비밀의 화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 왕자, 걸리버 여행기 등의 이야기도 가득하니, 종류별로 읽어보며 추억과 사색에 잠겨보아도 좋겠다.

누구에게나 마음속 동화가 잠자고 있을 것이다. 문득 어느 순간, 끄집어 내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어린 시절의 그 책이 아니지만, 지금에 맞게 구성된 책이어서 추억 속 책 읽기를 해보도록 이끌어준다. 따뜻한 그림에 더해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오랜만에 안데르센 동화 속에 푹 빠져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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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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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글에 매료된 것은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였다. 그 당시 상황을 너무도 잘 그려내어, 차마 두려워져서 읽으면서 손에서 놓기를 여러 번, 휘청거리며 그 글을 읽어냈다. 누구든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독자의 상황에 따라 마음 단단히 먹고 힘을 내어 읽을 수 있을 때 잘 잡아내어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그다음에 읽은 것은 『채식주의자』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읽어본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은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이다. 물론 감상은 훨씬 전부터 책장에 들여놓고 틈틈이 꺼내들기를 반복하며 했는데, 서평은 이번 기회에 작성하게 되었다.



시인 한강은 1970년에 태어나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외 네 편이 실리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는 침묵의 그림에 육박하기 위해 피 흘리는 언어들이 있다. 그리고 피 흘리는 언어의 심장을 뜨겁게 응시하며 영혼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확인하려는 시인이 있다. 그는 침묵과 암흑의 세계로부터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렸던 최초의 언어에 가닿고자 한다. 뜨겁고도 차가운 한강의 첫 시집은 오로지 인간만이 지닌 '언어-영혼'의 소생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고통의 시금석인 셈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시인의 말을 시작으로, 1부 '새벽에 들은 노래', 2부 '해부극장', 3부 '저녁 잎사귀', 4부 '거울 저편의 겨울', 5부 '캄캄한 불빛의 집'으로 이어진다. 해설 '개기일식이 끝나갈 때· 조연정'으로 마무리된다.

어느 순간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에는 그냥 무덤덤할 수도 있겠다. 정말 평범한 일상 속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럴 때에는 더 읽으려고 하지 말고 조용히 덮어서 다시 책장에 꽂아두어야 한다. 분명 그 시는 마음에 와닿을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그맣게 와닿는 것이 아니라, 쿵쾅쿵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를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담긴 시도 마찬가지였다. 다소 평범한 언어로 되어 있지만, 문득 마음을 쿵 울리던 순간이 있었다. 시를 읽던 순간이 아니라, 밥을 먹으려던 어느 순간. 시인이 짚어주어서 그제야 알게 되었던 그 순간 그 마음이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11쪽)



요즘 매일 시 감상을 하고 있는데, 시집은 정말 한 번 보아서는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없겠다. 어느 순간 나에게 다가오는 시가 제각각이다. 분명히 읽은 시인데도 전혀 새롭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한 번에 읽어치우지 말고 간직해두고 조금씩 야금야금 음미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한강의 시집도 정말 각양각색의 팔색조 매력을 펼쳐준다. '어 그렇구나', '뭐지?' 그랬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마음에 쿵 하고 와닿는다. 그 순간을 위해서는 소장하고 틈틈이 꺼내들어야 한다.




오늘도 이 책을 옆에 끼고 산책을 나섰다. 멀리 보이는 바다와 이 책이 서로 동맹을 한 듯 나를 흔든다. 어딘가 나설 때, 여행을 갈 때, 무거운 책보다는 시집 한 권을 챙겨들고 음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은 이 책이 나의 시간을 채워주었기에 그 여운을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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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 - 위드 코로나 의사의 현실 극복 에세이
이낙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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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정말 되도록이면 병원 갈 일 없게 하자며 더 신경 써서 살고 있다. 그만큼 병원에 가기 두렵기도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걱정스럽기도 해서 그렇다. 그런데 병원에 종일 있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많이 아픈 환자와 의료진은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병원이라는 공간은 정말 힘든 곳인데 위드 코로나 시대의 의사라니, 얼마나 고되고 스트레스 받을까.

이 책은 위드 코로나 의사의 현실 극복 에세이라고 하여 관심이 갔다. 진료실의 기쁨과 슬픔이 담긴 40편의 기록들이 궁금해서 이 책 『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낙원. 연세대학교 원주 세브란스병원에서 내과와 호흡기 분과를 연마했으며, 현재 인천 나은병원의 호흡기내과 의사이자 중환자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몸만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몸 밖으로 드러나는 감정, 몸과 몸이 맺는 관계들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에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몸을 소재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책날개 발췌)

『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는 "두 번은 못할 것" 같은 코로나 시대 의사의 현실 극복 에세이다. 때론 생사의 현장에서 오롯이 견뎌야 하는 적막감과 혼란의 감정, 시끌벅적한 환자와의 교감 속에 피어오르는 인정과 감동, 특별하지 않아 소중한 의사의 일상, 타인의 생사를 가름하기도 하는 숙명의 무게, 그럼에도 슬기롭게 자기와 타인의 삶을 지켜나가는 기술 등 마스크 밖으로, 청진기 밖으로 흘러넘친 사랑과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들어가는 말 '의사는 되어가는 것입니다'를 시작으로, 1장 '의사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2장 '의사의 일상, 환자의 비일상', 3장 '논문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의사', 4장 ''위드 코로나' 의사가 되어가는 중입니다'로 이어지며, 맺음말 '나는 의사다'로 마무리된다.

이 책의 소제목을 살펴보다 보니 '의사의 일상, 환자의 비일상'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환자는 아파서 잠깐 병원에 가기도 하고 꽤 오래 있기도 하는데, 의사는 그곳이 일상적인 곳이라고 생각하니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보니 현실 의사 이야기가 가슴을 후벼판다고 할까. 의사도 인간이다. 그러니 어쩌면 같은 의사 중에서도 속마음을 들킨 듯 느낄 수도 있겠고, 의사가 아닌 사람이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까. 그런데 스트레스 많고 힘든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듯해서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설마, 이걸 다 나보고 하라는 건 아니겠지."

4년 차 선생님을 만나 오후 회진을 돌 때면 실행되지 않은 오더들이 발견되었고, 어김없이 핀잔을 들었다. 그럴 때 속으로 생각했다.

"에이, 설마, 내 몸이 하나인 걸 모를 리 없는 선배가 진심으로 혼내는 건 아닐 거야. 좀 더 분발하라는 격려일 거야." (27쪽)



일화 하나하나가, 그리고 거기에 이어지는 생각이 마음을 건드리며 스며든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글 잘 쓰는 의사 맞나 보다.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최악의 상태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눈물 쏙 빠지게 서러운 일이다. 그런데 의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곤란해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아는 어느 환자의 딸도 "선생님이 좋아질 수 있다고 했는데 왜 이러시냐?"라며 의사에게 화내면서 따졌다는 일화를 들은 적도 있다.

"야, 왜 네가 희망의 전도사냐! 워닝(warning, 환자의 상태가 악화할 것을 미리 설명하는 과정)을 해야지 왜 기대에 부풀게 하는 거야!"

치프 선생님이 나에게 말했다. 환자의 가족들에게 환자의 상태가 악화할 것이고 사망할 수도 있음을 설명해야 했는데, 막상 내가 가족 면담을 한 후 가족들이 체념이 아닌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말이다. 당시의 대화를 떠올리면 대강 이랬다.

"지금 환자 상태가 악화하고 있어서 며칠 내에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선생님. 정말입니까?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네, 지금 이대로 악화하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 저희는 몹시 당황스럽습니다. 지금 돌아가시면 안 돼요. 그래도 가능성이 조금은 있지 않습니까?"

가족들 몇 명은 울음을 터뜨리고, 자리에 주저앉기도 했다. 가족 중 한 명이 희망을 붙들고 싶은 마음에 가능성이 조금은 있지 않느냐고 묻기를 반복하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음… 그럴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좋아질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조금 지켜보시지요."

가족들은 대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 잊어버리고 마지막에 내 입에서 나왔던 '가능성'이라는 '희망'의 단어를 붙들게 된다. 그러고 나서 상태가 악화해 임종 직전이 되었을 때 치프 선생님이 가족들에게 환자의 경과를 설명하자 이렇게 되물었다.

"아니, 지난번에는 좋아질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선생님, 왜 말이 바뀐 거지요?"

중환자의 가족들을 대하는 방법을 몰랐을 때 나는 가족들의 감정에 휘말리곤 했다. 그들이 바라는 작은 가능성에 마지못해 동의하기도 했다.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마지막 대답은 그들의 희망에 방점을 찍는 일이 되어버리곤 했다.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감정에 동조하더라도 표현해야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는 것인데, 나는 서툴렀다. 내 기질과 성격 때문이리라. 그들에게 상처가 될까봐 혹은 내가 상처를 입을까봐 그랬을 것이다. 환자의 가족들이 슬픔과 기대의 눈빛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도피성 대답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런 식의 대화는 가족들에게도 의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환자의 치료 과정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 적절한 선에서 냉정해질 줄 알아야 한다. (36~38쪽)



이 책은 일단 펼쳐들면 그냥 집중해서 읽게 된다. 궁금하고 알고 싶고, 그 이야기가 그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 호기심이 생겨서 결국 다 읽게 된다.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하니,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일화 하나하나가 완성도가 높고 심도 있게 펼쳐져서 저절로 눈길이 갔고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저자가 의사이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어서 누구보다 전문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소재다. 그런데다가 글을 잘 쓰는 의사가 이야기로 잘 엮어서 들려주는데 위트도 있으니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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