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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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이야기꾼 김탁환 소설가는 일기도 남다르다. 일기마저도 빠져들어 읽게 하는 특별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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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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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탁환 에세이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이다. 말 그대로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일기라는 형식으로 펼쳐 보여주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박하고 재미있는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책표지 중에서)

'제철 마음을 먹을 것'

이 말이 예뻐서 자꾸 읊조리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지금껏 나는 제철 채소와 과일조차 챙겨먹지 않으며 살고 있었는데, 특히 제철 마음을 먹는 것은 더더욱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봄이 오니 먹을 것이 지천이다. 민들레에 씀바귀까지 캐서 그냥 먹었다. 쓰지 않고 달다. 봄·여름·가을·겨울 철마다 먹거리를 알고 찾듯, 그해에 그 철에 그날에 맞는 마음을 살피는 일이 귀하다. 세상의 기미와 함께 내가 끌리는 대상에게 어린아이처럼 다가가는 마음. 수단이 아니라 목적인 마음. (7쪽)

이 글은 본문을 읽어나가다가 11월 3일에 '제철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서 또다시 만났다.

11월의 메타세쿼이아가 내게 묻는 듯하다. 마음의 빛깔이 달라졌냐고.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346쪽)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마음을 휘적휘적 휘저어서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멋진 마음, 아름다운 마음, 예쁜 마음… 또 무엇으로 표현할까. 수식어에 한계를 느끼지만 이런 내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아야겠다.



이 책의 저자는 김탁환. 군항 진해에서 태어났다. 마산과 창원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시를 습작하다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다. 박사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신화와 전설과 민담 그리고 고전소설의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진해로 돌아와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치며, 첫 장편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와 첫 역사소설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역사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를 시작했고, 『나, 황진이』 『리심』 등을 완성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끝으로, 2009년 여름 대학을 떠났다. 장편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쓰며 판소리에 매혹되었고, 소리꾼 최용석와 '창작집단 싸목싸목'을 결성하였다. 지금까지 30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단편집과 3편의 장편동화를 냈으며, 다수의 에세이와 논픽션도 출간했다. (책날개 중에서)



소설가 김탁환은 말한다. 삶이 바뀌지 않고는 글도 바뀌지 않는다며, 익숙한 글감을 쓰면서 늙어가지 말고, 좋아하며 알고 싶은 세계로 삶을 옮긴 것이라고 한다.

2021년 1월 1일, 집필실 '달문의 마음'을 곡성군 곡성읍 섬진강로 2584로 옮긴 뒤 더 많은 걸 상상하게 되었다. 상상을 문장으로 옮기는 것이 내 업이니, 그것은 그것대로 해나가겠지만, 상상을 또 다른 것으로 바꾸는 일도 섬진강 들녘에서 계속 시도할까 싶다. 장르를 따진다면 모험담이겠다. (405쪽)

태어나서 처음으로 파종부터 탈곡까지 논농사를 지었고, 텃밭과 정원을 가꾸며 지냈다. 초보 농사꾼이자 초보 책방지기, 초보 마을소설가로 보낸 시간의 단상을 일기를 통해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도시에 살지만 소설가 김탁환처럼 이렇게 농사도 짓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도시인의 로망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쩌면 소설가 김탁환이기에 풀어낼 수 있는 글이기도 하고, 그의 글을 통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이제야 깨닫는 부분도 있었다. 이 책에는 그의 글이기에 느껴지는 특별함이 있다.

정원에 꽃 심은 이야기나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 등등 읽어나가다가 쿡쿡 웃기도 하고, 그 장면을 상상해보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읽어나가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일단 펼쳐들어 읽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고 장면 하나하나가 그림을 그리듯이 떠올랐다.

읽어나가다 보면 문득 마음을 탁 치고 들어오는 글이 있다. 그런 글 중에 '물살이'라는 글도 인상적이었다.

하늘을 오가는 새들을 보며 '새고기가 난다'고 적는 이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강이나 바다를 들여다보고 '물고기가 헤엄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물고기를 '물살이'로 바꿔 부르자고 내게 처음 제안한 이는 김한민 작가다. 그 제안은 나를 엉뚱한 상상으로 이끌었다. 인류가 육상에 살지 않고 강이든 바다든 수중생활을 한다면, '물고기'란 이름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대신 육상 생물들을 통칭하여 '육지고기' 혹은 '땅고기'라고 불렀을지도 모른다. 수중생물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단체행동과 함께 사생활도 즐기지만, 땅고기들은 수십 마리의 들소든 수백 마리의 갈매기든 외모도 똑같고 개성 따윈 있지도 않다면서! 용궁에 모여 이런 주장을 펼치는 장면을 판소리로 만들어볼까. (171쪽)



초보 농부이자 초보 마을소설가 김탁환이

글과 생명이 태어나는 곳, 섬진강 옆 집필실에서

느리지만 성실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하루하루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끝까지 알뜰하게 읽었다. 김탁환 소설가가 생각하는 꿈과 미래지향적인 그림이 성실하고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특히 자연 생태계를 지키려고 하는 그 마음이 가슴을 울린다.

특히 다른 사람의 일기를 볼 때는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궁금해서 더 보고 싶은 것과, 다른 하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남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책은 궁금해서 더 보고 싶고,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이렇게 궁금하게 만드는 것도 소설가 김탁환의 필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번에 들려줄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타고난 이야기꾼의 다음 이야기도 또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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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를 위한 변론 -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와 윤리적 육식에 관하여
니콜렛 한 니먼 지음, 이재경 옮김 / 갈매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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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이라는 면에서 보면 다들 똑같지만, 상세히 보면 제각각 다양하게 나뉜다. 마찬가지로 하루 세끼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다들 엇비슷하지만, 무엇을 먹고 사는지에 대해 짚어보면 다양하게 나뉜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그동안 접해왔던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와 윤리적 육식에 관하여' 짚어본다는 것이 어서 읽어보고 싶었다.

특히 이 책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책날개에 발췌된 본문 내용을 보고 나서였다.

"내 연구는 소가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라는 혐의가 본질을 흐리는 그릇된 주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주장은 과장됐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 소와 소고기 때리기는 우리가 정말로 집중해야 할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가 지구온난화의 주요 동인을 밝히고 그 동인을 막기 위해 쏟아야 할 에너지와 관심을 엉뚱한 데로 돌린다. (…) 가축의 진정한 역할을 이해하려면 일단 자극적 슬로건과 미끼 링크를 넘어서야 한다. 가축과 기후의 진실은 복잡 미묘하게 얽혀 있다." _본문 중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서 이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니콜렛 한 니먼. 환경보호단체 워터키퍼 얼라이언스의 수석변호사로 일했으며, 가축의 공장식 사육을 혁파하기 위한 캠페인을 주도했다. 최근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과 가축 복지 향상의 옹호자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책날개 발췌)

첫 지구의 날 이후 수십 년이 흘렀다. 환경운동가와 동물의 식용사육을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 목축과 소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여전하다. 지구온난화 우려가 이 문제에 새로이 기름을 부으면서 소고기 논쟁은 주류 담론과 정쟁에 편입됐다. 30년 넘게 채식을 고수한 이력이 있는 평생의 환경운동가로서 나는 그들의 비판에 누구보다 친숙하다. 하지만 그 비판에 대한 믿을 만한 대응은 별로 보지 못했다. 특히 당사자인 소고기산업의 대응이 가장 실망스럽다. 하지만 이제 나는 엄마로서, 소를 기르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어느 때보다 우리 행성의 건강 회복에 열심인 사람으로서 성실과 열정을 다해 그 비판들에 대답할 필요를 느낀다. 이 책이 나의 대답, 소고기를 위한 나의 변론이다. (서문 8~9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소와 지구', 2부 '소고기와 사람', 3부 '현실 그리고 미래'로 이어진다. 1장 '기후변화와 소, 허구와 진실 사이', 2장 '풀, 소를 먹이고 지구생태계를 살린다', 3장 '물, 오염과 부족은 소 탓이 아니다', 4장 '생물다양성, 방목의 재발견', 5장 '흙, 목축으로 사막화 늦추기', 6장 '자연이 사람의 미래다', 7장 '소고기는 어쩌다 건강의 적이 되었나', 8장 '우리는 왜 소고기에 끌리는가', 9장 '문제 해결을 위한 선택', 10장 '윤리적 잡식주의자를 위하여'로 나뉜다.



저자는 '여러분의 의심을 비난하지 않는다. 아직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방금 내가 한 말은 여러분이 오랫동안 다양한 출처에서 숱하게 들었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될 테니까.'라며 우리가 믿지 못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그동안 근거 없는 신화로 상식처럼 알고 있던 사실들에 정반대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은 소와 소고기에 대한 변론인 동시에 현대 농업과 현대 식습관의 폐해에 대한 고발이다. 여러분이 소고기 비판자이든 옹호자이든 지금부터 시작하는 여정을 함께했으면 한다. 이 여정에서 동의하는 부분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생길 것이다. 출발선에서 여러분의 관점이 무엇이었든, 끝날 때에는 새롭고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기를 바란다. (19쪽)

나는 그동안 취향에 따라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해왔고 다른 이들의 식사 취향을 터치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어느 한쪽을 몰아가는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 같은 것 말이다.

"어떤 것이 기후변화에 더 나쁜가? 햄버거를 먹는 것? 아니면 사륜구동 대형 차량을 모는 것?" 그런 기사들은 으레 햄버거가 더 나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환경을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소고기를 끊는 것이 더 좋다는 제언으로 끝을 맺는다. (24쪽)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으로 몰아가기 식의 기사나 책 속의 글은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동안 극단적으로 상식처럼 몰아갔던 것들을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상식인 줄 알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을 못하고 살아왔지만, 이번 기회에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짚어본다.



그러고 보면 채식 육식 논쟁은 일부러 극과 극으로 싸움을 붙이는 경향이 있다. 매 끼니를 육식을 하며 지내거나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 우리 대부분은 적당히 가끔씩 챙겨먹는 것 아니겠는가.

이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보기에 좋았다. 특히 저자는 <가축은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에 필수적이다>라는 글을 썼는데, 그 글에서 육류를 둘러싼 지금의 논쟁은 필요한 논조와 진실성이 결여됐다고 꼬집었다.

현재의 육식 논쟁은 양극화와 과잉 일반화가 특징이며, 한편에는 완강하게 방어적인 애그리비즈니스를, 다른 한편에는 억지스럽고 공격적인 채식운동가들을 출전시켜 싸움을 붙이는 양상이었다. 나는 "일부 비건의 맹렬한 육류 반대론은 20세기 초 금주론자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그들 중 일부는 심지어 사과나무가 사과술의 원료라는 이유로 사과나무를 도끼로 공격했다. 그때의 금주론처럼 지금의 육류 반대론도 극단주의로 치닫는다." 나는 진짜 문제는 가축사육이 아니라 공장식사육이라고 강조했다. 축산의 산업화가 비건과 채식주의자를 넘어 미국 대중 사이에 육류산업에 대한 환멸을 낳았고, 그 환멸이 점점 더 폭넓게 퍼지고 있다. (377쪽)



"니먼은 해묵은 반反 소고기 속설들을 하나하나 깨부순다. 고기 소비가 세계의 기아를 야기한다? 천만에. 가축은 작물 재배가 어려운 지역에 사는 사람이 대부분인 전 세계 10억 빈민에게 중요한 식량이자 환금수단이 된다. 축산이 삼림을 파괴한다? 숲이 개간되는 주요 이유는 콩 재배이며 거기서 나는 콩이 소 사료로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적색육과 동물성지방이 심혈관질환의 원인이다? 그런 오해를 퍼뜨린 1953년 키스의 연구는 정작 둘 사이의 어떠한 인과관계도 보여주지 못했고, 대중을 진정한 유해식품인 트랜스지방과 첨가당의 치명적 손아귀에 밀어 넣었을 뿐이다. 지나친 방목이 미국 서부를 망쳤다? 그렇지 않다. 서부를 망친 것은 부적절한 방목과 심지어 방목 부족이었다. 저자의 의도는 우리 마음을 돌리는 데 있지 않다. 세계를 구하는 데 있다."

《LA타임스》

'소 사육을 멈추고 소고기를 먹지 않으면 기후문제가 괜찮아질까? 진짜 문제는 사육 방식에 있는데?'

이 책에서는 질문을 던진다. 그 부분에 대해 누군가가 제대로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랐는데, 저자가 그 생각을 충족시켜주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주로 극단적인 위치에서 서로를 비방하던 책들을 읽어와서 그런지, 이 책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소고기를 위한 변론이라는 제목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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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최고의 상태 - 인생의 통증에 항복하는 삶의 기술
스즈키 유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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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마음에 콕콕 들어와 박히는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고, 직접 수행 방법으로 적합한 것을 발견하여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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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최고의 상태 - 인생의 통증에 항복하는 삶의 기술
스즈키 유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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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에는 이런 말이 있다. '행복은 '무'의 상태에 이를 때 비로소 보인다'라는 것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일리가 있다. 행복해지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고 결심하고 노력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행복해야겠다는 그 마음마저 인식하지 못할 때, 그러니까 '무'의 상태에 이를 때 오히려 행복이 보일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뇌과학 신경과학으로 고통의 근본을 파고든 화제작이며, 아마존재팬 바이오테크놀로지 생명과학 부문 1위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무, 최고의 상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스즈키 유. 일본의 사이언스 라이터. 현재는 헬스케어, 생산성 향상을 테마로 한 저술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 '구석기 남자'에 건강과 심리, 과학에 관한 최신 지식을 소개하고 있으며, 월간 250만 이상의 조회수를 달성하고 있다. 또한 기업,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과학적 근거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강연도 열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목표는 다양한 괴로움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선 모든 괴로움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그 공통점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대책을 세워 우리의 정신 기능을 최고의 상태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은 대부분 신경과학과 뇌과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행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을 100퍼센트 이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괴로움의 족쇄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여는 글 중에서 발췌)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고 苦'를 시작으로, 1장 '자기 自己', 2장 '허구 虛構', 3장 '결계 結界', 4장 '악법 惡法', 5장 '항복 降伏', 6장 '무아 無我'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지혜 智慧'와 닫는 글 정신 수양에 빠뜨릴 수 없는 다섯 가지 포인트', '우리가 사라진 것은 지금 시작된 일이 아니다'로 마무리된다.

먼저 이 책에 있는 소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인류는 모두 부정적으로 태어났다, 생후 3개월의 유아도 천성적으로 부정적이다, 원시 세계에서는 부정적으로 민감한 사람이 적응했다, 분노는 6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인간 이외의 동물은 내일의 일로 고민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0.1초 만에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인류의 뇌는 현실보다 이야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약의 크기가 커질수록 효능은 강해진다, 지금은 큰마음 먹고 항복하자, 관찰 능력에는 항우울제에 필적하는 효과가 있다, 무아에 달한 자가 얻는 지혜의 경지, 무아란 갖가지 욕망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무아가 가져다주는 세계관의 변화 세 가지 등 쓱 훑어보아도 궁금해지는 내용이 가득하다. 호기심을 끌어올리고 나면 이 책에 더욱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다.



이 책에 보면 '만사태평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라고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가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마음에 파고든다. 그러고 보면 세상만사 근심 걱정 없어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알고 보면 고민거리가 한가득이다. 그러니 이 표현이 인상적이다. 계속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미디어가 비극적인 뉴스를 계속해서 많이 내보내는 것도, 불안을 부추기는 페이크 뉴스가 더 빨리 확산되는 것도, 우리의 뇌가 부정적인 정보에 의식이 더 쉽게 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연구에 의하면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기쁨은 평균 3개월이면 희미해지고, 연봉이 올라간 기쁨은 6개월이면 사라지며, 좋아하는 상대와 연인이 된 행복도 6개월이 지나면 줄어들어 약 3년이 지나면 기본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한다(26쪽). 그 기쁨은 반드시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니, 그런데 그게 맞는 말이어서 더욱 솔깃하며 읽어나간다.

우리 뇌는 감정과 관련하여 두 가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첫째, 싫은 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둘째 좋은 일은 빨리 잊어버린다.'라는 것이다.

이런 글들을 읽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지만,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그럼에도 우리는 정신 수양을 통해 무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고승이나 신선만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지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한 힘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하니, 이 책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선문답을 대성시킨 12세기 승려 무문혜개는 이런 말을 남겼다.

"무無를 결코 허무라거나 유무 같은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중략) 시간을 들이는 사이에 점점 성숙해져 자연스럽게 자신과 세계의 구별이 사라지고 하나가 될 것이다. " (273쪽)



이 책을 읽으며 한 사람으로서 정신 수양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바라본 듯하다. 정신 수양을 통해 무아에 이르는 것이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어찌 보면 다행이고, 우리가 평생을 수행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에는 어찌 보면 낙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닫는 글에는 '정신 수양에 빠뜨릴 수 없는 다섯 가지 포인트'를 알려주고 있는데, 그 다섯 가지 중에서 4번 '행복에도 항복한다'가 인상적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행복을 좇을수록 실제로는 행복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몇 번이고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덴버대학교 등의 2011년 연구에서는 참가자에게 평소 어느 정도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본 후 과거 18개월 동안 겪었던 스트레스와 비교했다. 그러자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인생의 만족도가 낮고, 반대로 스트레스는 높은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320명의 남녀에게 몇 주 동안에 걸쳐 일기를 쓰게 한 결과 행복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고독감을 느끼기 쉽고 우울증이 생길 확률도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19세기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지적한 대로, 행복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그 목적이 달성된다는 메커니즘이 인간 내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294쪽)

이렇게 설명하면서도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해준다. 만약 훈련 중에 자신의 행복에 의식이 향한다면 238쪽에서 본 관찰의 감각을 떠올리며 그 기분도 관찰 대상으로 삼는다.(295쪽)처럼 이 책에는 다양한 훈련법을 함께 알려주니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무無가 만들어낸, 내면의 강한 힘을 이끌어내는 삶의 기술을 배워보기 바란다. 읽으면서 마음에 콕콕 들어와 박히는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고, 직접 수행 방법으로 적합한 것을 발견하여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뇌과학과 신경과학으로 고통의 근본을 파고든 화제작이라고 하니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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