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자들 1 - 시간, 지구와 바다 발견자들 1
대니얼 J. 부어스틴 지음, 이경희 옮김 / EBS BOOKS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책이 많고 우리들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세상을 책으로 만나보고 싶은 나는 이 책 저 책 관심이 많고 나름의 스케줄을 세워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0순위로 들여놓고 싶은 책을 만나면 설레는데,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나를 두근두근 설레게 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어서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위대한 발견자들이다. 과거의 깊숙한 곳에서 그들은 여전히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그들은 역사의 빛으로 나타나, 인간의 본성만큼 다양한 인물로 등장한다. 새로운 발견은 위대한 발견자들이 우리에게 펼쳐 놓은 새로운 세계들처럼 예측할 수 없는 개개인의 일대기 속 이야기들이 된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총 세 권으로 이루어진 대장정 『발견자들』이다. 1권은 '시간, 지구와 바다', 2권은 '자연', 3권은 '사회'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어떤 것도 매력적이지만, 다 궁금하니 그냥 순서대로 1권부터 읽기로 결정한 것이다.

3권에 걸쳐 어떻게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 궁금해졌다.

1권에서는 시간, 지구와 바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를 발견하고 인류를 발전시킨 탐구와 창조의 역사를 담은 이 책 『발견자들』 1권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1권 시간, 지구와 바다

경험의 원초적인 차원들 중에서 가장 규정하기 힘들고 신비로운 '시간'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으로, 지구와 바다에 관한 서양인의 확대되는 전망을 살펴본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대니얼 J. 부어스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사학자이다. 부어스틴의 주요 저서로는 미국 문화의 특징을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밝혀내면서 미국 역사의 새롭고도 광범위한 관점을 담은 3부작이 대표적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전체적으로 연대순으로 이루어져 있고, 세부적으로는 서로 겹치도록 배열되어 있다. 고대에서 현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15부가 각각 연대순으로 앞부분과 겹친다. 맨 먼저 경험의 원초적인 차원들 중에서 가장 규정하기 힘들고 신비로운 '시간'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으로 지구와 바다에 관한 서양인의 확대되는 전망을 살펴본다. 또 다음으로는 하늘과 땅의 물리적 대상, 식물과 동물, 인체와 그 작용 등 자연을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과거가 이전에 상상했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발견자인 인간의 자아 발견과 원자 속 암흑 대륙에 관해 살펴보며 사회를 다룬다. (16쪽)

1권은 1편 '시간'과 2편 '지구와 바다'로 구성된다. 1편 '시간'은 1부 '하늘의 왕국', 2부 '태양에서 시계 안으로 들어온 시간', 3부 '선교사의 시계', 2편 '지구와 바다'는 4부 '상상의 지리학', 5부 '동양으로 향한 길', 6부 '세계의 항해', 7부 '아메리카의 경이로움', 8부 '모든 곳으로 이어지는 바닷길'로 나뉜다.



이 책은 달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펼쳐들면 그 깊이와 넓이가 방대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읽어나가게 된다. 이런 책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책을 통해 알아가는 것이 많을 때 지식이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것을 위해 책을 읽는 것일 테다. 그래야 책을 읽는 보람도 느껴지니 말이다.

1권에서는 시간, 지구, 바다를 바라본다. 지금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시절에 그 누가 처음으로 그렇게 했을까. 문득 '태양에서 시계 안으로 들어온 시간'이라는 표현 앞에서 경이로움을 느낀다.

신들은 시간을 구별하는 법을 처음 알아낸 사람을 저주한다.

또한 이곳에 해시계를 세운 사람도 저주한다.

나의 나날들을 비참하게 깎고 쪼개어

작은 조각들로 만들었다고!

_플라우투스 Plautus (기원전 200년경)

(책 속에서)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어떻게 하루, 시간, 분, 초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그 근원으로 들어가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1편에서는 시간, 2편에서는 지구와 바다를 살펴본다. 대항해에 관한 이야기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들으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 또한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될 때 쾌감을 느낀다. 그냥 타고난 이야기꾼이 줄줄줄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이 책은 떠먹여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알아서 코스 요리를 대접해주는 듯하다. 이 책에서 순서대로 하나씩 들려주면 나도 하나씩 알아가며 사색에 잠긴다. 그만큼 풍성한 만찬이 준비되어 있는 책이니, 독자는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일단 펼쳐들면 그 방대한 지식 세계에 감탄하며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서 하나씩 들려주는 느낌인데, 지치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것도 이 책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권 3권까지 이어지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권을 읽고 보니 1권만 읽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있어도 1권만을 읽는 사람은 드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2권, 3권에서 맞닥뜨릴 지식이 나의 기대를 채워주리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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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만에 배우는 경제학 수첩 - 바쁜 비지니스 퍼슨의 배움을 돕기 위한 경제학 교양 입문서
일본능률협회 매니지먼트센터 지음, 김정환 옮김, 이호리 도시히로 감수 / 미래와사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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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시간은 금세 다 지나가버리고, 오늘도 계획한 일의 절반도 다 못하고 지나갔다. 항상 하고 싶은 일의 절반도 못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은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늘 아쉬움은 있다.

특히 교양을 두루두루 부담 없이 익히고 싶은데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인 교양을 익히고 싶다면 이 시리즈 괜찮겠다.

이 책은 바쁜 비즈니스 퍼슨의 배움을 돕기 위한 교양입문서 수첩 시리즈 중 한 권인 『30일만에 배우는 경제학 수첩』이다.

이 시리즈에는 철학수첩, 심리학수첩, 경제학수첩, 경영학수첩이 출간되어 있는데, 나는 이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분량을 나눠서 할 수 있는 종류의 책이 부담이 없어서 좋다.

어차피 이 책의 내용을 보든 안 보든 하루 시간은 흘러가게 마련인데, 30일이 지나있으면 이 한 권의 책을 어떻게든 다 훑어보고 지나가는 것이니 꽤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런 마음으로 이 책 『30일만에 배우는 경제학 수첩』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감수는 이호리 도시히로. 도쿄대학교 명예 교수, 정책연구대학원대학 특별 교수이다. (책날개 발췌)

그런데 대체 무엇을 위해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일까?

경제학은 경영학과 달리 국가 전체의 경제 활동에 관해 고찰한다. 요컨대 일개 기업이나 소비자의 층위가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의 거대한 흐름 등을 '거시 경제학'과 '미시 경제학'을 활용해서 추측하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일개 비즈니스 퍼슨에 불과한 나하고는 상관없는 학문이네.', '우리 회사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경제학까지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나는 경제학이야말로 비즈니스 퍼슨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교양이며, 경제학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는 큰 격차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4~5쪽)

이 책은 DAY 1에서 DAY 30까지 구성되어 있다. 앞에는 프롤로그와 '배움의 성과 확인용 다이어리'가 있으니, 프롤로그를 보며 경제학 공부의 의미를 되새기고, 다이어리에 간단하게 날짜와 메모를 하며 어떤 학습을 했는지 짚어보면 좋겠다.

미시 경제학의 기본, 소비 행동이란?, 기업과 생산 활동, 독점이란?, 과점이란?, 거시 경제학의 기본, 케인스 경제학이란?, 금융 정책이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경제 성장의 흐름, 국제 경제를 이해한다, 경제와 환경문제, 경제학의 여러 문제들 등 30일에 걸쳐서 학습할 수 있다. 중간중간 칼럼 1 '경제학의 흐름에 관해 알아보자', 칼럼 2 '소비의 양극화는 왜 일어났을까?', 칼럼 3 '소비세 증세는 경제학적으로 옳다' 등 칼럼도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시작 부분은 파란색으로 제목과 간단 요약 내용이 있다. 이 책은 시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퍼슨이라면 이 정도의 기본적인 내용은 익혔으면 하는 바람으로 경제학 핵심 요약 수첩을 제공해주는 목적이 있다.

그러니 본문의 내용을 잊더라도 나중에 이 책을 펼쳐보았을 때, '간단 요약' 정도의 내용만이라도 술술 떠올릴 수 있도록 익혀두면 그것만으로도 기본은 익혀두는 셈이다.



본문 내용도 삽화와 도표, 그래프 등을 이용하여 한눈에 들어오도록 설명하고 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배려해 준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책이다.

그러니 그것도 하루하루 분량을 나누어 쪼개서 부담을 가볍게 해준다면, '이 정도는 익힐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알아두면 좋겠지만 다 알 자신이 없는 분야라면, 그냥 핵심적으로 기본만 익혀두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경제학에 대해서 그런 마음을 채워주는 책이다.



'미시 경제'와 '거시 경제'는 무엇이 다를까?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은 무엇이 문제일까?'

국가의 경제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가격과 가치의 차이는 무엇일까?

금융 정책이 시행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GDP를 알면 무엇이 보이게 될까?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누군가가 정리해준 경제학 수첩을 들여다보며 큰 틀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 교양입문서로 적합한 책이다. 경제학의 기본 지식을 학습하기에 부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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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와 정원 - 꽃의 법문을 듣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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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스님의 이야기와 함께 적재적소에 심어둔 글의 소재가 이 책 정원을 잘 가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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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와 정원 - 꽃의 법문을 듣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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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참아가며, 어느새 익숙한 일상이 되어,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잊고 있었던 것이 있다. 진리는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이 책의 표지에 '꽃의 법문을 듣다'라는 글을 보며 나는 무언가 번뜩이는 깨달음을 얻은 듯이 마음이 요동쳤다. 이미 내 주변에는 사시사철 꽃이 피고 지고 나무가 계절 따라 변화하고 있는데,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내 눈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나, 생각에 잠겼다.

그런 생각들이 이어지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이미 마음이 복작복작하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 책은 수행자의 안식처, 정원에서 보낸 사계절의 기록을 담았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수행자와 정원』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진 스님. 십 년째 산사의 뜰을 가꾸며 수행하고 있는 현진 스님은, 오천여 평의 부지에 꽃과 나무를 심어 농사를 지으며 정원 생활의 고요와 기쁨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꽃과 바람이 전하는 깨달음이 가득한 그의 정원에는 삶의 진리와 감사의 향기가 넘친다. (책날개 발췌)

산사에서 꽃 가꾸고 나무 키우며 자연의 섭리에 기대어 살다 보니 대부분 정원에서의 일을 글감으로 삼았다. 억지로 짜낸 이야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이야기다. 빼거나 덧붙일 것 없이 평소의 일상을 소소하게 풀어낸 것이다. (책을 내면서 중에서)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수행자의 정원'을 시작으로, '봄 - 꽃의 법문을 들어라', '여름 - 바람에게 물어라', '가을 - 꽃이 그냥 피지 않는다', '겨울 - 무욕의 숲에서 배워라'로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절에 보면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는데, 누가 가꾸는지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따로 정원사가 가꾸고 스님들은 염불만 하시는 건 아닐 텐데, 직접 정원을 가꾸리란 생각을 하지는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현진 스님이 절을 세우고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를 들려주니 곧바로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계절별로 꽃과 나무들을 기반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느낌이 들었다.

조곤조곤 잔잔하게 풀어가는 글을 보며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가는 시간을 보낸다.



원예에 몰두하는 시간이 '최고의 명상'이라는 말이 있다. 꽃과 나무를 가까이하는 분들은 이 말에 선뜻 동의할 것이다. 흙을 만지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일에 전념하게 된다. '꽃멍'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정원 가꾸기를 통해 순수한 집중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한번쯤 호미질 하다가 꽃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명상을 해 보시길. (125쪽)

이 책을 읽다 보니 자꾸 설득이 된다고 할까. 나도 꽃멍에 빠져들어볼까, 꽃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명상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하루는 짧고 할 일은 많고, 그런데 꽃까지? 삶의 우선순위와 명상에 관한 마음을 재정비해야 할까 보다.



이 책에 담긴 각종 문장과 시, 책 속 이야기 등의 소재가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현진 스님의 이야기와 함께 적재적소에 심어둔 글의 소재가 이 책 정원을 잘 가꾸어주었다.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되는 책이다. 다른 계절에 또다시 꺼내어 읽고 싶은 책이다.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을 읽다가 오래 기억하고 싶은 글귀를 메모해 놓았는데 한 줄 소개하면 이런 것이다.

"정원을 꾸리면서 느끼는 창조의 기쁨과 창조자로서의 우월감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한 뙈기 땅을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바꾸어 놓는다. 여름을 기대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과 색과 향기를 창조해 낼 수 있다. 작은 꽃밭, 몇 평 안 되는 땅을 갖가지 색채의 물결이 넘쳐나는 천국의 작은 정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편지 쓰는 일을 제외하고, 다른 글쓰기는 저녁 시간에 하고 싶어 했다. 그만큼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다는 것인데, 말년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정원에서 보냈을 정도다. 헤세는 정원에서 쉬고 관찰하며 인생에 대해 깊이 사색했던 셈이다. 흙, 꽃, 풀, 채소, 나무 등 자연이 가르쳐 주는 교훈을 삶으로 수용할 수 있다면 따로 경전을 읽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자연보다 더 위대한 교사는 없기 때문이다. (159~160쪽)



고대 그리스 로마의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일이 그대가 원하는 대로 되기를 원하지 말라. 일이 되어 가는 대로 되기를 원하라."는 말을 남겼다. 무턱대고 욕심만 부리지 말고 천천히 순리에 따르라는 잠언 아니겠는가. (174쪽)

책 속의 이 글을 보며 '아, 이 책이야말로 그렇다'라는 생각을 했다. 수행자의 정원이, 수행자의 책이, 그냥 욕심대로 다 심어 놓은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순리대로 적절하게 심어져서 독자에게 전달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적당히 가지치기가 되어 있으면서도 핵심적인 것은 잊지 않고 전달해주는 그런 책이다. 뭉클한 감동이 마음을 적신다. 비록 정원을 가꾸거나 꽃멍에 빠져들지 않을지라도,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나도 꽃과 나무의 법문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그것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은 듯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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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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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권에 이어 2권까지 달렸다. 일단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소설이다. 그러는 데에는 난생처음 접하는 어마어마한 진실 앞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풍경을 그리듯 술술 적어내려간 필력도 한몫하는 듯하다.

그 시절을 지나온 것도 알고, 예전에 일본으로 많이들 건너갔다는 것도 들어서 얼핏 알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보는 듯 그려내는 건 소설이어서 가능한 것일 테다. 소설이라는 매체 덕분에 엄청난 역사적 현장을 눈앞에 펼쳐보듯이 볼 수 있는 것이다.



2권의 시작에는 1권 줄거리가 살포시 담겨있다. 1권을 다 읽었지만 혹시 가물가물하다면 그때 도움을 받도록.



이 소설을 제목만으로는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던 것은 나의 무지 때문이기도 하다. '파친코 = 도박 = 관심 없음'이라는 편협된 사고 때문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오는 파친코의 의미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파친코는 일본에 남은 한국인들이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뛰어들어야 했던 사업이었다. 재일교포들은 일본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재일교포들의 삶을 4대에 걸쳐 풀어내고 있다. 작품 해설에 보면 이 소설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별적인 호칭인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재일교포들의 슬픈 디아스포라(신앙적, 경제적, 정치적 이유 등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로 이동하는 현상)를 다룬 이 방대한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교포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었고, 어떻게 차별을 받았으며,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는가를 진실로 느끼고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20세기 한국과 일본을 조망하고 기록한 중요한 사회문서이자 값진 문화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329쪽)

때로는 소설이기에 더 실감 나게 그 현실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쓴 소설인가도 영향을 크게 미친다. 이 소설은 작가 스스로가 미국 이민자이기 때문에 이방인으로서의 감정을 더 상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도 겪은 감정을 너무나 드러나지 않게, 담담하게 눌러 담아 글을 써내려가 그 부분이 오히려 더 폭넓은 독자층의 환호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히려 많은 설명이 없어서 더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도 받는다. 아, 노아. 아~ 노아!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노아라는 단어만으로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것이다.



책을 읽으면 사람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은 더 넓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4대의 삶과 고난을 들려주는 소설을 보면 그 이해는 시간도 초월한다. 그리고 입장을 바꿔 내가 선자라면, 한수라면, 노아, 모자수, 솔로몬이라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하늘이 무너질듯한 고통과 절망 앞에서 나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들에게서 삶을 한 수 배운다. 어떻게든 꿋꿋하게 살아내는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마음속에 꽉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몰랐던 재일교포들의 삶을 4대에 걸쳐서 소설을 통해 바라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고, 삶을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위치에서 힘을 다해 살아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데에 위안을 얻은 소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1권 첫 시작 "역사가 우릴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라는 첫 문장이 더욱 처절하게 느껴진다. 첫 시작의 그 느낌보다 몇 배는 더 묵직하고 어두운 현실이었지만, 그 또한 삶이고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이들이 열심히 살아낸 그 역사를 살펴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책과 드라마 두 가지 다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꼭 먼저 책을 읽기를 권한다. 드라마는 아직 시즌이 다 끝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책을 먼저 읽고 드라마를 본다면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알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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