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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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을 보면 '휴남동 서점'이라는 간판을 단 동네 서점이 눈에 띈다. 동네에 이런 서점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편안하게 들어가서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살짝 생각해본다.

평범해 보이지만 사람을 잡아끄는 뭔가가 있는 동네 서점,

이곳에 위로와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런 분위기 좋다. 여기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도 말이다. 소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시작 전부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 책은 오직 독자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바로 그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다.

밀리의 서재 베스트셀러 1위이며, 독자 요청 쇄도로 종이책으로 출간되었고, 종이책, 전자책 합계 15만 부를 돌파했으며, 전 세계 6개국 판권 수출을 했다고 한다.

일단 펼쳐들어 읽다 보니 '진작 읽을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소설이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으며 휴식과 위안의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황보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도 매일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고 있다.

"이 소설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해요. 책, 동네 서점, 책에서 읽은 좋은 문구, 생각, 성찰,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성장,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그리고 좋은 사람들." (책날개 중에서)

그러니까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민하고 흔들리고 좌절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애써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스스로 나를 포함해 나와 관계된 많은 것을 폄하하게 되는 세상에서 나의 작은 노력과 노동과 꾸준함을 옹호해주는 이야기를,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느라 일상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나의 어깨를 따뜻이 안아주는 이야기를. (362쪽)

이 책의 저자는 오랜 꿈이었던 작가가 된 지 반년쯤 지났을 때, 좋은 문장을 쓰는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어쩐지 이루어지지 못할 소망으로 느껴져 잔뜩 의기소침해진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소설을 써볼까.

서점 이름의 첫 글자는 '휴'로 시작되어야 한다. 서점의 대표는 영주이고 바리스타는 민준이다. 딱 이 세 가지 아이디어만 갖고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고, 이 외의 것은 소설을 쓰면서 정해나갔다는 것이다.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그제야 이름과 특징을 결정지었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땐 이미 등장해 있던 인물과 지금 막 등장한 인물이 대화를 나누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등장인물들이 알아서 내용을 진척시켰고 다음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소설이 전개된 것이다.

구체적인 줄거리는 미리 그려놓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영화 <카모메 식당>이나 <리틀 포레스트> 같은 분위기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을 맨 나중에 읽기는 해서 작가가 원하는 분위기를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그 영화들을 떠올렸다.

나도 무척 좋아하는 그 분위기를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느껴보게 되었으니…….

그래서였을까. 내내 기분이 좋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하고 정겹다.

카페 주인 영주와 바리스타 민준을 기점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을 연결해주면서 수많은 에피소드가 벌어진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휴남동 서점에 와서 북토크도 하고 강의도 하면서 등장인물들이 친분을 쌓아간다.

대화를 통해 서로 위로받는 장면들을 보면서 '인생은 다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남동 서점이 인생의 대화장소가 되어 따뜻한 마음을 얻어간다.

처음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다가도 시간이 흐르며 휴남동 서점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받는 장소로 변해간다. 그 이야기가 이 책에 정겹게 담겨 있다.

이 책은 읽어나가면서 문득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오는 문장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 사이에서 나도 휴남동 서점에서 존재하면서 이들의 대화를 함께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악에서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려면 그 앞에 불협화음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음악에선 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인생도 음악과 같다고요. 화음 앞에 불협화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생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거라고요. (132쪽)

현재를 놓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어쩌면 잊고 있었던 것을 민준과 정서의 대화를 통해 듣게 된 것이다. 이들이 위로받고 깨달은 만큼 나에게도 위로가 되는 시간이다. 현재의 삶을 재조명해본다.

"성숙한 삶의 태도예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사람의 삶의 태도는."

"그런가요……."

뭔가 생각에 잠긴 듯 보이는 민준을 힐긋 보더니, 정서가 뜬금없이 연극적인 말투로 말했다.

"시즈 더 데이 Seize the day."

그러자 민준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정서의 말을 받았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우리의 키팅 선생님이 말씀하셨죠. 너만의 걸음을 찾아. 너만의 보폭, 속도, 방향, 네가 원하는 대로!"

그날 민준은 정서에게서 위로를 받았다. (280쪽)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말은 우리도 매일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 사회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을지라도 매일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거든, 그 사람들 덕분에. (325쪽)

사람이 혼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리며 지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네 인생이 특별히 나쁜 것만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을지라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이 또한 성공한 삶 아니겠는가.

많은 생각을 하며 읽어나갔다. 삶에 대해 재조명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잔잔한 흐름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실제 존재하는 듯해서 더욱 실감 나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공감도 하고 따뜻한 위로도 받게 되었다. 한동안 내 마음속에 휴남동 서점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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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의 말 품격 수업 - 단어, 말투, 태도가 깊어지는 50의 말 공부
조관일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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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진짜 어른다움을 완성하는 50가지 언격(言格)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해서 관심이 생겼다.

그러고 보면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왜 저렇게 말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니 품격 있게 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오십의 말 품격 수업』은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나이인 오십에 그중 가장 중요한 이치인 '말의 이치'를 깨닫고 품격 있는 화술의 소유자로 거듭날 수 있게 도와주는 대화 지침서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을 통해 말 품격이 바뀌는 화술의 법칙들, 말투 갈등 해소법, 스몰토크와 유머의 구사 원칙, 침묵의 전략, 주도권을 잡는 질문의 힘까지 배워보는 시간을 갖는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오십의 말 품격 수업』을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조관일.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대한석탄공사를 흑자 기업으로 전환한 '人인 테크' 이론의 창안자이며, 친절서비스 분야 국내 선구자로 꼽히면서 한국 HRD 대상 명강사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창의경연연구소 대표, 한국샌더스은퇴학교 교장으로서 기업체 및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 21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조관일TV'의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책날개 발췌)

이어폰으로 '귀틀막' 하고 마스크로 '입틀막' 하는 것이 일상화됐습니다.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신경 쓰이는 것을 넘어 공포를 느끼기에 이르렀습니다. 비대면의 전화 통화를 하는 것마저 부담스러워합니다. 이름하여 '콜 포비아(call phobia)'입니다. 토크 포비아가 낳은 또 하나의 병폐죠. 대면 대화든 전화통화든 왜 말을 섞는 데 두려움을 느낄까요? 신경 쓰는 게 싫어서입니다.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귀찮을뿐더러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이냐도 스트레스입니다. 그렇지만 대화를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대화의 가치가 더 커졌습니다. 이제는 대화의 양이 아니라 질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적게 말할지언정 제대로 말해야 합니다. 즉 품격을 갖춰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게 말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대화를 나누면서 동시에 상대가 품격을 느끼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 지혜를 나누고자 한 것이 이 책의 출발이었습니다. (7~8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오십, 말의 품격을 생각할 때'를 시작으로, 1부 '말의 품격에 대하여', 2부 '품격 있게 말하는 법', 3부 '입으로 망하지 않으려면', 4부 '통하는 대화, 막히는 대화'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품격 있는 대화 능력으로 행운이 충만하기를'로 마무리된다.

공자는 일찍이 한마디 말을 하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라며 '삼사일언(三思一言)'을 강조했습니다. 좀 더 신중한 말, 책임 질 수 있는 말을 하기 위해 세 번쯤 깊이 생각을 다듬으라고 했는데, 그 세 번 중에 한 번 정도는 '나의 언격은 어떤지', '말의 품격은 괜찮은지'에 할애하는 것은 어떨까요? (32쪽)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시대를 짚어보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언격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은 인생의 후반부인 오십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 한번 짚어볼 만한 언어의 품격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를 다 지키기는 힘들겠지만, 그중 몇 가지는 '아, 이건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좀 더 본격적으로 마음에 담아보면 되겠다.



이 책에는 다양한 예시와 함께 짚어볼 만한 이야기가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말의 품격을 점검해볼 수 있겠다.

특히 누구든 말실수를 하는 법이고, 이 책 안에 저자가 행했던 말실수도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해나가니, 진솔한 이야기에 더욱 집중해서 읽어나간다.

완벽해지지 못함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니, 하나씩 짚어보며 마음에 담아보면 되겠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니 말에 대한 것도 각양각색이겠지만, 이왕이면 말의 품격, 언격을 갖추기 위해 어떤 점을 생각해볼지 이 책을 통해서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은 '삶의 변곡점에 선 당신을 위한 리스타트 대화술'이다. 대화법을 고민하고 있다면, 품격있게 점검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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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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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이 있었다. 별생각 없이 펼쳐들었는데 의외로 눈길을 멈추게 된 책이었다. 책 속의 모든 것이 나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만든다. 여행지의 사진도 어딘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작가의 글도 옛 추억에 잠기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분명히 저자의 책인데 구석에 처박혀 먼지 풀풀 날리고 있는 나의 옛 일기장을 우연히 꺼내어 읽는 듯한 책이었다. 그 책이 바로 황경신의 『생각이 나서』 였다.

이 책은 74만 독자가 선택한 『생각이 나서』 작가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달 위의 낱말들』이다.

그것은 매일 일어나는 기적

그러나 네가 돌보지 않았던 기적이다. (책 띠지 중에서)

이를테면 하루가 저물고 또 하루가 오는 일, 하루를 살기 위해 네가 아침마다 눈을 뜨는 일, 때로 부주의하고 때로 불친절한 너를 견디고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여 쓰러진 몸을 일으키고 무너진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 모두 기적이다. 기억하지 않아도 돌보지 않아도 묵묵히 일어나는, 갸륵한 기적이다.

_본문 중에서

본문을 본격적으로 읽어나가기 전에 표지 그림과 몇 가지 문구를 보고 이미 이 책에 빠져들고 말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달 위의 낱말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황경신.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 안에서 잠시 꼼지락거리며 쓰다 만 글을 생각한다. 생각의 꼬투리가 잡히면 컴퓨터를 깨우고 쓰기 시작한다. 틈틈이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리고 샤워를 한다. 식사를 하면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글을 쓰고 글을 쓰다가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하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러다가 쇼핑 사이트를 열어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입한다.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거나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가끔 번거롭고 대체로 느긋하다. 종종 고요하고 자주 행복하다. (책날개 중에서)

어느 적막하고 쓸쓸한 밤, 당신이 그리워 올려다본 하늘에 희고 둥근 달이 영차 하고 떠올랐다. 달은 무슨 말을 전하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달의 표면에 달을 닮은 하얀 꽃들이 뾰족 솟아 있었다. 썩은 열매의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달로 날아가, 꼬물꼬물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뻗고 꽃잎을 여는 중이었다. 터지고 쫓고 오르는 것들, 버티고 닿고 지키는 것들이 거기 있었다. 인연과 선택과 기적이 거기 있었다. 뭔가 다른 것이 되어.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것이 되어. (5쪽)

이 책은 2부로 구성된다. 1부 '단어의 중력'에는 내리다, 찾다, 터지다, 쫓다, 지키다, 오르다, 이르다, 버티다, 닿다, 쓰다, 고치다, 선택, 미래, 행복, 막장, 인연, 기적, 안녕, 원망, 공포, 몽매, 단순, 침묵, 미련, 소원, 연민, 고독, 재회, 2부 '사물의 노력'에는 컴퓨터, 자동차, 오디오, 소파, 토끼, 전화기, 피아노, 카메라, 책, 청소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을 펼쳐들고 읽어나가며 이내 익숙해진 것은 황경신의 노트, 황경신의 언어여서일 것이다.

한동안 음미했지만, 한동안 잊고 있었고, 그 간극이 무색하게 다시 익숙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언젠가 시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또다시 나는 이 책을 문득 툭 꺼내들어 음미하고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이 책의 시작부터 하고 있었다.



이 책의 순서는 단어로 되어 있다. 요즘 들어 자꾸 내 언어의 폭이 좁아지고 한정된 언어 속에서 살아가며, 때로는 그 언어도 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이 책에서 던져주는 단어가 기억 속의 나를 끌어올려 준다.

신기하게도 이번 책 역시 황경신의 노트이지만 나의 노트를 찾은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그건 제목이 너무나도 평범한 단어여서 그럴 것이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누구든 그 단어를 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게 될 것이다.



뭉뚱그려 대충 넣어둔 예전 기억을 꺼내어 섬세하게 펼치고 정리하고 의미를 담아 생명을 불어넣는다. 단어를 쪼개고 다듬어 새로운 의미를 들려준다. 가만히 듣다 보면 몰랐던 무언가가 번뜩이며 파지직 떠오른다. 그렇게 하나씩 깨달아가는 것이다.

누군가의 생각노트를 보며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1부는 나의 노트를 들여다보는 느낌, 2부는 작가의 고백을 듣는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소금기 어린 옷가지들을 세탁기에 넣기 위해 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네가 움직이자 세계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역류가 멈추고 시간은 현재에서 미래로 흘러간다. 익숙하지 않음에 익숙해진 너는 비로소 안도한다. 여름이 지나갔다. 이제 너는 과거 속에 고요히 잠이 든 시간을, 잠시 행복에 잠겼던 순간을, 네 곁에 머물렀던 불완전한 기억을 쫓으며, 가을과 겨울과 봄을 견딜 것이다. 완전을 원한다면 둘 보다 하나라고 되뇌며, 무언가에 쫓기듯 생각을 쫓을 것이다. (32쪽)

지금은 한여름의 시기이지만, 곧 이 글과 딱 맞는 날이 올 것이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가벼운 나날도 곱씹으며 음미할 수 있는 언어로 둔갑한다. 평범한 그런 날의 생각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는 표현이 좋다.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표지의 달이 더 반짝인다. 일상의 순간이 달처럼 반짝거리기를. 나에게도 저자의 표현처럼 '갸륵한 기적'으로 여길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더 많아지기를…….

이 책을 읽으며 과거를 바라보고 미래로 향하고 있는 나를 본다. 이 책이 나를 그렇게 이끌어준다. 평범한 단어도 의미를 쪼개고 다듬어 갈고 닦아서 보석처럼 내 앞에 보여주는 책이니, 단어들 속으로 푹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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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바람그림책 128
지미 리아오 지음, 한미숙 옮김 / 천개의바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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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만의 국민 그림책작가 지미 리아오 작품이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만의 국민 그림책작가'라는 수식어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직접 읽어보니 진짜 그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대단한 작품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뭉클하고 가슴 저리는 느낌이 꽤 오래간다.

그림책으로 사람 마음을 이렇게 뒤흔들어놓다니!

그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 《별이 빛나는 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지미 리아오. 대만의 동화작가로 2009년 발표된 <별이 빛나는 밤>은 2011년 린슈우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된 <미소 짓는 물고기>는 2006년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이 책에는 외로운 소녀와 외톨이 소년이 나온다.

그러한 상황이니 스토리 자체가 어둡다.

아이들이 그리는 현실 세계는 우울하다. 그런데 아마 글만 적혀있었으면 어둡기만 할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환상적인 느낌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칫 어둡게 비칠 수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내다니! 그림의 역할이 크다.

그림 속 세계는 색감도 풍부하고 신비롭다.

그림이 아니면 이런 느낌을 가져올 수 없으리라.



밝은 그림이 나오면 한없이 따뜻하고, 상상의 세계는 내가 인식하는 세상 이상으로 뻗어나간다.



어둡고 차가워도 외롭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그 안에 따뜻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는다.



지금껏 그림책에서 그림은 글의 보조 역할로만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바꿔야겠다.

이 책에서는 그림이 많은 이야기를 충분히 해주고 있다.

그림이 이렇게 글보다 위에서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다니, 내가 아는 그림책의 범위를 다시 써야겠다.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는 건

어딘가에 빛이 있다는 거야. (책 띠지 중에서)

꿈속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그림으로 눈앞에 펼쳐지니 더욱더 환상적이고 신비롭게 다가온다.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게 하는 그림책이다.

아마 이 책을 펼쳐들면 마법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가장 찬란하고, 가장 고요했던, 별이 빛났던 밤'을 꺼내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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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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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고 나는 두 번 놀랐다. 생각보다 두꺼운 것에 한 번, 그럼에도 빼놓지 않고 읽게 만드는 필력에 또 한 번 놀랐다.

에릭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있었다.

그는 환자를 정성스럽게 돌보는 의사였다.

그러던 그가 스스로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하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게 되었는데…….

과연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 책 《15분마다》를 읽으며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 책의 저자는 리사 스코토라인. 20여 편 이상의 작품들을 발표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녀의 책은 현재까지 2500만부 넘게 판매되었고, 30개국 이상의 나라에 출간되었다. 그녀는 에드거 상과 《코스모폴리탄》에서 '두려움을 모르는 여성 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1장부터 68장에 걸쳐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 장의 소제목은 없고 그냥 숫자로만 되어 있다.

이 소설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나는 소시오패스다'라는 말로 시작하니 말이다.

그리고 더 솔깃한 발언을 한다. 바로 책에서 본 바로는 24명 중 1명이 소시오패스라면서, 거식증 환자는 3퍼센트인데 모두들 그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정신분열증 환자는 겨우 1퍼센트에 불과한데도 모든 언론이 앞장서서 다루는데, 소시오패스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이 없거나 전부 다 살인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악마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테러범이나 살인자, 무자비한 독재자의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악마가 자신들의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직장에서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을. CVS 매장의 계산대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기차 옆 좌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체육관의 러닝머신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자신들의 딸과 결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린 여기 있고, 당신을 속이고 있다.

우린 당신을 노린다.

우린 당신을 훈련시킨다. (12쪽)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있는 누군가가 소시오패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오싹한 느낌이 든다. 그런 마음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이 책은 강렬한 시작과 함께 상황에 따른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어서 일단 시작하면 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 '15분마다'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는데, 강박장애 증상이라고 한다.

"15분마다 반드시 해야 하는 행동이 있어요. 그 시간이 되면 머리를 두드리고 뭔가 말을 해야만 해요." (89쪽)

이 책에는 소시오패스, 강박장애, 불안장애 등의 질환을 소재로 스토리가 상세하게 전개된다.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나타는 정신질환은 충분히 스릴러 소설의 소재가 되어 긴박감을 준다.

과연 범인이 누구인지, 끝까지 몰입해서 읽게 된다.



이 책은 여성 작가 스릴러 소설 시리즈 중 두 번째 소설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리사 스코토라인의 스릴러 소설이다.

인간 모두를 아우르는, 그러니까 부모 자식 지인 친구 등 인간 모두를 아우르며 표현하는 책이라서 더욱더 관심 있게 읽게 된다.

보는 사람의 시점에 따라 느낌이 다 다를 것이다.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고 심리묘사를 잘 해서 놓치지 않고 읽게 만든다.

강렬하게 몰아쳐서 압도적인 느낌이었다. 그러니 책 두께가 두꺼운데도 쉬지 않고 읽게 되었다. 흡인력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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