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 마지막 3년의 그림들, 그리고 고백 일러스트 레터 1
마틴 베일리 지음, 이한이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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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반 고흐 전시도 보러 다녀오고 관련 서적도 제법 읽었다. 반 고흐를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라고 하는데, 거기에 내 마음도 보탠다.

이 책에는 반 고흐가 죽기 전 3년간 머물렀던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서 남긴 그림과 편지가 실려있다고 하여 읽어보고 싶었다.

가장 예술혼을 불태우던 시절의 그림과 함께 편지가 담겨 있다니 '이건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세계적인 고흐 전문가이자 저명한 미술지 기자인 저자가 선별한 고흐의 편지와 그림이 함께 소개되니, 인간 고흐의 삶과 그의 마음을 가늠하며 읽어나간다.

겉 표지부터 매력적이고, 내용은 더욱 마음을 잡아 끄는 책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마틴 베일리. 반 고흐 전문가이자 영국의 미술 전문지 <더 아트 뉴스페이퍼>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런던에 근거지를 둔 그는 2019년 테이트브리튼미술관에서 열린 <반 고흐와 브리튼>전을 비롯해 몇 차례의 반 고흐 전시회를 기획했다. 고흐에 대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썼다. (책날개 발췌)

프랑스 파리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빈센트 반 고흐는 빛나는 색채를 찾아 프로방스로 향했다. 1888년 2월,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아를에 도착했을 때 그는 서른다섯이었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아를에서 보낸 편지', 2부 '생레미에서 보낸 편지', 3부 '추신. 오베르에서'로 나뉜다. 빈센트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서, 더 읽기, 도판 목록 등으로 마무리된다.



서문을 보니 이 책의 구성과 필요성을 알 수 있었다. 그 부분만 읽어도 이 책의 구성과 빈센트 반 고흐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표현해주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걸작들은 그가 프로방스에서 보낸 27개월 동안 그린 것이다. 남프랑스 지방의 강렬한 햇빛 아래 네덜란드 출신 화가는 해바라기, 과수원, 올리브 숲, 추수하는 광경 등을 포착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편지를 남겨서 지금 우리가 자신의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편지는 주로 파리나 네덜란드에 떨어져 사는 친구와 가족에게 쓴 것이다. 빈센트는 편지에서 아를, 크로의 들판, 알피유산맥 등 프로방스의 정경을 묘사하는 것은 물론, 좋아하는 화가와 소설가를 언급하며 그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했다. 또한 수입이 없는 생활이나 예술계에서 무시당하며 살아가는 매일매일이 얼마나 힘든지 토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주목할 내용은 자신의 그림을 언급한 것인데, 그럴 때면 종종 당시 작업 중인 그림을 설명하고자 조그마한 스케치를 첨부하였다. (11쪽)



평소에 고흐가 문학작품도 많이 읽었고, 글쓰기 자체에도 문학적인 소질이 있었다. 빈센트의 깊은 마음을 편지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스케치도 함께 담겨 있어서 걸작의 탄생 과정을 더욱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편지 글귀를 보면서 반 고흐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한 걸음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작품 위주로 바라보았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인간성을 보며 그의 작품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꽃 피는 아몬드나무>. 우리가 아는 빈센트 반 고흐의 걸작들은 그가 죽기 전 3년간 머물렀던 프로방스에서 그린 것이다. 프랑스 남부의 강렬한 햇빛 아래 그는 수많은 작품과 수백 통의 편지를 남겼다. 편지 대부분은 자신을 평생 후원해 준 남동생 테오에게 보낸 것이다.

이 책은 고흐가 아를, 생레미드프로방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여행지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그린 그림과 스케치, 편지를 모두 담은 매력적인 한 권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작가의 작품을 편지와 삽화로 읽는 <일러스트레터> 시리즈 첫 번째 책! (책 뒤표지 중에서)

그림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편지를 통해 작품 탄생 배경을 살펴볼 수 있어서 이 책이 더욱 특별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고흐의 작품과 그의 인간적인 삶을 색다르게 감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고흐의 고통을 함께 하는 듯 가슴이 아팠다. 그의 고통까지 바라보게 되어서 거장의 삶이 얼마나 아팠는지 느낄 수 있었다.

편지를 통해 상세하게 알게 되었고, 스케치와 작품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인상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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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을 걷는 시간 - 천년을 잠들어 있던 신라의 왕궁 소설가 김별아 경주 월성을 가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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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별아가 천년 왕성 월성에서 걷고 느끼고 적어나간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지금껏 잠자고 있던 우리의 유산이 이제 막 깨어나는 느낌으로 생동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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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을 걷는 시간 - 천년을 잠들어 있던 신라의 왕궁 소설가 김별아 경주 월성을 가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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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라도 누가 가느냐가 이렇게 다르게 다가온다.

'경주 월성을 가다'라는 글 앞에 '소설가 김별아'라고 적혀있으니, '아, 이 책 읽어봐야겠다!'로 마음이 동한다.

그런데 월성이 어디지?

프롤로그에 보면, 경주를 찾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첨성대와 불국사와 석굴암은 알아도 월성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학창 시절 배웠던 역사 교과서에도 없었고, 월성지는 실제로 천년이 넘도록 궁성의 흔적조차 없이 완벽한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호기심이 생겨서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었다.

베스트셀러 『미실』의 작가 김별아가 그 주요 무대였던 경주 월성을 걷고 느끼며 기록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 『월성을 걷는 시간』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별아.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조선 여성 3부작'으로 『채홍』 『불의 꽃』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를 펴내는 등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원작을 복원한 '무삭제 개정판' 『미실』,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를 다룬 『탄실』, 조선 뒷골목의 살인 사건에 세밀한 상상을 더한 『구월의 살인』을 발표했다. 이외에 소설집과 산문집을 다수 출간했다. 2016년 의암주논개상, 2018년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프롤로그는 박목월의 「사향가 思鄕歌」로 시작한다.

밤차를 타면

아침에 내린다.

아아 경주역.

이처럼

막막한 지역에서

하룻밤을 가면

그 안존하고 잔잔한

영혼의 나라에 이르는 것을.

천년을

한가락 미소로 풀어버리고

이슬 자욱한 풀밭으로

맨발로 다니는

그 나라

백성. 고향사람들.

_박목월, 「사향가思鄕歌」 중에서 (프롤로그 4~5쪽)

목월의 시 「사향가」가 수록된 시집이 출간된 1959년 무렵에는 서울에서 경주까지 하룻밤을 새워 달리는 야간열차가 있었다는데, 밤기차로 꼬박 달려 새벽에 닿은 경주역은 어떤 풍경이었을지 궁금해하는 저자의 말에 나는 이제야 그곳을 궁금해한다.

첨성대, 석굴암, 불국사, 대릉원……. 수학여행지이거나 관광지로 만난 경주의 첫인상은 맥락 없이 나열되어 기억 속에 흩어져 있기 일쑤다. (8쪽)

나에게도 그랬다. 수학여행을 가서 여기저기 끌려다니듯 수동적으로 돌아다녀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그곳을 '언제 한 번 다시 가야지' 생각했다가, 그 생각마저 잊고 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서 신라의 천년 왕성 월성을 이야기하니 무척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천년 잠들어 있던 문화재 발굴하듯 조심스럽게, 비밀의 문을 열 듯이 두근거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천년 왕성, 월성의 모든 시간'을 시작으로, 1장 '천년을 잠들어 있던 도시', 2장 '시간을 더듬어 만난 삶의 흔적_월성 안의 이야기', 3장 '신라, 무엇을 꿈꾸었던가_월성 밖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다시, 경주'로 마무리된다.

일러두기에 보면, 이 책은 2019년 《경북매일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 <월성을 걷는 시간>을 토대로 수정 보완하여 구성하였으며, 본문에 소개되는 『삼국유사』 『삼국사기』의 내용들은 한국사데이터베이스를 참고로 작성하였다고 언급한다.



신라 사람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첫날은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오직 두 발로 월성을 걸어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길을 건너자마자 불쑥 나타난 고분은 마총과 금관총을 포함한 노서리 고분군이었다. 거기서 길을 건너면 동남쪽으로 천마총과 황남대총으로 유명한 대릉원이 자리하고, 대릉원에서 길을 따라 가면 첨성대 그리고 계림이 나타난다.

이때부터는 발걸음을 늦추고 상상력의 보폭을 넓혀야 한다. 천 년 전, 천오백 년 전 그때의 사람들처럼 천진하게 혹은 위엄 있게 주위를 둘러본다. 월성 입구에서 3, 400미터 앞쯤에는 오뚝하고 어여쁜 첨성대가 하늘을 향해 머리를 열고 있다. (22쪽)

아, 기억난다. 아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나도 걸으면서 그곳을 둘러보았는데, 경주에 가봤다는 것 말고는 기억이 희미하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며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그곳에 직접 가서 걷고 있는 것처럼 읽어나갔다.

오히려 직접 가는 것보다 이 책으로 접한 것이 훨씬 실감 나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직접 가더라도 나에게는 안 보이는 부분이었을지도 모르니까.

특히 전혀 모르던 것이 아니라, 얼핏 알던 것들이 조각조각 맞춰지는 느낌으로 읽어나가니 읽는 맛이 있다.

깊이 우려낸 육수 맛을 맛보는 듯, 그렇게 이 책을 음미하며 읽어나간다. 천천히 조금씩, 야금야금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낯선 월성이 한껏 가까워진다. 그저 월성이라는 이름이 왜 붙여진 것인지부터 하나씩 호기심을 채워간다.

월성은 말 그대로 성의 모양새가 초승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월성을 찍은 위성 사진을 보면 낫 같기도 하고 눈썹 같기도 한 초승달 모양새가 선명하다. (37쪽)

열흘 붉은 꽃은 없다던가? 천년은 영화, 그리고 다시 천년은 폐허였다. 신라의 패망으로 더 이상 왕성일 수 없는 월성은 고려의 지배 하에 300여 년 동안 방치된 채 잊혔다. 한때 '황금의 나라'의 왕궁으로서 휘황했던 궁궐은 햇빛과 눈비와 바람과 이슬에 바래고 삭아갔다. 아니, 아무리 그렇대도 어쩌자고 흔적조차 말끔히 사라졌단 말인가? (51쪽)

이 책은 월성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읽어나가게 된다. 옛 시인의 시와 사료를 통해 그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현재 그곳을 직접 가보고 세세하게 풀어나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현재 그곳에서의 감정을 엿볼 수 있어서 현장감이 느껴진다.

월성은 반달을 닮은 터전 위에 지은 달의 궁궐이다. 풍류를 이야기하며 즐기기에는 쨍한 낮보다 어둑한 밤, 이글이글한 해보다는 은은한 달이 어울린다. 쌀쌀하지만 청량한 밤이다. 월성은 순량한 초식동물처럼 어둠 속에 나부죽하다. 발굴 조사 현장인 동시에 시민들의 산책로 역할을 하는 월성에는 LED등이 길을 따라 켜져 있어 천년 전의 횃불과 등롱을 대신하고 있다. (132쪽)



신라 그리고 경주와 서라벌의 중심이 바로 월성이다. 월성은 아직까지 다른 유물 유적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지금껏 파편적으로 이해했던 신라를 전체의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경주를 관통했던 동해남부선이 이설되고 동궁의 본래 범위가 확인되고 월성의 발굴 조사가 진행될수록 월성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질 테다. (265쪽)

월성의 최후에 대해서도 견훤이 불을 놓았다는 기록과 몽골 기병이 황룡사를 태웠다는 기록이 엇갈리며, 아무래도 신라 패망 후 방치되다가 화재로 소실되었을 가능성이 크다(249쪽)는 것이다.

하지만 화재에 의해 일거에 사라진 것이라면 오히려 현재까지 땅속에 상당한 유물이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니, 월성은 계속 발굴되며 현재보다 미래에 더 많은 모습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소설가 김별아가 천년 왕성 월성에서 걷고 느끼고 적어나간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월성이 생소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펼쳐들어 읽어나가기를 권한다. 지금껏 잠자고 있던 우리의 유산이 이제 막 깨어나는 느낌으로 생동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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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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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부터 읽으려고 벼르다가 드디어 읽게 된 소설이다. 한참을 책장에 꽂아두고 적절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문득 '지금!'이라고 생각되는 틈을 타서 이 소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일단 펼쳐드니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통통 튀는 흐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한 것이다.

왜들 그렇게 이 책을 극찬하는지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초판이 나온 지 벌써 15년이 흘렀지만, 그때 20대였던 독자들이 지금 결혼을 하고 30대가 되어서도 가끔씩 이 책을 꺼내 다시 읽는다고 한다.

다시 읽을 때마다 전에는 몰랐던 소설 속 행간의 의미를 깨우치거나 세월의 힘이 알려준 다른 해석에 놀란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 드디어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미래 어느 날 문득 꺼내들어 읽을 듯하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양귀자. 1955년 전주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8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나온 이후, 소설집 『귀머거리 새』 『원미동 사람들』 『슬픔도 힘이 된다』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 『길모퉁이에서 만난 사람』을, 장편소설 『희망』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을, 장편동화 『누리야 누리야 뭐하니』와 산문집 『따뜻한 내 집 창밖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삶의 묘약』 『부엌신』 『엄마노릇 마흔일곱 가지』 등을 펴냈다. 유주현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21세기문학상을 수상했다. (책속 작가소개 전문)



이 책의 제목은 모순이다. 모순은 이 책의 제목이자 이 소설 전반에 걸쳐서 큰 기둥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이며, 우리 인생 전반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옛날, 창과 방패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이 창은 모든 방패를 뚫는다.

그리고 그는 또 말했다.

이 방패는 모든 창을 막아낸다.

그러자 사람들이 물었다.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294쪽)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모순을 안진진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주인공 안진진은 25세의 여성이다. 시장에서 내복을 팔고 있는 억척스런 어머니와 행방불명 상태로 떠돌다 가끔씩 귀가하는 아버지, 조폭의 보스가 인생의 꿈인 남동생과 한 가족이다.

엄마와 쌍둥이로 태어나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이모도 이 소설에서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만우절, 외할아버지, 딸 쌍둥이 엄마와 이모……. 이러한 소재들이 이 책에서 흥미롭게 연결된다.

하필 그날이 만우절이라는 것이 인상적이다. 만우절에 딸 쌍둥이를 낳았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이십오 년 뒤 4월 1일, 딸 쌍둥이를 한날한시에 혼인시켰는데, 외할아버지는 쌍둥이 딸들 일생의 가장 중요한 두 기념일을 4월 1일 하나의 날로 묶어버리는 아주 특별한 일을 해치우신 분으로 후손에 영원히 기억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안진진이다. 안진진이 주인공이 되어 이쪽저쪽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런데 이름이 안진진이라는 것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고 보니 이름부터가 모순인 셈이다.

이십몇 년 전, 당신이 참 진(眞) 자를 두 개씩이나 넣어 이름을 지어준 나, 그러나 운명적으로 '안'이라는 부정(否定)의 성을 물려주어 안진진으로 만들어버린 나, 떠돌아다니던 그 많은 낮과 밤의 아버지 시간들 중에 그런 내가 차지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어느 슬픈 일몰의 시간에 혹시 나를 생각하며 축축하게 눈시울을 적신 적은 없었을까. (269쪽)



소설의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스토리를 따라가다가 이 책 속에서 발견하는 문장에 무릎을 탁 치며 감탄한다. 음미하고 읊조리고 마음에 담아둔다.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얼마 전 어떤 책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구절인데, 내게는 아주 훌륭한 충고가 되어준 말이었다. (21쪽)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188쪽)

어쩌면 나이대에 따라, 삶의 경험이 점점 쌓여감에 따라, 이 책이 주는 깊이가 다를 듯하다. 통통 튀는 글 속에서 묵직한 인생을 엿본다. 결코 만만치 않은 우리네 인생 말이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296쪽)

사람들 사는 것이 다 모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그런 건가 보다.

안진진의 이야기를 보며 독자는 각자 자신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인생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것이다.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 실수는 되풀이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삶의 순간순간 깨달으면서 말이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간접경험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건네받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소설 읽는 시간이 인생을 탐색하는 여정이 되었다. 특히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며 거기에 따른 사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이 책이 주는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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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 생의 마지막 순간, 영혼에 새겨진 가장 찬란한 사랑 이야기 서사원 일본 소설 1
하세가와 카오리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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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과 스토리에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라는 제목까지 잘 어우러져 와닿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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