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원미동 사람들 1
변기현 지음, 양귀자 원작 / 북스토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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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원미동 사람들을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작품이 양귀자 원작이라는 것도 몰랐고, 그렇게 유명하다는 것도 잘 몰랐다. 그저 누군가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읽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은 상황을 표현하는 데에 적절했고, 소재 자체도 집중하게 되는 그런 만화였다. 특히 만화로 표현되어 있어서 읽는데에 부담도 덜했다. 아무래도 그런 점에서 만화를 즐겨 읽게 된다. 요즘은 정말 볼만한 만화도 많이 있고, 읽어보면 느낌도 좋다. 슬슬 넘기다 보니 어느새 끝자락을 넘기게 되었다. 가볍지만은 않은 현실, 그렇다고 무겁게만 그려진 것은 아닌 글과 그림을 본다.

 

 만화 원미동 사람들은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미동이라는 것을 처음 접해보게 되니 실존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했다. (이런 점은 그곳에 살고 계시는 분들에게 결례인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나에게 생소한 동네이니 솔직하게 적어본다.) 그 동네가 가난하다기보다는 80년대의 상황에 맞게 그려진 것으로 판단된다.

 

 1권에서는 이사가는 은혜네 이야기로 시작된다. 은혜 아빠의 심리가 잘 보인다. 그림과 함께 하니 희망과 절망, 기쁨과 괴로움이 잘 표현된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어우러진다. 이 책을 만화로 먼저 보게 되어서 소설 원작에 대한 궁금증도 더해진다. 만화로 먼저 접한 것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2권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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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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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석 작가의 만화는 <100도씨>, <울기엔 좀 애매한>을 통해 접해보았다. 100도씨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불편한 마음을 느꼈다. 그 이후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울기엔 좀 애매한>이 출간되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읽어보았다. 제목처럼 애매한 느낌의 책이었다. 가볍게 웃고 넘기기엔 마음이 무거워지고, 그렇다고 슬픔 속에만 빠져버리기엔 개그와 자학의 내공이 상당한 책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이번에 읽은 작가의 책은 <습지생태보고서>였다. 사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습지 관련 이야기인 줄로만 알고, 읽기를 미루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리얼궁상만화라는 타이틀이 있었다. 반지하 단칸방에 서식하는 비루한 청춘들의 웃기고 눈물 나는 생태보고서라는 표지의 말을 보고 잠시 읽기를 주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니 작가의 내공은 역시나였다.

 

 웃다가, 공감하다가, 웃다가, 기분이 가라앉았다가를 반복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까지 넘기게 되었다. 특히 녹용이의 귀여운 모습에 그런 동물 한 마리 길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그러던 차에 녹용이를 일주일만 데리고 있고 싶어하는 지나의 출현, 그리고 녹용이의 실체를 이야기하며 거절 아닌 거절을 하게 된 최군. 지나는 애꿎은 녹용이를 욕한다며 실망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갑자기 스윽 나타난 녹용이의 한 마디가 압권이었다. "쯔쯔......자네 혹시......진실은 통한다고 믿는 거야?"

 

 사람보다 녹용이의 존재가 이 만화의 감초처럼 느껴져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표정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가 어찌나 통쾌한지. 어쩌면 사람들만 나와서 지지리 궁상을 떨었다면 이 책을 읽다가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책도 꽤나 유쾌하게 읽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뭔가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쩌면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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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다음날 - 안녕이라 말하고 30일 동안
하워드 브론슨.마이크 라일리 지음, 선우윤학 옮김 / 큰나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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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약이다. 흔히 이별에 있어서는 그런 조언들을 많이 한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라느니, 시간이 다 해결해줄 것이라느니, 그렇게 이별의 상처는 멀어져간다. 물론 맞는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떠올려보면 애써 기억을 되살려도 가물가물거리는 느낌이다. 더이상 아프지도 않고,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 상태가 되려면 긴 시간이 흘러야 한다.

 

 이 책의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별 후 다음날이라!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혼란스러울 상황일까. 그 시기에는 현실을 부정하게 되고, 기가막힌 상황이 믿기지가 않을 것이다. 현실도피의 마음으로 애써 마음의 상처를 덮으려고만 한다면, 그 상처가 들쑤셔지고 덧나는 상황이 꽤나 오래 갈 것이다. 문득문득 그런 일들이 마음을 파고들 것이다.

 

 사실 이 책을 당장 읽게 된 것은 호기심에서였다. 일종의 보험 같은 것. 대비책 정도라고 해두자. 사실 이별 후 다음날에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고, 한창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할 때에는 이런 책은 읽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랑과 이별에 상관없는 지금이 이 책을 읽기 적절한 때라고 판단되었다. 그렇게 이 책을 무덤덤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

 사랑을 떠나보내고, 삶을 사랑하기 위한 '30일 간의 지침서'

이 책의 띠지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이 책을 사용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그런 시간이 온다면 30일간은 이 책이 하란대로 맡겨두고 싶다. 이렇게 하든 하지않든 흘러가는 것은 시간일 테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책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별 후에 읽었으면 이 책이 더 마음에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별 직후에 30일간 읽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간에 다른 책을 읽을 정신이 없다면, 그저 하루에 약간씩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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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 이제하 판타스틱 미니픽션집
이제하 지음 / 달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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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소설 오랜만이다. 뜨뜻미지근한 마음으로 '어디 한 번 읽어볼까?' 가볍게 생각하고 손에 잡은 소설이다. 짧으면서 강렬하고, '헉~!' 감탄사를 내뱉으며 다시 앞 장을 넘겨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살펴보게 된다. 슬슬 읽다가 순간 다시 집중해서 앞으로 돌아가서 정독을 하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그런 기분을 느꼈던 소설이 언제였던가. 20년쯤 전이었다. 소설의 제목도 저자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지막 장면이 너무도 강렬해서 나를 전율에 떨게 했다. '이런 상상을 할 수도 있구나!' 책을 읽는 시간보다 그 강렬한 느낌에 생각하는 시간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그런 기억.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상상을 할 수도 있구나!'

 

 장편소설의 긴 흐름은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며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책은 짧으면서도 강렬해서 마음에 들었다.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소설가의 힘인가보다. 상상력은 소설의 원천. 가끔은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읽으며 현실적이라는 생각으로 공감하게 되는 소설도 읽지만, 가끔은 이렇게 뜬금없는 소설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며 그저 달달한 소설일거라 예상을 했지만, 그 예상을 깬 것이 첫 번째 반전이었고, 생각보다 짧은 글의 모음이라는 것이 두 번째 반전이었다.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라는 표지의 글에서 기대한 내용과는 살짝 달랐다. 그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약간 쌀쌀한 느낌이 드는 늦가을, 너무 달달한 소설은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이제하 노래모음 CD를 들으며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은 덤이었고. 부담없이 오며 가며 한 편씩 읽었기에 읽는 부담도 없었다. 가끔은 글자가 너무 많은 소설을 읽으며 부담스러운 느낌을 갖기도 하니 말이다.

 

 이 책에 담긴 짧은 이야기들 중에 <곰의 나라>가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고양이로 비슷한 상상을 해보긴 했지만, 상상에 그치고 말았는데, 유쾌한 상상이었다. 소설가는 그런 소재를 끄집어내서 글로 완성하나보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야기들도 각각의 색깔을 내뿜는 매력이 있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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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로다 화연일세 세트 - 전3권
곽의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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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소설 읽는 것이 극히 줄었다. 현실감 넘치는 소설 속에는 푹 빠져들게 되어 그 여운이 나의 일상을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소설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두근두근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특히 마음이 바쁜 때에 장편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큰 결심을 해야 가능하다. 그 소재가 나를 얼마나 흔들어놓느냐에 따라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준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꿈이로다 화연일세>라는 3권으로 된 장편소설이다. 내가 제주도에 오지 않았다면, 서예와 그림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읽어보지 않았을 책이다. 책은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 빛을 발하게 되나보다. 세 권짜리 소설이라는 것이 지금 나에게는 꽤나 많은 분량의 소설이었는데, 어느덧 소치의 마음으로, 추사의 마음으로, 초의의 마음으로, 은분의 마음으로 빠져든다. 분량이 많다고 생각되던 첫 마음은 책을 읽을수록 빠져드는 데에 따라 분량이 줄어드는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전체 3권으로 이루어진 소설, 그것도 꽤나 두꺼운 책이지만, 책을 읽는 맛을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살아있는 글이라는 느낌이 든다. 생생하게 생동감있는 표현에 중독된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적절히 섞인 싯귀라든가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사투리, 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에 마음 졸이며 계속 읽어나갔다. 이 책에는 구수한 사투리와 그림, 차의 향기가 어우러진다. 거기에 사랑 이야기는 조미료. 감칠맛 나는 소설을 읽으며 옛시대의 한 사람이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본다. 지금은 비행기 한 번 타고 오면 바로 올 제주도를 예전에는 뱃멀미해가며 죽을 고비 넘겨가며 그렇게 오갔겠구나! 지금은 도로가 뚫려서 금방 갈 거리지만, 예전에는 몇날 며칠을 주구장창 걸어서 소식을 전했겠구나! 현실 속의 내가 과거의 시간을 상상해본다. 그 당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을 찾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열망이 강해야 가능했을까. 그림을 보겠다고, 가르침을 받겠다고, 제자를 가르쳐달라고, 서로에게 연결되는 그들의 인연의 끈이 애틋하다. 소치,추사,초의의 마음을 이 책을 보며 가늠해본다.

 

 먼저 이 책을 읽으며 빠져든 이야기는 초의와 허련이 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차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들이 차를 마시며 대숲에 이는 바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라든지, 추사가 초의 선사의 차를 기다리는 장면은 파노라마처럼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리고 추사가 소치 허련에게 한 말이 귓가에 맴돈다. 꼭 나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거기에 혼이 들어있어야 하는 것, 혼이 스며들어야 해!" (191쪽)

"기교나 잔재주를 부리면 밥벌이는 하겠지만!" (192쪽)

소치 허련의 그림에 대한 열망, 스승 추사에 대한 마음, 여인에 대한 사랑.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것이 삶의 소리 아니겠는가. 그 시대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별반 다를 바 없겠지만, 같은 시대에 만났으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1권에서 구수한 사투리와 차의 향기, 감칠맛 나는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책 속으로 점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면, 2권은 아픔이었다. 책을 읽으며 소치의 마음도, 은분의 마음도, 완산 이씨의 마음도 충분히 와닿으며 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소치의 자식들인 은과 오란의 마음까지도 속속들이 와닿았다. 책을 읽으면서 소설가의 능력에 탄복하게 된다. 어쩌면 이렇게 묘사를 잘 했는가.

 

 2권의 초반에는 추사가 위당에게 소치를 추천하면서 적어준 서찰의 내용 중 압록강 남쪽으로는 소치를 따를 자가 없다라는 말에서 제자에 대한 추사의 자랑을 느낄 수 있었다. 대단한 극찬이었다. 책을 멈추고 소치의 작품을 찾아보게 만들었다. 소설로 그의 작품에 대해 관심이 생기게 된다. 가끔 나오는 제주의 이야기도 관심이 갔다. 하지만 2권에서는 추사가 해배되어 제주를 떠나게 되었으니 제주이야기는 끝났고, 여인들과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마음을 후벼팠다. 완산 이씨의 안타까운 상황에 마음을 저민다. 3권의 이야기를 계속 읽어나가야겠다.

 

 인생이라는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혼은 안타까운 인연이 더해져 상승작용을 하나보다. 그저 작품 하나만을 놓고 봤을 때 알지 못하는 인생을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알게 되고, 작품을 다시 보면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최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을 보며 흘려넘겼던 추사 김정희 초상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추사의 제자인 소치 허련이 그린 추사의 초상이라던 그 그림을 다시 필치 하나하나 짚어가며 바라보게 되었다. 추사 김정희 유배지도 다시 가보고 싶어지고, 초의선사의 동다송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실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보며 그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대된다.

 

 3권에서는 소치와 여인들의 어긋나는 인연이 안타까워 마음이 쓰리다. 은분이라는 여인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안타까운 인연의 어긋남에 속이 시끄러워진다. 인생의 흐름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그 안타까움이 더하다.

 

 구수한 사투리로 보여주는 심리적인 친밀감, 중간중간 섞인 싯귀, 머릿 속에 그려지는 차의 향기와 맛깔스런 향토적인 음식 등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장점이었다. 저자의 묘사는 눈길을 뗄 수 없는 마력이 있었다. 대충 읽을 수 없는 힘이 있었다. 문장 하나하나에 살아있는 혼을 느꼈다. 무엇보다 소치 허련과 그와 인연이 되는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관심이 더 커졌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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