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가야노 도시히토 지음, 임지현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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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폭력은 나쁘다,고 이야기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 정당화 되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현실을 보게 된다.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이라는 제목 뒤에는 그 반대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폭력은 안 된다'고 말하는 인간이 정작 더욱 강력한 폭력을 행사하며 그것을 '좋은 폭력'으로 정당화한다. (13쪽)

어쩌면 나도 그러한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었나보다. 이 책을 보면 "폭력은 나쁘다!"라고 말하는 자들이 더 큰 폭력을 휘두르는 예로 학교체벌이나 포로를 학대하는 미군의 사진을 올려놓았다.

 

 이 책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폭력의 극치, 살인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소년 범죄 문제를 논의하는 TV토론 프로그램에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 토론장에 있던 한 중학생이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하자, 패널리스트인 전문가들 모두가 대답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31쪽)

왜 대답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생각하며 계속 읽어나갔는데, 나의 대답도 마찬가지로 논리적인 헛점이 너무 많았다. 결국 그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혼돈만 온다.

 

 이 책에는 칸트의 정언명법과 폭력, 국가와 폭력, 국가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보다 쉽게 와닿는 분량과 제목으로 유추해보았다가, 생각보다 범위가 커졌음을 느낀다. 연관된 내용이기는 해도 원했던 내용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이 아쉬워진다.

 

 이 책을 읽으며 세상 일을 단정지어 생각하지 않아야겠다고 느꼈다. 오히려 내용보다는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이라는 제목이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각각의 경우에 따른 다양한 현상을 냉정히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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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 [Pai]: 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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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배낭 여행자들이 잠시 머물려고 왔다가 아예 눌러앉아 버린다는 태국의 산골 마을, '빠이'. 그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 바쁘게 행군하듯이 여행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외치는 나, 마음에 들면 그곳에 며칠이고 머물면서 여유를 부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 어찌 '빠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을 보며 그곳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졌다. 여차하면 당장 배낭을 싸들고 여행을 떠나겠다는 각오도 하고.

 

 빠이(PAI)는 태국인들이 자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는다는 곳이다. 요즘 슬슬 여행 정보와 여행 서적에 눈길이 가는 내 마음이 수상했다.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빠이>라는 제목을 보고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라는 말이 마음에 먼저 와닿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빠이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찾아읽었다. 이미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유명한 곳이었나보다. 여행자들에게 빠이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곳인가보다. 그곳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아무래도 직접 가보고 판단해야할 나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기대하던 것과 실제는 약간 달랐다. 나는 빠이에서의 여행 정보와 그곳 이야기만 담은 책을 기대했지만, 이 책은 저자의 여행 에세이다. 게다가 인터뷰를 담은 부분은 나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어쨌든 저자는 골라먹는 재미를 느끼도록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느낌이다. 빠이 여행을 앞둔 사람들이나 그곳에 대해 잘 몰라서 궁금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곳의 환상을 마음껏 보여줄 것이다. 아무래도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아이 돈 해브 타임 부분에서 웃음과 함께 공감을 느꼈다. 앞으로 시간없어서 뭔가를 못하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 생각해본다.

 

- 저 고개 너머까지 좀 태워줄래요?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어요. 아이 돈 해브 타임!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타오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 시간이 없다면 당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군요.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시간을 갖고 있다구요. 난 내 차에 송장을 태우고 가고 싶진 않아요. (143쪽)

 

 

"도시에서 우리는 얼마 자주 말했던가요?" 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 또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뒤로 미루며 살았으니 말이다.

 

 이것 저것 많은 것이 담겨 핵심을 살짝 비껴간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빠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 대해 이 책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이다. 언젠가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이곳 빠이를 떠올릴 것이다. 지금 쯤이 그곳은 성수기일테니 한 번 떠나볼 요량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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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배신 - 그들은 어떻게 내 주머니를 털어갔나
백성진.김진욱 지음 / 맛있는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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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 허리띠 졸라매고,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조금만 돌아다녀봐도 경제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 좀더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 어쩌면 오지 않을 핑크빛 미래만 바라보고 있다.

 

 모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있는 사람들이 더하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나만 모르고 살고 있나보다. 당신은 금융에게 밥이고, 봉이고, 졸이다! 라는 띠지의 글은 그런 생각에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번쩍 정신이 차려진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머리말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은행사,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등과 거래를 했다면 당신 역시 100% 당했다고 보면 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그들의 이익일 뿐이다. 당신의 이익은 그들의 안중에도 없다.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과 의무를 그들에게 기대했다면 당신은 아직도 덜 당한거다. 금융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금융을 바꾸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인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러면 어떠헥 바뀌어야 할까?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 (7~8쪽)

섬뜩해진다. 나도 아직 덜 당한 소비자였다. 저절로 바뀌지 않을 금융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 속으로 들어가보면 더욱 심각하다. 이 책의 3부 소비자냐, 속이자냐 를 보면 자세한 내용을 잘 볼 수 있다. 설마했던 사실들이 좀더 구체적으로 정리가 되고, 멍청해서 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애초에 당신들을 세뇌시키려고 하는 의도를 가지고 쓴 책이다. 당신들 뇌를 정상으로 바꿔놓기 위한 세뇌다. 당신들 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는 도둑들에게 소리라도 한 번 질러야 하지 않겠는가. (106쪽)

 

 경제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도 모르면서 나의 것을 빼앗기고 있다면 제대로 알고 내 소리는 내야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보며 깨달아본다. 뉴스를 보며 그냥 흘려버렸던 이야기들이 현실과 맞물려 달그락 소리를 낸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맺음말의 이야기에 동의한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이 세상에 왔고, 일단 왔으니 살아야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나는 그냥 따르며 사는 것, 다른 하나는 바꾸며 사는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둘 다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세상이 조금은 상식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내 생각처럼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이 책을 덮고 나서 괜히 뒷골이 당긴다. 그래도 행복하자. "행복합시다!"라는 저자의 마지막 인사가 머릿 속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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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지음 / 난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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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이 하는 것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새로운 것을 창작해내는 것이다. 요즘 특히 그림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러다보니 그런 생각이 더 강화되었다. 특히 <명화 속 비밀 이야기>를 읽으며,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표현해내는 작가들의 예술 세계에 감탄했다. 책 속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대한 상상은 사실 책을 읽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각자 다른 이미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을 표현해내는 사람들의 작품은 기가 막히다. 조금만 시선처리가 다르게 되어도 작품 내용은 180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것이 정말 다양하고 흥미롭다.

 

이 책의 작가는 1997년부터 나무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여덟 차례나 <목수 김씨>전을 열었다는데, 역시나 내 관심분야가 아니었던 것이 맞나보다.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면 관심도 없었던 생소한 분야의 책을 왜 읽으려고 했나를 먼저 밝혀야겠다. 그것은 '이야기'라는 단어에 끌렸기 때문이다. 작품 자체보다 작품 해설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은 것이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창의적'이라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을. 누군가의 책을 보고 평가하는 것은 쉽지만, 그렇게 써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뼈를 깎는 고통과 두려움이 병행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새로운 글을 쓸 때 창작의 고통이 뒤따르고, 마찬가지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이야기와 혼을 불어넣어야하기 때문에 새로운 탄생을 앞두고 방황하게 된다.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였던 깎고 다듬고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는 목수의 작품과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보게 된다.

 

 표지에 '김진송 깎고 쓰다'라고 저자 이름을 밝힌 것처럼, 저자는 목공예와 함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예술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새로운 교두보가 된 셈이다. 덕분에 눈돌리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감상으로 발을 내딛게 되었다. 작품을 보며 이야기도 듣고, 관심도 가져본다. 예술은 쉽고 어려움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교감하고 마음을 흔들어 놓는 '느낌'이라는 생각이다.

 

 가장 나의 시선을 끌어들인 작품은 역시 책과 관련된 것, '책의 바다에 빠져들다'이다. 그 작품을 구상하고, 나무를 깎고, 형체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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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여행자 - 일상에 안착하지 못하여 생활이 곧 여행이 되어버린 자의 이야기
유성용 지음 / 갤리온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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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저자의 책 <여행생활자>를 읽으며 이 책 <생활여행자>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무래도 기대를 잔뜩 하고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항상 그렇다. 기대를 잔뜩 하고 보았을 때 결국 어떤 것을 보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여행생활자>를 볼 때와 느낌이 너무 달라 당황스럽다. <여행생활자>를 볼 때에는 한 장 한 장 줄어드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은 혹시나 뒤에 맘에드는 글이 있을까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결국 끝을 보고 말았다. 중간에 약간 졸리기까지 했다는 점, 솔직하게 써본다. 어쩌면 지금 내 마음 상태가 그때와는 또 다르기 때문인 것일까.

 

 이 책을 장례식장 앞에서 읽었다. 잘 모르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애매하다. 나와는 안면이 없는 사람이기에 밖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책을 읽었다. 우울함이 겹쳐서일까.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고 가버리는 사람 앞에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일종의 배부른 넋두리같아서 살짝 공감대를 비껴나간다. 어제는 내 마음을 흔들어놓은 무언가가 오늘은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책이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문제였을지도.

 

 지금의 느낌은 그렇지만, 좀더 시차를 두고 읽었으면 생각에 잠기며 독서할 수 있는 책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책을 읽는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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