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아포리아 - 뻔한 도덕을 이기는 사유의 정거장
사토 야스쿠니 & 미조구치 고헤이 엮음, 김일방.이승연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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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식적으로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예전에는 내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을 접했을 때 버럭 화부터 나곤 했다. 하지만 살다보니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람마다 달랐고, 내 기준으로 생각하던 것을 바꾸어보며 폭넓게 바라보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당연히 이런 것이다."라는 확정적인 생각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쪽으로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점점 우유부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 책, <모럴 아포리아>를 보며 나는 우유부단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고. 혼란스럽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에 담긴 윤리 테마는 이율배반적인 것이어서 어느 한 편으로 생각을 정리하기 힘든 것들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모르겠다"고 덮어두었던 기본적인 질문들을 다시 한 번 끄집어 내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구성은 사회의 아포리아, 좋은 삶에 관한 아포리아, 자유의 아포리아, 도덕의 존재에 대한 아포리아 등 총 4부로 나뉘어 있다. 각각 주제에 따라 세세하게 나뉜다. 기본적인 명제가 제목으로 주어지고 그에 따라 테제와 안티테제의 의견이 먼저 제시된다. 그런데 좀더 깊이 들어가보면 테제나 안티테제 중 한 가지의 의견에 국한되던 나의 소신이 흔들리고 만다. 사실 어느 한 편으로 명확하게 기울기 힘든 주제이긴 하다. 어떤 주제에 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경우가 있지만, 어떤 것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좋았다.

 

 이 책을 읽다보니 생각보다 흥미롭다. 혼자 읽어나가는 것보다는 같이 독서하며 의견을 교환하는 토론 형식으로 이 책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관심있는 주제라면 좀더 깊이 생각해보거나 다른 책을 보며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유익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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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 - 행복과 성공을 부르는 공간 창조법
브룩스 팔머 지음, 허수진 옮김 / 초록물고기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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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시원한 책을 읽었다. 잡동사니에 관한 이야기가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는 책이었다. 우리는 거대한 쓰레기통에 사는 것이고, 그 어떤 것도 우리 자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고 또 깨닫는다. 그동안 정리에 관한 많은 책을 읽어봤지만, 나를 확실한 행동으로 이끈 책은 이 책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이다.

 

 집안이 지저분하다고 생각했다. 정리를 해도해도 그다지 티가 나지 않는다고만 생각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이 자신의 잡동사니는 보이지 않는 법이라고 생각되었다. 나의 잡동사니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쳐다보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옛날 물건부터 치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물건들이 내 곁에 있었는지 조차 모른채 방치되어 있었고, 나는 그 물건들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마음 속으로 질문을 했다. 예전에 아끼던 것이지만 지금은 사용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들에게도 이별을 고했다. 속이 후련하다. 잡동사니의 기운에 눌려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확 풀려버리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중간 중간 독서를 멈추게 한다. 독서를 멈추고, 잊고 있던 잡동사니들을 떠올리며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또 읽고, 또 정리하고,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그래도 즐겁다. 기분 좋게 정리를 하게 되어 행복한 느낌이다. 잡동사니들이 나의 기운을 그렇게 빼는 것인지, 없애보니 알겠다. 이제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 아직 잡동사니들이 꽤나 많지만, 지금 현재는 이것으로 만족!

 

 책을 그저 읽기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소용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올해 읽은 정리 관련 책 중 나를 변화시키고, 내 주변의 잡동사니를 제거하게 한 최고의 책이었다. 이번 주 이 책 덕분에 속시원하게 정리를 해본다. 물건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계신 어머니께도 이 책을 슬쩍 권유해보았다. 백 마디 잔소리보다 더 효과적으로 집안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나를 자유롭게 해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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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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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순하다. 처음에는 <고양이 변호사>라는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보다 더 솔깃한 제목이 있겠는가?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 책을 선택해서 읽었다. 그런데 의외로 흥미로운 전개에 모처럼 소설 속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기대 그 이상인 책이었다.

 

 

 

 

 

 

 

 

 

 이 책은 일단 가독성이 좋아서 재미있는 책이었다. 고양이 변호사에 대한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영구차를 훔치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야기들이 얽히고 설켜 이어지니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책장이 줄어드는 것에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마지막장까지의 여정동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었다.

 

 사무소에 고양이를 키우고 매번 맞선에서 퇴짜를 맞는 변호사 모모세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고양이 테누와의 첫만남이나 일종의 에피소드들도 고양이를 상상하며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또한 모모세의 구두에 물을 뿌려 닦아주었던 할머니는 나중에 어떻게 만나게 될지 궁금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그런 즐거움을 느끼면서 책을 읽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다시 보니 <고양이 변호사: 시신의 몸값> 원작소설이라고 쓰여있다. 일본 TBS 화제의 드라마라고 한다. 역자 후기에 보면 요시오카 히데타카라는 배우가 모모세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그 배우가 궁금하여 검색을 해봤는데, 나 역시 역자처럼 "앗, 모모세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모모세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려 드라마로도 멋지게 만들었나보다. 드라마도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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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 - 자연과 나누는 친환경 순환농법
여태동(바람길) 지음 / 북마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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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 살 때에는 작은 텃밭을 가꾸면서 여유있게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막상 텃밭을 가꾸는 일을 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다. 텃밭 가꾸는 것도 굉장한 노력과 힘이 필요하던데, 농사를 짓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도대체 어떻게 시기에 맞게 그렇게 일을 잘하고 많이 하시는지 볼수록 놀랄 일이다. 결국 나는 1년동안 완전 조그마한 텃밭 가꾸기 체험을 끝으로 그냥 장에 가서 사다먹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훨씬 속편한 일이기도 하고 먹을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고, 보통 일이 아니었다. '도시농부'라는 수식어에 궁금한 마음이 들어 이 책 <도시 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를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을 보다보니 저자는 10여 년 전 도시농부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깐 농사를 지어보고 책을 낸 것이 아니라,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여러 가지 농사를 지어보고 그에 관한 노하우를 나름 알려주고 있다. '풍신난 도시 농부'라는 인터넷 네이버 카페의 사람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서로 도움도 주고받고 친환경 먹을 거리를 자급자족하는 모습이 정말 좋게 느껴졌다.

 

 이 책은 농사일기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야말로 일기 형식이다. 독자로서 별로 궁금하지 않은 사소한 이야기까지 모두 들어가있는 것이 조금은 사족처럼 느껴졌지만, 일기이니까 그런 부분은 얼른 넘기고 농사를 위한 정보를 알차게 끄집어내어 메모해둔다.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된 정보는 tip부분이었다. 올해에는 다른 농사는 다 집어치우고 방울토마토만 몇 개 심어놓았는데, 저자는 지지대를 정말 강조한다. 안그래도 모종시절의 지지대를 토마토가 이미 넘어가고 있고, 가지치기를 아까워서 못하고 있었는데, 얼른 선배 농부의 조언을 새겨들어 지지대부터 튼실하게 세워두기로 했다.

 이 책을 보면 농사는 진짜 힘든 일이겠지만, 작은 텃밭 정도는 가꾸고 싶은 의욕이 생기게 된다. 뜻 맞는 사람들끼리 공동체처럼 어우러져 도움을 주고 받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부럽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부록으로 실린 도시농부의 텃밭 매뉴얼도 좋은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미리 읽었으면 텃밭 가꿀 때에 그렇게 시행착오를 하지 않았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붕소와 석회로 땅을 소독하고 중성화시키는 것도 몰랐고, 토마토에 지지대를 사람 키 정도 길게 세우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배운다. 내년에는 용기를 내어 간단한 작물 하나 정도 추가하여 텃밭을 가꾸고 싶어진다. 자급자족 농사에 매료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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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 일러스트로 만나는 감성 여행에세이
봉현 지음 / 푸른지식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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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가 나를 사로잡은 책, 책 속의 그림이 나를 뒤흔든 책, 제목만으로는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그림이 모든 것을 덮어주는 책, 그런 책을 읽었다.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는 한동안 기억에 남을 그림들로 가득한 책이다.

 

 

 예전에는 여행을 하며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해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는데, 요즘들어 그림 없이 여행했던 시간이 아쉬워진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그 여행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여행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이곳에 머물러있는 것이 더 좋은 그런 시기, 여행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여행 이야기를 보는 것을 즐기는 정도로 족하다.

 

 저자는 처음에 현실이 너무 싫어서 떠났고, 오랜 기간 떠돌다보니 돌아올 곳이 있어서 좋았으며, 지금은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살고 있다고 한다. 어느 시기에도 그림을 그리며 여행을 했기에 그 기록이 독자의 마음도 사로잡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히 이 책 속으로 빠져든다. 글과 그림이 생각을 던져준다. 특히 그림에 매료되어 두근거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읽어가다보니, 내가 여행을 대하던 때와 많이 비슷함을 느꼈다. 어떤 때에는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사람들에 이끌리기도 하고, 내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과거의 시간을 떠올리며 지금 현재의 나는 생각에 잠겨본다. 이 책이 생각을 이끌어내는 매개가 되었다.

  

 

바티칸의 '천지창조'도,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스페인 광장도, 고대 건축물인 콜로세움도 모두 보았지만 왠지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차라리 이름 없는 골목 어딘가의 사람들 모습이 더욱 흥미롭다.

 

68쪽, 70쪽 글 

 

 

 게으르게 여행하다 보면 못 보게 되는 유명한 장소들이 있다. '아껴뒀다가 이 핑계로 한 번 더 놀러 오지 뭐'하는 막연하고도 즐거운 생각을 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바쁘게 이곳저곳 다 보고 가면 다음 번에는 김새서 제대로 다니겠냐고, 다음에 갈 곳 한 곳쯤은 남겨놔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웃음이 났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반가운 마음에.

 

 여행 이야기를 하자면, 무엇보다 짐이 우선이다. 여행을 떠날 때에는 배낭 하나에 무엇을 넣어야할지 고민이 되고, 자칫하면 금세 배낭이 가득 차게 되어 다시 몇 번을 정리해야 한다. 막상 여행을 떠나보면 그다지 필요없는 것도 함께 들고다니게 되어 짐은 그야말로 짐이 된다. 그래서 이 책 속에 저자가 남긴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예찬> 중에서 발췌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짐은 인간을 말해준다. 짐은 물질적인 형상으로 나타난 인간의 분신과 같은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많은 초콜릿 판을 지니지 않고는 길을 떠나지 못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런 것보다는 프루스트 전집이 필수라고 생각하고, 제 3의 인물은 저녁에 해가 저물어 잠자리를 구할 때 적어도 이미지 관리는 해야 하므로 정장 양복은 꼭 넣어서 떠나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예찬> 중에서

 여행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배낭은 큰 것 하나와 작은 것 하나 정도가 전부다. 아무리 무겁게 들어도 그 이상의 물건을 지니고 다닐 수는 없다. 가끔은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그들의 인생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며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그림을 자세히 보다보면 어떤 장면인지, 어느 곳인지, 특색이 잘 드러나는 것이었다. 말이 많지 않아서 좋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좋았으며,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좋은 책이었다. 그림이 돋보여 글을 채워주는 여행기라는 생각이 든다. 글과 그림에 빠져 여행 이야기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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