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길을 묻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신들의 땅
이훈구 글.사진 / 워크컴퍼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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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감히 갈 생각을 하지 못한다. 나의 체력으로는 무모한 일이다. 직접 오르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인데, 책을 통해 생생한 감동을 전해받기로 한다. 멋진 사진을 보며 그곳의 광경에 감탄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사진을 마음에 담고, 글을 통해 그곳을 느껴본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 책 『히말라야 길을 묻다』를 통해 경이로운 마음으로 히말라야 여행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기자생활 20여년 만에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바깥 나들이를 했다. 2011년 8월부터 2012년 1월까지 히말라야 일대를 헤매고 돌아다녔다. 박정헌 대장이 이끄는 패러글라이딩원정대를 동행 취재를 하게 된 것이다.

히말라야 산맥은 직선 거리로 무려 2400km나 된다. 난 서쪽 끝 파키스탄 카라코람 히말라야에서 인도 히말라야와 네팔을 거쳐 칸첸중가가 있는 인도 시킴까지 카메라를 동무 삼아 발품을 팔았다. (서문 中)

 

 히말라야는 아무런 짐 없이 올라가도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곳이리라. 그런데 짐은 물론이고, 성능 좋은 카메라까지 들고 올라간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교통마저 좋지 않은 곳에서 6개월의 긴 기간동안 진행되는 대장정은 생각만해도 체력이 바닥나는 느낌이다. 거의 매일 사진과 메모를 정리하느라 서너 시간밖에 못자며 강행군을 한 결과물이 이렇게 멋진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 책에는 파키스탄 히말라야, 인도 히말라야, 네팔 히말라야 등 총 3 파트의 내용이 실려있다. 사진만 보아도 눈을 사로잡고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경외감에 압도당한다. 단순히 히말라야의 자연 경관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그곳 사람들의 생활 등 삶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있어서 읽을 거리가 풍부하다. 이야기로만 듣고 궁금했던 곳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는 시간이다.

 

 배낭여행객들의 3대 블랙홀 중 하나라는 파키스탄의 훈자, 그곳의 현재를 볼 수 있었던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곳은 장수마을로 유명한 곳이지만, KKH(카라코람 하이웨이)로 인해 공산품이 대량 유입되고, 관광객이 늘면서 일을 안 해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니 비만도 생기고, 그런 원인으로 인해 이제는 100세가 넘은 노인을 찾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원정팀이 도착하기 몇 달 전 한국에서 어느 연구진이 방문해 100세가 넘은 노인들을 찾아다녔다고 하나, 마을의 작은 은행에서 노인에게 지급하는 연금 수급자 명단을 입수해 분석해보니 100세 이상 노인이 단 세 명뿐이었단다. 훈자 마을의 기원과 언어,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곳을 배경으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만들었다는 점, 그곳의 라마단과 결혼식 풍경 등 이 책을 읽으며 훈자 마을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풀어보게 되었다.

 

 인도의 레, 옛 불교 왕국 라다크의 수도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오래된 미래』를 통해 언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으나, 가는 길의 험난함은 그곳을 향한 마음의 거리가 더 멀어지게만 한다. 황금빛 초원이라는 뜻의 소나마르그, 카슈미르에서 중국으로 통하는 실크로드의 주요 관문이다. 사진을 보니 설산 배경의 초원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2800m 높이에 위치한 소나마르그는 설산을 배경으로 한 완만한 언덕이 있어 영화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 인도 영화의 여러 배경으로 쓰인 듯하다. 달나라나 화성의 사진에서 본 모습 같은 풍경, 바위산 꼭대기의 곰파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에 감탄하고, 티베트 불교 용어 등 간단하게 지식을 채울 수 있는 부분까지 더해 알차게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박범신의 소설과 연극을 통해 접했던 『촐라체』에 관해서도 나온다. 여정에 함께 했던 박정헌 대장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이야기가 담겨있다. 목숨을 겨우 건진 대신 손가락과 발가락을 잘라야 했고, 거벽 등반가로서의 전도유망한 삶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산이다. 두 명의 조난자를 발견해 구출한 이는 두나르 셰르파. 두 사람을 집으로 데려가 3일동안 따뜻한 야크 우유를 먹이며 살려냈다고 한다. 그 음식은 두나르 부부가 어려운 산간 생활에서 몇 달 동안 먹고 마실 분량이었다고 하니,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그들의 아낌없는 배려가 위대하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으나 손가락 여덟 개와 발가락 두 개를 잘라야 했던, 비운의 촐라체를 다시 찾다니! 산은 막을 수 없는 운명인가보다.

 

 이 책은 그저 사진 감상하며 가볍게 읽으려고 했다가 꼼꼼이 눌러읽게 되는 책이었다. 사진을 보고 또보고, 글을 천천히 읽게 된다. 사진을 제대로 담고, 글도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서 담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파키스탄, 인도, 네팔을 아우르며 이곳의 현재모습을 바라보는 시간도 갖게 된다. 정치, 경제, 종교, 자연현상 등 포괄적으로 접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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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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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제목부터 눈에 들어왔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제목을 보고 마음 속 깊이 와서 박혔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주말엔 숲으로』도 부담감 없이 자연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적절하게 가미해서 읽기에 좋았다. 인생의 해답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 스스로 각자 자신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의미가 된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든 이 책의 제목을 보며 떠오르는 사람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마스다 미리의 여자 공감 만화 시리즈는 다양한 주제로 공감 코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소소한 일상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되는 것이고, 이 시대 일본 여인들이 공감하는 일상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제목에서 느낌이 왔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만 싶었는데, 문득 어른이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마음은 어린 시절의 그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 비치는 나자신이 낯설어보인다. 어린 시절에는 얼른 나이를 먹고 싶었는데, 이제는 늙어가는 처지가 되고 보니 나이를 조금 천천히 먹고 싶어진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문득 아득해진다. 또한 첫장을 넘기면서 '법령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묘한 느낌이 든다.

입 양쪽에 여덟 팔자로 들어가는 법령선은 인물의 나이를 표현하는 하나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선을 길게 넣으면 나이 지긋한 얼굴이 되고, 젊은 사람은 아무것도 없이 매끈하게 그린다. 30대까지는 그리지 않아도 괜찮은데, 40대에도 그릴 필요가 없으려나. 그렇다면 대체 몇 살부터 법령선을 넣어야 할까? (9쪽)

 

 이 책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다. 마스다 미리는 1969년 오사카 출생의 만화가. 진솔함과 담백한 위트로 진한 감동을 준 만화 '수짱시리즈'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화제의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은 작가 소개글에서 보듯 '만화 '수짱 시리즈'의 작가 버전이라 할 만한 산문집'이다. 마흔 세 살의 저자(사실은 마흔 네 살), 43세라고 쓰고 싶어 허겁지겁 후기를 쓰고 있다면서 후기를 대신하여 만화를 그렸다. 나이를 한두살씩 깎고 싶은 여성의 심리를 작가의 입장으로 나타내니, 그것을 보고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저자의 글을 보며,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을 법한 상황이 하나 둘 이해가기 시작했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일까?

 아빠나 엄마, 이웃 사람들이나 친척 모두. 나누는 대화란게 언제나 춥네, 덥네 하는 얘기뿐이었다. 그런 어른들이 참으로 이상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나도 당연한 듯이 그러고 있다. (36쪽)

 

이래저래 열두 시간이나 친구와 밤놀이를 하고 있잖아. 젊어, 젊어. 그러나 집에 돌아온 뒤에 생각을 고쳤다. 잠이 오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자는 것도 체력이 필요하구나, 생각하면서 멍하니 천장만 보았다. (96쪽)

 

 부모가 되어봐야 비로소 부모의 고마움을 안다고 하지만, 각자의 타이밍대로 고마워해도 좋지 않을까. 앞으로도 "고마웠다"고 느낄 일이 새롭게 나올지도 모르므로. 그때마다 고마워하면 된다는 생각이 드는 마흔세 살의 봄이다. (159쪽)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에는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담백함이 있고, 서서히 뇌리에 남아 우리 일상을 바라보게 되는 소소함이 있다. 이번에 읽은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도 마찬가지로 소소하고 담백한 일상 속 이야기에서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금 현실, 있는 그대로의 지금, 이런 모습이고, 이것 또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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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 - 중국 최고(最古)의 지리.의학.역술.보물.신화의 판타지
전발평.예태일 지음, 서경호.김영지 옮김 / 안티쿠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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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과전서로, 지리, 역사, 종교, 문학, 철학, 민족, 민속, 동물, 광물, 의약까지 총망라했다.

지금 전해지는 《산해경》은 5권의《산경》과 13권의《해경》을 합해 18권이다. (서문 中)

 

 

중국 最古의 지리,의학,역술,보물,신화의 판타지 《산해경》

 

 이 책은 2006년 중국에서 발간된 책을 2008년 번역본으로 우리나라에서 출간한 것이다. 한 권으로 엮은 《산해경》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빠져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책이 여러 권으로 되어 있는 책은 읽기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해 시도조차 하기 힘들면서도, 막상 한 권으로 된 책을 읽으면 아쉬운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도 이 책으로 산해경에 대한 호기심을 약간은 풀어주고,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독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 《산해경》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본역자가 《산해경》에 관한 석사논문을 발표한 것이 1978년 2월이었는데, 이것이 이 책에 대한 국내 최초의 연구논문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정재서 교수가 《산해경》의 원문을 완역하여 상당히 주목을 받았다. 정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산해경》을 동북아시아 특유의 상상력의 원천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입장에서 연구를 진행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런 연구는 중국인 학자들도 아직 시도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정 교수의 업적을 통해 국내의 《산해경》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중국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역자의 말_431쪽)

 

 

《산해경》에 나오는 인어 아가씨? 인어 아저씨?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을 읽으며 상상력의 최고봉 《산해경》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 머릿속에서 상상력은 자유롭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인어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인어'하면 어여쁜 아가씨의 형상을 한 '인어공주'가 먼저 떠오르는 상상력의 한계 속에서, 그 책에서 들려주는 '인어 아저씨' 이야기는 흥미롭다못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에서는 《산해경》에 나오는 인어 아저씨의 그림이 첨부되어 있어서 호기심을 자아냈다. 그림 속의 인어 아저씨는 비정상적인 미인 인어공주와는 다른 현실적이고 생활력 강한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그는 바다 속에서 열심히 짠 비단을 육지로 팔러 다니는 부지런한 아저씨입니다. 비단을 다 팔면 머물렀던 여관집에 숙박비를 지불한 뒤 바다 속으로 돌아가는데, 숙박비를 낼 시간이 되면 여관집 주인에게 그릇을 하나 달라고 해 그릇 앞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면 그 눈물이 진주가 되어서 떨어집니다. 인어 아저씨는 진주로 숙박비를 지불한다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이야기죠?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_304쪽)"

 

 이 책을 읽은 계기가 된 것이 인어아저씨 이야기를 찾아 읽는 것이었기에, 처음의 기대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내가 원하던 인어아저씨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능어陵魚는 사람얼굴을 하고 있으며, 손도 있고 발도 있지만 몸은 물고기의 몸을 하고 있다. 이 물고기는 바다에 사는데 그것이 바로 인어다. 인어가 울면 눈물에서 진주가 떨어져 내린다. 그들은 또 육지에 사는 사람처럼 베를 짤 줄 안다. 그들은 가끔 물에서 나와 육지의 인가에 살면서 자신들이 짠 비단을 판다. 그들은 모두 아름다운 여인으로 피부가 옥처럼 희고 긴 머리를 어깨에 드리우고 있는데, 머릿결이 말꼬리처럼 검고 빛나며 5,6척은 될 정도로 길다. (산해경_297~298쪽)

 

이 책에 수록된 그림에 대하여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그림은 사실 고전 《산해경》에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 심지어는 현대의 화가들이 텍스트를 읽고 다시 그려낸 것이다. (432쪽)

 

사실 그들의 노력은 가상했으나, 그림이 책 내용과 일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어떤 문장을 읽을 때에 이왕이면 그 문장 내용과 관련이 있는 그림이 옆에 있으면 가독성을 높이는 데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치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심도 있게 읽을 수 없었다. 같은 내용의 그림이 옆에 있었으면 더 좋겠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발견한 느낌

 

《산해경》은 지금까지 다른 책에서 볼 수 있는 수려한 문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 상상력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들의 방대한 상상력에 신기하고 경이로운 느낌이 들었다.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정제되지 않은 보물,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같은 책이다. 모래더미 속에 싸여 있다가 이제야 발견된 문화재같은 책이다. 다양하게 출간되어 있는 책이기에 다른 출판사의 책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 앞으로 보다 많은 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로 다양한 버전의 책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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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거지 부부 - 국적 초월, 나이 초월, 상식 초월,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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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거지 부부라! '어느 정도의 여행을 다녔기에 '글로벌 거지 부부'라고 칭했을까?', '그냥 배낭여행 다녀온 것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궁금했다. 제목부터 호기심이 강해지기에 이 책을 꼭 읽어보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행지를 상상하고 다른 이들의 여행을 간접경험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하기에 주기적으로 읽어보고 있는데, 이번에도 이들 부부의 독특한 여행기를 접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그럴만하다고 인정. 웬만한 사람들은 이런 호칭을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여곡절, 파란만장, 무한긍정, 상식초월, 상상 이상의 거지 생활이다. 적당한 호칭이다.  

 

 책을 읽을 때, 잘 알려지지 않은 저자의 이야기를 읽을 경우, 나의 반응은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을 때, 굳이 궁금하지 않은 생각이 들며 지루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런 것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는데, 오히려 산만한 느낌이 든다. 대충 책장이 넘어간다. 반면 책을 읽을수록 이들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좀더 상세히 알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은 나의 느낌은 후자였다. 가식없는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며 속속들이 이야기해서일까?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읽게 되었다. 똥 이야기까지도 톡톡 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좀더 상세한 이야기가 담겨도 남기지 않고 싹싹 읽어버릴 지경이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접한 여행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들의 여행 진행 과정을 보니 절대 내가 체험할 수준의 것이 아니기에, 철저히 간접경험만이 가능하다. 자신을 포장하는 글이 아니라, 솔직담백하게 펼쳐보이기에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여행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이들 두 명의 스토리에 집중된 여행기다. 유명한 여행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처음 보거나 들은 것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들의 색깔로 채워지는 여행 이야기,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는 박건우. 자기 소개를 보면 독특한 캐릭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6살에 태국에서 만난 일본 여인의 비듬에 반해 두 번째 만남에서 청혼, 이듬해 전 재산 27만 원을 가지고 무거운 가장이 되었다.' '미키와 만나기 전 나의 삶'으로 시작되는 글을 읽을 때에만 하더라도 개인적인 과거사를 나열하는 것에 대해 기대감이 없었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미키와 만나기 전'과 '미키와 만남과 결혼' 이야기가 설명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태국에서 우연히 만나는 장면이나, 청혼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나: 미키, 한국 비자 원해?

미키: 응! 파쿠, 너는 일본 비자 원해?

나: 응! 그럼......결혼할까?

미키: 응!!!

(52쪽)

미키의 생일에 결혼을 하고 양가에 오가는 이야기가 이어지며, 돈을 벌며 생활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들은 새로운 제안을 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신혼여행을 빙자한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다. '우리의 신혼여행은 무늬만 신혼여행인 본격 배낭여행이 되어버렸다.' (108쪽)

 

 그들의 만남과 결혼에 대한 앞의 이야기가 있기에, 그들의 본격적인 여행 이야기가 더 눈에 쏙쏙 잘 들어온다. 사회적인 잣대를 들이밀지 말고, 이들의 존재 자체와 이들이 함께 보낸 시간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눈이 번쩍 뜨이며 무서운 속도로 책을 흡입하듯 읽어버린 시간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들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특히 이 책에서 재미있게 보게 된 것은 사진이다. 인도에는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가 1년 만에 다시 가서 카레 먹고 있는 사진이라니! 한참을 웃었다. 그밖에도 사진마다 살아있는 표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독특한 색깔이 있는 사진을 찍어가며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이 부럽기만 하다. 여행이 계속 이어진다면, 혹은 이 책으로 다 펼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좀더 듣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으며 기상천외하고 적나라한 이들만의 이야기를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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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동물 관찰기 - 다윈의 안경으로 본
마크 넬리슨 지음, 최진영 옮김 / 푸른지식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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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동물 관찰기'라는 제목에 꽂혔다. 인간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은 생각에 심리학 관련 서적을 주기적으로 읽고 있는데, 이 책을 보면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더 포괄적으로 확장될 것 같았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본다기 보다는 다른 생명체의 입장에서 인간이라는 동물을 객관적으로 관찰한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하지만 '다윈의 안경으로 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인간의 행동을 바라보며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해석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정도의 이끌림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이 책 『인간동물 관찰기』를 읽어보게 되었다.

 

 

마크 넬리슨, 이 책의 저자에 대하여

 

 이 책의 저자는 마크 넬리슨. 벨기에에서 다윈을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고 있는 학자이며 행동생물학 교수다. 인간의 행동과 생물인류학 그리고 동물 보호에 대한 강의를 주로 하고 있으며, 『다윈의 안경』『두뇌 기계』등의 베스트셀러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총 9권의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마크 넬리슨'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의 느낌이 괜찮아서 다른 책들도 궁금하다는 생각이 든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볍게 읽을 책

 

 이 책의 이야기들은 과학 월간지 <에오스>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 운영 시스템 사이로그에 올린 내용이다. 각각의 단편적인 글들이 옴니버스 형태로 올라와 있는 형태여서 단숨에 읽어버릴 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투리 시간에 부담없이 조금씩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잠이 번쩍 깨는 충격을 주는 책도 아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볍게 읽을 책이다.

 

 이 책은 어렵고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다. 잠들기 전에 난해하고 복잡한 영화를 보는 사람은 없다. 가벼운 주제로 읽기 쉬우면서도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어려운 지식 없이도 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짤막한 일화 형식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머리말_9쪽)

 

 이 책의 머리말을 읽다보면 저자는 이 책을 '당신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기를 추천한다. 책을 읽을 때에는 그 책을 읽는 시간과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왕이면 머리말에 나온 추천 시간을 맞춰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담없이 읽어보았다. 그리고 그 추천 시간이 제대로 맞아떨어짐을 느꼈다. 길게 이어지는 글이 아니어서 단편적으로 읽어나가기 좋은 책이고, 앞 내용과 상관없이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틈새 독서가 적절한 책이다.

 

 

 인간동물 관찰 1단계, 2단계, 3단계

 

 이 책은 인간동물 관찰 1단계, 인간동물 관찰 2단계, 인간동물 관찰 3단계로 총 3장으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일상의 에피소드 속에서 이야깃거리를 잡아내어 인간동물을 객관적이고 시니컬하게 풀어내고 있다. 처음에는 행동생물학 교수가 집필한 책이라는 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아무래도 교수가 집필한 책은 학술적이고 무거우며 위트같은 것은 가뭄에 콩 나듯 찾기 힘들다는 것이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종합해볼 때 내가 느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 예상을 뒤집어 버린 책이어서 처음에는 조금 낯선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조금 더 읽어나가다보니 그런 편견은 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그 안에서 다윈의 진화론적 입장으로 인간 행동을 재해석할 수 있었다. 그냥 스쳐지나갈 행동이 '다윈의 안경'으로 보면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고, 그 의미에 대한 설명이 또한 이해가 갔다. 중간중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고, 농담처럼 던져주는 이야기를 곱씹어보면 다른 시각으로 인간을 바라보게 되는 느낌이 들어 새로웠다. 그래도 각 단계별로 한 가지씩 인상적인 내용을 추려본다.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남자들의 오랜 수법'을 보면 카페에서 팁을 주는 남자의 심리를 이야기한다. 단순히 팁을 건네는 행동에서 진화론적인 의미를 담아서 표현한 것이 흥미로웠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정말로 그런 사람이 있으면 골치가 아프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아빠가 제공하는 것이 많을수록 아이가 충분한 음식과 보살핌, 교육 등을 받을 기회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이 많은 것을 제공하려면 당연히 아빠가 부유해야 한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일컬어 '충분한 자원에의 접근'이라고 한다.....남자들의 이마에 은행 잔액 증명서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남자들은 눈에 보이는 팁으로 보이지 않는 자신의 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남자들의 오랜 수법_21~23쪽)

 

'진화가 나를 뚱뚱하게 만든다'를 보면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970년대부터 다이어트 산업은 점점 성장해왔지만, 다이어트와 요요가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진화론적으로 접근해보는 것 또한 흥미롭다.

체중 증가가 모두 개인의 잘못이라는 건 다 옛날 얘기에 불과하다. 사실 이 범죄를 책임질 사람들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진화가 그 중 하나다...진화는 우리 조상 할머니,할아버지가 여분의 에너지를 저장하기를 바랐고, 그 시스템을 유전하고자 복잡한 메커니즘이 발전했다. 강력한 에너지원인 당과 지방에 강한 열망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이 메커니즘에 따라 당과 지방에 강하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를 비축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이런 시스템을 만든 것은 진화의 현명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을 현대인의 식생활에 맞추어 적응시키지 않은 것은 현명하다고 볼 수 없다. (진화가 나를 뚱뚱하게 만든다_102~105쪽)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사람들이 대화를 하며 어찌나 적절한 말을 하는지 감탄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를 보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우리는 사실 이성적인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데 능숙하지 않다. 여기서 이성적인 대화란 적절한 답변을 하고, 합리적으로 의견을 펼치고, 근거를 토대로 그 의견을 반박하거나 지지하는 것을 의미한다...(중략)...우리의 소리, 즉 대화는 사회적 결속 메커니즘으로 시작되었고, 정보 전달의 도구가 된 것은 나중의 일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우리가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중의 대화를 들어본 결과, 연구자들은 사회적 결속을 위한 대화가 대다수라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224~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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