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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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으며 천천히 곱씹어보며 읽는 맛을 느꼈다. 포장되지 않은 솔직함이 매력적이었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담백한 느낌에 푹 빠졌다. 미사여구 필요없이 핵심을 찌르는 단순함에 꾸미지 않은 숭고함을 느꼈다. 별로 중요치 않다는 느낌에 기억에서 편집되어버린 사소한 것들에 대해 잘 끄집어내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런 시선을 가진 사람이 쓴 책이라면 그의 글을 좀더 읽어보고 싶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책도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읽게 된 그의 책이『공항에서 일주일을』이다.

 

공항은 여행지에 도달하기 위해 거치게 되는 통과의례이다. 그동안 그저 어쩔 수 없이 거쳐야하는 곳이기에 어떻게 하면 공항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아쉽다. 모든 여행의 시작과 끝은 공항이고, 공항에서의 느낌을 좀더 구체적으로 기록해놓아도 좋았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글을 보니 공항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을 콕콕 잘도 짚어준다.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만약 화성인을 데리고 우리 문명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깔끔하게 포착한 단 하나의 장소에 데려가야 한다면, 우리가 당연히 가야할 곳은 공항의 출발과 도착 라운지밖에 없을 것이다. (16쪽)'

알랭 드 보통은 2009년 여름, 공항을 소유한 회사에서 일을 하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런던에서 가장 큰 공항의 두 활주로 사이에 자리잡은 최신 탑승객 허브인 터미널 5에 작가 한 명을 일주일동안 초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출발 대합실의 D 구역과 E 구역 사이에 특별히 배치한 책상에서 탑승객과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책을 쓰기 위한 자료를 모으게 될 것이라는 점. '혼돈과 불규칙성이 가득한 세계에서 터미널은 우아함과 논리가 지배하는 훌륭하고 흥미로운 피난처로 보인다.' 그가 묘사한 공항 터미널을 보니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명분은 없다고 보인다. 내가 작가라도 덥썩 물고싶은 작업일테니.

 

공항에 직접 가서 내 눈으로 보는 듯 생생하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무래도 알랭 드 보통의 문체에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공감하게 되는 일이 많아진다. 어떤 방을 배치받았는지, 룸서비스에 대한 감상은 어떤지, 공항체험의 극히 사소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이야기를 펼치는데, 그 이야기에 흥미로운 마음으로 몰입하게 된다. 작가가 어디 어디를 여행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공항에서 보이는 풍경만을 묘사했을 뿐인데도 그것이 의외로 재미있는 것이다. 특히 룸서비스 메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끄집어내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일본 에도 시대에 하이쿠 형식을 완숙 단계로 끌어올린 마쓰오 바쇼의 이런 시구조차 소피텔의 케이터링 사업부 어딘가에서 일하는 익명의 장인이 지은 시구에 비하면 단조롭고 환기하는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햇볕에 말린 크렌베리를 곁들인 연한 채소,

삶은 배, 고르곤촐라 치즈

진판델 비네그레트 소스로 무친 설탕 절임 호두 (27쪽)

단순히 메뉴판을 집어들고 메뉴를 선택해 수화기를 들어 9번을 넣고 주문을 넣으면 끝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붙들어잡고 글로 옮기는 능력이 작가에게는 있다. 비행기의 여행 일정을 알리는 스크린을 보며 무한하고 직접적인 가능성의 느낌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일러주고, 보안구역에서 느낄 법한 것을 길게 풀어낸다. 모든 인간을 항공기 폭파범 후보자로 보는 보안요원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보안구역을 무사히 통과할 때 마치 고해를 한 뒤 교회를 떠나거나 속죄의 날에 유대교 회당을 떠날 때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해방감이었을까? 공항검색대를 통과하고 이제 쇼핑센터만 보이는 곳으로 위치 이동을 하게 될 때 무언가 무게감이 훅 달아나는 것은?

 

이 책은 처음부터 마음을 확 사로잡는 것은 아니었다. 쓰윽 읽겠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다시 앞으로 돌아가게 된다. 건성으로 읽었던 부분을 다시 눌러읽으며 곱씹어보게 된다. 묘한 감정이 일어난다. 세상 일은 아무 것도 아닌 듯한 사소한 일에서 역사에 점찍을 만한 어마어마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 평범한 듯한 일상에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공항을 지난다는 것은 그저 사소한 일일 수도 있으나, 그곳만을 의미 있게 부각시키면 그것 또한 엄청난 의미가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된다. 접근, 출발, 게이트 너머, 도착 등 네 파트로 나뉜 글 속에서 공항의 현재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도 떠나는 사람들과 도착하는 사람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삶의 소리를 내는 부산한 곳이다. 나또한 공항에 가면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곳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이 들려주는 공항체험담에 웃고 공감하기도 하고, 씁쓸했다가 미소짓기도 하는 그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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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폭격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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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호기심이 가득해지는 책이었다. 맛집 폭격이라니! 소설 속에서는 맛집에 얽힌 무슨 일이 벌어지는걸까? 궁금했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 어느 정도 이 책에서 펼쳐질 이야기의 소재를 다 알려주는 셈이지만, 설마 그러리라고 짐작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조금은 당황하다가 다시 한 번 작가가 던져주는 메시지를 어렴풋이 알 듯 말 듯 했다. 『맛집 폭격』은 배명훈 작가가 2년 만에 내놓은 장편 소설이다. 이 책으로 배명훈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그의 소설을 처음 읽기에 어떤 필치로 이야기를 펼치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맛있는 요리는 무엇입니까?"라는 작가의 질문도 보인다. 머릿속에 가득 떠오르는 음식 중에 '가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음식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막상 '가장' 맛있는 요리 '하나'만 선택하려니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여전히 선택하지 못하겠다. 책 표지 앞에서만 한참을 머뭇거리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이 책의 처음에는 마살라 도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아, 나도 그 음식 좋아하는데......' 민소가 설명하는 마살라 도사를 떠올리면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남인도 여행을 하며 그곳에서 맛있었던 음식을 떠올리면 마살라 도사가 가장 먼저 떠오르면서도 민소처럼 맛깔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페이지에 걸쳐 마살라 도사 이야기에 침을 꼴깍 넘기며 바라보다보면, 곧바로 폭격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집이 저기야. 종로 321-2. 어젯밤 미사일 공격으로 잔해만 남고 이 빠지듯 가운데만 무너져버린 저 3층 건물 2층에 그 식당이 있었어. 다행히 인명 손실은 없다는데, 그래도 당분간 그 집 마살라 도사를 맛보기는 어려울 거야." (14쪽)

 

소설은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있을 법하긴 하지만, 그러기엔 어마어마한 사건이 펼쳐진다. 어이없게만 느껴지는 맛집 폭격 사건에 처음에는 뜬금없었다. 맛집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펼쳐들었다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읽다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그래서 소설가의 상상력은 일반 독자와는 달라야겠구나, 생각했다. 예측할 수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가 원하던 내용의 뻔한 글보다는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느낌은 이 책을 다 읽은 다음에 느끼게 되었다. 이 소설은 이상하게도 한 박자 늦게 반응이 온다. 처음에는 마살라 도사에 대한 설명에서 입맛 다시다가, '이게 뭐지?'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한참을 지나고 보니 뒤늦게 '헉!'하는 반응이 온다. 낮에 들은 유머를, 낮에는 하나도 웃기지 않다고 했던 유머를,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떠올리고는 킬킬거리고 웃는 듯한 느낌이다.

 

두 번째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그저 맛집에 대한 민소의 이야기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음식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확실히 군침이 돌았으니까. 마살라 도사, 오렌지 샐러드, 짬뽕......마르셀 프루스트의 마들렌 기억처럼 민소는 짬뽕을 먹다가 문득 기억을 더올린다. "맞아. 전부 원래 내가 좋아해서 간 식당이 아니라 그 사람이 좋아했던 식당 중에서 다행히 내 입에도 맞았던 식당들이야. 지금은 그런거 다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내가 좋아해서 간 식당인 것처럼 기억하고 있지만. 그러니까 몇 안 되지.' (80쪽)

두 번째 읽을 때에도 내가 보려고 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보였다. 맛집에 관한 것만 더 읽겠다고 집어들었는데, '헉, 이게 이런 뜻일 수도 있겠구나!' 깨닫게 된다. 내가 예측한 부분 이외의 것을 보게 되는 책이어서 신선한 자극이 된다. 가볍게 읽으면 한없지 가벼운 소설이다. 하지만 가벼운 것 같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그 무게는 이 소설을 읽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은근히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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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詩 - 돈에 울고 시에 웃다
정끝별 엮음 / 마음의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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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맞이하여 시를 좀더 다양하게 읽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다양한 테마로 여러 시인의 시를 묶어낸 책이 출간되고 있다. 테마로 읽는 시는 눈에 쏙 들어오고 골라읽는 재미가 있다. 한국대표시인 49인이 쓴 '엄마'에 관한 시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와 박광수가 건네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시 100편을 모은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에 이어 정끝별이 엮고 해설한 돈에 관한 시 『돈 詩』를 읽어보게 되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지만, 가난으로도 살 수 없다."라는 레오 로스텐의 말이 있다. 돈이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다고 더더욱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돈에 대해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한다. 어쨌든 우리 시대에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돈이 있어야 따뜻한 밥에 반찬이라도 더 먹을 수 있고, 이렇게 컴퓨터에 서평을 남기려면 전기요금과 인터넷 비용이 든다. 가만히 있어도 돈이 필요한 세상이다. 돈은 우리 삶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이 책을 엮고 해설한 사람은 정끝별.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드물게 돈이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시이고 드물게 돈으로 안되는 것 중 하나가 시이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돈에 관한 시를 보면 통쾌했다. 그렇게 눈여겨보기 시작한 시편들이 모이면서 '돈-詩'라는 하나의 세계를 이루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시를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돈에 대해 쓴다는 것 역시 삶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시인'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언가 가난한 이미지이다. 돈이 생기면 기분 나는대로 술 마시고, 계산 속이 하나 없어서 이리저리 뜯기는 그런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렇게 단편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속이 답답하기도 하다가 통쾌하게 웃기도 하며 책장을 넘긴다. 엮은이의 해설도 맛깔스럽게 담겨서 읽는 맛을 더한다. 돈을 테마로 한 시에서 우리네 인생을 들여다본다. 사는 것이 다 돈이 필요한 것이니 그런가보다.

 

이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돈에 관한 시가 담겨있다. 이 책에 담긴 시는 각각 그 맛이 다른데, 중간중간 깔깔깔 웃으며 큰 소리로 읽어주게 되는 시가 있다는 점이 좋았다. 시를 경건하게만 접했던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느낌이다. 아름다움만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 안에서 씁쓸하면서도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묘미가 있다.

 


 

 

권혁웅 시인의 〈김밥천국에서〉는 한 끼 때우는 목적으로 김밥 한 줄 먹었던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김밥천국에서 김밥들이 가는 천국에 대해 논하는 것을 왜 생각지도 못했던 것일까? 일상 속 반전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김밥을 먹는다는 것이 멍석말이를 해서 토막내는 일이며, 이들의 순교를 생각하니 한동안 김밥 먹기가 싫어질 것 같다. 하긴 요즘에 김밥을 먹지 않은지 한참 되었으니 그다지 상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에 담긴 시는 이렇게 한참을 웃다가도 무언가 씁쓸한 뒤끝이 남는 시가 많다. 아무래도 돈에 얽힌 시라서 그런가보다.

 

김영승 시인의 <이방인>도 기억에 남는 시이다. 버스비 900원이 버스 타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이라니! 살아가는 것이 이리도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인가? 여운으로 길게 남는 시였다.

 

정끝별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살다(生)'에서 온 '산다'와 '사다(買)'에서 온 '산다'는 발음이 같다. 우리는 사면서 사는 존재들이고, 한발 나아가면 인생이 돈이기도 하다.

(책을 펴내며_4쪽)

모 광고에 보면 '그녀는 오늘도 잘 삽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또한 '산다'는 것이 인생을 사는 것과 물건을 사는 것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소비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기에 이 책에 담긴 시에서 공감과 씁쓸함을 함께 느끼게 되나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돈에 관해서는 여전히 밝히기 싫은 것, 아직까지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강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돈에 관한 시를 찾아서 묶어낼 여력이 없지만, 이렇게 이 책을 통해 한 권으로 다양한 시인들의 시를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의미 있었다. 이 책으로 돈과 관련된 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시인들이 돈에 관해 어떻게 다루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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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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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2015년이 시작되었는지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날짜는 벌써 발빠르게 2월을 향해가고 있다. 월간 샘터 2015년 2월호를 읽으며 다시 한 번 2015년이 되어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새로운 마음으로 2015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2014년 이후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더 이상은 피해입어서 힘든 사람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시간을 꿈꾸며 희망찬 2015년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월간 샘터 2015년 2월호의 표지는 김상구 판화 작가의 작품이다. 1999년 작이라고 한다. 2015년 한 해 샘터의 표지를 다양한 판화 작품으로 장식하게 될 것이다. 판화 작품은 익숙하지 않은데, 이렇게 표지 그림을 통해 하나씩 접할 수 있어서 기대가 된다.

 

 

이달에 만난 사람에는 설립 70주년 맞은 국립중앙도서관 임원선 관장이 나온다. 도서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글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도서관은 '도서관의 도서관'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임원선 관장. 그가 있어서 도서관의 미래가 안심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천송이도 반한 섬 경남 통영 장사도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다. 뱀을 닮아 장사도라 불리는 섬에 한때 14가구 80여 명이 살았는데, 지금은 타고 온 배로 나가야 하기에 관람이 무조건 두 시간으로 제한된다는 곳이다. 자연 환경을 보존하는 데에 더없는 좋은 방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리컨설턴트 윤선현의 '미루는 습관, 이제 안녕'을 보며, 2015년에도 여전히 미루고 있는 생활 습관을 점검해보게 된다. 그가 이야기하는 '5분 실행법'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새로 일이 생겼더라도 5분 안에 끝낼 수 있는 거라면 즉시 처리해서 할 일의 개수를 줄일 것! 딱 5분만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처리할 일은 빨리 처리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하기 싫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인터넷 검색 등의 딴 짓을 꼭 하게 되는데, 이런 때에 타이머를 써보라는 것, 마감 시한이 있으면 적절한 긴장감이 생겨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로 했다.

 

 

얼굴 읽는 남자, 신세대 관상전문가 현수의 '눈의 화기를 다스리는 법', 기생충 연구 학자 서민의 '행복한 회충', '나는 재미있게 산다' 특집 등 이번 호에도 흥미롭게 읽을 이야기가 가득하다. 또한 법륜 스님의 '참살이 마음 공부'는 매호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면 문제 될 것도 없겠구나.' 감탄한다. 살다보면 정말 풀리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되는 경우에도 다시 그 문제를 바라보면 분명 해결점은 있게 마련이다. 이번 호에서는 종교가 달라 갈등하는 부부에게 조언을 해준다. 보면서 '맞아, 맞아!' 공감하게 된다.

 

월간 샘터 2015년 2월호를 통해 이미 와버린 2015년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된다. 이번 달에도 월간 샘터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목소리를 들어보게 된다. 세상은 제각각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삶의 소리를 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월간 샘터는 얇은 잡지이지만 알차게 구성되어 가득 차있는 느낌이다. 이제 다음 호를 접할 때에는 봄날이 기다려지는 어느 순간이 될 것이다. 추운 겨울이 얼른 지나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기다리게 된다. 월간 샘터 3월호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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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 옛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살기 아우름 3
신동흔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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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동화를 읽을 때에는 잘 몰랐다. 왕자와 공주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면, 그냥 당연히 평생 행복했을 줄 알았다. 과자의 집에 홀려서 마녀에게 갔다가 오빠를 삶아먹겠다고 살찌우는 장면이 그렇게 잔인해보이지도 않았고, 마법에 걸려 개구리가 되어버린 왕자의 억울한 심정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옛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잔인하다. 빨간 모자에 나오는 늑대는 뱃속에 돌을 가득 넣어 꿰매 죽게 하고, 백설공주의 왕비는 흉측한 마녀가 되어 뜨거운 쇠 신발을 신고 미친 춤을 추다가 자멸한다. 그런 장면을 상상해보면 끔찍하다. 착한 이는 복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 인과응보라지만, 지나치게 처참하게 심판받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당하기만 하는 주인공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독자에게 후련함을 느끼게는 해줄 것이다. 악하게 살면 안된다는 뼈저린 교훈같은 것을 주는 이야기다.

 


 

이 책을 보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옛이야기를 어떻게 바라보며 의미를 찾을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옛이야기를 살펴보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도록 도와준다. 옛이야기를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집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로부터 독립적인 자아를 찾는 과정까지, 낱낱이 분석해보는 시간이다. 동서양의 옛이야기를 넘나들며, 저자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의 저자는 설화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신동흔이다. 다양한 옛이야기를 적절히 어우러지게 구성해서 주인공들이 길을 떠나 어떤 일이 벌어지고, 그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짚어준다.

 

 

백설공주와 바리데기 이야기를 하며, 얼핏 보기에는 꽤 달라 보이는 두 공주 이야기에서 하나의 뜻깊은 접점을 발견하게 한다. 바로 '숲'으로 표상되는 거친 세상에 훌쩍 던져진 상태에서 스스로 자기 길을 찾고 자기 삶을 세운 존재라는 점에서 서로 속 깊게 통한다는 점이다. 장화 홍련 속에서 볼 수 있는 '엄마 품'이라는 감옥은 장화홍련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정독하며 읽어보게 했다. 별 생각없이 선악으로 나누어 바라보던 이야기인데, 다시 한 번 살펴보니 그렇지만은 않은 부분이다. 여우 누이와 악어 아들, 심청전에 대한 다른 시선, 바이칼 호수의 전설에 대한 숨은 의미 등 이 책을 읽으며 새로이 알아가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이야기를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지금껏 너무 이야기의 한 단면만 보고 지나갔구나, 생각하게 된다.

 

길을 떠난 많은 주인공들을 만나 봤습니다. 홀연히 길을 떠난 주인공들이 보란 듯 자기 삶을 이루어 내는 일은 신 나고 감동적이지만, 우리 자신의 처지를 우울하게 비춰 주기도 합니다. 과연 우리는 제대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며, 또는 언제나 돼야 저렇게 훌쩍 길을 떠날 수 있을지 묻게 합니다. (203쪽)

 

이 책은 샘터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 제 3권이다. 아우름은 다음 세대에 말을 거는 샘터의 인문교양 시리즈로서 부담없이 인문교양지식을 쌓는 데에 도움이 될 책이다. 얇은 분량이지만 하나도 허투루 넘기기 힘든 알찬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을 통해 옛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깊이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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