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2 - 죽기 전에 한번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자!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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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산속에 숨어 사는 도인들을 방외지사(方外之士)라 했지만, 현대에는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 그를 일컬어 방외지사라 한다.

 

방외지사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짐작한다. 두 권의 두꺼운 책에 그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았지만, 방외지사가 어찌 이들 뿐이겠는가?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다. 성공과 실패의 세속적 잣대가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삶을 스스로 살아내는 모습이다. 자기가 살고 싶은대로 인생을 한 번 살아보는 것,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인생을 살아보는 듯 즐거워진다.

 

어찌 이 사바세계에 태어나 완전히 초탈한 삶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궤도에서 이탈한 삶을 혹시 꿈꾸는 사람들에게 작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저자는 보람을 느낀다.

2015년 1월

장성 축령산 휴휴산방에서 청운 조용헌

 

이 책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2』에서는 12명의 방외지사를 만나볼 수 있다. 처음으로 소개되는 사람은 대각심. 독버섯 달여 먹으며 '이 뭐꼬' 화두 40년으로 지내온 분이다. 저자는 한라산에 기인이 어디 없는가 물었더니, "절물에 가면 대각심이라는 여자 스님이 한 분 계시는데 아주 특이하다. 앉아서 천리를 보는 분으로 알려져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160센티가 채 안 되는 작은 키에, 얼굴에 주름이 많아 눈이 매우 작아보이는 전형적인 제주 할망의 모습을 한 대각심은 제주의 여신선으로 불린다고 한다. 1957년부터 한라산에 살기 시작했고, 지금은 90대의 고령인 대각심은 제주도를 지키는 설문대할망의 현신일까? 글을 읽으면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 뭐꼬?'

 

최치원 '사산비명'의 전문가 최영성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불꽃처럼 살다가 홀연히 사라져 존재를 미궁 속에 가둔 전설적인 인물 최치원, 그의 삶과 사상의 단초는 '사산비명'안에 녹아있는데, 최영성 교수는 그 난해한 문장을 해석하는 일에 30년 세월을 바쳤다고 한다. 신라 말기의 최치원의 생몰연대에는 왜 물음표가 있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는 사실이 놀랍다. 또한 한국의 학계에서 최치원 전문가는 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있는 최영성 교수인데, 최치원의 사산비명 번역에 집중한 인물이다. 30년 세월의 노고를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미국에서 도를 닦는 범휴 스님, 서체의 기운생동을 읽어내는 서예가 김성덕, 전국의 산하를 두 발로 걷는 낭인 신정일 등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타인의 삶을 통해 내 마음 속에 있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오랜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을 해본다. '이런 삶도 괜찮겠네?' 그런 느낌이 드는 부분에서는 책 속에서 눈을 떼며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사회라는 촘촘하고 억센 그물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 구조조정과 조직생활의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도시 월급쟁이들이 가슴속에 간직한 '살고 싶은 대로 유유자적 살고 싶다.'는 비원(悲願)을 자극한다. (책날개 中)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권과 2권을 통해 알게 되는 다양한 인생에 배울 점도 많고 느끼게 되는 것도 많다.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자!"라는 표지의 글이 마음에 와닿아서 실행에 옮겨지는 느낌이다. 개정증보판이 나온 이후인 지금이라도 이 책을 알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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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 - 한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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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산속에 숨어 사는 도인들을 방외지사(方外之士)라 했지만, 현대에는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 그를 일컬어 방외지사라 한다.

 

먹고 사는 문제,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가 '내 하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자.'라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서문에서 저자 조용헌이 이야기한다. '10년 전이나 100년 전이나, 1,000년 전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불멸과 자유'. 이는 인류역사를 초월하여 영원한 문제의식 아니겠는가!' 이 책은 『방외지사(方外之士)』의 증보판이다. 두 권의 두툼한 책으로 출판된 것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면서도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쉽게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자신만의 삶을 구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삶을 누리고 있는 방외지사들을 책을 통해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에서는 13명의 방외지사를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의 삶을 거창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첫 시작은 20년 공무원 생활을 접고 고향집에 돌아온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옛날에는 세속을 벗어나 명산대천을 순례하는 도꾼들이 방외지사였지만, 지금은 아파트와 매달 나오는 월급, 그리고 조직을 벗어나 사는 사람이라면 가히 방외지사라 부를 수 있겠다.(24쪽)' 공무원 경력 20년을 채우면 그때부터 연금이 나오니, 먹고살 대안은 연금으로 하고,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인 그림 그리는 것을 하고 싶어서 귀거래사를 감행한 박태후 씨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일반인이 방외지사를 꿈꾸며 실행할 수 있는 길을 먼저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다. 평소 같이 귀거래사를 하겠다고 약속한 동류와 후배들이 몇 명 있었지만, 막상 20년이 되었어도 사표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보았을 때, 꿈과 현실은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울 생활이 미칠 것 같아서 지리산으로 들어온 시인 이원규의 이야기도 눈에 들어온다. 유서 깊고 전망 좋은 고택에서 새로운 삶을 누리게 된 강기욱 씨 일가의 이야기도 남의 일 같지 않다. 정찬주 작가의 이불재도 마음에 담아보게 된다. 이불재는 자연의 평화로움, 시골생활의 느긋함, 문필가의 서권기 문자향이 어우러진 집이라 전국에서 방문객이 찾아오는데, 정 작가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철칙으로 그곳 생활을 하고 있다. 생전에 이불재에 자주 오셨던 법정 스님은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리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의 세 가지 문구를 강조했다고 하는데, 그 세 가지 문구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방외지사의 시간은 공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신화세계 탐구하는 성형외과의 김영균, 공자철학의 좌파적 해석자 주대환 등 어떤 연구를 하는가를 바라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때로는 영화나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한 번 살아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듯 짐작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의 부제에서 볼 수 있듯, '한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의 질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바라보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겠구나!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흥미로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역시 조용헌의 입담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의 다른 책들에서 받은 느낌이 이 책에서도 '역시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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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지구사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윌리엄 루벨 지음, 이인선 옮김, 주영하 감수 / 휴머니스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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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빵을 정말 좋아했다. 하루 세 끼를 빵으로 채워도 아쉬울 것이 전혀 없었다. 지금은 빵을 멀리하다보니 직접 먹게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빵을 보면 반갑다. 사실 그동안 맛있게 먹는 데에는 익숙했지만, 빵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빵의 지구사라니! 그렇게 새로운 빵은 궁금했으면서도 빵의 역사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했구나!' 이 책의 소개를 보니 알고 싶어졌다. 이 책 속에 빵의 과거와 현재가 쭉 나열되어 있을거라 생각하니 궁금했다. 빵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빵의 역사에 대해 잘 몰랐다니, 그것은 진정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빵에 대해 한 걸음 가까워지는 느낌으로 이 책 『빵의 지구사』를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을 통해 빵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쌓기로 했다.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며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책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 책 『빵의 지구사』에는 예측했던 것 이상의 정보가 있었다. 기대 이상이다. 단순히 빵과 관련된 역사적인 이야기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역사 문헌에 등장하는 빵을 직접 만들어 보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책의 맨 뒤에 실린 레시피 '다양한 빵 요리법'은 특별함이었다. 막연히 상상만 하던 과거의 빵을 생생하게 부활시킨다. 마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고대 유물을 실생활에서 이용해보는 듯한 느낌이다. 역사가 살아 숨쉬며 재탄생된다. 제법 상세하게 그 방법이 나왔지만, 나는 못하겠다. 이럴 때에는 오븐이 없다는 핑계가 아주 유용하다. 이 레시피대로 직접 빵을 만드는 사람은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사진 자료도 보는 눈을 즐겁게 해준다. 사진과 함께 설명을 붙여놓아 책 읽는 내내 기분을 즐겁게 한다. 눈으로 다양한 빵을 먹는 듯한 느낌이고,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두둑하게 배를 채우는 기분이다. 빵이라는 것을 소재로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연구를 엮어내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의 뒤에 보니, 『피자의 지구사』『치즈의 지구사』『초콜릿의 지구사』『아이스크림의 지구사』등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나와있다. 빵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생활에 익숙해져버린 피자, 치즈, 아이스크림 등의 역사도 살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은 나의 생각을 변화시켰다. 빵은 그저 거의 다 비슷비슷하다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세상에는 엄청 다양한 종류의 빵이 있고, 만드는 방법에 따라 상상조차 하지 못할 다양한 맛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같은 장소라도 과거의 빵과 현재의 빵은 다를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빵에도 과거의 맛과는 다른 역사가 있는 것이다. 윌리엄 루벨의 이야기를 통해 빵의 세계사를 먼저 훑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옛사람들이 먹은 빵은 어떤 감촉과 맛이었을지, 대략적으로 전달해준다. 직접 먹어볼 수는 없어도 머릿속에 그려볼 수는 있다.

 

 

 

빵의 세계사를 훑어본 후에 '한국 빵의 역사는'이라는 특집이 나온다. 한국편은 감수자 주영하의 글이다. 1927년 7월 5일자에 '빵 제조법'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조선인이 처음 접한 '서양떡', 식민지 조선에서 빵의 확산 등 빵의 역사를 훑어보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도 당연히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금의 빵과 이전의 빵은 달랐다. 또한 지금의 식생활과 옛 시절의 식생활은 달랐을 것이다. 그 시절에 어떤 음식을 일상적으로 먹었는지 이제야 궁금해진다. 그것은 이 책 『빵의 지구사』의 감수자인 주영하의 『식탁 위의 한국사』를 읽으며 호기심을 채워보아야겠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실린 레시피가 이 책의 가치를 특별하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감수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말처럼 진정 '빵 만드는 사람을 위한 역사책'이다. 빵을 좋아한다면 빵의 역사를 알아보자. 빵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면 빵의 과거를 되살리는 레시피를 활용해보자. 이 책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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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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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보며 거창한 이론을 우리 일상과 잘 연결시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잡다한 신변잡기적인 이야기, 주변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주위를 환기시키고, 거기에 대한 문화심리학적인 해석이 곁들여지니,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거창하고 엄숙한 것을 집어던지고 잃어가고 있던 '나'의 존재를 나부터 인식하고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에 읽은 『남자의 물건』은 열 명의 남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들이 소중히 생각하는 물건은 무엇인지, 의외의 물건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와 『남자의 물건』은 제목이 도발적이다. '뭐?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고? 그런 말을 이렇게 대놓고 책 제목으로 써도 되는건가? 남자의 물건은? 설마 막바로 떠오르는 그 물건은 아니겠지?' 물론 그 책들의 내용은 그런 것이 아니다. 아내와의 결혼을 가끔 후회하고, 남편과의 결혼을 가끔 만족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소소한 이야기였고, 남자의 물건은 말 그대로 물건이다. 아끼는 물건. 그런데 이번 책 제목은 생소하다. 도대체 에디톨로지가 뭐지? 오랜만에 보게 되는 작가의 이야기와 에디톨로지의 궁금증으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에디톨로지! editology!' '창조는 곧 편집'이라는 의미다. 에디톨로지는 그저 섞는 게 아니다. 그럴듯하게 짜깁기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편집의 단위''편집의 차원'이 복잡하게 얽혀들어가는, 인식의 패러다임 구성 과정에 관한 설명이다. (프롤로그 中_7쪽)
 
작가의 입담에 빠져들며 읽어나가게 된다.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재주가 있다. 심각하지 않고 농담도 던져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책은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라며 '공부는 데이터베이스 관리다'라고 강조하지만, 끝까지 읽고 싶은 책이고,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다. 저자의 말대로 정말 재미있는 책은 다 읽지 말라고 해도 끝까지 읽게 되니 말이다. 저자의 생각에 감탄하는 면을 넘어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책이다. 지금껏 일상이 되어버린 생활 패턴을 조금 바꿔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된다. 책을 읽으며 순서대로 중요한 부분을 뽑아내는 정도에만 머물렀다면, 이제 좀더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적재적소에 지식을 채워놓고, 필요한 때에 적절히 지식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폭을 넓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손놓고 있던 붓도 들어보고 싶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천장 높은 공간에서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무언가를 하고 싶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나에게 강력하게 다가온 첫 번째 이야기는 '노트와 카드의 차이는 엄청나다'이다. 한국 학생들은 노트를, 독일 학생들은 카드를 쓴다는 것, 그 생소함이란. 사소한 차이가 다른 문화를 형성하나보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사고의 폭을 다르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학교 다닐 때에는 왜 아무도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고, 똑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듣고 필기를 하며 시험을 위해 달달 외웠을까? 남들과 다르면 불안한 느낌을 저버릴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자라면서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노트와 카드, 그 둘의 차이는 편집의 가능성이다.
 
두 번째로는 '우리는 윈도(창문)로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믿는다'를 통해 바라본 원근법 이야기였다. 절대권력의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쏙 들어온다. 권력은 원근법으로 공간을 편집한다는 논리가 왜 그렇게 큰 정원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을 제시해준다.
절대권력의 정원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원근법적 원리까지 적용하여 자신의 성이 소실점의 정 반대편에 위치하도록 했다. 대칭과 균형의 정점에 자신의 시점을 위치하도록 한 것이다. 자신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자기 권력 안에 있음을 확인하려는 시도다. 흥미로운 것은 3차원을 2차원으로 축소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르네상스 원근법적 원리를, 절대권력은 3차원의 공간에 다시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163쪽)
 
세 번째는 '공간 편집에 따라 인간 심리는 달라진다!' 세미나실의 책상 배치가 교육의 내용을 결정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문제다. 자신의 생각을 주저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런 분위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모두 일률적으로 앞만 바라보는 공간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이야기한다. '한국의 진정한 교육개혁은 교실의 공간 편집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어린 아이들의 교실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그래야 교사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202쪽)
 

요즘 그의 근황이 특이하다. 일본 교토사가예술대학단기대학부에 재학 중이라고 한다. 일본화를 전공한다고. 한 가지 일로 평생 끝나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새로운 인생을 채워나가는 것이 그가 말하는 재미있는 삶의 모범답안이 아닐까? 그의 작품 <변태의 꿈 1,2> 앞에서 웃으면서 찍은 사진은 팬서비스인가보다. 재미있다. 이 책에는 강약이 있다.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즐겁게 풀어나가서 학술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면이 모두 담겨있다. 그 점이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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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 / 채륜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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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벌써 90년대의 일상이 추억거리가 되어 매스컴에 소개된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며 '벌써 그 시대가 추억이 되었구나.' 느끼게 되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토토가' 열풍을 일으키며, 그 당시 유행하던 노래 속에서 추억을 곱씹어보게 된다. 시간은 흘렀고, 그 시절은 이미 추억이 되어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좀더 오래 전의 이야기라면 어떨까? 물론 아주 먼 과거가 아니라 100년~200년 정도 전의 상황 말이다. 근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를 통해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엿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 동안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신문과 잡지 등의 대중매체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자료집과 연구서를 내었다. 이 책은 그런 9년간의 연구 성과를 담은 것이다. (근대 조선의 풍경을 엿보기 전에 中)

 

 

근대는 꽤 오래전일 것 같으면서도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꽤나 우스꽝스러운 일도, 그 당시에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타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슈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의 현재도 미래 어느 시점에서 보면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요즘 각종 매체를 통해 90년대의 모습을 보았을 때, 약간은 촌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며 생각에 잠긴다. 과거 어느 순간에도 사람들이 살았고, 혈기왕성한 청춘들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며 존재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어렴풋이 들어서 알고 있는 옛모습을 옛날 기사와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고, 새롭게 알게 되는 그 당시의 상황도 많아서 호기심을 채워주는 시간이 되었다. 연구원들이 연구하며 알게 된 근대의 여러 모습들을 대중들과 공유해 보자는 소박한 계기로 출발하게 되었다는데,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통해 그 당시의 모습을 짐작해보는 시간이 정말 의미 있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에 어렵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마음에 들었고, 그들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잘 들어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웃으면서, 때로는 그 무렵의 상황을 나보다 잘 알고 계신 어르신들께 질문을 해가며, 그 당시의 상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해본다. 이 책을 통해 세대간의 차이를 좁혀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성병에 대한 이야기와 '미두'에 관한 것이었다. 코가 사라진 여자의 모습을 1914년 11월 23일 『매일신보』기사에서 볼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성병으로 코가 사라진 사람들이 많았고, 신문에는 성병 약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로 실은 것이다. 이러한 광고가 신문 1면을 차지한다는 것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사회가 그만큼 성병에 대한 공포심이 만연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당시 사회통념에 비추어볼 때 남자 앞에서 치마를 걷어 올리고 알몸을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매매춘 여성들은 극도의 수치심을 느껴 실제로 성병 검사를 피하기 위해 도망가거나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저 그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할 뿐이다.

 

'미두'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증권거래는 언제부터였을까? 이 책에는 그 유래와 그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분위기를 묘사해준다.

1896년일본인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인천에 미두취인소가 설립되었는데, 미두취인소는 오늘날로 얘기하자면 일종의 증권거래소이다.(127쪽)

현재의 쌀 가격을 기준으로 미래의 쌀 가격을 예측해 투자하는 것이 '미두' 즉 '米豆' 쌀과 콩의 거래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탕주의를 위해 모여드는 투기꾼들이 있으니, 변함없이 이어지는 모습인 것이다. 그 당시의 신문 기사를 보여주며 그에 대해 설명을 해주니,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좀더 현장감있게 그 시대를 살펴보는 느낌이다.

 

여자들의 궁금한 점은 그 당시의 의복과 화장품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의 처음부터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니, 궁금한 마음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게 된다. 백의민족인 우리 민족은 그 당시에 옷 관리를 어떻게 했을까? 몇년 전 하얀 이불을 들여놓았다가 빨래 고민에 구석으로 처박아놓을 수밖에 없었던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세제도 제대로 없고, 세탁기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보통 노력이 아니다. 모든 것은 여인들의 일이었으니, 이 책의 설명대로 험난한 세탁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당시 유행하던 옷차림과 그에 얽힌 신문 기사 등을 살펴보는 것도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었다. 박가분 광고와 그 당시 여인들이 선호하는 화장법도 이 책에 실린 장연홍,김롱주의 사진을 보며 짐작해본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낯선 찹쌀떡? 밤도깨비다.

 

 

근대도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들의 문화가 있었고, 사회적인 분위기, 그에 따른 이슈가 있었다. 이 책을 보며 지금은 그저 짐작만 할 수 있는 그 당시의 모습을 좀더 생생하게 그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생각보다 얇은 책이고, 어렵지 않으며, 근거 자료가 풍부해서 막연한 추측이 아니기에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독서를 해본다. 과거의 시대를 살펴보며, 지금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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