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 황경신의 한뼘노트
황경신 글, 이인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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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인식하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할 때부터 존재의 의미가 생긴다. 일상 속에서 보게 되는 사소한 것들,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이 그렇다. 책을 읽으며 누군가의 감성을 빌어 재인식하게 되기도 하고, 내 마음의 창을 두드리며 불쑥 눈에 띈 돌멩이 하나가 세상을 달리 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런면에서는 확실히 시인의 감성이 필요하다. 50만 독자가 선택한 『생각이 나서』의 작가, 황경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화가가 떨림의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내면, 작가는 화가의 그림이 주는 여운을 붙잡아 글로 지었다. 도서 『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는 화가와 작가가 함께 호흡을 맞추어 만든 에세이다. (책소개 中)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며 '좋다'는 감탄만을 할 때에는 그밖의 생각은 모두 날려버리게 된다. 좀더 깊이 들여다보고, 많은 시간을 들여 사색에 잠기면 그냥 사라져버릴 감상들이 오롯이 살아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황경신 작가는 이인 화백의 그림을 자신만의 세계에 끌어들여서 글로 재탄생시켰다.

 

황경신 작가의 책은 『한입 코끼리』를 통해 만나보았다. 여덟 살 소녀가 보아뱀을 만나 열여덟편의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 독특한 소설이었다. 내가 원하던 류의 책이었다. 이해하지 못했던 옛날 동화 속 이야기를 함께 생각해보기도 하고, 동화 속 문장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며 함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 책을 읽으며 나의 상상력이 여전히 빈약하다는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다.

 

내 안에 깊이 각인된 작가의 문장력이 이 책 『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를 읽어볼 원동력을 제공했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이 메시지를 던져주는 책이다. 작가처럼 사소한 상념을 붙들어 글로 표현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한참을 그림만 바라보기도 했고, 스쳐지나갈 법한 사소함을 잡아 끌어 글로 표현한 것에 시선을 고정시켜 보기도 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아침에 너는, 어리둥절한 채로 일어나, 부스스한 영혼의 쓴맛을 훑는다. 밤새 무뎌진 과도로 사과를 깎고, 창을 열어 겨울을 받아들인다. 아침에 너는, 생의 가장자리에 묻은 얼룩을 닦아내고, 오래도록 소식이 없는 사람을 잠깐 떠올리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쫓아낸다. 뜨거운 물을 주전자에 담아, 필터의 가장자리를 따라 조심스럽게 부어, 한 잔의 커피를 만든다. 아침에 너는, 세계의 엄격함에 절망하고, 더 이상 축소되거나 확대되지 않는 일상에 갇힌 기분을, 이를테면 답답하거나 안전한 기분을 점검한다. (29쪽)

 

인생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스쳐지나가는 소소한 일상이 인생을 채우는 소중한 의미임을 깨달았을 때에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애잔함이 있다. 타이밍의 어긋남으로 가물가물한 기억을 끌어올린다.

조그마한 소시지에 칼집을 내어 꼬마 문어를 만들면 소풍이야. 따뜻한 우유를 휘저어 거품을 내고 갓 뽑은 커피를 부은 다음에 계피가루를 뿌리면 소풍이야. 걸음을 멈추고 꽃봉오리 들여다보면 소풍이야. 꽃봉오리에 잠시 머물러 있던 노랑나비 팔랑팔랑 날아가면 소풍이야. (90쪽)

 

71편의 짧은 글들은 나의 아침을 깨우고 커피의 향을 부드럽게 해주었다. 이 책과 함께 한 아침 시간이 나에게는 의욕을 불러 일으켰다. 세상을 좀더 세심히 바라보고 싶은 의욕, 낯익은 일상 속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의욕, 좀더 깨어나는 시간이다. 이 책과 함께 한 4월의 어느 날 아침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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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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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생각은 없다. 캐릭터 설정부터 플롯, 전체적인 줄거리 등 신경쓸 것도 많은 데다가 무엇보다 쓰다보면 내가 앞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다 잊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소설가는 타고 나야 한다고. 그게 아니라는 것은 이 책을 읽다보니 알겠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특히 전업작가나 유명한 작가라고 해도 순식간에 일필휘지로 글을 써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서 결과물을 내보이는 것이다.

만약 자기가 쓴 초고를 봤는데 토할 것 같다면 그건 소설가의 일거리, 즉 생각할 거리가 많이 생겼다는 뜻이다. 이건 뱃살이 생기거나 방이 더러워지는 일과 비슷하다. 말하자면 우리 우주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란 뜻이다. 뱃살이 나왔다고 난 원래 배불뚝이로 태어난 것이라며 절규하거나, 방이 더러워졌다고 왜 나는 사는 방마다 더러워지느냐고 좌절하는 사람만큼이나 이상한 게 처음 쓴 문장이 엉망이라고 재능을 한탄하는 사람들이다. 단번에 명작을 쓰고 싶다면, 시간이 갈수록 방이 깨끗해지는 우주에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 (77쪽)

그들은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끊임없이 소설에 대해 생각하고 다듬는 작업이 필요한 사람들인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재능은 필요하겠지만, 상당부분 노력이 병행되어야 결과물이 나오는 것인데, 그저 당연히 잘쓰는 사람들로만 여겼던 나의 생각을 바꿔본다.

 

이 책은 처음에 호기심으로 집어들었고, 부담없이 읽어나갈 수 있어서 별 기대없이 읽을 수 있었다. 소설 쓰는 일에 관심이 없었으며, 소설가에 대해서도 딱히 호기심이 일지는 않았지만, '그래, 소설가의 일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한 번 들어나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것이다. 제목이나 책의 두께로 짐작해볼 때 그냥 가볍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던져주리라 짐작했다. 처음에는 나의 그런 짐작이 맞다고 생각되었다. 앞부분은 딱히 나의 시선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소설가 김연수가 읽겠다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어디에선가 그 책을 언급한 것이 떠오르며 색다를 것이 없었고, 외숙모가 시인이 된 이야기도 그냥 평범했다.

 

나른한 오후에 졸음이 올 듯 말 듯한 상태로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눈이 번쩍 뜨이며 잠에서 확 깨는 순간이 온다. 그저그런 이야기가 흘러나오다가 어느 순간 훅 치고 들어온다. 소설을 쓰는 데에 관심이 없더라도 소설을 읽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체적인 큰 틀에서 소설을 바라보는 데에 꽤나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적절히 웃음 코드가 섞여있는 책이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등단을 하기 전에, 그리고 등단하고 나서도 오랫동안 내가 착각한 것은 먼저 소설가가 되어야만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 점이다.'로 시작하는 글을 보다보면, '소설가'와 '소설 쓰는 일'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웃어가며 바라볼 수 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며 웃으며 읽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바라보는 부분이기도 하다. 소설가가 되려면 먼저 인간이 되라고 하는 작법책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초고를 '토고'라 말한다. 나중에 다시 보면 구토를 유발한다는 뜻도 있고, 토할 때까지, 토가 나와도 계속 쓰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하지 않던가! 퇴고의 과정을 거쳐야 글은 형체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펄펄 끓는 얼음에 이르기 위한 5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생각할 생각도 하지 말자.

2. 쓴다. 토가 나와도 계속 쓴다.

3. 서술어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토해놓은 걸 치운다.

4. 어느 정도 깨끗해졌다면 감각적 정보로 문장을 바꾸되 귀찮아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

5. 소설을 쓰지 않을 때도 이 세계를 감각하라.

귀찮아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 바꾸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중요한 것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무언가를 쓰고, 그렇게 쓰인 '토고'를  귀찮아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 고치고 치우는 일이다. 이 책은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만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캐릭터와 플롯 구성을 하며 그럴 듯한 스토리를 생각했는데, 막상 문장으로 써놓고 보니 자신은 소설가로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에서 소설을 계속 써나갈 수 있는 힘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소설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들도 한 번 소설 쓰는 일에 대해 소설가의 일을 들여다보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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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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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 넘치는 소설을 읽고 싶었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설명되는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은 긴장감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짜릿한 기분을 느끼게도 한다. 소설을 읽을 때에 스포일러에 김이 새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접근하게 된다. 이 책 역시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이라는 제목과 표지에 있는 '사과'에 관한 글이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아는 전부였다.

인류 역사를 바꾼 세 개의 사과 - 이브, 뉴턴, 세잔의 사과

그리고 한 천재가 베어 먹은 네 번째 사과의 비밀!

 

이 책은 제목에서 주는 느낌과 실제로 읽었을 때의 느낌이 좀 달랐다. 제목을 보고 언뜻 떠오른 것은 방정식과 그에 얽힌 지적 스릴러였다. 실제 책을 읽기 시작하니 예상했던 내용이 진행되는 소설은 아니었다. 내가 원하던 긴장감은 부족한 듯하나 이 책을 통해 앨런 튜링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수확이었다. 엄청난 일을 해낸 천재 수학자에 대해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세상에 내가 모르는 일이 정말 많구나, 생각된다.

 

앨런 튜링이라는 천재 수학자가 있었다.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 앨런 튜링의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나온다.

"사회는 나에게 여자로 변하도록 강요했으므로 나는 가장 순수한 여자가 선택할 만한 방식으로 죽음을 택한다." 앨런 튜링(1912-1954)

그제야 그가 실존 인물이었음을 알아채고 검색을 하게 되었다. 영국 국립물리학연구소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 팀장, 1939.09 영국 암호학교 암호해독반 수학팀장 등의 이력이 눈에 띈다.

158,962,555,217,826,360,000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해군의 암호 생성기인 에니그마가 만들 수 있는 조합의 수. 앨런 튜링이 이를 해독함으로써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소설은 앨런 튜링이 죽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비오는 날, 경찰인 젊은 경관 레오나드 코렐은 사건 현장에 가게 된다. 좁은 침대 위에 한 남자가 똑바로 누워 있었다. 시체. 남자는 검은 머리에 서른이 갓 넘어 보였다. 입가의 하얀 거품이 뺨을 타고 흐르다가 말라 흰 가루만 남았다. 두 눈은 반쯤 뜬 채 돌출형의 둥근 이마 아래 깊숙이 파묻혔다. 코렐은 톡 쏘는 아몬드 향. 유리찬장에서 발견한 청산가리. 수학 방정식으로 가득찬 수첩 등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호기심은 이제 시작된다.

삶과 생활의 흔적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실험, 메모, 계산. 마치 삶이 중간에 뚝 끊어져나간 것만 같았다. 이곳에 누가 살았든 간에, 삶이 지긋지긋함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깊이 개입해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다지 신기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는 누구나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살이라니, 선택한 방법이 너무 복잡하지 않나? 스스로 목숨을 취할 생각이었다면 왜 독극물을 병째 마시고 헤까닥 가지 않았을까? 저 친구는 약을 냄비에 끓이고 천장에서 전선을 뽑고 사과를 반쪽 내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는 뜻이다. (33쪽)

 

동성애에 대해 사회적 평판은 지금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그 시대에는 앨런 튜링의 위대한 업적조차 덮어버릴 만큼 파장이 컸다. 그가 어느 정도 연기력이 되거나,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을 솔직하게 말해버리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튜링이 불쑥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나 호모다." (345쪽)

앨런 튜링은 화학적 거세를 선고받고 여성 호르몬을 투여받는다. 이 책에는 앨런 튜링만이 아니라 또다른 동성애자인 코렐의 이모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책 속의 또다른 주인공인 코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 소설에 덤으로 주어지는 매력이다.

 

꽤나 두꺼운 소설이다. 앨런 튜링에 대해 이름조차 몰랐던 사람에게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읽어보도록 만드는 묘미가 있다. 이 소설은 실존인물을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살짝 얹은 것이기에 어느 부분까지 사실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 책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은 <밀레니엄>시리즈 4부 작가인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의 지적 스릴러 소설이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영감을 불어넣은 단 한 권의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와 책을 비교해서 이해하면 더욱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나저나 제 4의 사과는 애플사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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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민낯 - 내 몸, 내 시간의 주인 되지 못하는 슬픔
대학가 담쟁이 엮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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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차이, 이해하기 힘든 장벽이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 않았기에, 같은 꿈을 꾸지 않기에, 그만큼의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서로 간의 이해는 평생을 가도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의 간극은 메우기 힘든 것이고, 사람의 생각마저 커다란 차이를 만들고 말았으니까. 같은 시대를 살아도 다른 세상을 사는 듯한 느낌이다. 결국 대화의 창을 아예 닫아버리게 되기 십상이다.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이해되는 것은 아닌 것이 세대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4년 2학기. '출판기획제작' 강의를 듣던 학생들 20명이 20대의 실체를 보여주고나 20대의 낙서 채집에 나섰다. 대학생들이 활발히 참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페이스북, 블로그의 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놀이, 연애, 경제, 학업, 진로, 정치,사회, 잉여 생활 등으로 분야를 나누고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모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모아진 글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그들의 글에는 연애, 교수, 친구, 축제에 관련된 글이 거의 없었다. 과제, 스펙,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진로에 관해 마치 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반복하고 있었다. 학생들조차 당황하는 듯했다. 마치 거울을 처음 마주한 사람처럼, 낯설고도 익숙한 이 얼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 보였다. 이 시대 청춘은 이런 모습이었다. (에필로그 中_ 지도교수_이소영)

 

우리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지금 학교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학생들은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 안에 속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졸업 후에 적당히 쉽게 취직이 되는 세대도 아니고, 캠퍼스의 낭만은 꿈꾸기 힘든 분위기일 것이라는 추측을 할 뿐이다. 학점 관리와 스펙 쌓기는 기본, 출중한 외모에 다양한 경험까지 갖춰야 하는 요즘 대학생들. 하루 24시간은 모자라기만 하고, 몸과 마음이 지쳐 의욕도 사그라들 법하다.

 

처음에는 가벼운 듯 했다. 낙서를 보는 느낌은 다 그럴 것이다. 가볍게 던져진 말을 보며 순간 웃어 넘기기도 하고, 묘하게 공감하며 마음이 가게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낙서인데 내 마음속에서 뜯어낸 듯 나와 꼭 닮아 있었다'는 생각을 털어놓았다는 서문의 글이 인상적이다. 가벼운 것도 무거운 것도, 세상의 고뇌를 다 짊어진 듯한 염세적인 것도, 웃어넘기는 초긍정마인드도 모두 그들의 일상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어느 시대라고 청춘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힘들지 않았던 적은 없었겠지만, 요즘 아이들이 쉽게 산다거나 생각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삶의 소리를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의 표지에 '내 몸, 내 시간의 주인 되지 못하는 슬픔'이라는 문장이 눈에 띈다. 마음이 아려온다. 이들 나름의 고민과 힘든 일상이 있을텐데, 그저 기성세대는 이들을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근성이 없는 사람들로 치부해버린다.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본다.

 

얼마 전 만난 친구가 그랬다.

"야, 요새 애들한테 뭐 하냐고 물어보면 다 똑같아. 무슨 자소서 써, 면접 봐, 인턴 해, 토익? 오픽? 하나같이 다 이런 소리만 한다니까? 나, 난 그게 너무 싫어!"

물론 이게 절대 비난받을 일이 아니고, 우리 시기에 당연한 것이고, 그런 거 잘하는 애들이 자기 삶의 절대 갑 편집장들인 경우가 더 많다. 그렇지만 개중에 많은 수가 색깔이 없는 것도 사실.

무명씨 페이스북_화학과

 

"네 탓이오. 네 탓이오. 너 개인의 큰 탓이옵니다"...슬프다

무명씨 페이스북_정치외교학과 11학번

 

하고 싶은 걸 하면 부모님께 죄송하고, 하고 싶은 걸 안 하면 나한테 미안한. 그들의 죄책감. 그 세대의 보편적 감정이라고 한다. 예전보다 등록금은 훨씬 더 올랐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자신이 좀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자책한다.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 산다고 해도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에 따른 좌절감과 죄책감은 삶의 무게가 되어 짓누른다.

 

이 책을 읽으며 '세대 단절에 다리를 놓는 청춘의 일기장'이라는 표현이 맞아떨어지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기성세대가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들의 낙서, 잡담에 집중해보면, 이들의 생각과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돌파구를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들이 이런 모습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20대가 끄적여놓은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이들의 마음을 짐작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1. 왠지 이 사회는 젊음을 무기로 가진 20대에게 '젊음'을 핑계로 자꾸만 무언가 강요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으니까 뭐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젊으니까 뭔가 해야만 한다고 협박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서글퍼요.

2. 달려가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이 사회에서는 달리다 한 번 넘어지면 절대로 한 번에 일어설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평생 못 일어날 수도 있죠.

3. 그런데도 늙은이들은 계속해서 젊은이들에게 도전하라 하고 달려가라 해요.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괴상한 사회구조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최주영_13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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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역설 - 슈퍼 달러를 유지하는 세계 최대 적자국의 비밀
정필모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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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워졌다.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있고,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취업난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돌파구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아도 딱히 잘 모르겠다.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아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보다 큰 그림을 그려주고 큰 틀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달러의 역설』을 보면서 문제를 직시하고 어렴풋이 해답까지 예상해볼 수 있었다.

 

세계 최대 적자국이자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하지만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보다 다른 국가들이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달러로 인해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에 어쩔 수 없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현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달러의 역설'이다. (책 속에서)

 

세계 최대 적자국이자 채무국인 미국은 위기의 진원지이지만 정작 미국보다는 다른 나라들이 더 많은 피해와 고통을 떠안고 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문제를 제기한 것을 보고 나서야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 경제는 상식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고 일반인으로서 의문조차 가지지 않고 그러려니 하며 지내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런 불공정한 일이 자행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이 같은 역설이 가능한 미국 경제의 힘은 세계의 기축통화 '달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KBS 경제 전문 기자 정필모가 30여 년간 취재하고 분석한 경제 해설서이다. 전문가가 아닌 독자도 오늘날 반복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금융 불안과 위기의 원인, 그리고 그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출간한 것이다. 서문에 보면 좀 더 체계적이면서도 대중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목적으로 집필한 보람이 느껴질 책이다. 쉽게 읽히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할 어려운 문자를 쓰는 것도 아니다. 읽다보면 세계 경제의 과거와 현재, 문제점, 왜 그렇게 흘러가는 것인지 전체적인 큰 그림이 그려진다. 문제 제기를 통해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그에 대한 해답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아가게 된다.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시선을 제공받는 느낌이다. 시야가 확 트이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국제 금융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는 시간은 의미가 있었다. 굵직굵직한 큰 틀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경제에 큰 관심이 있는 독자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알고는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일반인으로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알짜배기 지식을 뇌에 콕콕 저장해둔다. 이 책을 보면 볼수록 저자의 말처럼 대중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느껴졌다.

 

문제만 나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는 책은 공허하다. 이 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도 짚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달러 기축통화로 대변되는 현재의 국제 금융 질서에 대한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하루 아침에 새롭게 모든 것이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질서의 구축까지 시간이 걸리고 달러 기축통화를 전면 대체할 대안이 없다면, 현재의 국제 금융질서가 갖고 있는 문제라도 최대한 보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국제 금융 질서 개혁을 위한 논의를 짚어보고, 우선 고려해야할 과제로 통화체제의 근간이 되는 대외 지불준비 자산을 다각화하고 불안한 환율제도를 개선해야하는데, 환율제도 개편 방안 중 현실성 있는 대안은 환율제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는 '목표환율권제도'라고 한다.

 

문제점만을 짚어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다. 다양한 방법 중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지 논리적으로 정리를 해주어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지금껏 세계 경제에 관심이 없었지만 관련 서적 한 권 정도는 정독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의문으로만 남았던 일들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정리를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저자의 예리한 관찰력과 입담이 이 책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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