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민낯
신동윤 지음 / 어문학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곳이다. 상하이의 휘황찬란한 야경에 이곳이 정말 중국인가 생각한 적이 있다. 그때가 벌써 10여 년전이니, 지금 다시 간다면 낯설게 변해버린 그곳의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잊을 것 같다. 지금 당장 다시 갈 생각은 없지만 중국의 현재 모습이 궁금하긴 하다. 책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의문 사항을 풀어보기로 했다. 이 책 『중국의 민낯』은 '현대 중국의 다양한 사회 현상을 풀어내는 최신 보고서!'라는 설명에 궁금한 마음이 생겨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신동윤. 중국 난징대학교 사회학박사이다. 중국의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담론이 부족하다는 것에 착안해 『중국의 민낯』을 집필하였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오해나 편견을 가졌던 주제들을 풀어내며 중국사회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집필한 것이다. 저자의 의도가 그러했으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에 담긴 각 주제가 한 번쯤은 들어보았지만 잘 알지는 못하고 있었기에 관심있게 읽게 되었다. 익숙한 주제이기에 그다지 낯설지 않게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푹 빠져들게 되는 책이다.

 

우리와도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일까? 중국의 입시전쟁에 대한 글을 읽으며 눈이 번쩍 뜨인다. 가오카오는 중국의 대입시험인 고등학교초생고시의 약칭인데, 그 경쟁률이 대단하다. 매년 6월 7~8일(2일간) 진행된다는 점도 놀라웠고, 시험과목과 응시 방식 등 자세한 정보를 알게 된다. 중국의 대입시험은 내신 성적 반영 없이 순수 대입시험 점수로만 결정하기에 대입시험 날 전국이 들썩이는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79쪽에 있는 사진을 보면 기가 막혀 혀를 내두르게 된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도 영어단어 외우는 것을 포기하지 못한 어느 여학생의 모습, 학업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한 학생이 수업 중에 갑자기 투신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중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었던 일은 사진만 보아도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 대한 것도 인상적이다. 중국의 시대별 미의 기준을 보며 지금껏 어떤 분위기로 흘러왔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성형에 부정적이던 사람들이 2003년 베이징의 한 성형외과가 내건 무료 전신성형수술 이벤트를 계기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6세 하오루루는 7개월에 걸쳐 14군데의 성형수술을 받았고, 이 전 과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됨으로써 '중국 최초의 인조미녀'로 인정받았다. 그녀는 수술 이후에 보석감정사 직업은 그만두고 전국의 성형외과 광고 모델로 활약하게 되었고, 부호들과 어울리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니, 외모로 인생 역전을 꿈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외모 지상주의에 불이 붙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 죄수에게 죄질과는 관계없이 외모만으로 동정하는 풍토가 만연하고, 걸인일지라도 잘생긴 외모 덕분에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은 남성의 이야기도 볼 수 있다.

 

그밖에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야기와 결혼 문화에 대한 것은 궁금했지만 잘 몰랐는데,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중국인의 성인식, 효 문화에 대한 것과 도시의 신흥 빈곤층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었다. 막연하게 궁금하던 것에 대하여 정보를 제공해주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중국에 대해 알고 싶은데 너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으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이 적합할 것이다. 읽다보면 어느 순간 푹 빠져들어 읽게 되는 책이다. 궁금했던 주제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중국의 민낯을 제대로 들춰보는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서른 살 빈털터리 대학원생을 메이지대 교수로 만든 공부법 25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효진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생을 바꿀지도 모를 기회를 포착하는 일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책이 있고, 어떤 책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을 뒤흔드는 책과의 가슴떨리는 만남을 위해 틈만 나면 책을 들춰보게 된다.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사람이 책과의 만남을 지속하다보니 타인의 독서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긴다. 서평을 남기다 보니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의 다른 느낌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책을 읽다보니 다른 사람들의 독서법에 대해서 궁금해진다.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법에 대해 궁금한 생각이 들어 이 책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사이토 다카시이다. 일본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교수인데, 문학, 역사, 철학, 교육심리학부터 비즈니스 대화법, 글쓰기, 처세술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 방대한 지식과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삶의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스타일의 글을 선보여 세상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수라는 평을 듣고 있다. 사이토 다카시의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을 읽어보면 남다른 문장력을 느낄 수 있는데, 그 기반이 독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독서가 사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입시 준비에 정신없었던 고등학생 시절이 그랬다. 초등학교 때는 책을 즐겨 읽는 소년이었는데 중학교에 가면서 많아야 한 달에 두 권 정도 읽게 되는 식으로 독서와 점점 멀어졌고 고등학생 때는 책을 읽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로지 대학에 가야 한다는 목표에 집중하느라 책을 읽는 것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18쪽)

사이토 다카시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이 구절을 읽고나니 위로도 되고 안심도 된다. 책을 대하는 것이 우리와 비슷하다. 학창시절에는 피곤한 경쟁에 뛰어들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 사치라고 느껴지고 점점 책에서 멀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뛰어넘어야 할 산이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삶의 고비에도 쓰러지지 않고 내 꿈을 향해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책을 읽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19쪽)'는 그의 말에 동의하며 계속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구에게나 통하는 독서법은 없다', '독서 경험이 늘어날수록 나만의 독서법이 생긴다'에 주목하게 된다. 독서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추천도서도 제각각이고 독서의 방법도 그만큼 다양하다. 누군가에게 잘 맞는 독서법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에게 맞는 독서법을 찾기 위한 지침이 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이 책에서 나의 독서 경험과 나는 물론이고 제자들, 독자들에게 유용했던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당신 자신만의 독서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어디까지나 참고해야 할 사항이지 무조건 따라할 필요는 없다.(135쪽)'

 

이 책은 뒤로 갈수록 실전에 도움이 된다. 앞부분에서 워밍업으로 시작하여 점점 책에 빠져들게 한다. 가볍게 주의 환기를 시키고 부담없이 읽어나가며 좀더 독서를 생활화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된다. 전체적으로 총 4 chapter로 구성되어 있는데, 1단계부터 4단계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책읽기 초보에게는 앞부분이 시작하는 데에 도움을 많이 줄 것이다. 늘 절반쯤 읽다 포기하는 사람이나,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도 chapter 1,2를 읽어나가며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나면 chapter3을 읽으며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을지 짚어보게 된다. 실전적이고 도움이 되는 정보는 chapter 4에 있으니 끝까지 읽어나가면 막막했던 독서법을 시원하게 뻥 뚫어서 정리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책을 계속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점이다. 독서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가 막연한 느낌에 머뭇거리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에 망망대해에서 나를 건져주는 듯하다. 마지막 챕터에서 다룬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살아 있는 독서의 기술 10'이 밧줄이 될 것이다. 저자도 강조했듯이 어디까지나 참고해야 할 사항이지 무조건 따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열 가지 중 분명 한두 가지는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밧줄이 되어 내 삶을 든든하게 지탱해줄 것이다. 무작정 독서하다가 지쳤다면 독서법에 대해 깔끔하게 다루는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을 배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6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추리소설'이 떠오른다. 그런 것 때문일까?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님에도 추리소설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기게 된다. 누구나 그렇듯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이름은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 이름은 너무도 강렬해서 책의 장르마저 고정관념으로 눌러버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이다.

 

이 책을 접하고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다고 한다. 필명을 쓴 것은 추리소설 독자들을 혼동시키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고, 이는 애거사의 뜻에 따라 오십 년 가까이 비밀에 부쳐졌다고 한다. 이 책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이름으로 출간되었고, 만약 그러한 언급 없이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면 끌림이 약했을 것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긴 하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그리는 사랑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이 소설이 애거사 크리스티가 노년기에 쓴 소설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작가의 이름보다는 내용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사랑을 배운다』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노년기에 쓴 소설로 원제는 The burden 즉 '짐'이다. 언니 로라와 동생 셜리, 자매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랑이라는 '짐'에 대해 그린다.

(312쪽_옮긴이의 말)

애거사 크리스티가 전해주는 사랑 이야기가 어떨지 궁금하여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약간의 의아함으로 읽기 시작한 이 소설은 일단 다 읽고 나니 작가의 이름보다는 내용이 여운으로 남는다. 사랑을 생각하게 하고 삶을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의 표지에는 단아한 여성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이 여성이 주는 무게감만큼 이 소설이 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바라보기에 따라 다른 무게감을 전해주는 것일테다.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도 않을 수도 있고 버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각자가 느끼는 사랑의 무게는 자신이 지고 나아가기에 조금씩 버거운 정도라는 생각도 든다. 이 소설 속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 적당한 짐을 무겁게 이고 가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지만, 그 누구도 그녀들의 짐을 덜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오빠가 죽자 로라는 부모의 사랑을 받을 거라는 은밀한 기대에 들뜨지만 갓 태어난 동생에게 또다시 부모의 사랑을 뺏긴다. 로라가 하느님에게 동생을 천국으로 데려가달라고 기도하던 날 밤에 집에 화재가 나고, 로라는 위험에 처한 동생 셜리를 구하면서 죄책감과 강한 사랑을 느낀다. 이후 로라의 삶은 오직 셜리에 대한 희생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채워지고, 이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애거사 크리스티는 사랑을 주고받는 것의 본질을 탐구한다. (312쪽)

 

이 책은 표지에서 주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다. 스토리 자체도 읽을만 했고, 그 과정에서 로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기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 동생 셜리의 속마음을 알아채고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희생','헌신'이 주는 '짐'을 이들의 상황을 읽어나가며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기도 한다.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내 안에서도 발견하게 되는 부분이고 주변에서도 보게 되는 면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기준에서 조정하려다가는 상대를 불행에 빠지게 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음에도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되면 어리석은 판단을 하기도 한다.

나는 백 가지 사랑의 기술을 알았으나

그 하나하나가 연인을 슬프게 만들었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봐라, 꼬마 로라."(97쪽)

 

이 소설을 읽으며 사랑의 일그러진 단면을 바라보다가 인생을 보게 된다. 점점 시야를 확장해서 인간을 바라보는 신의 모습까지 생각하도록 작가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인간을 증오하느니 차라리 신을 중오하는 게 훨씬 나아요. 그래봐야 인간은 신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신은 우리 인간에게 상처를 주죠."

"그렇지 않아요. 인간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에게도 상처를 주죠."

"신의 탓으로 돌려버리라는 건가요?"

"그게 바로 신이 하시는 일이에요. 신은 우리의 짐을 짊어지시죠. 우리의 반감이라는 짐, 미움이라는 짐. 그리고 사랑이라는 짐." (212쪽)

 

이 소설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모은 시리즈인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소설을 읽고보니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인간을 바라보는 예리한 통찰에 푹 빠져들게 된다. 한동안 여운으로 남을 소설이다. 오랜만에 소설 속 세계에 빠져들어보았다.

"넌 사랑을 주고만 싶지 받고 싶지는 않은 거야. 사랑받는다는 건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거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 갑질 공화국의 비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땅콩회항 사건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전반에 만연해있는 '갑질'에 대해 논하는 책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책, 먼저 제목을 보면 살짝 이상하다. 개천에서 용 나면 왜 안 된다고 하는걸까? 그것이 갑질 공화국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되고 세상을 다시 한 번 낱낱이 살펴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칼로 도려내는 듯한 날카로움을 느끼게 되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타래의 끝을 찾아낸 듯해진다. 제목에서 느낀 의아한 느낌은 머리말을 읽으며 공감으로 바뀌었고, 책을 읽어나가며 불쾌하면서도 시원한 생각이 든다.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것을 콕 짚어내어 해석해주니, 이제야 비로소 '아, 그런 거구나.'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개천에서 난 용을 보면서 열광하는 동시에 꿈과 희망을 품는다. 계층 이동의 가능성을 보면서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이라는 확신마저 갖는다. 그런 확신은 충분한 역사적 근거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국제사회에선 '개천에서 난 용'이기 때문이다. (7쪽)

"개천에서 용 난다"는 단순한 속담이 아니다. 그건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모델이자 심층 이데올로기로서 무게와 중요성을 갖는다.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은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코리언 드림'의 토대지만, 동시에 사회적 신분 서열제와 더불어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왜곡된 능력주의, 즉 '갑질'이라는 실천 방식을 내장하고 있다. (9쪽)

우리는 개천에 사는 모든 미꾸라지가 용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이론적 면죄부를 앞세워 극소수의 용이 모든 걸 독식하게 하는 승자독식주의를 평등의 이름으로 추친하는 집단적 자기기만과 자해를 저지르고 있다. (11쪽)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는 말은 용과 미꾸라지를 구분해 차별하는 신분 서열제를 깨거나 완화시키는 동시에 '개천 죽이기'를 중단하고 개천을 우리의 꿈과 희망을 펼칠 무대로 삼자는 뜻이다.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는 말은 '국가'니 '전체'니 하는 말을 앞세워 일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건 물론 성공을 거둔 뒤에도 희생을 당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 '철면피 심리'를 끝장내자는 뜻이다. (12쪽)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념적,정치적 선악 이분법에 사로잡혀 남 탓만 하기에 바쁘며, '너희들 때문'이라고 하는 증오의 소용돌이에 갇혀 있는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모든 문제의 주범은 '너희들'이 아니라 '우리'라고 말한다. 이 책의 시작이자 독자가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현실이다. 어떤 논리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책을 읽어나가며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목차만 읽어보아도 무엇인지 모를 화가 치밀어오른다. 자세한 내용이 담긴 글을 읽다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뒷골이 당긴다.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말도 안되는 일이 즐비하다. 이 또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고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갑과 을이 존재하며, 갑이 되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 수많은 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것을 추구하며 불에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자신을 소모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떠올리며 '독일 철학자 니체는 "광기란 개인에게는 예외가 되지만 집단에게는 규칙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가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287쪽)'는 말에 집중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시대의 모습이고 문제점을 깨닫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문제 자체를 문제라고 생각지도 못하던 때에서, 문제라고 인식함으로 인해 첫 발걸음을 내딛는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갑들의 갑질 문제를 근원적으로 들여다보면 갑질을 조장하는 사회가 보이고, 우리 내면을 조심스레 직면하게 된다. 생각의 살얼음을 깨고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틔워주는 책이다. 아프고 불편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5-05-3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에서 10대가 70대 노인을 폭행했다는 기사가 나오더군요.힘있고 권력있고 돈 많은 사람들의 갑질이 힘 약하고 가난해서 돈없는 사람을 못살게 굴며 패덕함이 온 사회에 물들어 있어요. 행복한 나라를 원해서 죽어라고 일했지만 이제 먹고 살만 해지니 막가파 나라가 된 서글픈 현실....사유가 없고 오로지 먹고사니이즘에 물들어 자본이 신앙이되어 버렸으니..안탁깝네요.
 
처음 교토에 가는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 잊을 수 없는 내 생애 첫 교토 여행 First Go 첫 여행 길잡이
정해경 지음 / 원앤원스타일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사카 여행을 하며 교토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이 안내해주어 수동적으로 여행을 다녀온 경우 대부분 그곳에 갔다왔다는 기억 말고는 희미해진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어느 봄날, 그곳은 가장 일본스러운 곳이었다는 기억을 나에게 남겨주었다. 나중에 언제 한 번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 그대로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이 책은 첫 여행 길잡이 시리즈 책 중 한 권이다. 처음 교토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에 대해 어떻게 담겨있을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펼쳐 보는 교토에 대한 모든 것!

항공권만 이 책만 들고 낭만 가득한 교토로 떠나라!

여행을 준비하는 것도 여행에 포함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모든 여행을 꼼꼼하게 준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일상에 바쁜 상태에서는 여행을 위한 시간을 빼놓는 것만으로도 벅찬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친절하게 첫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도 필요하다. '그대로 따라하면 되는 3박 4일간의 일정 공개'가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쁜 일상이 한몫한다. 다음에 교토에 가게 되면 이 책 한 권 들고 비행기에 오르리라 생각해본다. 사실 나에게 꼼꼼한 여행 스타일은 맞지 않는다. 여행을 가게 되어도 미리 깨알같은 정보를 수집하자면 여행 가기도 전에 지치기 때문이다.

  

 

 
여행 스타일은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낯선 곳에 처음 가게 되었는데 비행기 타면서 여행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을 때, 이 책이 유용할 것이다. 여행 초보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알차게 제공해준다.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많은 세계문화유산과 일본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교토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봄,가을에는 벚꽃과 단풍이 배경으로 장식되는 천년 고도. 일본에 간다면 그곳만이라도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날 일정은 교토 여행 1번지.

기요미즈데라에서 시작하여 히가시야마 골목길, 야사카진자, 기온에 걸친 교토 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첫째 날 일정 지도를 보면 어느 곳을 둘러볼지 한 눈에 점검해볼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하면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체되거나 체력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거리를 파악해보고 일정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유홍준의 <나의 일본 문화유산 답사기> 교토 편에서 청수사에 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1994년 '고도 교토의 문화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곳이다. 이 책에서도 그곳을 교토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소개한다. 기요미즈데라가 바로 청수사를 의미한다. 그곳에 어떻게 가야할지, 그곳에서 어떻게 즐기면 될지, 상세히 일러준다.

 

아무리 길치라도 이렇게 상세한 설명이 있는데 길을 잃을 수는 없을 것이다. 친절한 설명이 마음에 든다. 여행을 할 때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기요미즈데라 어떻게 즐겨볼지 일곱 페이지에 걸쳐 사진과 함께 설명이 이어진다. 직접 그곳에 가서 보게 된다면 당황하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여행의 경우에는 언어도 다르고 낯선 환경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렇다고 패키지 여행을 떠나자니 단체에 이끌려 좀더 있고 싶은 곳에서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초보 자유여행자를 위해 이 책은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은 매력적으로 담겨있어서 가고 싶은 곳을 자꾸 점찍어두게 된다. 교토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시간이 아쉬워진다. 다음에 가게 되면 3박 4일 일정으로 이 책에서 일러주는 코스를 짚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박 4일동안 충분히 다양하고 깊게 교토를 마음에 담아올 수 있을 것이다.

 

처음 교토 여행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 교토 여행을 위한 준비가 미흡해서 비행기 안에서 교토 여행 책 한 권을 펼쳐보고 싶은 사람들, 3박 4일간의 교토 여행 코스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첫 여행의 소중한 길잡이가 되는 이 책 한 권으로 걱정 없이 든든하게 교토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을 없애고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틔우게 될 것이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소설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