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 고전 속 지식인들의 마음 지키기
박수밀 지음, 강병인 서체 / 샘터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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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옛날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현대의 삶에서 편리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없다는 것은 조금 불편할 것이다. 치통이 있을 때에 치과 한 번 다녀오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을 몇날 며칠을 앓기만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멀리 떨어져있어도 전화 한 통화면 해결될 일을 말을 타거나 하염없이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옛날 선비들의 단촐한 살림살이와 깔끔한 책상머리는 부럽다. 그저 살아가는 걱정 없이 경서 읽기에만 몰입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은 삶의 겉모습만을 생각한 것일테다. 좀더 깊숙이 들어가 내면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어떤 좌우명을 가지고 어떤 마음 가짐으로 살았을지에 대해 궁금해진다. 이 책이 그런 궁금증을 한데 모아 해결해준다.

 

이 책은 옛 지식인의 삶을 이끈 한마디 문장과 그 문장을 오롯하게 드러내 주는 인생의 아름다운 국면을 이야기한 것이다. 누군가에 대해 말할 때 사람의 면면을 일일이 기억하고 그 삶 전체를 오롯하게 말하기란 정말 어렵다. 아니,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과 같다. 도리어 그 사람을 말해 주는 단 하나의 문장,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좌우명은 그 사람의 일생을 요약해서 말해 주는 인생 자체가 아니던가? (9쪽)

 

이 책에는 이순신, 이이, 허균, 김득신, 이익, 박지원 등의 좌우명이 담겨있다. 월간 <샘터>에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으로 연재된 글과 영묵 강병인의 멋글씨(캘리그래피)가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그저 술술 넘기다가 마음이 잡아끄는 문장 앞에서 한참을 머물러도 좋을 것이다. 단순히 좌우명만 나열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과 삶의 태도가 드러난다. 이 책을 읽으며 좌우명에 담긴 그들의 인생을 바라본다.

 

이 책을 보다보니 저자가 어떤 부분을 덜어내야할지 고민을 많이했으리라 짐작된다. 평소에 좋아하고 관심 가졌던 김시습, 이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이옥, 홍길주 등도 막상 삶을 이끈 한마디 말을 고르려니 난감했다(10쪽)는 저자의 고민을 백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고민과 핵심을 잡아내는 노력으로 이 책이 탄생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더욱 빛날 수 있었으리라 본다.

 

처음에는 단순히 좌우명이 궁금해서 한 번 읽게 된다. 멋글씨와 좌우명에서 남다른 힘을 느끼기도 하고, 왜 그 말을 좌우명으로 삼았을지 궁금해진다. 그 다음에는 옛사람들의 삶을 이끈 문장의 배경이 궁금했고, 인물 됨됨이까지 상세하게 살펴보게 된다. 눈에 띈 좌우명을 먼저 찾아서 읽으며 그 저변에 깔린 옛사람들의 삶을 읽어나가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혹시라도 놓쳤을지도 모를 보물을 건져올리는 시간을 갖는다. 남명 조식의 《남명집》중 <좌우명>을 자꾸 곱씹어보게 된다. 멋글씨에도 굳건한 힘이 들어가있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다. 조식은 배운 것은 반드시 실천하는 행동가이다. 조식이 61세 되던 해, 지리산 덕천동에 들어가 산천재를 짓고 그 방에 좌우명을 내걸었다. 그 좌우명이 바로 이 글이다.

"항상 미덥고 삼가며 사악함을 물리치고 참됨을 보존하리. 산처럼 우뚝하고 못처럼 깊으면 봄날의 꽃처럼 환히 빛나리라."

이렇게 접하게 되니 좌우명에 대한 전후 이야기와 그 사람의 됨됨이까지 한 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의미 있다.

 

별다른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좌우명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큰 틀에서 볼 때 삶의 진행 방향을 잡아주는 금귀이고, 인생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될 것이다. 옛사람들의 좌우명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니 나의 인생을 이끌어줄 좌우명이 어떤 것이 있을지, 내 인생을 담아낼 문장을 무엇으로 할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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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내가 있다 - 세상에 내 편인 오직 한 사람, 마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 남편의 미련한 고백
전윤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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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아내는 어떤 존재일까. 시인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시 속에 남몰래 사랑을 넣어 자기들만의 암호로 표시하기도 할 것이고, 일상 속에서 투덜거림을 예술로 승화시켜 표현하기도 할 것이다. 막연히 그들의 삶을 짐작할 뿐 속속들이 들어본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투닥투닥 소소한 일상을 보며 그들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과 사랑이 적절히 버무려져 맛깔나는 인생을 만들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거기에는 신맛, 쓴맛, 단맛, 짠맛 모두 들어있다. 그런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이 책은 시인 전윤호의 에세이다. 시와 함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요즘은 이렇게 시와 에세이를 병행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한 권의 책에서 시와 에세이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집으로는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순수의 시대』『연애소설』『늦은 인사』가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시 중 아내에 대해 쓴 시들을 모아, 각 작품마다 저자의 애잔하고 애틋한 마음을 소소하게 덧붙인 아내에게 전하는 고백헌사이다. (책날개 中)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제목이 다소 위험하다. 편집을 맡았던 친구가 굳이 그 제목으로 가자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동의했다는데, 역시나 책이 나오고 나서 후회를 많이 할 법하다. 일단 시집을 받은 장모님의 눈매가 심상치 않았고, 사람들은 무슨 제목이 그러냐고 놀려댔다고 한다. 시적 현실과 현실을 혼동해선 안 된다고 아내에게 신신당부했지만 속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후회가 있어서였을까. 이번 책은 제목에서 아내의 미소가 느껴진다. 믿음과 사랑을 오롯이 보여주는 제목이라고 느껴진다. 저자는 아내가 이 책을 결혼 이십 주년 기념으로 세계일주 크루즈 여행 선물을 받는 것보다 값진 것으로 여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책을 읽어보니 시인 남편이 이런 선물을 준다면 그동안 서운하고 아쉬웠던 마음이 눈녹듯 녹아내렸을 것 같다. 이 책에서 그들의 인생을 본다. 지금까지 아이를 키워가며 살아온 그들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듯 그려진다. 농담도 진담도 삶의 소리로 다가온다. 심하게 아프고 나서 아내가 곁에서 금강경을 쓰는 모습을 담은 「금강경 읽는 밤」은 시인의 마음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뇌리에 남는다.

 

시와 에세이를 통해 읽게 되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다. 우리의 삶은 예술이고 수행이다. 요중선이라고 했다. 고요한 암자에서 수행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시끄러운 시장바닥에서 선을 행하는 것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참선에 이르는 것이고, 삶을 살아냄으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삶에서 수행자의 모습을 본다. 또한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여과없는 순수함을 본다. 담백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소소함이 행복이다. 이 책에는 알리고 싶지 않은 일상일 수도 있는 부분까지 담아냈다.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믿음이 밑바탕이 되어 있기에 가능하리라 본다. 이 책 속에 담긴 그들의 일상은 사랑의 다양한 모습이었다. 제목보다 내용이 마음에 들고, 내용을 보니 그들의 일상이 궁금해진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다른 탈을 쓴 비슷한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 속의 시를 다시 한 번 음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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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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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눈 앞에 가득 쌓인 일을 처리하며 헥헥거리며 살다보면 시간이 정말 금세 흐르고 만다. 분명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여름의 더위가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일상에 치우치다보면 꽃 한 송이 제대로 볼 시간도 없고, 하늘 한 번 쳐다보는 여유도 누리지 못한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에는 다르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마음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 만큼은 나를 멈추게 한다. 이 책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를 읽으며 지금 현재의 인생을 짚어보고 나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에서는 나에게 편안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표지를 넘기고 앞부분 페이지에 차례로 적힌 글을 보며 숨을 고른다.  

지금은

잠시 멈출 때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나에게 질문할 때

어떻게 살고 싶은지 세상을 둘러볼 때

그리고

나의 성장을 위한 작은 변화를 준비할 때

하찮게 보이는 작은 '지금'들이 현재를 채우고 나의 과거가 된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라면, 정신없이 바쁘게만 보내는 시간을 나중에 돌이켜볼 때 아쉬움이 가득하리라 생각된다. 지금, 잠시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세상을 둘러보아야할 때라는 점을 절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서영아. 생각해보니 그의 전작 『당신은 스토리다』를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대한민국 스토리를 만드는 10명의 크리에이터, 그들을 10가지 이야기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마음을 흔들지 못하면 모든 것이 가짜다.'라는 문장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내 안의 열정을 되살려보며 나 자신도 창조적인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떠올린다. 기억에 강하게 남았던 책이었기에 이번 책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이 책은 낯선 공간, '티아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로 프롤로그가 전개된다. 스토리를 통해 독자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그곳에서는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수 있는 시간을 고요한 자기 혁명의 시간,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비로소 다음 단계로 건너갈 수 있는 '브릿지 타임'이라고 불렀다. 그 시간을 선물한 곳은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신부들의 공간인 티아하우스다. 미혼과 결혼의 가운데에 놓여있는 섬과 같은 곳. 티아 할머니는 한 달에 한 번 신부들을 위한 모임을 마련했는데, 이곳의 주제는 결혼이 아니라 '여자'였다. 소통하면서 서로를 찾아내고 배워가는 시간을 보여준다. 그 공간에는 여자들의 시간이, 여자들의 움직임이 있다.

 

여자들끼리 모여서 도란도란 수다를 나누고 소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티아하우스같은 공간이 내 주변에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의 티아하우스를 만들어놓고 티아 할머니같은 멘토를 초대해본다. 전체적으로 술술 풀어나가는 스토리 구성에 티아 할머니의 말씀과 노트가 어우러져 멈춰서서 음미하게 된다. 때로는 티아 할머니의 노트를 들여다보듯, 그 안에서 지금의 나에게 건네주는 목소리를 듣는다.

자신의 생을 굳건히 살아내는 모든 것들은 모두 꽃이다. 모두 기특하다.

피고 지는 모든 것들은 맨 처음 지구에 발을 딛고

뿌리 내렷던 역사를 가졌다.

제자리를 찾아내고 그 자리에서 기어코 뿌리를 박고

제 에너지를 모으고 펼쳐내는 것이

아프지 않았을 리 없다.

그 성장통이 있었기에 피고 지는 모든 생명이

이렇게 애틋하다. 짠하다. (66쪽)

티아 할머니의 메모를 보고 나도 나만의 감상에 젖는다. 그런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티아 할머니의 말과 메모를 통해 내 마음을 어루만져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을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읽어나가면 강물에 던지는 돌멩이처럼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다. 마음에 말을 걸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티아 할머니와 함께 하는 브리짓 타임은 소소한 일상의 의미를 되살려준다. 씹을 수록 단 맛이 나는 껌처럼 곱씹으며 읽으면 감동이 배가된다. 소박한 한 끼 밥상을 먹는 것처럼 담백하고 정갈하다. 그러면서도 내 안의 자양분이 되어 건강한 마음으로 뿌리내리게 도와준다. 처음에는 티아 할머니의 노트만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읽다보니 스토리 속에서 티아 할머니의 말이 더욱 도드라져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강약 조절을 잘 해서 강하게 다가올 문장이 더욱 빛난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문이 하나 있다.

그 문 끝에 또 다른 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다음 문을 열고 나는 새로운 여행을 준비할 것이다.

나는 늘 다음 페이지가 설렌다.

티아 할머니의 노트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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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미안해 -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 (아동학대.가정폭력)
고주애 지음, 최혜선 그림 / 소담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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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을 보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이 책은 어린이와 어름이 함께 읽는 아동학대, 가정폭력에 관한 동화이다. 요즘들어 특히 가정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밖에서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을 겪더라도 집에 들어오면 편안한 느낌으로 휴식을 취해야한다. 그런데 안락하고 포근해야하는 가정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 속이 상하고 분한 느낌이 든다. 이 책 『아빠가 미안해』를 읽으며, 조금씩 다른 가정 환경이지만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존재하는 어두운 면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고주애. 아동복지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아동학대를 비롯하여 인성교육, 아동정책 등의 연구를 하고 있으며, 교원 부모를 위한 잡지 「에스맘」과 머니투데이 입법정책 전문지 「더리더」에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이 책 『아빠가 미안해』는 고주애 글, 최혜선 그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감수로 출간되었다.

 

이 글은 어린이와 부모님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아동복지 현장에서 만났던 아동과 가족, 그리고 연구 조사를 통해 보고되는 아이들과 관련된 많은 일들을, 어린이와 부모님이 이해하기 쉬운 동화로 담아 함께 생각하고 대처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혹시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요. 나는 괜찮다고 하더라도 주변 친구들을 돌아보고 도와주는 멋진 친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부모님도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부모님 역시 용기를 내어 힘을 내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머리말 中)

 

"내 이름은 하주안이에요. 아홉 살이고 중앙초등학교 2학년이지요."라는 자기소개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리 집은 부자예요'라는 제목처럼 즐겁고 일상적인 가족 소개로 이어져나가다가 주안이의 독백이 이어진다. "우리 집은 부자예요. 예전에 말이에요......" 부자로 살다가 작은 집으로 이사갔고, 엄마는 어린이집에 일하러 다니게 되었다. 아빠는 이사 온 후 밖으로 나가시지도 않고 술에 빠져 사신다. 엄마 아빠의 싸움은 잦아지고, 주안이와 동생 주은이는 어제 먹은 반찬을 또 먹으며 지낸다. 둘은 심심한데 숨기 놀이를 하기로 하고 신나게 뛰어다니는데 아래층 공포의 할머니가 벨을 눌렀다. 이사 온 첫날부터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올라오셨던 할머니다.

하지만 그때 시작된 거예요. 정말 화가 나는 일은......(33쪽)

 

층간소음, 가정폭력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멍들게 한다. 하지만 주안의 아빠가 왜 그렇게 분노를 표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나니 그들 모두에게서 마음의 상처를 보게 된다. "아들, 지난번에 많이 아프고 놀랐지? 아빠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때 아빠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어." 비온 뒤 땅이 더욱 굳어진다는 말처럼, 위로와 화해로 가족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을 본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에요. 뭔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

참 감사해요. 외할아버지는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부자라고 하셨어요.

우리 집은 진~짜 부자예요! (105쪽)

 

이 책에서는 부록으로 이야기 속 전문 용어 이해하기, 아동학대와 아동학대의 징후를 다룬다.

아동학대와 아동학대의 징후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아이를 위해 동화 이야기로 쉽게 적어내려갔지만 소재 자체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니,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며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지라도 이 책을 보며 꼼꼼이 짚어보고 기억하여 가정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되도록 해야한다. 이야기 속의 전문 용어에 대한 설명을 보며 아이와 어른 모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소중한 가정을 행복하게 지킬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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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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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싶더니 여름이 다가왔다. 6월은 그런 계절이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듯하다가 어느덧 푹푹 찌는 시간이 찾아온다. 전국이 메르스 우려로 움츠러들고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을 시간이 늘어났다. 다른 해와는 달리 걱정으로 행동 반경이 축소되고 마음마저 위축된다. 2015년 6월 누리달에 월간 샘터를 읽으며 삶의 소리를 들어본다. 표지에 보면 오른쪽 밑부분에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콘텐츠 잡지 2015'라는 글귀가 있다. 작은 글씨지만 유난히 크게 보인다. 2015년 한 해의 샘터 표지는 김상구 판화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지는데 이번 달의 작품에 유난히 시선이 고정된다. 2004년의 작품이라는데 그 안에서 현재 소용돌이치는 우리의 마음을 보게 된다. 마음속의 화분 하나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이달에 만난 사람' 권대웅 시인이었다. 얼마전 권대웅 시인의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를 읽었기에 더욱 반가운 느낌이다. 권대웅 시인은 달에 관련된 시를 쓰는 작가인데 캘리그래피와 그림, 달에 관련된 시를 통해 달의 기운을 받을 수 있었다. 궁금했던 시인의 사진을 보게 되었고, 달 시화전을 열어 소외계층을 돕은다는 것을 보고 '사랑하다' '나누다' 같은 달의 정신이 스며드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곳에 가고 싶다'는 '짧아서 빛나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를 안내해주었다. "라면 먹고 갈래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등 독보적인 대사를 남기기도 한 영화 <봄날은 간다>를 떠올리며, 이 글을 읽어보았다. 그 영화를 찍은 장소가 맹방 해수욕장, 신흥사, 양리마을 대나무 숲 등 근덕면 일대에서 촬영했다는 정보를 시작으로 사진과 글을 보며 그곳의 기운을 받아본다. '짧은 사랑, 짧은 여행, 그리고 짧은 인생. 마음껏 누릴 수 없기에 빛나는 것들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뇌리에 남는다. 삼척 중앙시장에서 만난 세 할머니의 뒷모습 사진도 인상적이다.

 

공항 24시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도 웃음이 난다. 신혼여행 길에 비행기를 놓치는 일은 본인들의 입장에서는 분통터질 일이지만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들에게 들려주는 조언도 실질적이다. 분편한 헤어, 메이크업 상태로 식장에서 바로 출발한 부부들은 인천공항 지하 1층의 사우나나 미용실을 찾아 편안하게 하면 싸울 일이 줄어들 것이다. 수속받고 면세구역으로 들어간 후라면 '퍼블릭 라운지'를 이용할 것. 다음 호에는 곧 다가올 휴가철을 대비해 라운지 이야기를 전해준다니 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기생충의 이야기와 고부갈등을 잘 역어내어 이야기를 들려준 '기생충과 시댁', 무용동작치료 '내 안의 화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법륜 스님의 '참살이 마음공부' 등 읽을거리도 풍성하고 흥미를 유발한다. 이번 호 특집은 '자기만의 방'이다. 꿈을 찾아 일궈낸 나만의 보금자리에서 마음과 정신이 함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외양간에 꾸민 집필실, 예순 살의 도서관, 꿈을 그리는 작업실 등을 읽으며 그들만의 방을 엿본다.

 

월간 샘터는 부담없이 읽기에 좋다. 다양한 정보도 얻고 사람 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자투리 시간을 꽉 채우는 잡지이다. 웃기도 하고 감동도 받으며 정보와 지식을 습득한다. 진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다. 다음 달 월간 샘터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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