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역사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
임흥준 지음 / 더퀘스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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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을 넘어서서 생활에 적용하여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조차 읽지 않는다면 생각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책을 읽더라도 생각에 잠기고 삶에 적용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이다. 이왕이면 어떤 부분에 있어서든 삶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 좋다. 그런 책을 찾는 것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다른 사람이 그런 작업을 해낸 책을 읽는 것도 색다른 자극이 된다. 요즘에는 통합교과적인 책에 흥미를 느낀다. 역사 따로 비즈니스 따로가 아니라, 한 권의 책에서 역사와 비즈니스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임흥준. 미니프린터 세계 2위 업체인 빅솔론의 해외영업팀 부장이다. 빅솔론은 2003년 1월 삼성전기에서 분사해 설립된 기업으로 이제는 세계시장에서 엡손과 어깨를 견줄 만한 업체로 성장했다. 임흥준은 대학 졸업 후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은행이었지만, 해외영업 경력자를 모집한다는 삼성의 공고를 보고 삶을 전환하게 되었다. 다소 수동적인 은행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게 된 것이다.

 

어느 부서에서보다 직관력과 통찰력을 요구받는 곳이 영업부서라는 점을 깨닫고는 마케팅 서적들을 미친 듯이 읽어댔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이 거시적인 얘기나 원론적인 얘기들만 늘어놓을 뿐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게 되는 복잡미묘한 상황에 적용할 만한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고. 이때 떠올린 대학시절 교수님의 말이 인상적이다. "경영학의 많은 용어들이 군사용어에서 유래됐다. 전략도, 캠페인이나 게릴라 마케팅도 전쟁에서 비롯된 말이다. 비즈니스 전쟁도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기계적인 인과관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역사를 탐구하게 되었고 역사는 그에게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을 발견하게 했다. 그 만의 영업 전술을 가다듬어주는 멘토가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영업 감각과 매출 증가로 뒷받침 되었다.

 

이 책은 명장들의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사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신화 창조류의 성공 스토리도 아니다. 난 성공 신화를 이룬 기업가가 아니고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의 신도 아니다. 나는 다만 좌충우돌하던 초보 영업사원이 어떻게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그 방법을 찾았는지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고자 한다. (20쪽)

 

이 책에서는 심心, 지智, 략略 세 가지를 기반으로 한다. 심心 승부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지智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다, 략略 싸우기 전에 생각하라, 이렇게 크게 3부로 나뉘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저자의 비즈니스 현장 이야기와 역사가 잘 버무려져 눈에 쏙쏙 들어온다. 단순히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만 한다면 다소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혹은 단순히 역사 이야기만 한다면 현실과 거리가 멀어서 지루한 느낌이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가 적절히 분배되어 읽는 이의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비즈니스와 역사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흥미롭게 읽게된 것을 보면, 관련 분야에 있는 사람이 읽으면 눈에서 뗄 수 없을 정도라 짐작된다.

 

이 책의 부록에 다루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먼저 부록 1에서는 '완전히 다른, 국가별 비즈니스 스타일'을 일러준다. 프랑스는 자부심을 겨냥하고, 독일은 원칙에 철저할 것을 강조한다. 대만은 조건별 가격 테이블을 준비해야 하고, 중국은 거래 초기엔 선금을 받으라는 조언한다. 그밖에 미국, 중남미, 일본, 중동, 아프리카 등 비즈니스 현장에 있는 저자의 조언에 귀기울이고 조심하여 접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록 2에서는 '어떻게 협상을 승리로 이끌 것인가'를 다룬다. 협상에 관한 알토란 같은 정보를 제공해주니 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이나 앞으로 발을 들여놓을 사람의 경우에는 특히 눈여겨 보고 마음에 새겨둘 일이다. 관련 업계 새내기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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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6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추리소설'이 떠오른다. 그런 것 때문일까?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님에도 추리소설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기게 된다. 누구나 그렇듯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이름은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 이름은 너무도 강렬해서 책의 장르마저 고정관념으로 눌러버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이다.

 

이 책을 접하고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다고 한다. 필명을 쓴 것은 추리소설 독자들을 혼동시키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고, 이는 애거사의 뜻에 따라 오십 년 가까이 비밀에 부쳐졌다고 한다. 이 책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이름으로 출간되었고, 만약 그러한 언급 없이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면 끌림이 약했을 것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긴 하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그리는 사랑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이 소설이 애거사 크리스티가 노년기에 쓴 소설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작가의 이름보다는 내용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사랑을 배운다』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노년기에 쓴 소설로 원제는 The burden 즉 '짐'이다. 언니 로라와 동생 셜리, 자매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랑이라는 '짐'에 대해 그린다.

(312쪽_옮긴이의 말)

애거사 크리스티가 전해주는 사랑 이야기가 어떨지 궁금하여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약간의 의아함으로 읽기 시작한 이 소설은 일단 다 읽고 나니 작가의 이름보다는 내용이 여운으로 남는다. 사랑을 생각하게 하고 삶을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의 표지에는 단아한 여성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이 여성이 주는 무게감만큼 이 소설이 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바라보기에 따라 다른 무게감을 전해주는 것일테다.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도 않을 수도 있고 버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각자가 느끼는 사랑의 무게는 자신이 지고 나아가기에 조금씩 버거운 정도라는 생각도 든다. 이 소설 속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 적당한 짐을 무겁게 이고 가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지만, 그 누구도 그녀들의 짐을 덜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오빠가 죽자 로라는 부모의 사랑을 받을 거라는 은밀한 기대에 들뜨지만 갓 태어난 동생에게 또다시 부모의 사랑을 뺏긴다. 로라가 하느님에게 동생을 천국으로 데려가달라고 기도하던 날 밤에 집에 화재가 나고, 로라는 위험에 처한 동생 셜리를 구하면서 죄책감과 강한 사랑을 느낀다. 이후 로라의 삶은 오직 셜리에 대한 희생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채워지고, 이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애거사 크리스티는 사랑을 주고받는 것의 본질을 탐구한다. (312쪽)

 

이 책은 표지에서 주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다. 스토리 자체도 읽을만 했고, 그 과정에서 로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기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 동생 셜리의 속마음을 알아채고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희생','헌신'이 주는 '짐'을 이들의 상황을 읽어나가며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기도 한다.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내 안에서도 발견하게 되는 부분이고 주변에서도 보게 되는 면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기준에서 조정하려다가는 상대를 불행에 빠지게 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음에도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되면 어리석은 판단을 하기도 한다.

나는 백 가지 사랑의 기술을 알았으나

그 하나하나가 연인을 슬프게 만들었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봐라, 꼬마 로라."(97쪽)

 

이 소설을 읽으며 사랑의 일그러진 단면을 바라보다가 인생을 보게 된다. 점점 시야를 확장해서 인간을 바라보는 신의 모습까지 생각하도록 작가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인간을 증오하느니 차라리 신을 중오하는 게 훨씬 나아요. 그래봐야 인간은 신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신은 우리 인간에게 상처를 주죠."

"그렇지 않아요. 인간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에게도 상처를 주죠."

"신의 탓으로 돌려버리라는 건가요?"

"그게 바로 신이 하시는 일이에요. 신은 우리의 짐을 짊어지시죠. 우리의 반감이라는 짐, 미움이라는 짐. 그리고 사랑이라는 짐." (212쪽)

 

이 소설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모은 시리즈인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소설을 읽고보니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인간을 바라보는 예리한 통찰에 푹 빠져들게 된다. 한동안 여운으로 남을 소설이다. 오랜만에 소설 속 세계에 빠져들어보았다.

"넌 사랑을 주고만 싶지 받고 싶지는 않은 거야. 사랑받는다는 건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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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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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폐증을 가진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다. 주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본 것이 대부분이고, 예술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허구라는 점에 비추어볼 때 실제 그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는지 알고 싶었다. 다소 평범한 제목으로 비추어진 얇은 책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놀라웠다. '세계 20개국 출간, 아마존 베스트셀러, NHK,EBS 다큐멘터리 화제의 방영'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저자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히가시다 나오키. 스물 세살의 자폐인이다. 7세에 자폐증 진단을 받은 중증 자폐성장애인으로 남과 대화하기 어려웠지만, 어머니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글자판을 가리키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나는 마치 고장 난 로봇 속에서 어떻게 조종하면 좋을지 몰라 쩔쩔매는 사람 같습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씨가 안고 있는 '자폐증'은 선천적인 뇌 기능 장애로 커뮤니케이션이나 일상생활에 갖가지 곤란을 일으킵니다. 자폐증 스펙트럼(자폐증과 그에 가까운 장애)은 '백 명에 한 명꼴로 존재한다'고 하는데, 그 증상이나 정도가 몹시 다양해서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장애입니다. (37쪽)

프롤로그에 보면 자폐증에도 개인차가 있어서 모든 자폐인이 저자와 똑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정상인도 사실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제각각 자신만의 감성이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양한데 어찌 한 가지 특성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자폐증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그들의 감성이 비슷하리라고 짐작했던 나 자신의 편협한 시각을 이번 기회에 깨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히가시다 나오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자폐를 가진 사람의 생각을 짐작해본다. 그의 말과 행동은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에게 시간과 기억은 어떤 의미인지 이렇게 전해들으니 짐작할 법하다.

시간은 지나가는 것입니다. 한정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지나간 시간까지 미래로 이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합니다. 내게 기억이란 선이 아니라 점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의 기억이나 어제의 기억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실수를 했다는 것 자체는 기억해도, 언제 어떤 실수를 했으며 내가 그때 어떻게 했어야 옳았는지 기억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22쪽)

 

이 책에는 저자의 생각과 함께 인터뷰의 내용이 실려있다. 담백한 어조로 간촐하게 담아낸 언어인데, 읽는내내 가슴이 먹먹한 느낌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해보겠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살았으리라. 그들이 내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소통을 위한 시도인데, 그렇다는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식물, 하늘, 물, 저녁 해 등에 대해 언급하는 이야기에 몰두하며, 주변의 자연을 다시금 깊이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인터뷰를 보며 해외 강연까지 다녀온 부분에서는 마음이 한껏 성장했으리라 생각되었다. "나의 눈으로 세계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해졌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가 아주 작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는 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낀 것을, 나의 언어로 바꾸어 글을 쓰고 싶습니다."(157쪽)

 

이 책을 읽으며 이해하고 공감하며 감동했다. 정상인이기에 느끼지 못하는 감성을 저자의 시각에서 일깨워보기도 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이 나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그들의 세계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발판이 된다. 이 책을 보며 또다른 모습을 한 인간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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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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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호승 시인의 시「수선화에게」는 수선화가 필 무렵이면 해마다 떠올리며 곱씹어보게 되는 시이다. 시를 읽다보면 시인의 감수성이 부러워지면서도 행간을 읽는 재주가 없기에, 좀더 길고 상세하게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단번에 시적 감수성이 생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먼저 에세이를 통해 시인의 감성을 전해듣기로 했다. 요즘들어 시와 산문이 함께 들어있는 책이라든지 시인의 산문집 등 산문을 통해 시와 거리감을 좁히게 되었다. 이번에는 이 책 『우리가 어느 별에서』를 읽어보았다. 이 책은 정호승 시인의 에세이라는 점에서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다.

 

책에도 운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저의 첫 산문집으로 19년 동안 몇 차례 개정판을 거듭해왔습니다. 1996년 『첫눈 오는 날 만나자』2001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2003년 『위안』으로 발간되었다가 이제 다시 『우리가 어느 별에서』로 개정증보판을 내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中)

이번에 처음으로 출간된 책이 아니었다. 출판사를 달리하여 몇 차례 개정을 거듭하며 다시 탄생한 것이다. 말하자면 환생을 거듭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어떤 인연에서인지 이번 판형에서는 나와 만나게 되었다. 긴 세월을 돌고돌아 2015년 지구별에서 이책과 나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가수 안치환이 노래로 만들어 부른 곡이 있어서 또렷하게 떠오른다. 제목을 볼 때부터 노래의 멜로디가 떠오르기에 산뜻한 음악처럼 다가온 책이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이 책을 통해 이 시와 노래에 대한 뒷이야기를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만남과 헤어짐을 통한 사랑의 시 「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시인이 30대 초반에 썼다고 한다. 이 시를 쓰면서 만남이 소중한 만큼 이별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별을 통해 만남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시는 가수 안치환이 1993년에 노래로 만들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애타게 그리워하는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했기에 이토록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나'로 시작되는 축가는 가사가 조금 수정되었고, 결혼식 축가로 많이 불렸는데, 물론 결혼식 축가로 종종 부르다보니 신부나 신랑 중 한 명은 꼭 눈물을 흘려 고민 끝에 더이상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애달픈 목소리와 애잔한 멜로디가 떠올라 서평을 쓰는 지금, 마음이 떨려온다. 시를 음미하며 감상하니 더더욱 감성을 일깨우게 된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뉜다. 1부 '십자가를 품고 가자', 2부 '꽃에게 위안받다', 3부 '우리는 언제 외로운가', 4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이렇게 4부에 담긴 산문을 읽다보면 그의 성향이나 마음가짐 등을 엿볼 수 있다. 시적 세계와 산문의 세계가 다르다지만, 글을 통해 정호승이라는 시인을 좀더 알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가 사는 세상을 엿보는 기분이다.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시를 읽는 것과 비교해보면 산문은 느낌이 다르다. 그의 시가 '꽃'이라면 그의 산문은 '씨앗'이다. '꽃과 잎은 씨앗에서 비롯된다. 씨앗은 생명의 근원이며 본질이다. 분명히 씨앗이라는 열매 속에는 꽃과 잎과, 그 꽃과 잎의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이 숨어 있다.'(339쪽)는 글을 보다보니, 정호승의 시와 산문의 세계가 서로 얽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다르고 그에 따른 감상도 달라진다. 꽃을 보는 것과 씨앗을 보는 것은 분명 느낌이 다르다. 이 책에는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는 등 정성껏 키우는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꽃에 매료된 사람에게는 제반과정이 꾹꾹 눌려 담겨있다는 것이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의 글을 읽고나니 맨 앞에 쓰인 피에르 신부의 말이 눈에 들어온다. 책을 읽으며 삶을 바라보게 되고, 사랑이라는 종착으로 귀결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삶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자유 시간을 우리 모두 얻게 되었다. 이 책에서 보게 되는 것도 결국은 사랑이다. 기나긴 여정의 끝은 사랑이고 결국 시작도 사랑이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본다.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 시간이다. -피에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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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노트 - 알고 싶은 클래식 듣고 싶은 클래식
진회숙 지음 / 샘터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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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책으로 읽을 때면 직접 듣는 것은 뒤로 미루곤 했다. 막연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표들은 그 음악인지 다른 음악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지만, 찾아보기 귀찮기도 하고 다음 글이 궁금하기도 하여 미루다가 잊곤 했다. 이 책 『클래식 노트』를 읽으며 QR코드를 삽입한 것을 보고 나같은 독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할 때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최대의 장점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궁금증을 바로바로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진회숙. 음악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다. 대중을 대상으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 음악을 잘 이해하려면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애정과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한다. '아는 만큼 들린다'라는 말은 진리이다. 세상 모든 분야가 다 그렇듯이 클래식 음악 역시 공부하면 할수록 더 많이 들리고, 그럴수록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 (4쪽_서문 中)

듣자마자 바로 귀에 착 달라붙는, 대중음악같은 클래식 음악도 있지만 제대로 이해하려면 성실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공부하고 탐구해야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서문을 보니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된다. 음악이 본질로 다루어져야 하는데, 작곡가에 대한 에피소드와 필자의 느낌만을 다루는 그런 책들이 주류를 이루기에 클래식 음악에 대해 변죽만 울리다가 거리감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첫느낌은 다소 낯설었다. 하지만 작곡가에 대한 에피소드 위주의 지식이 더 많이 남아있던 나에게 '음악'이라는 부분을 채워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 노트 부분에서 QR코드로 제공되는 음악을 들어가며 천천히 음미해보는 시간도 책을 한껏 풍요롭게 이용하는 도구가 되었다. 읽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더 많이 드는 책이다. 그러면서도 잘 모르던 이야기를 알게 되기에 지적호기심을 충전시켜준다. 다소 낯설고 딱딱하리라는 선입견이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이 책에는 6개의 노트가 소개된다. Note 1 '클래식 음악사 그리고 작곡가들'에서는 서양음악사에서 시대 구분을 시작으로 바로크음악의 '바로크'는 무슨 뜻인지, 인상주의 음악가는 누가 있는지 등에 대해 알려준다. Note 2 '클래식 악기와 오케스트라'에서는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 오케스트라에 반드시 지휘자가 필요할까, 팀파니스트가 한가하다는 오해 등을 다룬다. 일반 대중으로서 궁금해하던 이야기를 소개해주니 눈이 번쩍 뜨이는 즐거움이 있다. Note 3 '클래식 음악이론 노트'에서는 음악이론에 대해 훑어주고, Note 4 '클래식 악곡노트'에서는 미사곡과 레퀴엠의 차이, 변주곡의 묘미, 협주곡 등을 다룬다. Note 5 '클래식 음악 상식 노트'에서는 작품 번호의 비밀, 알아두면 편리한 음악 용어 등 알면 상식이 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Note 6 '오페라가 여는 세상'에서는 잘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잘 모르고 있던 오페라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클래식 음악 이론과 상식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 특히 유익했다. 이 책을 읽음으로 지식을 채우고 호기심을 충족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어나가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클래식 특강을 들은 듯한 느낌이 들었고, 다른 이에게도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 있었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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