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인문학 - 5000년 역사를 만든 동서양 천재들의 사색공부법
이지성 지음 / 차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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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된 것을 보고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저자의 전작『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인문고전을 읽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던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은 그 당시의 천재들이 쓴 책이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책이니 당연히 읽어봐야하는 명작이다. 그 책은 막연하게 인문고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불을 지펴주었다. 부록에 보면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 단계별 추천도서가 담겨있어서 몇 권을 찾아 읽었다. 하지만 그 이상 지속적으로 독서를 하지는 못하고 이 책 『생각하는 인문학』을 읽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접하고 보니 사그라들고 있던 인문학 독서 동기에 다시금 불을 지펴준다.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린 듯한 느낌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하지 않고 생각 '당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새로운 생각의 틀을 만들어가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이지성의 책을 읽으면 무언가 스스로 하고 싶다는 의욕을 불태우게 된다. 그 점이 자기계발서의 장점이고 저자의 능력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교육을 떠올린다. 저자는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이라 일컫는다.

1945년 8월 15일, 일왕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같은 해 9월 8일, 남한에 미군이 진주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9월 12일, 조선총독부의 마지막 총독을 지낸 아베 노부유키는 우리나라를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일본이 패배했다고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조선이 위대하고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앞으로 100년도 넘게 걸릴 것이다. 우리가 총,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조선 민족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보라. 조선은 진정 찬란하고 위대했다. 하지만 식민교육으로 인해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13쪽)

우민화 교육은 조선교육위원회의 미국식 교육 이식으로 이어지고, 미국식 교육은 다름아닌 아베 노부유키가 말한 식민교육의 미국식 버전인 것이다. 지금도 우리 교육 현장에는 죽은 지식의 강제적 주입, 맹목적 암기, 기계적 문제풀이, 친구와의 무의미한 무한경쟁만 자리잡고 있으며,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교육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생각없이 살고 있었다는 점을 이제야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비트겐슈타인은 "당신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당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저자는 독서와 사색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는 자기교육 시스템을 권한다.

첫째, 당신의 두뇌로 하여금 이제껏 받은 교육이 세계 최악의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라.

둘째, 당신의 두뇌 안에 새로운 생각 시스템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

셋째, 생각회로를 천재들의 생각 시스템에 접속해야 한다.

넷째, 진정한 의미의 자기교육을 시작하라.

 

이 책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문학 공부법, 아인슈타인의 생각공부법 등을 살펴볼 수 있고, 동서양 천재들의 사색공부법을 배우게 된다. '사색공부법'을 다양한 예시로 바라보고 보니 앞으로 어떻게 독서를 하고 사색할지 방향이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문학 공부를 하겠다며 시작만 여러 번 하다가 결국은 변죽만 울리고 말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왜 공부를 하고 싶은지 인문학 독서를 통해 어떤 점을 깊이 생각하고 변화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사색공부법 10 중에서 특히 '인문고전의 목차로 사색지도를 그려라'라는 내용을 담은 '사색공부법 08'은 지금 당장 실천해보기 부담없다.

 

이 책을 읽으며 인문학 공부에 대해 '왜'와 '어떻게'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막연히 인문학 서적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넘어서서, 왜 읽어야할지, 어떤 방식으로 읽어나갈지 큰 틀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충분히 크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변화시키는 독서를 위한 작은 시작점이 될 것이고, 다소 수동적인 독서 생활을 하던 나에게 적극적으로 능동적 독서를 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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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하면 보인다
신기율 지음, 전동화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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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직관의 힘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최고라고 여겼던 생각이 점차 바뀌고 있다. 살다보면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기도 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새로운 인생을 펼쳐나가게 되는 때도 있다. 직관이 주는 메시지가 때로는 한참동안 고민하고 어렵게 판단해서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타고난 직관 능력이 있지만, 퇴화되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가끔씩만 우리 곁에서 힘을 발휘했다가 금세 사라지곤 한다.

 

때로는 책을 선택할 때 두근거리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냥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아니라, '이 책 꼭 읽고 말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내 손에 쥐게 될 때까지 가슴졸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을 발견하고는 강하게 끌렸다. 내 생각과 인생을 바꿀지도 모를 책이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대와 설레는 마음속에는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다. 혹시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1% 정도는 있었지만, 책을 펼쳐들자마자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 속에 순식간에 빠져들었고 확 트인 세계를 바라보는 듯 내 마음은 자유로워졌다.

 

먼저 이 책을 펼쳐보면 책날개에 '직관'이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이 있다.

직관: 이성과 감각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닿는' 것

항상 바쁘고 시끄럽고 번쩍거리는 세상에 던져진 우리는 직관 능력을 잊고 지낸다. 정보의 바다에 허우적거리고, 수많은 잡동사니들 틈에서 직관 능력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하지만 직관에 대해 인식해보니 생각보다 엄청난 직관의 힘을 발휘하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세상이 경이로워보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모든 것에 촉각이 세워진다.

 

'직관의 불이 켜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표지의 글을 보며 내 안의 직관 스위치를 켜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직관의 세계를 연결시켜보며 책을 읽어나가는 시간, 내 마음에 환하게 불을 켜는 듯한 느낌이다. 기대이상으로 마음에 드는 책이다. 몇 페이지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 순간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아껴 읽으며 페이지가 줄어들고 있음에 안타까워졌다. 글을 읽으며 내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이런 느낌을 받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문장을 곱씹으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새기고, 잊고 있던 직관의 힘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두 Part로 나뉜다. Part 1은 '나를 밝히는 내면의 빛, 직관의 스위치를 켜다', Part 2는 '숨겨진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는 법'이다. 공명, 공감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세상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한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라느니, 누구나 혼자라는 등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게 존재감이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는 섬처럼 떨어져 살지만, 사실은 섬이 아니다. 혈육인 부모, 형제조차도 때로는 섬처럼 멀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서로 연결돼 있다. 물 밖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늘 착각하며 살아갈 뿐이다. 우리의 몸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함께 흔들리고, 마음은 빛보다 빨리 서로에게 가 닿는다. 인도의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인간은 외딴 섬이라는 이상한 관념이 인류를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섬은 섬이 아니다. 조금만 깊이 내려가 보면 섬들은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인간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조금만 더 깊이 파고들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뿌리는 서로 얽혀 있다. 우리 삶의 근원은 똑같다." (67쪽)

 

이 책을 통해 인간과 자연, 우주를 향해 시야가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동에도 우주적인 의미를 담아내게 된다. 시큰둥했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의미를 담아내는 과정이 내 가슴을 뛰게 한다.

결국 나에게 온 음식은 자신의 모양대로 나를 만들어간다. 물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물처럼 촉촉해지고,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동물의 뜨거운 열기를 닮는다. 채식을 주로 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서늘한 들풀의 생명력을 닮는다. 그렇게 모여진 음식들은 내 몸 안에서 '나'라는 작은 자연을 만들어간다. 눈에 보이는 실체로서의 자연이 아닌, 그 기운들만이 운무처럼 서로를 감아 돌며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자연의 장관이 펼쳐진다. 몸이라는 큰 바다를 만드는 수많은 강줄기들의 시원에 바로 음식이 있는 것이다. (117쪽)

 

아껴가며 읽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무수히 쏟아지는 책 중에 또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드문데, 이 책은 다음 번에 또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직관에 대한 생각이 희미해지고 퇴화될 무렵, 잠자고 있는 직관을 흔들어깨워 기지개를 켜게 할 것이다. 조용히 사색에 잠기며 읽어나가기에 좋고, 인상적인 문장이 많아서 마음속에 새기며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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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대 문명의 창조자들 - 10,000년 전 하이테크의 비밀
에리히 폰 데니켄 지음, 김소희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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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대문명은 우리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어떤 이론이 되었든 다 추측일 뿐이기에 신비롭고 궁금하기만 하다. 과연 우리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 시대의 일들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이 책은 10,000년 전 하이테크의 비밀 『초고대 문명의 창조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집필한 책이다. 히스토리채널 화제의 다큐로 방영한 내용이기도 하다. 저자의 글을 읽어나가면서 그의 시각으로 초고대문명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Legendary Times Magazine> 발행인 조르지오Giorgio A. Tsoukalos는 이야기한다.

'기술적으로 발달한 문명에서 온 방문객들이 기술적으로 원시적인 문명에서 잠시 살다가 떠났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토착민들은 방문객들의 발달된 기술을 보고는 실제로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한 그들을 신으로 간주하고 숭배하기 시작한다. 그때 방문객들은 토착민들과 접촉하면서 물건이나 음식물을 제공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화물이다! 그리고 신들이 떠난 뒤 토착민들 사이에서는 정성을 다해 제물을 바치고 숭배하면 신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퍼진다.' (추천사 中)

기술적으로 원시적인 사회가 기술적으로 더욱 발달한 사회와 접촉하게 될 때 일어나는 현상을 '화물숭배 현상'이라고 하며, 고대 우주인이론의 기본 전제라고 이야기한다. 수만 년 전 기술적으로 발달한 외계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생각의 바탕을 그렇게 잡고 이 책을 읽어나가면 저자의 이야기가 좀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을까? 음! 선사학, 고고학, 문헌학, 특히 언어학, 인류학, 진화론, 유전과학, 철학, 천문학, 천체물리학, 우주생물학, 우주여행까지도 논하게 된다. 물론 신학도 빠질 수 없다. (서문 中)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니 흥미로운 생각이 들면서도 이 책의 첫 느낌은 황당무계했다. 외계인이 지구를 찾는 게 불가능하며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우리와 비슷한 외계인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뇌를 절반만 사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저자는 그런 선입견을 체계적으로 파괴해보겠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되도록 열린 마음으로 따라가기로 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에리히 폰 데니켄.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논픽션들을 펴낸 필자다. 그의 첫 번째 책이자 28개 언어로 번역된 《신들의 전차》는 6300만 명에 이르는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최근엔 《역사는 틀렸다》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논픽션과 여러 권의 소설들은 영화로 만들어지거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안데스 산맥 4천 미터 고지에 있는 티와나쿠, 그리고 푸마푼쿠의 초고대 유적은 누가 만든 것일까?

신석기 시대인 10,000년 전에 현대 기술로도 잘라내고 다듬기 힘든 섬록암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르고 구멍을 뚫어 조립한 기술은 어디에서 왔을까?

돌도끼를 사용하던 신석기 이전에 만들어진 푸마푼쿠의 초고도의 기술문명이 어디에서 왔는지 눈으로 찾아가는 증거들!!

이 문장이야말로 흥미를 유발하면서 이 책의 내용을 잘 소개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유적을 일러주며, 우주에서 온 기술이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과학적 태도로 분석한다. 주류 학계에서는 티와나쿠 문명이 600년 경에 시작되었다지만 호르비거의 추종자인 고고학자 에드먼드 키스 박사에 의하면 티와나쿠가 세워진 것은 예수가 탄생하기 27,000년 전이었다고 한다. 거대한 항구의 흔적이나 4천미터 고도에서 나온 바다 퇴적물, 대홍수로 인해 생긴 진흙과 혼합된 화산재 등 증거물은 충분하다. 이 책에는 유적에 대한 다양하고 상세한 사진을 담았는데 그 점이 전체적으로 풍성한 느낌을 받게 한다. 거대한 기둥, 조각상, 그림 등에 해석을 하며 푸마푼쿠의 유적지를 짚어나가는데, 어느새 그의 가설에 동의하게 된다.

 

그림과 유적 사진이 풍부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 뒷받침이 없으면 막연하게만 읽게 되었을텐데, 신기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짧은 설명과 함께 담긴 사진을 먼저 살펴보고 나서 전체적으로 읽어나가니 저자의 이야기에 더욱 귀기울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었다. 전혀 황당한 것만은 아니었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 자체가 지금과는 다른 나의 변화였다.

 

결론을 낼 수도 없고, 어느 부분을 믿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 외계문명설의 고고학적 증거를 충분히 보게 된 것도 사실이다. 눈앞에 증거를 들이밀어도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보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판세가 달라져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지금은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흥미롭게 읽었고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온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본 듯 기분이 떨떠름해진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호기심을 채워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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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만든 대학들 - 볼로냐대학부터 유럽대학원대학까지, 명문 대학으로 읽는 유럽지성사
통합유럽연구회 엮음 / 책과함께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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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서 졸업후 번듯한 직장을 얻고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아야 한다. 평범한 사람이 된다는 것조차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해마다 수능철이 되면 수험생들 신경을 쓰느라 초조하다. 이왕이면 시험을 잘 치러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행운을 누리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행복으로만 향해 가는 것일까.

 

'대학'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말고 실제의 대학이 궁금하다. 특히 유럽의 대학의 현재와 지금의 모습까지의 역사, 미래의 모습은 짐작하기 힘들다. 유럽대학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이 책 『유럽을 만든 대학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한 사회에서 대학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역할을 하는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독립적인 위상을 위협받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이를 생각해보려면 최초로 대학이 태어나고 성장한 유럽 사회를 역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연 유럽 사회에서 대학은 어떤 존재였는지 말이다. (13쪽)

 

이 책은 '통합유럽연구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전문가 집단의 공동 집필로 발간되었다. 통합유럽연구회는 유럽을 하나의 '통합적' 역사 단위로서 이해하려는 시각을 견지하면서 역사, 문화 등 인문적 시각 및 사회과학적 접근 방법을 '통합'하여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술 단체이다. 2010년 『인물로 보는 유럽통합사』2013년『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에 이어, 이번에는 유럽통합운동을 이해하기 위한 세 번째 접근 방식으로 대학을 통한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유럽대학의 기원부터 살펴본다. 유럽대학의 기원이 언제부터인지를 정확하게 알 길은 없지만,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자치 공간인 도시, 특히 이탈리아의 볼로냐와 파리에서 대학의 원형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두 도시의 공부 모임이 틀을 갖추게 되는 데에는 세속 권력자들과 교황이 이 모임에 자치권과 학문적 자율권을 인정하는 각종 특허장들을 수여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볼로냐와 파리 이외에도 12세기 후반에는 잉글랜드의 옥스퍼드와 이탈리아의 살레르노, 남부 프랑스의 몽펠리에에서도 대학들이 형성되었다. 이후 13~15세기에 걸쳐 유럽 전역 각 도시에서 때로는 교회의 후원으로, 때로는 세속 권력자들의 후원으로 대학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1부 '중세의 전통을 만든 대학들', 2부 '근대 유럽을 형성한 대학들', 3부 '유럽의 미래를 만드는 대학들', 4부 '통합 유럽을 이끄는 대학들', 이렇게 총 4부에 걸쳐서 유럽의 대학을 다룬다. 유럽 대학들의 모교 '볼로냐대학', 중세 신학의 심장이 되다 '파리소르본대학', 근대 대학의 어머니 '베를린훔볼트대학', 프랑스 권력 엘리트의 산실 '시앙스포', 민족 경계의 대학에서 통합 유럽의 대학으로 '스트라스부르대학' 등 이 책을 통해 유럽의 대학을 굵직굵직하게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유럽 주요 대학들의 역사와 전통을 살펴보는 부분에서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들이 유럽의 정신을 이끌어간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름조차 잘 몰랐던 대학들이지만 거기에 얽힌 역사를 살펴보면서 역사적인 면과 결부시켜 이해하게 되었다. 모르던 사실을 알아가는 것에서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시간이다. 대학으로 읽는 유럽 지성사로 유럽의 흐름을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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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 경찰조사에서 합의, 재판까지 사건별 시간별 대응 전략
박원경 지음 / 지식공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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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에 대해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다. 막연히 흑백논리로 구분하며 욕하기 전에 법적으로 어떤 처분을 받으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었다. 성범죄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는 의도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부터 상세하여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의 표지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주의!

이 책에는 장기간 성범죄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박원경 변호사의 실전 노하우가 담겨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성범죄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법 현실을 몰라서 받지 않아도 될 처벌까지 억울하게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성범죄 피해자인 여성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그 반대였다. '받지 않아도 될 혐의는 받지 말고, 받지 않아도 될 처벌은 받지 말자!'라는 말을 보니, 성범죄 가해자인 남성에게도 대응책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법도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법의 잣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드리워질 것이다.

 

 

생전 경찰서나 법원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서로 다른 세 명이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성추행을 저지르고 수사를 받게 되었다. 셋 모두 혐의가 뚜렷했고, 증거도 확실했다. 초범인 것도 똑같았고, 죄질도 비슷하게 판단되었다. 그런데 A는 재판도 받지 않고 성범죄 전과기재도 없이 마무리되었고, B는 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과 20년간 신상정보등록처분을 받았고, C는 1년간 실형을 선고받고 20년간 신상정보등록뿐 아니라 3년간 신상공개처분을 받았다. 이 셋이 저지른 사건은 똑같은데 왜 결과는 다른 것일까?

단 하나의 이유만 꼽아보라면 나는 감히 대응 전략의 차이라고 하겠다. (5쪽)

저자는 제대로 준비했다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을 사람들이 법률 현실에 대한 무지와 준비 소홀로 받지 않아도 될 처벌까지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경찰 조사를 받는 때에 실제 상황과 가해자의 생각을 교묘하게 잘 짚어내었다. 별 일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출두했다가 실제 범죄 이상의 처벌을 받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성범죄 전문 변호사 박원경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해놓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겠지만, 혹시라도 가족이나 지인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 고민되고 막막할 때에는 이 책이 똑똑한 가이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그 다음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처음에는 성범죄 가해자를 위한 책이기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읽다보니 그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자기 얼굴과 이름이 '성범죄자'라는 문구와 함게 동네에 뿌려진다면 끔찍할 것이다. 끔찍한 성범죄자도 아니고 아주 가벼운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낙인이 찍힌다면 어떨까.

예컨대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음란한 글이나 사진을 보냈다. 이건 통신매체이용음란에 해당된다. 사실 이 사건은 경미한 성범죄에 해당하는데 과거에는 보안처분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보안처분 대상이 된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잘못된 대응책때문에 평생 고통을 받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올바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참고로, 보안처분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게 신상정보 고지명령이나 전자발찌 같은 것이다. 또한 보안처분은 처벌과 별개다. 처벌은 처벌대로 받고, 보안처분은 보안처분대로 받게 되어 있다. (19쪽)

 

이 책의 순서는 책의 제목과 같다. 성범죄 사건에 대해 경찰 조사를 시작으로 합의, 재판까지 사건별 시간별 대응 전략을 상세하게 일러준다. 제1부에서는 시간별 액션 플랜으로 '수사 전 단계','수사단계','재판단계' 세 단계에 걸쳐서 상세하게 짚어준다. 2부 사건별 액션 플랜은 '성매매','가벼운 성추행','무거운 성폭력','회사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 등 사건 유형에 따라 어떤 점을 포인트로 잡고 해결을 해야할지 판단하게 해준다. 이 책을 보면 합의금 액수에 대한 대략의 가이드라인이 나온다. 수사 전단계와 수사 단계, 재판 단계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단계별로 얼마인지까지 상세하게 알려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막연하게 알던 부분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받는 느낌이다.

 

 

 

 
 

관련 법조항도 상세하게 다룬다. 알아두면 모르는 것보다는 나으리라는 생각에 읽게 되지만, 영 마음이 찜찜한 것도 사실이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 책이 불편한 당신에게'라는 제목으로 마무리를 한다. 사실 여성의 입장으로서는 이 책을 다 읽고도 여전히 불편한 마음이 있었기에 맺음말의 제목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워낙 흉흉한 기사를 많이 보아서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런 시각으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성범죄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극소수의 흉악범을 제외하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성범죄자'라는 단어의 뉘앙스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 심지어는 성범죄 사건을 맡은 변호사까지도 함께 욕을 먹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자기 자식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가만히 있었겠느냐는 첨언과 함께. (210쪽)

그들이 잘못한 것은 분명 맞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비해 더 큰 처벌을 받는다면 그것도 옳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큰 틀에서도 볼 수 있고, 필요한 부분을 상세하게 짚어보도록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런 범죄와 상관없는 사람들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혹시나 주변 사람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성범죄에 가담했다면 이 책이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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